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60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60화
차져의 영혼석.
S05급 미공략 게이트를 클리어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었다.
세계적으로 미공략 S05급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는 집단은 그리 많지 않고, 보통은 쓸데가 없는 그것을 보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혹시 원죄 퀘스트의 보상에 ‘차져의 영혼석’이 있습니까?”
그러니 질문은 아마 그녀의 이해의 영역에서 한참을 벗어났을 거다.
대뜸 물은 질문에 이가을이 난색을 표했다. 날카로운 눈매로 치뜬 동그란 눈이었다.
“어……? 있는데 왜?”
“그걸 지금 구매할 수 있습니까?”
“가능해. 한…… 3개 정도까지. 그런데 저번엔 저번 보상에서 필요한 게 없다고 하지 않았어?”
맞다. 저번 [원죄 퀘스트]의 보상 목록에서 내게 필요한 게 없냐고 묻는 그녀가 고마워, 필요한 게 있는데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반드시 필요하게 생겼다.
“차져의 영혼석이 필요해졌습니다.”
정보의 매입자들이 어떤 꿍꿍이로 날 방해하려는지는 몰라도, 그들이 제주도에서 한 행위는 내게 아주 득이 되는 정보가 되었으니까.
-혹시 여태껏 제주도에서 좀비 말고 다른 몬스터를 보신 분 혹시 있습니까?
구매 가능한 물건에 더해 [차져의 영혼석]만 있으면.
아군 대신 피를 흘려줄, 피를 흘려도 감염되지 않은, 몬스터를 게이트에서 불러올 수 있으니까.
“제주도에 몬스터 좀 소환해 볼까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타국에서 몬스터라도 공수해 오려고? 그럴 노력을 할 바엔 차라리-”
“그게 아닙니다.”
[속성] : S급 헌터 조한성의 기억 출력. 사용 완료.나는 도플갱어 게이트 때처럼 이미 사용한 기억의 금고를 그녀에게 보여줬고-
“지금 출현한 차져는 이상 길드장이 정보 매입자…….”
그간 겪었던 일들을 그녀에게 전하던 말은, 이내 ‘차져의 영혼석이 왜 필요한지’까지로 이어졌다.
“세 개까지 구매가 가능하면, S05 게이트 브레이크가 세 번 터질 겁니다. 이번과 같다면 차져 90마리가 현실로 나오겠죠.”
“……차져가 나오는 게이트 브레이크라면…… 그렇겠지?”
“그리고 지금 제주도에 남아 있는 차져의 수까지 합치면 대략 100마리가 되겠고요.”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에게 난 묻는다.
“차져 100마리와 제주도의 좀비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차져의 복부에 내재된 몬스터는 서로를 적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좀비는 적대한다. 제주도에 몬스터가 없는 걸 보면, 좀비 역시 몬스터를 적대한다.
그런 와중에 차져 100마리와 제주도를 뒤덮은 좀비 떼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저는 그들이 양패구상하길 바랍니다.”
그러니 나 역시 이상 길드장처럼 S05 게이트를 제주도에 열 것이다.
* * *
잠시 뒤.
본토와 통신 및 장거리 이능의 사용이 가능한 제주도의 어느 해안.
함선 선장실.
나는 이 총괄팀장에게 물었다.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시다시피 혁예 클랜원은 큰 부상 없이 복귀했지만…… 지원팀 중엔 30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랬군요.”
단답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피해가 크다고 탄식하기엔, 솔직하게 결과는 좋은 편에 속한다.
30명이면 지원팀의 10%이니 피해가 적다곤 볼 수 없음이 분명하나, 상황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양호한 수준일지도.
앞에선 좀비가, 뒤에선 몬스터가 몰려드는 상황이었으니까.
“김우주 때문입니까?”
나는 그저 왜 피해가 적었는지만 확인했다.
“네. 위기의 상황마다 바로 지원팀들을 대피시킨 김우주가 아니었으면 피해는 훨씬 컸을 겁니다.”
하기야 나를 비롯한 혁예 클랜원들도 그랬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버텼고, 김우주 덕에 안전하게 그곳을 탈출했다.
“사망한 지원팀들의 유가족에겐 부족하지 않을 위로금을……”
혁예 클랜 다음엔 이상 길드였다.
“이상 길드의 피해는 없습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이 총괄팀장이 안면을 찌푸리며 한 말이 의외였다.
“왜요? 먼저 해안으로 나갔지 않았습니까? 그곳에도 좀비가 있었을 텐데?”
“나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더군요. 길드장이 오기 전까지 움직일 수 없다던가요, 참으로 어이가 없어서…….”
난 쓰게 웃었다.
“차라리 잘됐습니다. 이 기회에 버리죠.”
혁예 클랜의 피해가 있기에, 내게도 더욱 괘씸한 일이었다.
이상 길드장이 내게 중요한 정보를 물어온 것은 고마운 일이나, 그건 개인적인 일일 뿐.
게다가 애당초 그의 의도는 ‘배신’이지 않았던가.
“이상 길드장, 조한성이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상 길드에 전하세요.”
나는 말했다.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은, 아군을 고기방패로 삼는 집단에겐 어떤 것도 내줄 수 없다고.”
감히 지금까지 일한 것에 대한 보수를 바란다면.
“더불어 만약 이에 대한 어떠한 불만을 제기할 거면, 제 앞으로 와서 직접 하라고 하세요.”
이상 길드로 향하는 모든 물자를 끊겠다는 말을 전하겠노라고.
이는 단순한 협박 같은 게 아니다.
그 일은 현재 웜홀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페리튼의 심장]을 비롯한 게이트를 여는 데 필요한 아이템을 공수해 오고 있는 일만큼이나 내겐 쉽다.
그걸 그들도 알 것이다.
“상벌은 확실한 게 좋겠죠.”
이후 난 인벤토리에서 아티팩트 하나를 꺼냈다.
예비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양손 검이었다.
“이건 이상 길드에게 주는 보상이 아닌-”
필히 어느 [괴력] 각성자가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인.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준 이상 부길드장 이재근에 대한 보상입니다.”
“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전하세요. 그래야 나머지 이상 길드원들이 자신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테니까.”
나는 그렇게 이상 길드를 정리했다.
제주도의 절망적인 상황만큼이나 보상은 막대한 양일 것이고, 그 보상이 떨어질 마지막 전투에서 이상 길드를 아예 배제하는 것으로.
“이상 길드에 관한 조치는 일단 여기까지 하죠. 다른 길드는 어떠합니까?”
“네. 수호 길드와 야금 길드의 피해 상황도 유의미하나 마찬가지로 김우주 덕분에……”
이후 수호길드와 야금 길드의 상황 보고가 끝날 즈음이었다.
똑똑.
“들어갈게.”
웜홀로 혁예 자치구에 다녀온 임솔이었다.
“이거 맞지?”
그녀가 캐리어 세 개를 열어서 내가 부탁한 일을 잘 끝맺고 왔음을 보여준다.
그 안엔 [페리튼의 심장], [아리수의 씨앗], [핏빛 날개] 등이 각각 세 개씩이 들어 있었다.
“빨리도 구했군요.”
“물건값을 두 배로 쳐주겠다 하니까, 오히려 서로 못 팔아서 안달이던데?”
“아. 웜홀을 칭찬한 거였습니다.”
“아~ 그거야 뭐~”
그리고 이가을을 통해 받아낸 [차져의 영혼석] 3개와 [인벤토리]에 있는 S급 마석 300개까지 합치면, 이상 길드장이 열었던 S05 게이트를 생성할 준비는 끝난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인벤토리]에 넣음으로써 다시 제주도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이미 상황 공유를 연합의 수뇌부에 한 터라, 별다른 부연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제주도 안으로 들어가면 또 통신이 끊길 수 있으니, 이후의 상황은 이 총괄팀장이 강예빈 부클랜장과 협의하여 처리해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선장실을 나가려는 때였다.
“그냥 김우주가 하는 게 낫지 않아? 아이템만 모아두고 마석만 깨뜨리면 된다며?”
날 붙잡는 임솔.
“아닙니다.”
이해 못 할 제안은 아니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김우주의 기동성이야 임솔 다음이고, 제주도의 상황은 나보다 김우주가 잘 알고 있으니.
전투가 아니라 잠깐 들렀다 오는 거라면 김우주가 제격이긴 하다.
‘김우주가 S05급 게이트를 만들면?’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보이는 게 있었다.
어쩌면.
이가을의 원죄 퀘스트 보상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원죄자의 이번 제주도행의 목적은.
-지금은 일단, 누군가가 원죄자가 되길 바라지.
이상 길드장에게 고의적으로 원죄 퀘스트를 부여해, 그의 목숨을 저당잡고 노예처럼 부려 먹으려 한 게 아닐까 하는.
-클리어 조건 : 차져의 영혼석, S급 마석 100개
이가을처럼 원죄의 보상 목록에 [차져의 영혼석]이 있다면, 모종의 이유로 원죄의 보상 목록을 팔 만치 그 보상이 남아돈다면.
-실패 시 : 사망. 게이트 침식 가속.
이상 길드장이 자력으로 원죄 퀘스트를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진, 필요한 [아이템]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빌미로 그를 맘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 터.
그러니 더욱 내가 하는 게 맞다.
아무렴 이제 막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김우주에게 저런 시스템 메시지를 종용할 수는 없지 않나.
앞으로도 그를 계속해 쓸 생각인데.
“제가 하는 게 낫습니다.”
그래서 10분 후.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제주도에 S05급 게이트 3개를 열어 차져를 90마리를 현실로 데려온 대가로-
[클리어 조건] : 차져의 영혼석 3개, S급 마석 300개 [제한 시간] : 3달. [난이도] : S급 [실패 시] : 사망. 게이트 침식 가속. [보상] : –이상 길드장이 보았던 시스템 메시지를, 나 역시 목도하였다.
* * *
이틀 뒤의 함선.
나는 마력을 인도한다.
[마력회로] (S급, 99%) : 마력 대량 증폭 및 안정성 보조.몸을 몇 차례나 순환한 마력은 어떠한 저항도 없이 계속해 나아갔고, 그 과정에서 내게 어떠한 고통도 선사하지 않았다.
그저 제자리로 돌아와, 내 모든 감각을 일깨우는 동시에, 용솟음치는 활력만 부여할 뿐.
대피 당시에 좀비를 막느라 무리했던 흔적은 이제 없었다.
띠.
[10:00]띠.
[09:59]탁상 위에 놓인 타이머가 작전 시간까지 10분이 남았음을 알린다.
나는 가부좌를 풀고선, 개인실 나왔다.
“제주도 도착 시간까지 3분 남았습니다.”
모든 준비가 순조롭다고 말하는 이 총괄팀장이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와 마주 걸으며 갑판으로 향한다.
“제주도 상황은 어떻다고 합니까?”
“일단 도착이 예정된 해안은 안전합니다. 김우주 헌터가 폭죽을 터뜨리고서 기다렸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일단 이것은 희소식이다.
몬스터와 좀비의 싸움에서 좀비가 압승했다면, 다시 해안에 좀비가 퍼져 있었을 테니까.
적어도 좀비의 숫자가 대폭으로 줄었을 거란 방증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
하여 다음 질문엔 미약한 기대를 담았다.
“TF 리조트는요?”
TF 리조트.
모든 좀비가 몰려들었던 곳.
S05 게이트 브레이크가 4개나 터진 최대의 격전지.
“거긴 직접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총괄팀장의 말을 보니, 기대대로 되지는 않은 듯싶다.
“김우주의 정찰은 실패한 겁니까?”
“결과적으론 그렇습니다. 아무리 유인해 보려 해도 위치의 울음소리가 리조트 근처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과는 좀비의 승리였다.
위치의 생존이 그것을 말한다.
“관측되는 몬스터는 없고요?”
“살아 있는 몬스터는 없다고 합니다.”
기대는 몬스터가 얼마나 좀비의 세력을 축소시켰냐로 국한된다.
대피하는 순간까지도 좀비는 계속해 리조트로 몰려들고 있었으니 예측은 쉽지 않다. 모든 좀비는 죽고 위치만 살아 있다면 좋으련만, 그럴 수 있을는지.
“알겠습니다.”
갑판을 나오니, 이미 다수가 밖으로 나와 가까워지는 제주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등에 소리를 내었다.
“컨디션은 어떻습니까?”
보유 마력 전부 회복됐어요. 이제 제주도 좀 벗어나고 싶다 진짜. 완벽합니다. 좋아요! 이상 없습니다.
차례로 강예빈, 이가을, 주진헌, 한예리, 엠버 세리아드가 마지막 전투의 준비가 끝났음을 내게 알렸고.
“오셨습니까!”
다음에는 한예리를 힐끔 보던 김우주가 내게 고개를 돌렸다.
“정찰은 아쉽게 됐네요.”
나를 보며 저런 말을 하는 걸 보아하니, 내가 많이 편해진 것 같긴 하다.
또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서도 저럴 여력이 있는 게 꽤나 여유로워 보였고.
“고생했다.”
나는 앞서 정찰을 마친 김우주를 치하하며 앞으로 나갔다.
“혁예 자치구로 올라갈 땐 바로 웜홀로 올라갈 테니,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
제주도에 닿은 함선에서 가장 먼저 하선해, 나는 뒤를 돌아본다.
혁예 클랜의 함선 옆으로 정박하는 수호길드, 바람살길드 그리고 야금 길드의 함선까지 한눈에 넣고서-
“다시 함선으로 후퇴할 일 없게, 이번을 마지막 전투로 끝냅시다.”
모두에게 들릴 만치 크게 말했다.
가히 폭죽 소리만큼 크게.
“출전!”
그렇게 우리는 제주도로 돌아왔다.
이틀간 몬스터와 좀비의 사투가 벌어졌을 제주도로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