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35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35화
탕!
총소리와 함께, 내 의식은 이틀 전으로 돌아간다.
딸깍.
자폭을 결심한 순간.
딸깍.
그때의 패배감.
딸깍.
불운이 겹쳐 생긴 결과라 위로해 보려 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을 리가.
딸깍.
진정 예언자가 된 강예빈이 가져온 결과가 말한다. 난 그때 실패했다고.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과거를 돌이켜 본다.
모든 건 내 선택의 결과였다. 엠버에게 메일을 보낸 것도, 이가을을 포섭한 것도, 그 과정에서 최 비서에게 모든 일이 새어 나간 것도.
-나는, 너 따위한테, 단 하나라도- 쿨럭.
그러면 그 선택들이 틀렸을까? 그럴 수도 있다. 결과 자체가 실패였으니.
다만 그 순간 그 실패의 요인들이 당시의 내게 최선으로 보였던 것은 분명하다.
의식이 든 순간 들었던 의문은 그것이었다.
시도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나.
최악을 고려해서, 나는 전생의 전철을 똑같이 밟아야 했었나.
미래 지식과 97에 달하는 [마력]을 갖고서 고작 그래야 했었나?
실패는 여태껏 해왔던 방식에 대해 의문을 생기했고, 그 의문은 내게 다시 의문을 던졌다.
‘아니라면? 똑같은 행위를 반복했다가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럼 난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에 나는 침묵을 고수했고, 그리고 지금은 그 답을 찾아서 이 자리에 섰다.
[경기 시작할게요!]다시 생각해도, 방법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난 변화를 위해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다시 엠버 세리아드에게 마력회로를 줄 것이며, 역시 이가을을 포섭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들을 긍정하기 위한 해답은 존재했다.
헌터로서 대부분의 의문이 무력으로 해결된다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
그때 내가 조금 더 강했으면 되지 않았을까?
마력 회로를 다루는 세뇌자를 전부 죽이고, 허드만까지 제압한 후, 최태수를 죽였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모든 선택이 완벽해진다. 그 선택들이 옳게 흘러갈 수 있다.
-다신 놓치지 않게, 자폭할 일이 없게,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다는 최소한의 확신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 확신을 위해 나는 이 선택을 했다.
-반목자 최태수 : 12,000 Coin → 100,000Coin
-보상을 수령하세요.
의식을 찾는 즉시, 부족한 힘을 채웠다.
-보유 마력이 중폭 증가합니다!
-보유 마력 : 83
그 크기가 크진 않다. 많은 코인을 투자하지 않았다. [마력 회로]가 자연스레 성장시킬 [보유 마력]의 일부만 ‘지금’으로 당겨 왔다.
실패의 아쉬움은 딱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조금의 마력만 더 있었더라면.’
나는 수화(水化)된 허드만을 본다.
최태수의 각성자를 모두 처리했을 때 마력이 남아 있었다면, 모든 게 최선으로 남지 않았을까?
어쩌면 정말 한 끗 차이의 실패가 아니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어쩌면 이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마력을 사출한다. 사방에 내리는 빗줄기에 마력을 부착한다.
핏! 핏! 핏! 핏! 핏!
전부 [인벤토리]에 넣는다.
넣었다가, [멀티 태스킹]을 처음으로 시연했을 때처럼, 다시 상공에 꺼낸다.
투두두두두둑.
투두두둑.
투둑.
…….
그러니 이제 이곳에 빗소리는 없다.
내리던 빗줄기는 바닥에 닿기 전, 다시 상공으로 위치가 옮겨져, 계속해서 다시 내릴 뿐.
드넓은 공간에 더 이상 폭우는 없었다.
허드만의 어드밴티지도 이제 사라졌다.
[비가 내리는데, 내리지 않아요! 신혁 님의 인벤토리예요!]한예리의 격양된 목소리가 묻히도록.
퍼어어어억-!
나는 거칠게 양손의 검을 땅에 내리꽂는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진동시킨다.
우우우우우웅.
마력적 진동은, 매질을 통해 전달된다.
기체보다는 단연 액체에서 효율적이게 마련. 진동은 바닥에 흐르는 물을 타고 넓게 퍼진다.
우우우우우웅.
진동은 흐르는 물을 통해 자유롭게 이동하는 허드만에게 반드시 닿는다.
이후 공명(共鳴)한다.
내 마력의 진동수는 [물]의 고유진동수와 쉬이 맞아떨어진다.
우우우우우웅.
감히 전자레인지에 비할 수 없는, 그 격렬한 진동.
[물]이 된 허드만에게 더 치명적이게, 효율적으로 전달된 공명은, 그의 [원소화]를 모조리 분해시킨다.퍼어어어어어어엉-!
일대의 물이 모두 증발되는 것은 진정 찰나.
아아악!
감히 [원소화]를 고집할 수는 없는 허드만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문자 그대로 반이 죽어서 본체를 드러낸다.
더 이상 바닥에 흐르는 물은 없다. 허드만의 [물]을 통한 위치 이동은 이제 없다.
[원소화]를 행하는 즉시, 나는 또 다시 물을 터뜨릴 것이다.이 모든 과정이 그에게 손해일 터.
승기는 이미 넘어온 것이다.
[신혁 님-! 멋있어요! 멋있어요!]나는 비틀비틀 일어나는 허드만에게 검을 겨눴다.
[B급 헌터가 S급 헌터를 꺾고, 세계 1위의 자리에 등극하기까지 고작 한 발자국 남았습니다!]패배를 예감한 듯, 흔들거리는 그의 눈을 마주한다.
[2주 전에 치러졌어야 할 WAC의 결승이-]이 주 전에 딱 이 결과를 만들 [보유 마력]만 남았더라면.
지금 그에게 겨눈 이 검이 최태수의 심장에 꽂혀 있었더라면.
그 뒤늦은 후회가-
여태껏 내가 한 선택이 결국 옳게 작용할 수 있을 거란 확신으로 일변하는 순간.
[박신혁 헌터의 일방적인 공세로 이어집니다!]퍼어어어엉-!
나는 거칠게 공간을 가르며, 허드만에게 달려들었다.
이제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 * *
강예빈은 외출 준비를 한다.
[다들 보셨어요? 봤죠? 우리 신혁 님이 이겼어요! 심지어 경기가 끝났는데, 지친 기색 하나 없는 거 보이시죠? 세계 1위와 세계 2위의 차이가 꽤 크네요! 임솔 해설자님도 봤죠?] [……네. 봤습니다.]한예리와 임솔의 음성이 흘러나오는 WAC의 결승 영상을 보는 채였다.
이미 몇 번이나 본 영상이지만, 볼 때마다 감회는 새롭다.
[S급 아티팩트, 아리앗의 마수는 박신혁 헌터에게 수여됩니다. 세계 1위라는 타이틀과 함께 우승의 영광을 거머쥡니다.]아리앗의 마수를 번쩍 들어 올리는 그의 모습은 어떠한 편집 없이도 빛을 발한다.
아무런 관객도 없지만, 폭우가 쏟아져 내리는 도중이지만, 그 어떤 것도 우승의 순간을 퇴색하지 못했다.
“그래. 저게 박신혁이지.”
B급 헌터가 여러 S급 헌터를 제치고 우승한 모습엔 아무런 연출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어서 WAC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혁예 클랜이 다 해먹었어요!] [……크흠. 먼저 우승자 발표가 있겠습니다.]그 영상이 강예빈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C급 체전 우승자, 혁예 클랜 강예빈.] [B급 체전 우승자, 동 소속 한예리.] [A급 체전 우승자, 동 소속 주진헌.] [그리고 무제한 체전 우승자, 혁예 클랜장 박신혁.]끔찍한 참상으로 남았던 과거의 WAC가 현재에선 축제로 마무리된 게 회귀해야 했던 이유를 말하니, 2주일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벌써 미래가 바뀌었다는 확신을 들게 한다.
그뿐일까.
“박신혁이 A급이 되면? S급이 되면?”
앞으로 그가 바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강예빈에겐 크나큰 고양감으로 다가오니-
[발신자 박신혁 : 이틀 뒤 WAC 우승 축하 파티 겸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전원 참석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이틀 뒤인 오늘, 드디어 그와 대면하는 날.
그가 살아서 보내는 텍스트가 반가워 100번은 더 읽은 저 문구만큼이나, 10년 만에 이뤄진 상봉에 부푼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그럼 출발할게요.”
대폭 축소된 수호 길드의 경호를 받아, 집을 나서는 마음은 가볍다.
혁예 클랜의 99층, 회의실로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짧았다.
“어서 오시죠. 예언자, 강예빈 클랜원.”
10분 일찍 출발한 덕에, 박신혁 혼자서 있는 회의실에 들어섰다.
“감사 인사가 늦었네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10년간 기다려 왔던, 늘 바랐던 그를 대면한 순간, 강예빈의 웃음은 진심이었다.
“10년 뒤에서 온 SS급 헌터 강예빈입니다. 우승 축하드려요.”
그의 웃음 또한 진심으로 보였다.
“20년 뒤에서 온 SSS급 헌터 박신혁입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강예빈 클랜원이 없었다면 모든 게 불가능했을 테니.”
도달할 방법도 찾지 못했던 등급, SSS급.
지옥 같은 미래를 버틴 시간, 무려 20년.
저와는 사뭇 다른 결과에, 강예빈의 웃음은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미래에서도 제가 옳은 선택을 했었네요.”
* * *
지금의 강예빈에겐 주변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헌터 등급은 유전이 맞아요. 아니, 저 10년 뒤에서 왔다니까 안 믿으시네?”
아니, 애초에 코스프레가 아닌 진짜 예언자의 말엔 모두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비록 나는 아는 사실이지만, 이가을을 비롯한 다른 혁예 클랜원들은 처음 듣는 미래 지식일 것이니.
“그럼 C급 헌터끼리 낳은 애는 C급이라고?”
“그럴 확률이 높죠.”
“그럼 F급과 S급의 애는?”
“등급의 중간값을 보면 C급이지만, 그렇진 않아요. 아마 D급 헌터나 E급 헌터가 되겠죠.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요구하는 재능의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니, 중간값의 재능으론 D급이나 E급으로 될 거예요 아마.”
“……일리가 아예 없진 않네?”
“그렇다고 절대적인 건 아니에요.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오죽하면 묵직한 주진헌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했다.
“이능은 어떻게 됩니까?”
“엄마, 아빠가 둘 다 재생 각성자면 아이도 재생 각성자냐고요?”
“네.”
“그건 또 그렇지 않아요.”
강예빈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집중했다.
“이능은 등급과는 다르게 완전히 랜덤이더라고요. 일란성 쌍둥이의 이능은 전부 천차만별이죠.”
“그건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모르겠어요. 우리가 메틸레이션(Methylation)을 알기 전까지 후성유전학(Epigenetics)을 정립할 수 없었듯, 막연하게 후천적인 요소로 이능이 선택될 거라 추측만 할 뿐이었어요, 미래에서도.”
“예언자라고 전지적인 건 아니구나?”
“그랬다면 예언자가 아니라, 신이겠죠?”
10년만큼 더 산 관록이 묻어 나온달지.
“그거 술이다, 한예리. 저기 음료수 있으니까 넌 저걸 마시도록.”
“……네…….”
호시탐탐 술잔을 노리는 한예리만 잘 견제한다면 분위기는 좋다.
인벤토리에서 술병을 꺼낼수록, 술잔이 계속해 돌아갈수록-
“짠 한번 할까요?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우리 혁예 클랜이 박신혁의 ‘혁’, 강예빈의 ‘예’인 건 아시죠?”
“뭐래, 지어내지 마.”
“전 한예리의 ‘예’인 줄 알았는데요!”
“혹시나 했는데, 정말 그 뜻이었습니까……?”
“네. 그 뜻이었습니다. 그럼, 신혁 씨의 무사 귀환과 WAC 전 체급 우승을 위하여!”
“““…….”””
그녀가 주도하는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이전의 회식 자리만큼 취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본인의 주량을 알고 있는 듯했다.
“잠시만 집중해 주시겠습니까?”
내가 클랜장으로서 입을 연 건, 그대로 있다간 모임의 목적이 파티로 끝날 수도 있다고 판단한 직후였다.
“딱 1분만 말하고 자리를 비켜 드리겠습니다. 더 늦으면 말도 못 꺼낼 분위기가 될 것 같아서.”
산통 깨는 말이지만, 차라리 짧고 굵게 전하고 바로 퇴장해 주는 게 나으리라.
술잔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는 성녀와 WAC 우승자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난 입을 뗐다.
“이제 곧 몬스터가 창궐하는 3차 브레이크가 발발합니다.”
짐짓 무거운 어조를 내었다.
“게이트를 처음 접했을 때와 비견될 만한 큰 변화가 있을 겁니다. 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흘간의 휴가를 드리고자 합니다. 충분히 각자의 시간을 가지세요.”
이제 곧 세상이 격변하겠노라고.
강예빈이 바로 부연 설명을 이었다.
“문명이 무너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족, 친지들과 시간을 함께하라는 거죠?”
끄덕.
예언자의 동조에 힘입어-
“네. 한국은 안정기에 접어들 확률이 높아졌지만, 전 세계가 무너지는 와중에 지금 같은 분위기는 다시 없을 테니까요.”
이른바 마지막 휴가를, 나는 클랜원들에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