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34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34화
의식을 잃은 이 주일 사이의 요약본을 들은 신혁님의 평은 간단했다.
-그랬었군요.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무덤덤하게 내뱉은 말이 전부였다.
이후 아무 말도 없었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좀처럼 말이 없으셨다.
[혁신 팬 카페] [뉴스에 신혁 님 퇴원했다고 떴던데, 후속 기사나 소식 없음?]└예리한(운영진) : 다들 믿고 기다려 봐요.
그리고 이틀이 지난 지금, 한예리는 댓글을 단다.
└예리한(운영진) : 2주 동안 의식이 없었는데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분명히.
어쩌면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에 대한 걱정을 애써 달래는 자답일지도 모른다.
우우웅.
[발신자 강예빈 : 그만 봐.]그때 폰의 화면 상단에서 알림이 내려왔다.
2주간 같이 살며 부쩍 친해진 예언자 언니였다.
우우웅.
[발신자 강예빈 : 공부 끝나면 자라니까? 너 23살까지 키 큰다는 말 진짜야.]한예리는 방을 두리번두리번 살핀다.
“없는데?”
아무도 없다.
신혁 님이 집으로 돌아온 날, 예언자 언니는 본인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공부 끝나고 딴짓하는 걸 언니가 몰라야 하는데 어째서…….
“어떻게 알았지?”
[아. 저 지금 자려고 누워 있는데요.] [누워서 폰으로 어딘가에 댓글 달았겠지.] [아, 아닌데요?] [신장의 이점이 근접 밀리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야. 나중엔 크고 싶어도 못 크는데, 그러다 후회한다 너? 실제로 미래에서 후회도 했어.]“……예언자라 그런가, 별걸 다 아네…….”
[잠 안 와?] [네. 아직요.] [그럼…… 신혁 씨는 어때?]한예리는 1시간 전의 신혁 님을 떠올린다.
-…….
여전하다. 예전의 신혁 님은 잘 벼린 칼날 같았지만, 의식을 찾은 이후로는 뭔가 무뎌져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은 이러하셨다.
[똑같아요. 소파에 앉아서 명상하고, 가끔씩 폰을 확인하는 게 전부예요.] [폰으로 뭐 하는진 모르고?] [네.] [음…… 너한테 이런 말 하긴 좀 그런데…… 그래도 신혁 씨가 네 말은 잘 들어주잖아.]이것만큼은 이 와중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분 좋은 사실이었다.
신혁 님은 부의 상징인 TF 미래형 자동차를 그냥 등교용으로 내주시곤 한다.
차 막힐 때는 차 위로 가라고…….
더구나 신혁 님은 후견인이시기도 하고 말이지.
[그런데요?] [네가 잘 위로해 봐. 죽을 각오를 하고 자결과 자폭을 한 후, 의식을 잃고서 2주 뒤에 깨어난 사람이야. 그 와중에 그의 목표 중 하나가 없어졌고. 허탈하겠지. 뭔가 방향성도 사라진 기분이겠고.] [아. 그래서 그런 걸까요?]이틀간 신혁 님이 쳐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그래서인가?
[알겠어요.]한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응당 자신이 하는 게 맞지. 여태까지 늘 자신을 챙겨주셨던 신혁 님인데.
그런 생각에 방 밖으로 나가보니, 역시나 신혁 님은 여전히 명상 중이었다.
“저…… 뭐 하시는지 여쭤봐도 돼요?”
조심히 말을 거니 신혁 님이 눈을 떠 자신을 바라보셨다.
“마력회로.”
“아하……. 이틀 동안 내내요?”
“그래. 지금 나한테 제일 필요한 일이니까.”
말하는 신혁 님의 시선은 어느새 폰에 고정되어 있었다.
폰 게임이라도 하는 걸까? 한예리는 일단 그렇게 단정 지었다.
“좀 힘들거나 허탈하시지 않으세요?”
“회로만 돌리고 있는데, 힘들 리가. 왜?”
“눈 떠보니 그 최태수란 나쁜 놈이 죽어 있으면요…….”
“그게 왜? 기쁜데?”
웃음기 없는 답변이었다.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자고 일어났는데, 목표가 사라진 느낌이 아니라요?”
“하. 네가 그런 것도 아나?”
신혁 님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이제야 나오는 예전의 모습이었다.
“세상엔 반드시 죽여, 아니, 악행을 막아야 하는 7인이 있다. 미래의 악인이지. 칠악.”
“아, 알아요. 비슷한 걸 들었어요. 예빈 언니한테.”
한예리는 손을 내려다본다. 손가락에 껴진 [마력의 반지]. 이제 자신에게 필요 없다며, 강예빈 언니가 이걸 주며 한 말이 있다.
-미래엔 몬스터보다 끔찍한, 반드시 죽여야 하는 몇 명의 사람들이 있어. 이번에 신혁 씨와 내가 그중 한 명을 죽인 거고.
그 얘기에 연장선 같았다.
신혁 님은 폰에서 시선을 거두고, 자신을 주시했다.
“이젠 한국에 더 이상 칠악이 존재하지 않는데, 기쁘지 않을 리가.”
“아…… 그래요?”
그래서 허탈하신 걸까? 이제 한국에서 할 게 없어서? 좀 더 파보았다.
“그럼 이제 한국은 안정적인 거예요?”
“짧게나마.”
“짧게요?”
“북한에도 칠악이 있거든. [포식] 각성자 리철만. 멀지 않은 시기에 북한이 망하면 그는 남하한다.”
“한국으로요?”
“그래. 그러니 허탈할 순 없지. 그게 일 년 뒤가 될지 이 년 뒤가 될지 모르니. 더구나…….”
이어진 말은 놀라웠다.
“솔직히 말해서 조우하기 꺼려질 만큼, 그놈은 강해.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고.”
“이번에 죽었다는 사이비 교주보다도요?”
“결이 다르다. 그러나 개인의 무력으로 보자면 그는 분명히 최태수를 가지고 놀 수 있지.”
진지한 음성의 답변이었다.
“그럼 얼마나 센 거예요?”
“WAC에 빗대자면…….”
신혁 님이 눈을 감으셨다.
“모르겠다. 지금이라면 나, 허드만, 리철만 셋 중의 한 명이 우승하겠지. 나중이라면 아마 나와 리철만 중의 하나가 되겠고.”
“네? 신혁 님은 지금 비공식 랭킹 1위잖아요?”
위로차 하는 금칠은 아니었다.
자폭 공격이 이뤄졌으면 죽었을 거라, 허드만이 직접 말했으니까.
다 대 이의 생사투 결과가 그러하니, 여론이 그러했다.
“의미 없는 일위야. 미래의 칠악 중 WAC에 참전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어.”
“누군데요?”
“네가 알 거 없다. 그리고 미래에서나 칠악일 뿐이지.”
누군데요? 저도 알고 싶어요!
재차 말했지만, 신혁 님은 알려주시지 않았다.
“아무튼 세계 1위는 허명이야. 그런데…… 지금은 허명이 필요하기도 한가 싶기도 하군. 또 그게 내게 확신이 될 수도 있고.”
뒷말은 혼잣말처럼 들렸다. 어떠한 다짐으로 들렸다.
한예리에겐 너무 어려운 말이었다. 공부의 영역을 넘어선 말이랄까.
그래서 한예리는 솔직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다신 놓치지 않게, 자폭할 일이 없게,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다는 최소한의 확신이 필요하다는 거다.”
“모, 모르겠어요.”
“또한 지금의 허드만을 이겨야 내가 차후에 리철만을 상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수 있겠지.”
말이 끝나자 신혁 님이 다시 폰을 봤다. 한예리는 궁금한 걸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폰을 보시는 거예요?”
“그래. 아리앗의 마수도 필요하니 겸사겸사.”
머릿속엔 계속 물음표만 떴다. [아리앗의 마수]는 WAC 우승 상품인데? WAC가 끝난 지 3주가 되어 가는데?
의문 중에, 우우웅, 신혁 님의 폰이 진동했다.
신혁 님은 폰을 보고 웃으셨다.
“됐다.”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예의 그 멋들어진 웃음을.
“한예리. 공부 끝났나?”
“네.”
“그럼 WAC 결승을 보러 가도 좋다.”
핏-!
신혁 님이 폰을 인벤토리에 넣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우리 집 한쪽 벽에서 거대한 마력이 일었고-
우우우우웅, 곧 그곳에서 웜홀이 열린다…….
“말도 안 돼…….”
그 너머로는.
“아주 그냥 택시로 부려먹어.”
“고생하셨습니다.”
“빨리 들어와. 마력 딸려. 곧 닫힐 거야.”
[공간 연결] 각성자인 임솔과, 투두두두두둑, 그녀 너머로 비를 맞는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다…….비 내리는 미국이었다.
더 구체적으론 허드만 길드의 사옥이 있다고 알려진 뉴욕.
‘아. 아마도…….’
신혁 님은 이틀 동안 허드만 길드가 있는 뉴욕에 비가 내리길 기다리신 것 같다…….
신혁 님은 먼저 웜홀로 들어가신다.
“오히려 추천하지. 나와 허드만의 대결에서 보고 배울 게 없진 않을 거다.”
“…… 아?”
“허드만처럼 본인이 유리한 환경에서 스노우볼을 굴리려 하는 자연계열 각성자에게, 어떻게 대처하는지 봐두는 게 나쁘진 않을 거야.”
부랴부랴 한예리도 뒤를 따랐다.
“네! 갈래요! 저 가요! 웜홀 닫지 마세요! 헤헤헤헤헤헤.”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강예빈 언니의 걱정은 무의미했다.
신혁 님은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다.
여전히 앞만 보고 걷는 사람이었다.
* * *
잠시 뒤.
뉴욕 시내에서 떨어진 드넓은 공터.
“한예리? 정식으로 인사하는 건 처음이네?”
임솔 길드장이었다.
그녀는 결승전에서 보았던 아티팩트 적재함을 땅에 형성된 웜홀에 넣고,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카메라를 가져와 설치하는 중이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한예리예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뭐긴 뭐야? 다 각자의 이득이 맞아떨어지니까 하는 거지.”
임솔은 고갯짓으로 공터의 끝에서 우산을 쓰고 있는 박신혁을 가리켰고.
“나는 박신혁 클랜장한테, 우승 상품 중 하나를 받기로 했고.”
이어서 반대편 끝에서 비를 맞는 허드만을 가리켰다.
“저 사람과 박신혁은 세계 1위의 자리와 아리앗의 마수를 걸고 싸우는 거고.”
마지막은 카메라였다.
“WAC는 돈이 되니까 하는 거고.”
카메라를 통해 떨어지는 빗방울이 선명히 보였다. 카메라 쪽에 문외한이지만, 딱 봐도 비싼 걸로 보였다.
아마 그 슬로우 모션을 찍는 카메라가 아닐까? 찬찬히 살피고 있자니, 임솔이 발화의 목적을 밝혔다.
“그런데 이틀 만에 성사된 거라, 또 그만큼 안전장치가 부실한 터라, 캐스터와 해설자는 없어. 어때? 네가 해볼래?”
한예리는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켰다.
“저요?”
“그래.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긴 좀 그렇잖아? 말을 받아줄 사람이 좀 필요해서 말이지.”
WAC가 이거 하면 돈 많이 준다고 했거든. 그리 중얼거린 임솔이 마이크를 건넸다.
“내가 해설자 할 테니까. 네가 캐스터 해. 하고 싶으면 네가 그리 좋아하는 이에 대해 편파 방송을 해도 되고.”
“시, 시, 신혁 님이요? 어떻게 아셨어요?”
“모르면 바보 아냐? 너 왜 나는 왜 임솔이라고 하고, 박신혁은 신혁 님이라고 하니?”
“……그, 그렇다면야. 편파 방송이라면야…….”
그렇다면 뺄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한예리를 마이크에 들고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한예린데요.]임솔이 마이크를 들고 답했다.
[끝이야 그게?] [네. 하지 말까요?] [……됐다. B급 체급 우승자가 캐스터 한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니? 그냥 해. 어차피 최고의 편집팀이 붙을 거기도 하고.] [네!]…….
이후 둘은 딱히 말을 꺼내지 않았다. 캐스터 역을 맡은 한예리의 발언은 대략 5분이 지나서였다.
준비를 끝냈는지 허드만이 공터의 1/3 지점으로 나올 때서야 한예리는 침묵을 깼다.
[어. 허드만이 나오네요.] [……끝?] [네.] [캐스터가?] [더 설명할 게 없는데요?] [……그래.]다음은 신혁 님이었다.
[신혁 님이 나와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혁예 클랜의 수장이며, D급 헌터일 때부터 B급 헌터인 강혁 헌터와 무승부를 내는 것으로 시작해, S급 게이트 브레이크를 최초로 클리어한 기록을 보유했으며, 지난 WAC에서 대의적 기권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머쥔……] [너 어째 박신혁 소개할 때는 말을 잘한다?] [헤헤헤헤.]뭐라 대답할까, 팬클럽 회장으로서 늘 홍보하던 내용이라 익숙하다고 말해야 하나?
그리 고민하던 참, 임솔이 웬 총을 건넸다.
[이걸로 쏴.] [허드만을요?] [……너 WAC 우승자 아니었니? 경기 시작을 알리는 공포탄 쏘라고.] [아…….] [아주 그냥 박신혁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리네……. 두 사람 다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른 쏴.] [아!]신혁 님을 기다리게 할 순 없지. 한예리는 재빨리 총을 받아 들어, 바로 앞으로 쏴버렸다. 공포탄이니까 이래도 될 거다 아마도.
탕!
빗소리를 잠재우는 총성이 울린 순간이었다.
촤아아아악-!
허드만은 이 주 전처럼 [물]이 되었고, 박신혁은 이 주 전처럼 묵색의 피부를 둘렀다.
[경기 시작할게요!]WAC의 결승은, 2주 뒤의 뉴욕 주변의 공터에서, 비가 쏟아지는 날에 재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