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41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41화
128층의 건물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광경엔,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송 기자의 음성은 저도 모르게 떨려왔다.
[이곳은 현실입니다.] [이곳은 현실입니다.] [이곳은 현실입니다.]같은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한 후에야 제대로 된 보도를 시작했다.
[이곳은 분명 현실입니다. 조작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지금 보고 계시는 거대한 건축물이 허공에 떠오르는 장면은 분명한 실제 상황입니다.]부유 도시를 보기 위해 꺾인 뒷목의 주름은 점점 깊어진다.
경사진 뒷목을 완전히 꺾어야만 볼 수 있을 만치, 결국 클랜 사옥은 높게 떠올랐다.
[멀리서 불빛을 발하는 클랜 사옥 옆에는, 마치 태양을 도는 행성처럼 여러 건물이 떠다니고 있습니다.]그리고 그 옆에 떠다니는 또 다른 부유 건물.
그것들은 실로 위성 건물이라 부를만한 것이었다.
[말씀드리는 순간, 위성 건물에서 조그만 불빛들이 지상으로 내려옵니다.]이윽고 그 위성 도시에서 무언가 잔뜩 사출된다.
[자, 자동차입니다!]어두운 밤하늘에서 불빛을 머금은 채로 환히 빛나니, 그게 TF 미래형 자동차임을 아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느새 TF 미래형 자동차가 수십 대씩이나 생산되었습니다. 그게 지금 일제히 운행되고 있고요!]위이이이잉.
허공을 부유하는 자동차 수십 대가 일제히 클랜 부지로 내려앉는다.
폭동 일었던 곳에 자동차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도 잠깐이었다.
탕!
자동차 조명이 아래를 환하게 밝히니, 모든 소란이 일시에 멈춘다.
“더 이상의 소란을 허용치 않겠습니다.”
그 선두에 선 이는 강혁이었다.
“현 시간부로 이곳, 혁예 클랜 부지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특별 자치구로 선정되었음을 알립니다.”
그가 혁예 클랜에게서 위임받은 권한을 가졌다고 말했다.
“수호 길드가 지역 내 치안 담당 권한을 행사합니다. 이에 모든 대피인들은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그러자 조용하다.
예의 그 강혁이 한 말은, 이제껏 소리를 지르던 타 각성자와는 무게감을 달리했다.
강혁을 비롯한 수십의 각성자가 바로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와중에, 소란을 피우는 이는 이곳에 없었다.
[놀라운 소식입니다. 특별 자치구의 자유도가 어느 정도 일까요?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독립한 것일까요?]송 기자는 혁예 클랜의 부지, 아니, 혁예 자치구의 입구로 달려가 소리쳤다.
[강혁 부길드장님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다행히 목소리가 전달됐나 보다.
강혁은 저를 보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갯짓으로 클랜 사옥이 지상에 있을 때의 위치를 가리켰다.
건물터만 남은 텅 빈 공간이었다.
[아. 클랜 사옥이 있었던 곳에 자리가 났다는 뜻일까요? 대피인을 더 받아도 된다는 뜻일까요?]그러나 아니었다.
[아, 아닙니다.]그 추측은 틀렸다.
위이이잉!
또 한 번의 기적이, 강혁이 가리킨 위치에서 일어난다.
[웜홀!]혁예 클랜과 긴밀히 협력하는 바람살 길드장, 임솔 헌터의 이능, [공간 연결].
그 [공간 연결]로 연결된 위치는…….
[그 웜홀로 미국이 연결됩니다!]미국.
웜홀에서 나오는 건 다름 아닌 미국 부대통령과 허드만 길드의 허드만이었다.
뚜벅.
먼저 웜홀로 이곳에 건너온 부통령이, 한 걸음 만에 한국에 와선,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미연방정부는 혁예 클랜의 모든 의사 결정을 지지합니다.”
그가 말한 국제사회에서의 맹목적인 지지는 상상이 아니었다.
단순한 발언이 끝이 아니었다.
“이것이 미국에 웜홀을 열어준 대가로, 우리 정부와 허드만 길드가 마련한 첫 번째 선물입니다.”
그리고 엄지를 곧게 펴 등 뒤를 가리켰다.
웜홀 너머로 산더미에 가까운 식량이 보였다.
“현재 유통 가능한 식품이 옥수수밖에 없지만, 추가적인 식재료가 확보되는 즉시, 한국에 후속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웜홀 너머로 포크레인이 등장해, 웜홀 너머로 존재하는 식량을 밀어버리니, 그 웜홀을 통해, 지구 반대편인 이곳에 식량이 와르르 쏟아진다.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80%에 이르렀던 한국의 사재기가 일시에 무의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시청자 여러분! 웜홀이 미국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선물이겠습니다!]세계 반대편에 있던 물자가 1초 만에 이동했으니, 과장된 주장은 아니리라.
‘즉각적인 유통’의 안전성과 효율은, 앞으로 몬스터와 공존할 세상에서 더욱 그 가치가 빛날 터이니.
“현재 한국에 발발한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왜 미국이 저리 협조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시사하는 바는 컸다.
허드만의 그 말을 끝으로, 미국과의 웜홀이 닫혔고-
[다시 웜홀이 열립니다!]다음으로는 영국이 소개되니.
[영국! 웜홀을 통해서라면, 미국과 영국도 연결이 가능하리라 해석됩니다!]이번 소개자는, TF 자동차에서 뛰어내린 엠버 세리아드였다.
“앞으로 혁예 클랜은 모든 물자와 인력을 유통하는 세계적 허브가 될 것입니다.”
그녀의 보호구엔 그녀가 그토록 바란다고 알려진 혁예 클랜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이곳 혁예 자치구를 통해서, 미국인은 1초 만에 영국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영국인도 1초 만에 한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발화자가 혁예 클랜원임과 더불어, 한국에 있는 영국인의 말이니 더욱 설득력 있을 수밖에 없었다.
“웜홀이 열리는 모든 국가가 이곳 혁예 클랜을 통해 물자 및 인력 교환을 할 것이며, 혁예 클랜의 주도하에 각국의 정부는 제도적 장치와 절차 그리고 관련 법안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송 기자는 저 말의 의미를 안다.
“인력의 교류로 말미암아 세계적인 연합군이 편성될 것이며, 세계적 주요 도시와 곡창지대를 비롯한 요충지에 존재하는 S급 게이트도 이른 시일 내로 처리하겠다 약속드리겠습니다.”
[공간 연결]을 통해 혁예 클랜과 세계 1위 길드인 허드만과 한국 2위 길드인 수호 길드와 또 바람살 길드 등등의 연합군이 편성될 가능성을 뜻한다.차후 열리는 웜홀에 따라, 해당 국가의 모든 길드가 참여할 수 있는.
“와아아아아아아아!”
폭동을 일으키던 이들이 이제는 함성을 지른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혁예 자치구 밖에서 이는 고함 소리가 등 뒤에서 넘어와 앞으로 향한다.
지금 이곳에 불안은 전무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송 기자도 소리를 질렀다.
지금에선 기사고 뭐고 그런 것들을 신경 쓸 데가 아니었다.
모두가 알리라.
지금이 바로, 세계 질서가 한국의 혁예 클랜 중심으로 재편되는 순간임을.
[인류 연합! 저는 감히 그 단어를 이 자리에서 꺼내고 싶습니다!]그리고 그때였다.
우우우우웅.
미치도록 함성을 지르다 보니, 조금 늦게 알았다.
우우우우웅.
계속된 진동음.
폰을 열어보니, 20억 구독자를 보유한 미튜브의 알림이 있었다.
[Live : 예언자 강예빈, 미래를 말하다 2탄]현재 이 시각, 강예빈이 라이브 방송을 한다고.
* * *
강남 개인 방송 스튜디오.
강예빈은 화장을 받으며, 거울을 주시한다.
“벌써 일 년이네요.”
박신혁은 일 년 전과 같은 자리에 있다.
“많은 일이 있었던 일 년이죠.”
그의 말마따나 태어나 가장 일변한 일 년이었다.
노란 눈을 한 그의 외양도 변했고, 그의 사회적 위치도 변했고, 그의 세계 랭킹도 변했고, ‘나’라는 사람의 본질도 변했으니.
또한 우리의 관계도.
“그땐 진짜 뭐 이런 남자가 있나 싶었는데요.”
그가 설핏 웃었다.
“저도 그땐 뭐 이런 여자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방송을 하는데 화장을 저렇게까지 짙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요.”
살짝 눈을 흘겼다.
“그래도 제 말이 맞았죠? 저 때문에 이렇게 유명해진 거잖아요, 우리.”
“뭐. 그렇다고 해두죠.”
가끔씩 져주는 저 태도가 좋았다.
“푸흐흡. 회귀하니까 좋네요. 이렇게 신혁 씨랑 다시 이곳에 올 줄은 몰랐는데.”
강예빈은 거울 속 자신을 본다.
“화장도 다시 하고.”
이뻤다.
일 년 전 그날처럼.
“방송도 다시 하고.”
화장을 마친 뒤엔, 탈의실로 향했다.
“그럼 저 옷 갈아입고 올게요.”
큼지막한 가방에서 비싼 돈을 주고 구매했던, 일 년 전의 플레어 원피스 꺼냈다.
“오올. 나 살 좀 빠졌네?”
이후 돈도 많이 벌고, 다른 옷들도 많이 생겼지만, 지금은 이 옷이 가장 좋았다.
왜냐하면 이 옷은 곧 특별한 의미를 지닐 테니까.
“어때요?”
탈의실에서 나와 박신혁 앞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이쁩니다.”
박신혁이 이번엔 엄지를 치켜세웠다.
“일 년 전처럼.”
“흐흐흐. 그사이에 보는 눈이 좀 생겼네요?”
“선의의 거짓말이 늘었다고 해두죠.”
이제는 저 능글거림도 좋다.
강예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메라 앞으로 향했다.
카메라 앞에 앉아 일 년 전과 같은 자세를 하며 박신혁에게 물었다.
“언제 등장할 거예요?”
“예전처럼 강예빈 클랜원이 신호를 주면, 그때 앞으로 나가죠. 이번에도 홍보 영상에 관한 건 강예빈 클랜원에게 일임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시작할게요.”
“네.”
일 년 전과 달리, 미래의 자신에게 긴장은 전무했다.
녹화 버튼을 누르는 손길은 차분했다.
-안녕하세요. 현 각성자 협회 산하기관 마력 분석 연구소의 소장 강예빈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도 인트로는 자기소개부터.
“안녕하세요. 혁예 클랜원 강예빈입니다.”
이전과 달리, 말을 길게 할 필요는 없었다.
-동시에 타임 슬립이라는 이능을 가진 각성자이기도 합니다.
이제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아니까.
“동시에 예언자라 알려졌죠.”
쓸데없는 사족은 전부 생략하며 방송의 목적을 말한다.
“예전에 제가 말했었죠? 지금의 시간선을 벗어나 과거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다고.”
밝게 웃으며 자신을 ‘다시’ 알린다.
“2년 뒤에 미래에서 온 예언자라고. 아닙니다.”
강한 확신과 함께-
“정정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2년 뒤가 아닌-”
이제는 거짓이 아닌, 진실을 뱉었다.
“10년 뒤에서 온 예언자 강예빈입니다.”
내가 바로 진정한 예언자라고.
“네. 여러분이 여태껏 기대하셨듯이, 제게 새로운 미래가 도착했습니다.”
새로운 미래가 진짜로 도착했다고.
“혼란을 피하고자 당장에 모든 사실이 밝힐 순 없습니다만, 그러나 한 가지만은 약속드리죠.”
고갯짓으로 박신혁에게 신호를 보냈다.
“우리 혁예 클랜과 저 예언자 강예빈과-”
뚜벅. 차분히 걸어와 그가 자신의 등 뒤에 섰다.
당연한 얘기지만, 카메라에 잡히는 그의 모습은 아주 든든했다.
“세계 1위에 빛나는 여기 혁예 클랜장은, 어느 순간에도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노라 약속드립니다.”
그를 등에 업고서 말한다.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앞으로 매일 게이트를 클리어해야 하며, 현실에서 몬스터와 조우하는 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니 강해져야 한다고.
“전부가 강해져야 합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분명히 장애물도 있겠죠. 그러나-”
앞으로 우리 혁예 클랜은, 당신이 성장함에 있어서.
“사람의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던 정경 길드가 무너진 것처럼. 인권을 유린하며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려던 사이비 종교가 사멸한 것처럼.”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방해하는 그 모든 것들을.
“저와 여기 있는 박신혁 클랜장과 우리 혁예 클랜의 이름을 걸고.”
모조리 박살 내겠다고.
“모조리 다 부숴 버리겠습니다.”
그러니 예언자로서 말한다.
“다가올 미래가 두려운 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클랜 부지의 사람들마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안다고.
지금 많은 이들이 불안해한다는 것을 안다고.
“그러나 어떠한 일이 닥쳐도, 우리 혁예 클랜은 미래를 위해 가장 앞장서 싸우겠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는, 당신의 생각보다 어둡지 않을 거라고.
여기 있는 회귀자 두 명이 그렇게 하겠노라고.
“앞으로 다가올 격변은 결코 넘지 못할 위기가 아닐 겁니다.”
강예빈은 카메라에 대고 그렇게 고했다.
“우리 혁예 클랜이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반드시.”
미래는 반드시 바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