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64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64화
“정보 매입자의 목소리, 어디서 들어보지 않았습니까?”
“네?”
강예빈은 다시 주입된 [기억]을 떠올려 본다.
정보 매입자가 했던 말을 더듬어본다.
-여기서 브레이크를 터뜨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한국어다.
특징으로는 꽤 유창하다는 것.
“한국인?”
아니면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 외국인?
-지금은 일단, 누군가가 원죄자가 되길 바라지.
어디서 분명히 들어본 목소리인 것 같긴 한데…… 막상 떠오르진 않는다.
관자놀이를 질끈 누르며 떠오를 듯 말 듯한 기억을 더듬어보던 중.
박신혁이 먼저 정답을 말했다.
“엠버 세리아드.”
“아!”
맞다!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엠버 세리아드와 달리, 기억 속 인물의 한국말이 너무 유창한 나머지 놓쳤지만…… 말마따나 목소리만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때는 목소리가 엠버 세리아드와 매우 흡사했다.
아니, 그러고 보니 거의 똑같았다.
“맞아요! 엠버 세리아드랑 똑같은데요?”
알고 나니, 의문은 더욱 깊어진다.
-내가, 아니, 우리가.
그들은 분명히 다수였다.
“그, 그러면? 엠버 세리아드가 여러 명? 뭐, 뭘까요?”
“저도 모릅니다. 혹시 강예빈 클랜원의 미래에선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습니까?”
강예빈은 단언할 수 있었다.
“없었어요.”
더구나 엠버 세리아드는 칠악이었다. 정보가 더욱 베일에 감춰져 있는.
“체형이 비슷한 다수의 인원이 완전히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제 미래에서도 없었어요.”
“그랬군요.”
“그렇다면…… 뭘까요?”
“두 쪽 모두의 미래에서 밝혀지지 않은 걸 수도.”
턱을 쓰다듬던 박신혁은 물음을 물음으로 답했다.
“목소리는 누굴까요?”
강예빈 역시 의문을 늘어놓긴 마찬가지.
“엠버 세리아드 아닐까요? 왜 갑자기 한국어 실력이 늘었는지는 모르지만, 목소리는 똑같잖아요?”
“그때 엠버 세리아드는 확실하게 북쪽의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목격자는 100명이 넘고요.”
“…….”
그건 그렇다. 리조트로의 좀비의 유인이 안정화된 이후, 박신혁과 엠버 세리아드는 교대로 성벽을 지켰다.
즉 박신혁이 김우주를 따라간 시간엔, 정보 매입자와 이상 길드장이 조우하던 시간엔. 엠버 세리아드가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게 당연했다.
다만 이건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나?
비상식적인 일에 상식적인 잣대를 가져다 댈 수는 없는 법이니-
“그런데 다수잖아요. 만약에 엠버 세리아드의 복제 인간이 존재한다면…… 아주 비약해서 그렇다 치면은, 동시에 여러 곳에 있을 수도 있잖아요.”
“맞습니다. 다만 그게 엠버 세리아드인지는 또 다른 얘기죠. 특히나 제 미래에서 엠버 세리아드가 저에게 말했던 개인사가 있습니다.”
엠버 세리아드의 개인사?
“어머니라 부르기 싫은 어머니가 있다고.”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그 어머니의 이름은 강예빈도 안다.
후작, 엘리 세리아드.
“어느 날 미친 듯이 어느 ‘아이템’을 찾던 그녀의 어머니는 아주 갑작스레 의문사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요?”
“그녀의 어머니가 거의 쌍둥이처럼 자신을 닮았다고 했습니다. 목소리마저도.”
“나이 차가 있어도요? 목소리는 나이가 들면서 변하잖아요?”
“혹시 이가을을 만났다면? 이가을을 통해 노환을 치료했다면 어떻습니까?”
그렇다면 말이 된다.
“팩트만 따져본다면…….”
유사한 체형에 동일한 목소리를 가진 다수의 인원.
엠버 세리아드의 목소리를 가진 정보 매입자 무리.
박신혁의 미래에서 엠버가 전한, 어머니의 의문스러운 행적.
그러면 정보 매입자는 혹시-
“그리고 제가 정보 매입자가 엠버 세리아드가 아닐 거라 추측하는 데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사념의 중간에서, 박신혁의 첨언이 있었다.
“어떤 거죠?”
“적어도 정보 매입자 무리 중 적어도 한 사람은 이가을과 같은 원죄자여야 합니다. 아니면 원죄자와 정보를 공유하든가.”
“아. 판매 목록과 원죄의 보상 목록이 일치하니까.”
“네. 그런데 제 미래의 엠버 세리아드는 아예 원죄와 무관했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원죄에 무지했다는 것 역시 확실합니다.”
그가 바로 다음을 이었다.
“다만 엠버 세리아드와 똑 닮은 그녀의 어머니는 살아생전 어떤 아이템을 미친 듯이 찾고 있었죠.”
이가을이 [패리튼의 심장]을 찾던 것처럼?
“흡사 지금도 제 눈에 떠 있는 ‘실패 시 사망’이라는 시스템 메시지의 문구를 보고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느 원죄자처럼.
“엘리 세리아드가 원죄자인 동시에 정보 매입자면 전부 말이 되긴 하네요.”
그렇게 합리적인 추론을 내었을 때였다.
쾅!
“신혁! 여깄…… 다며?”
마침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원죄자, 이가을이었다.
“둘밖에 없어? 마침 잘됐네.”
이가을이 집안 곳곳을 뒤져 이곳에 박신혁과 강예빈만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대경한 목소리를 내었다.
“나 다음번 원죄의 기억 봤어! 엘리 세리아드 알아? 엠버 세리아드의 엄마!”
그리고 원죄자는 말했다.
“나 기억이 사라진 기간 동안에, 엘리 세리아드 밑으로 들어갔던 것 같아.”
* * *
5시간 후.
클랜 사옥 128층.
이가을의 집.
박신혁은 방금 수석비서관, 류진호가 전달한 USB를 꺼내 들었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자, 정부엔 이미 엘리 세리아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요청했었습니다.”
그게 이 USB다.
TV와 연결된 태블릿에 USB를 꽂고, 이가을답게 TV라기보단 대형 스크린에 가까운 TV 앞 소파에 앉았다.
““역시.””
짧은 감탄사를 내뱉은, 신용하는 두 여인이 옆자리를 차지한 건 그 직후가 되었다.
“객관적인 정보를 한번 훑어보죠. 누가 강예빈 클랜원의 미래에서 칠악인지.”
박신혁은 말했다.
“엠버 세리아드인지, 엘리 세리아드인지.”
TV로 곧 USB의 자료가 송출된다.
[엠버 세리아드 후작, 인물 보고서] [Confidential] [PW : *********]류진호가 했을까, USB에 부착된 스티커에 표기된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이내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답게 방대한 자료가 눈앞에 펼쳐진다.
“일단은 이가을 클랜원이 말한 재단에 관한 내용부터 살펴보죠.”
‘찾기’ 기능은 바로 원하는 정보를 TV의 화면에 띄웠다.
[세리아드 재단] [개요 : 세리아드 가문에서 출자한 자금을 바탕으로 각종 순수과학에 종사하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졸업 후 세리아드 가문이 운영하는 연구소 및 사업체에 몇 해간 종사하는 조건으로 큰 금액의 장학금 수여.]“뭐 이 정도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근로 장학생의 요건이네.”
“저도 많이 받아봤어요. 물론 어디 묶여 있는 게 싫어서, 그냥 교내 장학금만 받고 졸업했지만.”
이가을과 강예빈은 어깨를 으쓱했다. 추가 의견은 없다는 뜻이었다.
“일단 다음을 보죠.”
박신혁의 생각 역시 두 사람의 평가 동일했다.
드르륵.
바로 스크롤을 내린다.
[세리아드 가문의 가업] [2005년 SR 줄기세포 연구소 건립] [2009년 SR 물리 연구소 건립]……
[2011년 SR 신소재 Nano Paricle 개발원 건립]다음의 페이지.
“세리아드가 펼쳐놓은 가업이 상당하네?”
“그러니까 이상한데요?”
이번엔 강예빈이 의문을 표했다. 저렇게 과학 분야에 영향력 있는 재단을 여태까지 몰랐다고? 고등학교부터가 과학고인데?
“세리아드 가문과 재단은 알고 있었는데, 저렇게 광범위하게 순수과학을 지원하는지는 몰랐어요. 제가 순수과학 쪽에선 나름 정통한 편인데 왜 몰랐을까요?”
“글쎄요. 전 게이트가 터지기 전에 일이라면 아예 무지한 편이라.”
“…….”
“추가 의견이 없다면, 다음을 살피겠습니다.”
박신혁은 다시 스크롤을 내렸다.
[2018년. 세리아드 가문, 모든 사업체 및 연구소 지원 중단 및 정리]미약한 답변이 다음 페이지에 있었다.
근 십 년 전 일이었다. 강예빈이 아직도 학생이었던 시절.
“그래도 흔적은 남을 텐데…….”
여전히 찜찜함은 남는다. 강예빈은 말을 흐렸다. 선배가 예전엔 거기가 좋았다면서 자랑삼아 말할 법도 한데, 왜 몰랐을까.
“이번에도 추가 의견이 없으면-”
그때였다.
이가을이 다음 화면으로 넘기려던 박신혁의 손을 붙잡았다.
“저 때야. 신혁.”
“무슨 말씀이십니까?”
“엘리 세리아드가 나한테 접근했을 때가. 내가 대학교 3학년 때니까 저 때가 맞아.”
이가을에게 접근할 시기에 세리아드 재단이 모든 사업을 정리했고, 그리고 몇 년 후 게이트가 터졌다?
“시기가 공교롭긴 하네요.”
실제로 의뭉스러웠다.
[세리아드 대외활동 중단.] [세리아드 재단 소속 장학생 일부 실종.] [실종자 관련 논문 전체 삭제.]정부에서도 조사를 했었나 보다. 다만 해당 페이지에도 자세한 내용은 없는 걸로 보아, 철저히 은폐된 모양이지만.
“뭘까요?”
드르륵.
박신혁이 스크롤을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비로소 아는 과거가 나오기 시작했다.
[2023년. 인류 게이트 조우] [세리아드 각성자 등록 : F급 헌터]그리고 지금.
[현재 엘리 세리아드 사진]엠버 세리아드와 똑 닮은 엘리 세리아드의 현재 사진.
“아니야.”
사진이 화면에 나오자마자, 이가을이 격하게 고개를 젓는다.
[성녀, 이가을에게 노환 치료를 받은 것이라 극소수의 지인들에게 주장.]“아니야. 난 아니야.”
그 밑에 쓰여진 문구를 보며, 이가을은 단호히 부정했다.
“난 엘리 세리아드의 노환을 치료한 적 없어.”
* * *
전(前) SR 줄기세포 연구소.
현(現) SR 불법 인조 장기 판매소.
“당장 심장이 필요하다고?”
엘리 세리아드는 호흡기를 낀 채 유리관 속 수중에 자라는 어느 동양인 아이를 바라보았다.
“하…… 어쩔 수 없지. 세리아드, 그럼 부탁해.”
엘리 세리아드는, 알렉스였던 엘리 세리아드를 불렀다.
“뭐 첫 번째인 네가 하라면 하겠지만…….”
알렉스였던 세 번째 엘리 세리아드는, 첫 번째 엘리 세리아드와 똑같은 어조로 답하며 이능을 구사한다.
[시간 가속]이능에 따라 유리관 속 유아는 자란다. 조그맣던 팔다리가 어느덧 유리관의 반을 채운다.
3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신체가 발달하자, 세 번째 엘리 세리아드는 잠시 숨을 골랐다.
“성인은 돼야겠지?”
여기까진 쉽다.
이 이후부턴 제법 [보유 마력]을 많이 잡아먹는다.
“응. 거부반응이야 없겠지만, 이왕이면 튼튼한 심장을 갖다주는 게 좋겠지.”
세 번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아는바, 복제한 실험체의 본체는 32살.
적어도 성인의 육체까지 자라나게 한 뒤, 실험체의 심장을 적출해 본체에게 가져다주는 것이 베스트다.
그러나 그 본체에게 이만큼의 [보유 마력]을 투자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돈이야 많지 않아?”
다시 마력을 쏟아부으며 엘리 세리아드는 엘리 세리아드에게 물었다.
“이상 길드장한테 줬어야 할 SS급 마석을 팔아도 충분하잖아?”
첫 번째 엘리 세리아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알잖아? 돈도 돈이지만, 인맥 차원인 거.”
“북한이 그렇게 중요할까?”
“한국에 혼란이 필요한 걸 알면서 왜 이러실까. 보유 마력 아까운 거 아는데, 투자라 생각하자.”
“하…… 이 정도면…….”
“원죄 퀘스트가 이제 급하진 않잖아? 조금 더 안전하게 돌아가는 거지 뭐.”
“……그래.”
자문자답처럼 오르내리던 논의는 결국 첫 번째 세리아드의 결정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럼 갈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줘. 나는 다음 엘리 세리아드 돌보고 있을게.”
“고생했어. 혹시 모르니 이거 가져가고.”
탁.
첫 번째가 던진 [기억의 금고]를 받아낸 세 번째는, 이후 제3 실험체 보관실을 나가 제1 실험체 보관실에 들어선다.
그곳에 빼곡이 들어서 있는 백 개의 유리관.
101번째부터 199번째 엘리 세리아드가 될, 유아기의 엘리 세리아드.
뚜벅.
세 번째는 그들을 지나쳐, 100번째 엘리 세리아드 앞에 섰다.
“조금만 더 자라면 되겠다.”
눈앞의 100번쨰는 아직은 청소년기였다.
그리고 이왕이면 [마력 저항]이 없을 때 육체의 전성기까지 성장시켜 두는 게 좋다.
[시간 가속].세 번째는 오랜 시간 [보유 마력]을 쏟아붓는다.
엘리 세리아드의 시간을 빚는다.
결국 성체가 되는 100번째 세리아드.
이후 스위치를 조작해 유리관을 열고.
배아 줄기세포에서 성년이 될 때까지 수면제를 먹고 자란, 정신이 깨끗한 100번째 엘리 세리아드에게.
[등급] : 에픽, S급. [분류] : 소모성 보조 아티팩트. [속성] : S급 헌터 엘리 세리아드의 기억 출력.영혼을 불어넣어 주면.
“생일 축하해.”
또 다른 세리아드는 태어난다.
“엘리 세리아드.”
세 번째 엘리 셀리아드가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몸에 묻은 액체를 털어버리며, 100번째 엘리 세리아드 역시 싱긋 웃는다.
“반가워. 엘리 세리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