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30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30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발…… 제발 우리 딸 좀 구해주세요.
검지를 입에 댄 강예빈은 손가락으로 폰을 가리켰다. 폰 화면엔 [스피커 모드]라 표기되어 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예빈이 입을 열었다.
“아. 네. 소라 아버님. 진정하시고 차분히 말씀해 주세요. 정확히 소라가 어떤데요?”
폰에선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딸, 소, 소라가 아파요.
이소라의 아버지로 추측되는 남성의 말을 들으며, 나는 인벤토리에서 종이를 꺼내 그곳에 [어디가?]라고 적었다.
강예빈은 바로 알아들었다.
“어디가 아픈데요?”
-머, 머리가요.
“머리요?”
-네. 우리 딸이,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이 말 밖에 생각이 안 나요. 소라가 정신이 나간 거 같아요.
난 또다시 적었다.
[언제부터?]이미 조사한바, 이소라네 부모는 딸이 주말마다 사라지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소라의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게 당연하다.
[언제부터 아픈지?]그러니 예전부터 있었던 일 때문에 전화한 건지, 아니면 새로운 이유에서 전화한 건지 알아보라는 거다.
갑작스레 이 시기에 굳이 강예빈에게 전화한 건 분명 의뭉스러운 일이니.
“언제부터요?”
-그, 그, 아까 WAC 결승전에서 테러가 끝난 후부터인 것 같아요.
저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일단 그 이유는 아닌 듯싶다.
“그때부터 어떤데요?”
-자해를 해요……. 방문을 열어보면 소라가 자해를 하고 있어요…….
“……왜요?”
-모르겠어요. 그러나 확실한 건-
이소라의 부모가 전화한 이유가-
-소라가 계속 강예빈 소장님을 찾아요. 몇 시간 전부터.
몇 시간 전부터 일어난 일 때문이라면, 몇 달 전부터 이어져 오던 사이비 종교 활동 때문이 아니라면.
[함정일 수도.]나는 빠르게 종이에 글씨를 휘갈겼다.
[집 주소 물어봐요.]“혹시 모르니 일단 집 주소를 알려주시겠어요?”
-네. 서울시 강서구……
즉시 ‘지도 앱’을 켜서 지도에 해당 주소를 찍었다.
[조건부 스킬, 방향 추적이 활성화됩니다.]그리고 순수의 마석을 꺼내어, 최태수가 소지하고 있을 아티팩트를 통해 그가 위치한 방향을 확인한다.
‘아니야.’
두 방향이 이루는 각도는 180도에 가까웠다.
최태수는 이소라의 집 쪽에 있지 않다. 만에 하나 함정이라 가정해도 적어도 최태수가 등판한 함정은 아니다.
이제 최진혁은 죽었으니, 최태수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일은 없다.
[함정이에요?]강예빈은 내게 종이를 받아가, 필담을 전했다.
난 그 밑에 글자로 대답한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일단은 아닐 확률이 더 높은 듯합니다.]그러나 그게 이소라를 찾아갈 이유는 되지 않는다.
[아침에 찾아뵌다고 하세요.]어떤 경우의 수에든, 확실한 사실 하나는 있다.
최태수가 죽으면 [세뇌]는 풀리고, 그럼 이소라의 자해는 끝난다는 것.
[현재 그녀는 세뇌된 상태입니다. 우리의 작전이 성공하면.]최태수만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겁니다.]강예빈은 미지근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침에…….”
-아침에요? 아침에 온다는 말씀이실까요?
“네. 일단은 119에 신고부터 하시고-”
-……할 수 있으면 진작 했겠죠.
남성의 목소리는 절박해졌다.
-소라가 신고하면 죽겠다고 하니까 연락드린 겁니다. 소라가 지금 정말 많이 아파요……. 그때까지 우리 딸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는데…….
“…….”
강예빈은 한동안 나를 계속해 쳐다만 본다.
내가 고개를 좌우로 젓고 나서야, 힘 빠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버님.”
뚝.
그렇게 대화가 끝났다.
“가보면 안 될까요? 함정이 아닐 거 같다면서요?”
“어차피 해결될 일입니다.”
“그러다 이소라 아버님 말대로, 그전에 죽으면요?”
내 대답에 머뭇거림은 없었다.
“그게 강예빈 클랜원이 위험에 처하는 것보단 낫죠.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
“게다가 함정이 아닌 것 같다는 건 그냥 추측일 뿐입니다. 확정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반면 강예빈의 대답은, 이번에도 한참 뒤에 이어졌다.
“이게 맞을까요?”
“모릅니다. 하지만 전 이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겠어요.”
“네…….”
그리고 서로 입을 닫았다.
아주 찝찝하고 끈적한 정적이 우릴 감싼다.
이후, 소리 없이 내 뇌리에 달라붙는 기억들.
-현 시간부로 당신의 부클랜장의 직위를 해제합니다.
……
-제대로 들으신 거 맞습니다. 권리도 없는 직위였지만, 이제는 그것을 해제해야겠습니다.
내가 그녀에게 한 말과-
-그런데 어쩔 땐 그와 의견 대립을 할 때도 있어요.
……
-각자의 신념과 사고방식이 다른 데서 비롯되었죠. 그게 우리로 하여금 평행선을 걷게 했었습니다.
그녀가 내게 한 말들.
그 말들이 귓가에 맴돌 때마다, 그 기억들이 회상될 때마다, 우리의 침묵은 깊어진다.
“…….”
지금 우리는 멀다.
쉽사리 어떤 말을 했다간, 무언가 터질 거라는 것을 서로가 직감한다.
한 음절조차 조심스러워서 우리는 입을 떼기 주저한다.
내가 그렇게 실감하던 때.
우우우우웅.
정적 속에서 유독 선명히 울리는 진동 소리.
우우우우웅.
스피커 모드를 위해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그녀의 폰이었다.
“또 이소라 아버지입니까?”
강예빈은 폰을 조작한다.
그리고 떨어뜨렸다.
“아니요……. 이소라요…….”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나는 그녀가 떨어뜨린 폰을 집어 들어 화면을 본다.
[발신인 이소라 : 소장님^^]이소라가 보낸 톡이었다.
[왜 그러셨어요? 저랑 예배 한번 같이 가는 게 그렇게 어려웠어요? 기도드리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신을 믿지 않아도 믿는 척 한번 해줄 수 있잖아요?]사진이 담긴 메시지였다.
[발신인 이소라 : 사진 첨부]이윽고 스크롤을 내려 사진을 확인했을 땐, 나는 강예빈이 폰을 떨어뜨린 것을 이해하였다.
[제가 이토록 노력하는데요. 이렇게 반성하는데요. 왜 소장님을 설득할 수 없을까요? 교주님은 분명 최선을 다하면 할 수 있을 거라 했는데.]유리 조각 위에서, 피 칠갑을 한 채로 누워 있는 여인.
팔다리에 문신처럼 수놓인 자해의 흔적.
[소장님. 언제나 친절하신 우리 소장님. 저 할 말이 있어요.]그 여인은 그저 고개만 빼꼼 들고서, 카메라를 향해 히죽히죽 웃고 있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 최진혁 신도님이 오지 않아요. ㅠㅠ]바닥에 깔린 유리 조각 주변엔 기저귀, 아기 신발, 젖병 등이 가득했고.
그 전부가 피에 물들어, 사방이 온통 붉디붉은 와중에…….
여인의 어느 신체 부위만은 하얗다.
[제가 은총을 받아서 성자까지 품었는데, 왜 안 올까요?]그녀가 감싸고 있는 복부.
그것만이 하얬고, 볼록해서 더 하얘 보였다.
[버려진 거겠죠? 소장님이 예배에 오지 않아서? 그럼 우리 아기, 아니, 성자님은 어떡하죠?]세뇌당한 여인의 흔한 말로였다.
* * *
새벽 3시 30분.
대한민국 어딘가 저 먼 상공.
차폐막 위에서 허드만은 아래를 내려다본다.
“여기에 WAC의 테러리스트가 사는 겁니까?”
“네.”
“테러범의 은거지라기보다는 무슨 성스러운 성 같군요.”
어둑한 새벽에 밝게 빛나는.
그 어떤 곳보다 하얗고 깨끗한.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정화되는 듯한.
성전이라 칭해도 과하지 않을 듯한 저 장원엔 자신이 죽여야 할 자가 있다고 한다.
“이름 최태수. 세뇌 각성자. 사이비 생신교 교주. 그리고 생김새는 외팔의 중년…… 맞습니까?”
신상정보를 한 번 더 읊어서 박신혁의 확인을 구한다.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인지 확실하지는 않아요.”
“아. 아까는…….”
그가 들고 있는 저 [순수의 마석]은, 테러범이 소지한 아티팩트의 방향을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비밀 유지 때문에요. 작전 세부 내용은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삼십 분 전에 이뤄진 작전 설명과, 여기까지 함께 이동했던 덕에 허드만은 안다.
저 순수의 마석이, 아까는 다른 곳을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아까는 저 건물을 가리켰으니까요. 네. 이해했습니다.”
이곳에 도달하기 이전까지, 저 순수의 마석은 바로 아래에 위치한 건물이 아니라, 저 멀리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즉, 최태수란 놈이 있을 곳은 두 건물 중 하나.
“아까 그곳에 있을 수도, 바로 여기 아래에 있을 수도 있고요. 일부 아티팩트를 따로 보관해 두었나 싶긴 하지만…….”
“박신혁 클랜장은 어디에 있을 것 같습니까?”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겠군요.”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만 아까부터 저 [기억의 금고]란 물건만 만지작거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허드만은 웃으며 말했다.
“어디 있든 상관이야 있겠습니까?”
사실 개의치 않았다.
WAC의 무제한급 결승전에 오른 두 명과, WAC의 A급 우승자가 이곳에 있다.
수준 높은 이들이 참가한 99 대 1의 전투에서, 몇 번이고 99인을 제압한 이들로 구성된 3인.
“우리가 WAC에서 치른 것보다야 쉽지 않겠습니까? A급 각성자 하나 죽이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더구나 상대는 WAC에서 전력을 소비했으니 더욱 그러하지 않나.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건 이게 끝이 아니다.
“하늘마저 우리를 돕고요.”
투두두둑.
마침 비가 오고 있었다. 폭우에 가까웠다.
“허드만 길드장이 잠입하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긴 하네요.”
이는 박신혁마저 동의할 수밖에 없는 부분.
[물] 각성자인 허드만은 비가 오는 날이면 애초에 무적에 가깝다.“여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혼자서 충분하니 두 분은 다른 곳에 가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아닙니다. 들킬 위험이 있더라도 셋이 붙어 있는 게-”
“상대가 세뇌 각성자라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세뇌 각성자라면 반드시 집에 투시 이능을 가진 각성자를 배치했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는 혼자가 편합니다.”
이런 날에 자신의 이능은 잠입에 최적화되있다. 반면 저 둘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혼자가 낫다.
“명색이 세계 1위인데, 설마 A급 세뇌 각성자한테 세뇌라도 당하겠습니까? 염려 마시죠.”
결국 박신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단, 작전 시간만 정확히 맞춰주시길 바랍니다.”
“아무렴요.”
“혹시나 한쪽이 위험하더라도, 반대쪽에서 최태수를 죽이면 모든 상황이 종료될 테니까요.”
양동작전. 이해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허드만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럼 저희는 다른 건물로 가보겠습니다.”
이윽고 둘은 아까 보았던 건물로 향했다.
…….
이후 컨디션을 조절하며 맞이한 새벽 4시, 정각이 되는 순간, 허드만은 바로 작전을 개시한다.
[이능의 속성 : 원소화]문자 그대로 물이 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의식적으로 사람의 형체를 잃는다.
커다란 물의 더미가 되어서 낙하한다.
촤아아아악-!
우산으로 가려진 뭇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폭우와 뒤섞여 하늘에서 떨어진다.
낙하지점은 미리 언급한 건물 위.
촤르르르륵!
그 뒤엔 잠시 건물을 따라 흐른다. 지금 자신은 [투시] 각성자가 보아도 그저 물일 뿐.
-이 건물의 우측에 있을 겁니다. 아마 저기쯤이요.
박신혁이 말한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창문으로 스며든다. 다행히 조그만 틈새가 있었다.
…….
그때까지 아무런 소란도 없었다. 잠입은 완벽했다.
이후 원소화를 풀었다.
마력 소모가 적지 않은 데다가, 이미 건물 안이기 때문에 은폐물이 많아서.
A급 각성자를 죽이는 데에 원소화가 필요하지도 않고.
‘어딨냐……. 최태수…….’
은폐물에 숨어 잠시 두리번거리는 것도 잠깐.
곧 박신혁이 말한 인상착의와 완벽히 동일한 외팔의 중년 남성을 찾는다.
‘뭐야? 너무 쉽게 풀리는데? 박신혁 클랜장, 걱정이 좀 지나친 감이 있었어.’
최태수란 놈의 시선은 이곳을 완벽히 어긋나 있다.
그냥 뭐라 중얼중얼거리며 걸을 뿐이다.
완벽하게 무방비한 상태다.
머뭇거릴 필요는 없었다.
바로 손가락을 놈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물을 쏜다.
다이아몬드를 자르는 커팅기, 워터젯(Water Jet)보다 몇 배는 높은 수압으로.
촤아아아아악-!
총알보다 빠르게 분출된 물줄기는 공기를 찢는다.
퍽!
목표물의 머리를 뚫고도 분사력은 조금도 줄지 않는다.
힘이 남아돌아, 뒤쪽에 벽을 뚫고야 건물 밖으로 사라진다.
세계 1위란 타이틀을 몇 년째 달고 있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
툭.
그 최태수란 놈이 쓰러진다.
당연히 즉사였다.
그리 생각하며.
크게 소리 질러 박신혁에게 승전보를 알리려는 순간이었다.
“허드만, 피해-! 후퇴-!”
멀게 느껴지는 박신혁의 고함이 들렸다.
“후퇴?”
그의 말에 의문은 표한 직후였다.
“성직을 위하여!”
외부로 통하는 모든 통로에서.
다다다다다닥.
동시에 수십, 아니, 수백 명의 각성자가 이 건물로 들이닥친다.
“뭐야?”
그들은 쓰고 있던 우산을 내린다.
“왜? 어, 어떻게?”
그러자 드러나는 얼굴, 최태수.
“““““성직을 위하여!”””””
여기도 최태수, 저기도 최태수.
왼쪽에도 최태수, 오른쪽에도 최태수, 앞에도 최태수, 뒤에도 최태수.
뚜벅 뚜벅.
곧 이 건물로 들어오는 최태수만 세어도 얼추 몇십 명.
“…….”
뒤통수를 가격당한 듯 아득해지는 정신 속에서, 허드만은 아티팩트 하나를 떠올린다.
“도플갱어 가면?”
쓰러진 시체가 더 이상 최태수가 아닌 것을 확인한다.
이곳은 함정이었다.
* * *
우우웅.
[발신인 이소라 : 소장님~^^]우우웅.
우우웅.
[발신인 이소라 : 웃긴 X이네? 넌 뭐가 그렇게 잘나서 너 혼자 그렇게 고고해?]우우웅.
[발신인 이소라 : 내가 이렇게 비는데 얼굴 한번 안 비쳐?]우우웅.
[발신인 이소라 : 내가 니 뒷바라지했잖아. 너는 그 잘난 머리로 구상만 했지, 손발을 움직인 건 결국 나였잖아.]우우웅.
[발신인 이소라 : 그러니까 한 번만 도와주라, 응? 그러다 아기도 죽으면 어떡해ㅠㅠ 낳기만 하면 97번째 성자가 되어줄 텐데ㅠㅠ]우우웅.
[발신인 이소라 : 소장님~♥ 사랑해요~♥ 저 한 번만 보러 와주세요~♥ 하트 뿅뿅~♥]결국 강예빈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폰의 전원 버튼을 길게 눌렸다.
[TF Mobile Power Off]“이소라…….”
떨리는 목소리로 뇌까렸다.
강예빈은 억지로 사진의 잔상을 흐트리고, 간신히 과거를 회상한다.
“대체 어떤 일을 겪었길래…….”
이소라.
-신이요? 우주의 탄생은 빅뱅이죠.
신을 부정하던 연구원.
-사랑은 호르몬의 작용인데요? 호르몬을 제거하면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느끼는 감정은 똑같을걸요?
사랑하지 않던 연구원.
-애를 왜 낳아요? 아기? 어차피 모든 현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수렴하는데, 없어질 것을 뭐 하러?
생명의 무의미함을 말하던 연구원.
이제 그녀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지금 그녀는 아기를 품은 채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시에, 신을 기다린다.
자신이 주장하던 것과는 정반대로.
-근데 법복한테 붙잡힌 거라면 오히려 죽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박신혁의 말대로.
-작전 목표는 세뇌 각성자의 처단.
아마 [세뇌]당한 여파로.
“곧 죽겠지.”
그리고 사진으로 본 그녀는 분명 죽기 직전이었다. 비각성자가 흘린 피가 너무나 많았다.
“두어야 할까?”
친인이자 세뇌당한 이가 지금 죽어가고 있다.
어제 WAC 결승전 테러 때 자신이 붙잡았던 비각성자처럼.
“이렇게 돼야 해……. 박신혁이 선택한 거니까 이게 맞아…….”
그러니까 그때 붙잡았던 어느 사이비 신도처럼, 이소라 역시 죽는 게 맞다…….
애초에 그는 한 번 빼고 항상 옳았던 사람이니까. 매번 옳은 선택만 하는 사람이니까.
한예리를 죽이려 할 때, 그때 딱 한 번만 빼고…….
그러니 이소라가 죽든 말든 내버려 두는 게 맞다.
“……맞을까 이게?”
모르겠다.
힘들고 지친다.
솔직히 말하면, 이성은 그가 틀리다 한다.
-현재 그녀는 세뇌된 상태입니다. 우리의 작전이 성공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겁니다.
전쟁을 이해한다.
그러나 곧 있으면, 정상이 되는 사람을 죽이는 걸, 이소라처럼 곧 죽을 사람을 내버려 두는 것까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힘들다.
-그리고 앞으로 이번 같은 일이 다시 있다면 당신을 영구히 퇴출시키겠습니다. 아마 다신 보지 않게 되겠죠.
이 말이 무섭다.
한예리 때처럼, 자신의 말이 맞을 거라 말할 수 없게 만든다. 저를 주저하게 한다.
-내 주장은 언제나 당신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소감으로 준비해서 진심을 전달하고 싶은 만큼이나, 그와 헤어져야 하는 게 두렵다.
감정이 침묵을 종용한 결과가 지금이다.
계속해 폰을 껐다가 켠다.
[TF Mobile Power On]이소라의 톡이 소름 끼치도록 무서우면서도, 그러다 연락이 끊겼나 싶은 우려.
혹시나 이미 죽었을까 싶은 불안.
[TF Mobile Power Off]그러다 박신혁의 말을 어기고 이소라에게 달려갈까 싶은 우려.
클랜에서 방출당하고 영원히 박신혁과 남으로 살 수 있다는 불안.
이성과 감정이 계속해 충돌함에, 지친다.
“진짜로…….”
힘들고 지친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그의 목소리.
-이건 지금 푸는 것보다 강예빈 클랜원이 정말 힘들고 지칠 때 풀어보는 게 훨씬 의미가 있을 물건이라서요.
“우승 기념품?”
마침 그때 이후로 항상 가지고 다녔던 거라, 박신혁이 준 그것은 가방에 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랴, 강예빈은 바로 포장을 뜯어본다.
[속성] : 기억의 저장과 출력.그리고 김이 샜다. 그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겠다. 어쩌면 장난친 걸 수도.
그냥 무릎 위에 올려만 두었다.
이후 아까 하던 고민만 지속할 뿐.
“뭐야 이게…… 일기라도 쓰라는 거야?”
근데, 그러다가.
[TF Mobile Power On] [TF Mobile Power Off] [TF Mobile Power On] [TF Mobile Power Off]자꾸 무릎 위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정확힌, 혼자 있는 방에서 무언가가 자꾸 자신의 무릎을 툭툭 건드리는 것만 같았다.
“뭐야?”
시선을 내린다. 그것은 [기억의 금고]였다.
[TF Mobile Power On] [속성] : 기억의 저장과 출력.정확힌, 폰이 켜져 있을 땐 하나인데-
[TF Mobile Power Off] [속성] : SS급 헌터 강예빈의 기억 출력.폰이 꺼져 있으면, 요게 갑자기 어디선가 툭 튀어나온다.
마치 자신이 [타임 슬립]으로 무언가의 ‘위치’를 돌린 것처럼.
강예빈은 고개를 갸웃한다.
“SS급? 그런 게 있어?”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뿐만이 아니다.
“강예빈? 강예빈은 난데? 난 C급 헌터인데?”
[기억의 금고]는 한 개가 되었다, 두개가 되었다를 지속적으로 반복한다.“그런데 얜 왜 자꾸 변해?”
SS급 헌터 강예빈의 기억 출력.
그런 속성을 가진 아티팩트의 생성과 소멸이 반복해 무게감을 어필한다.
[TF Mobile Power On] [속성] : 기억의 저장과 출력. [TF Mobile Power Off] [속성] : SS급 헌터 강예빈의 기억 출력. [TF Mobile Power On] [속성] : 기억의 저장과 출력. [TF Mobile Power Off] [속성] : SS급 헌터 강예빈의 기억 출력.폰의 전원 여부에 따라 계속해서.
그것이 이 아티팩트의 존재의 이유라도 되는 것 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