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55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55화
20분 전.
김우주는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괜히 멋쩍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고, 그러다 거기에 떠 있는 점 하나를 본 건 우연이었다.
“새?”
처음에는 당연히 새인줄 알았다. 보통 하늘에 있는 게 그러하니까.
그런데 언뜻 보아도 새라고 치기엔 좌우가 아닌 상하로 길었고, 또한 어떠한 펄럭임도 없이 허공에 머무르고 있는 게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등급] : 고유, S급 [분류] : 망원경 [속성] : 투시, 망원 효과 극대화혁대에 걸쳐둔 [케이지의 눈]을 꺼내어 자세히 살핀다.
“사람인데?”
사람이었다.
뒷모습만 보이지만, 그걸로도 건장한 성인 남성이란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갑작스레 허공에 떠 있는 어느 사내.
누군가 싶어, 핏! [텔레포트]로 그의 앞으로 이동해 그의 얼굴을 살피려 했지만.
휙!
하필 그때 그는 빠르게 움직인다.
“S급?”
범상치 않은 속도였다.
[염력]인지 [바람]인지 [비행]인지 아직 구별은 되지 않지만 속도를 보았을 때 적어도 A급 이상.확대된 망원경의 초점에서 자꾸만 벗어난다.
“혹시…….”
-이상 길드의 근처에 머물면서, 이상 길드장을 살펴. 그리고 이상 징후 생긴다면 즉시 내게 보고해.
이상 길드장의 이능은 [염력]이니, 저 거수자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박신혁이라면……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는데, 입주민만 따로 들어오는 통로를 만들 수는 없다고…… 신혁 님이 며칠 전부터 누누이 말했던 일이라,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 칼 같은 박신혁이라면, 이를 빌미로 다시 아티팩트를 가져갈 수 있다.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냐면서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다시 자신을 내려다보겠지.
“…….”
핏! 어쩔 수 없이 김우주는 일단 거수자를 쫓았다.
핏! 얼굴을 확인하려 앞질렀지만, 상대가 워낙에 빠른지라 쉽지가 않다.
“하…….”
그렇다고 대뜸 눈앞에 나타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혹시 이상 길드장이라면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는지 확인까지 해야 하는데, 추적에서 감시자의 존재를 알릴 수는 없는 법.
결국 쫓기만 한다.
거점과 멀어지며 보이는 풍경은 어느새 해안에서 내륙이 되었고 곧 산이 되었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
핏! 그렇게 제주도의 중앙인 한라산으로 진입했을 때는 결국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 멀어지면 안 되는데…….”
돌아올 [보유 마력]이 부족하면 위험하다. 그 상태로 위치라도 만난다면 사망은 확정이다.
더 쫓아야 할지 판단이 어려웠다. 내키지 않지만, 박신혁을 찾아야 했다.
김우주는 이어셋에 숨을 잔뜩 죽인 목소리를 내었다.
“박신혁 클랜장님.”
-…….
“김우주입니다. 현재 거수자를 쫓아 한라산 부근까지 왔는데요.”
-…….
“박신혁 클랜장님? 클랜장님!”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연결 상태를 의심할 정도로 고요하다.
‘빌어먹을.’
가끔 이럴 때가 있다. 가끔 [베리어]를 구사하는 좀비 여럿이 한곳에 뭉치면 마력 작용이든 전자기파든 제주도 안에서도 끊길 때가 있다. 하필 재수 없게도 지금이 그때인 듯 싶었다.
“아이씨. 그냥 돌아갈까…….”
김우주는 탄식하며 잠깐 고개를 내렸다.
[등급] : 에픽, S급 [분류] : 신발 [속성] : 소음 흡수, 보호색 부여그러자 보이는 아티팩트 하나.
“아니면 그냥 이대로 튈까……?”
김우주는 다시 하늘을 보았다.
“그러면 박신혁이 알까……?”
* * *
“신혁 씨. 계세요?”
강예빈은 대답 없는 방문을 재차 두드렸다.
그리고 그가 부재중이라는 대답은 뒤에서 들렸다.
“신혁 님. 김우주 쫓아서 밖에 나가셨어요. 왜 그러세요?”
제 방문을 빼꼼 열고 그리 말하는 한예리였다.
“아, 그래? 아냐. 아무것도.”
“제가 도와드려요?”
강예빈은 완곡하게 거절했다.
“괜찮아. 저번에 했던 말을 물어보려고 한 거라, 그한테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아.”
며칠 전의 그와 나눴던 대화.
-아마 우리가 모르는 모종의 경로로 획득한 듯싶습니다.
-그럼 정보 매입자는 누구인지 알아 내셨어요?
-모릅니다. 계속해 알아봐야겠죠. 추상적이나마 짐작이 가는 게-
상황이 정리된 지금, 거기서 끊겼던 대화의 다음 내용 좀 들어볼까 했더니, 하필 박신혁은 자리에 없었다.
“아니면…… 이가을은 좀 알려나?”
강예빈은 한 걸음 옆으로 자리를 옮겨 문을 두드렸다.
혹시 이가을은 알지도 몰랐다. 박신혁이 자신 다음으로는 이가을과 의견을 공유하는 편이었으니까.
똑똑.
“들어가도 돼요?”
“아니.”
“네. 그럼 들어갈게요.”
보나 마나 귀찮아서 저리 대답했을 게 분명한 이가을의 대답을 싸그리 무시하며 방문을 열었다.
“아니, 들어오지 말라니까?”
“간단하게 하나만 묻고 나갈게요.”
이번에도 이가을의 말을 묵살하며, 안마 의자 위에 누워 있는 그녀에게 대뜸 종이 한 장을 건넸다.
1. 찢어진 몽마의 저주.
2. SS급
……
18. 엘릭서
…….
-정보의 대가로 그들은 이런 것도 팔고 있습니다.
박신혁이 얼마 전 건네준, 혁예 클랜에 대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는 정보 매입자가 정보비로 내걸었다는 판매 목록.
“혹시 이거에 대해 신혁 씨랑 얘기해 봤어요?”
그저 혹시 아는 게 있나 싶어서 건넨 건데……
“강예빈.”
“네?”
판매 목록을 확인한 이가을의 얼굴은, 아주 딱딱하게도 경직되었다.
“네가 이걸 어떻게 알아?”
차갑게 뱉은 목소리는 결코 장난이나 농담 따위로 여길 수 없었다.
“이거 뭐야?”
소리친 이가을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목록을 네가 어떻게 아냐고!”
이가을은 시스템 메시지를 열었다.
[클리어 조건] : S급 마석 200개, 위치(Witch)의 심장 [제한 시간] : 1년. [난이도] : – [실패 시] : 사망. 게이트 침식 가속.그리고 스크롤을 내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본다.
[보상]1. 찢어진 몽마의 저주.
2. SS급
……
18. 엘릭서
……
저 판매 목록과 똑같은 [보상 목록]이 시스템 메시지에 표기되어 있음을.
고작 몇몇 아이템만 빠졌을 뿐, 순서는 완벽히 똑같은.
“너가 이걸 왜 알아?”
강예빈이 가져온 종이에 쓰여진 아티팩트는 전부, 자신이 이번 [원죄]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획득할 수 있는 보상이었다.
이가을은 눈을 좁히며 물었다.
“너도야?”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너도 원죄자냐고?”
[원죄] 퀘스트의 보상 목록을 알고 있는 강예빈이 또 다른 원죄자가 아닐까 하고.“아, 아뇨?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저는 페리튼의 심장이 필요했던 적이 없어요.”
“…….”
그러나 의심의 시간은 잠깐일 뿐이었다. 처음 든 생각은 그랬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니, 아예 없다. 그랬다면 이미 퀘스트 아이템을 두고 경쟁했겠지.
“그러면? 미래의 내가 말했어?”
“아뇨. 그랬으면 뭐 하러 또 물어봤겠어요? 왜 그런데요?”
이미 알아차렸겠지.
“……그래. 네가 원죄자일 리 없지.”
그래서 종이를 펄럭거리며, 그다음 질문을 던져본다.
“이 목록이 어디서 났다고?”
“신혁 씨가 혁예 클랜의 정보를 캐는 정보 매입자에게…….”
사건의 요약을 들은 뒤.
이가을은 들끓었던 감정을 가까스로 정리하며 자신이 아는 사실을 말했다.
“예언자니까 원죄가 뭔지는 알지?”
“네.”
“그거 원죄 보상 목록이랑 일치해.”
“네?!”
“그리고 나랑 박신혁이 추정한 건데-”
도플갱어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박신혁과 자신이 추론한 사실을.
-그럼 내가 저지른 원죄라는 건 뭘까?
-아마 처음으로 게이트를 열었지 않나 싶습니다.
굳게 믿는 박신혁이 신용하는 예언자에게.
“그 정보 매입자, 아니, 원죄자는 아마 게이트의 생성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
* * *
제주도 북쪽 해안.
“그걸 믿으란 거냐?”
이상 길드장은 상대의 말이 웃겼다.
“아니, SS급 마석을 받으러 왔더니.”
정보를 팔러 왔더니, 상대가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인다.
“뭐? 게이트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어처구니없다는 심정을 담아, 염력으로 들고 있던 [아이템]을 보란듯이 땅에다 떨군다.
[페리튼의 심장], [아리수의 씨앗], [핏빛 날개]…….“이걸 한데 모은 뒤 S급 마석 100개를 깨면, 게이트가 열린다고?”
마지막으론 [차져의 영혼석]까지.
“하!”
이런 게 단순히 만들어낸 물건이 아니라면, 시스템에 등록된 [아이템]이 아니었다면, 저 말이 진심이라는 듯 가져온 S급 마석 100개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이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듣는 순간 바로 자리를 박찼을 것이다.
“S05급 게이트 생기고, 바로 브레이크가 터져서 몬스터가 튀어나올 것이다?”
이러한 개소리는 무시했을 것이다.
“하참. 차라리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더구나 상대의 논리엔 맹점이 있다.
“그럼 네가 해. 니가 하면 되잖아?”
게이트를 만드는 데에 특별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면 니가 해도 되잖아?
깊은 후드로 얼굴을 감싼 상대의 의중을 살피려 했지만, 대낮에도 상대의 얼굴이 보이진 않은다.
S급 헌터의 눈에도 그러한 걸 보아, 저 두건은 아티팩트임이 다분했다.
“네가 하면 되는데, 왜 나보고 하라 해?”
잠자코 듣고만 있던 상대는 오랜만에 답했다.
어디서 들어봤더라. 이번에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서 브레이크를 터뜨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그럼? 어디서?”
“TF 리조트. 거기서 수성을 하고 있다며?”
상대가 마지막으로 떨군 아이템을 발로 슬쩍 건드렸다.
“내가 말한 S05급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지면 어떤 몬스터가 튀어나오겠어?”
[차져의 영혼석]이었다.“차져?”
“맞아.”
정보 매입자는 바로 이어 말했다.
“TF 리조트 근처에서 차져를 불러내. 그리고 그 성벽 같지 않은 성벽을 부숴.”
“…….”
저 [아이템]을 조합하면 게이트가 생긴다는 것.
5분 내로 브레이크가 터져 몬스터가 튀어나올 거라는 것.
그리고 저 게이트 생길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작용을 맞다 치면은……
“근처에서 터뜨리려면 아군이어야 편하잖아?”
일단 저 말은 일리가 있었다.
이상 길드장은 두 번째 맹점을 찔렀다.
“그게 박신혁의 정보을 캐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거랑 이거랑은 별개야.”
“그럼 넌 이걸로 뭘 하려고 하는 건데?”
“지금은 일단, 누군가가 원죄자가 되길 바라지.”
원죄자? 그게 뭔데? 그리고 누가? 그리 물으려고 할 때였다.
“선불이면 어때?”
상대가 [SS급 마석]을 내민다.
“아니, 성공하면 하나 더 줄게.”
“……좀 더-”
“할 건지 말건지만 대답해. 틱틱거리는 거 듣고 있으려니 X나 짜증 나서.”
“…….”
잠시 고민한던 이상 길드장은 결국 [SS급 마석]을 택했다.
“그럼 딱 그것만 한다? 그러곤 우리 길드는 바로 빠질 거야. 그래도 상관없어?”
“없어. 그냥 게이트를 열기만 해.”
“그럼…….”
다가올 위기를 혼자서 알 수 있다면 뭐…….
연합이라지만, 10대 길드 내에서는 경쟁자다. 거기서 이상 길드만 위기를 피하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지 않을까.
“그럼, 이걸 언제 터뜨리면 되는데?”
“제주도의 모든 좀비가 리조트로 몰리면.”
“뭐?”
이 새낀 끝까지 장난치나, 이상 길드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니가? 박신혁과 텔레포터도 못 하는 건데, 혼자서 무슨-”
그런데 대답은 아주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한다고.”
그건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대답은 상대가 타고 온 함선에서 나왔으니.
함선에서 똑같은 두건을 쓰고서 나오는 똑같은 체형의 각성자들이.
S급 헌터인 자신에게 존재를 감췄던 이들은 다수였고.
“““““아니, 우리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그들의 어조와 음색과 어투는 눈앞에 있는 이와 완벽히 똑같았다.
마치 도플갱어가 여러 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니들 뭐야……?”
그리고 이번에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