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78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78화
“하하하하하하하.”
난 우악스럽게 칠악의 팔을 당겼다.
마력적인 인력에 칠악은 저항 없이 내게 끌려온다.
나는 붙잡은 팔을 틀어 칠악의 등이 나를 향하게 한다.
“뭘 꾸몄어?”
팔을 위로 꺾어 올리며, 그녀의 상체를 아래로 찍어 눌렀다.
쾅!
내게 팔이 붙잡힌 칠악은 저항 없이 테이블 위로 얼굴이 처박힌다.
나는 허리를 굽혔다. 테이블 위 칠악의 뒤통수에 입을 가져가 대어 위협적으로 말한다.
“뭘 준비했냐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칠악은 꿈틀거리며 처웃기만 한다.
거친 웃음소리에서 대답하겠단 의지를 찾긴 힘들었다.
“말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퍽! 칠악의 뒤를 잡은 나는, 뒤통수에 [기억의 금고]를 박아 넣는다.
퍽! [기억을 담을 수 없습니다.]
퍽! [기억을 담을 수 없습니다.]
……
퍽! [기억을 담을 수 없습니다.]
빌어먹게도, 단 한 번도 원하는 대로 되진 않았지만.
“곱게 죽진 않을 거야.”
결국 후두부 위로 주먹을 내려치는 것으로 일단락하였다.
퍽!
마지막 충격음과 함께 놈의 꿈틀거림은 그걸로 멈췄고, 나는 기절한 칠악의 복사체를 이 총괄팀장에게 인도했다.
“협회장한테 연락해서, 바로 수중 감옥에 가둬두라 하세요.”
각성자 중범죄자가 철저하게 무력화되는 교도소에 가둬두고서, 만약 다른 복제 인간에게서 정보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그때 꺼낼 생각이다.
“몬스터 남하.”
추궁은 그때 다시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되지도 않는 걸 붙잡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우리 쪽 대처는 어떻게 진행 중입니까? 임솔 길드장에게 바로 연락했습니까?”
“네. 지금 100대 길드 전부를 GOP로 불러들이는 중입니다. 80%는 완료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훈련의 성과가 유효했다는 것은 위안 삼을 만한 것이었지만, 불안감은 여전했다.
-확인된 위치(Witch)의 개체 수만 10개체, 차져의 숫자는 거의 일천에 다다르고…….
방금 칠악이 지껄인 말이 쉬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몬스터 남하와 엘리 세리아드가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지, 있다면 과연 단발성으로 끝날 것인지.
당장에 알 수 있는 건 없다만…… 난 거칠게 몸을 풀었다.
‘일단 닥친 일부터 하나씩.’
일단 몸을 움직이면서 생각하는 게 최선일 것은 분명했다. 고민할 시간만큼, 몬스터의 남하는 가까워질 테니까.
난 물었다.
“가장 위중한 지역이 어딥니까?”
“철원입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김우주는 지금 어딨습니까?”
임솔은 한창 바쁠 테니, 그녀 대신 날 격전의 현장으로 안내해 줄 김우주부터 찾았다.
“김우주 클랜원, 아직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총괄팀장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어째서요?”
되묻는 어조는 격양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즉시 강예빈 클랜원과 엠버 클랜원은 예정된 게이트로 이동해 주시길 바랍니다.
내 명령엔 김우주가 포함되지 않았다.
칠악의 방한을 앞두고 텔레포터는 당연히 게이트가 아닌 현실에 있어야 한다고 미리 지시도 했었거늘, 어째서?
“혹 사고라도 생겼습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복귀가 늦어서 혹시 알아봤는데, 강예빈 부클랜장과 엠버 클랜원도 게이트로 들어가지 않았답니다.”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았다? 셋 다 행방이 묘연하다?”
“네.”
“연락은요?”
“신호 자체가 가질 않습니다.”
“…….”
축 늘어진 채로 기절한 칠악을, 난 또 한 번 시야에 담는다.
-예언자는 어디까지 알고 있어요? ……이게 고작 시작이라 하면 믿을까?
계속해 예언자의 의견을 묻던 칠악의 경고가 신경을 긁는다.
칠악은 예언자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
“엘리의 수행원들은 뭘 하고 있습니까?”
“다수의 인력이 붙어 감시를 지속하고 있으나, 별다른 추가 보고는 없었습니다.”
“먼저 연락해 보세요. 보고가 없어도.”
나는 레스토랑을 나가, 곧바로 TAV에 올라탄다.
“철원으로 가기 전에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겠습니다. 이 총괄팀장도 계속해 2팀을 찾아보세요.”
빠르게 치솟는 부유형 자동차 위에서, 아래의 이 총괄팀장을 내려다보며 단호히 말했다.
“그리고 어떠한 이상이라도 발견되는 즉시, 제게 보고하시기 바랍니다.”
* * *
아티팩트 숍.
지하 3층, 주차장.
시간이 멈춘 이곳은 고요하다.
시간에 붙들려 공간에 박제된 사물들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왜 여기에?”
김우주의 말은 쉽게도 울려 퍼졌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를 뜯고 들어온 지하 3층의 빈 공간은, 금세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가득 찬다.
“보고가 된 것입니까?”
엠버가 강예빈에게 묻는다.
“여기의 게이트가…….”
게이트.
지금 눈앞에서 제 존재를 선연히 발하는, 벽과 바닥을 뚫고 나온 이 빛무리에 관하여.
“협회에 이미 보고가 된 것입니까?”
쾅! 발을 거칠게 굴렀다.
게이트에 먹혀 내용물이 비어버린 땅은 쉽게도 꺼진다. 드러난 땅밑엔 온통 빛으로 가득하다.
그 일부만으로는 전체를 짐작하기 어려울 만치 거대한 크기였다.
“이 정도 크기면 적어도 S10급 아닙니까? 혁예 자치구 안에 있는 이만한 걸 놓쳤을 리는 없지 않습니까?”
“…….”
“박신혁 클랜장이 이미 클리어한 게이트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빛무리의 크기가 조바심을 유발한다.
“혁예 자치구 안에 있는 S10급 게이트의 존재를 엠버 씨가 모를 수가 있을까요?”
혁예 부클랜장, 강예빈의 대답도 떨려오긴 마찬가지였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몰랐습니다. 보고된 바도 없는 걸로 알아요.”
한국의 게이트에 관한 정보는, 박신혁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를 비교했을 때 어떠한 차이점도 없다.
시간이 멈춘 와중에 유일하게 일렁거리는 이 게이트는, 그 둘 모두가 모르는 완전히 이례적인 존재인 것이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전 이 S10급 게이트가 이 시기에 여기 있었다는 것을 지금 알았어요.”
예언자의 말에는 강한 무게가 담겼다.
“그러니까 이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누가? 어떻게?
모두의 머릿속엔 그러한 의문이 떠올랐으나, 오래가진 않았다.
답을 찾아내긴 어렵지 않았다.
이미 정황은 상당히 드러나 있었으므로.
“그래서예요.”
게이트의 불빛에 불안한 낯빛을 드러내며, 강예빈이 먼저 의견을 말했다.
“엘리 세리아드의 수행인이 사라진 게, 이것 때문이라면 그럴싸해요.”
김우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으니-
“이 게이트를 인위적으로 생성한 거라면, 충분히요.”
“맞아. 신혁 씨가 제주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둘의 의견은 일치했다.
“곧 여기서 몬스터가 튀어나오겠지.”
“곧 여기서 몬스터가 튀어나올 거예요.”
S10급 게이트의 몬스터가, 곧 현실로 나올 거라고.
“……게이트를 생성하고, 몬스터가 출몰하기 전에 내뺐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어 엠버의 질문이 고요한 주차장 안에 퍼졌다.
“네.”
“그럼 어떤 몬스터가-”
“S10급 게이트라면 필히 위치(Witch)겠죠.”
강예빈은 그렇게 예상, 아니, 확신했다.
“그래서 엘리의 수행인이 이곳을 택했겠죠.”
그녀가 밟고 있는 땅, 혁예 자치구의 외곽을 가리키며 말한다.
“부유 도시에 가까운 만큼, 혁예 클랜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최적의 지정학적 위치이며.”
이미 칠악은 제주도에서부터 혁예 클랜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세계에서 면적당 각성자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죠.”
각성자마저 감염시키는 위치(Witch)가 가장 빠르게 세력을 불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운이 좋았어요.”
고무할 만한 건, 이른 시기에 발견했다는 점이다.
“미리 발견 못 했다면, 참사로 이어졌을 거예요.”
미리 발견 못 했더라면, 아마 이 근처의 각성자는 전부 좀비가 되었을 거다.
각성자가 좀비가 되었다면, 비각성자의 좀비화도 마땅히 따라오는 수순이고.
“일단 근처 사람들을 전부 대피시켜야 합니다.”
강예빈은 [타임 슬립]부터 풀었다.
지금은 수행인을 찾는 일보단, 빠르게 주변 사람부터 대피시키는 게 옳을 터.
“이능부터 거둘게요.”
사출된 마력을 모두 거두자, 이능은 꺼진다.
끼이이익, 멈춰 있던 CCTV가 돌아가는 소리와, 위이이잉, 돌아가는 환풍기 소리가 지하 주차장에 다시 ‘시간’이 찾아왔음을 알렸다.
“김우주.”
그러곤 늦지 않게 김우주를 불렀다.
“가서 바로 신혁 씨에게 이 사실을 알려. 상황 전달하고, 바로 여기로 와달라 해.”
“네!”
다음은 엠버를 불렀다.
“엠버 씨.”
“듣고 있습니다.”
엠버에겐 미뤄왔던 어려운 얘기를 꺼낼 때였다.
“신혁 씨가 그랬다 했죠? 어머니를 적대할 수 있겠냐고.”
“네. 그랬습니다.”
“이제 곧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될 거예요.”
이 게이트를 엠버의 수행인이 설치한 게 맞다면, 언제 다시 조우해도 이상하지 않다.
칠악이 대놓고 혁예 클랜에게 발톱을 드러낸 이상, 혁예 클랜원인 엠버도 곧 흉수에 대해 알게 되리라.
“물론 엠버 씨 입장에선 어머니의 수행인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 억지로 상황을 끼워 맞추는 것으로 보일 순 있지만-”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을 끊으며 엠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씁쓸하게 웃었다.
“오늘은 상견례 날이니까요.”
“…….”
“하필 어머니가 한국에 입국한 날에, 하필 어머니의 수행원이 사라진 시간과 장소에서 이런 일이 생겼는데, 혈육이라 무작정 믿을 만큼 제가 순진하진 않습니다.”
“…….”
역시나 어려운 주제였다. 강예빈은 쉽게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원본을 아직 어머니라 부르는 복제인간에게, 온전한 진실을 전하는 데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
그렇게 뭐라 말을 덧붙일까 고민하던 중.
“저…… 부클랜장님?”
저를 부르는 김우주의 목소리가 어이없다.
“뭐 해? 너?”
강예빈은 당혹스러웠다.
“왜 아직 안 갔어?”
얘는 왜 아직도 여깄을까? 몇 번 ‘핏! 핏!’거리더니,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그를 보는 강예빈의 언성은 절로 높아졌다.
“지금 어물쩡거릴 때가 아니잖아!”
크게 다그치자, 김우주가 급히 연유를 밝혔다.
“아, 안 돼요.”
“뭐가?”
“텔레포트가 안 된다고요. 제주도에서처럼!”
제주도?
“여기 전역에 베리어라도 쳐졌는지,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어요!”
“그, 그게 무슨 말이야?”
“갇혔다고요! 나가려면 경계부터 찾아서 허물어야 하는데,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찾으려면 그게 시간이 걸리는지라-”
그때 김우주가 갑작스레 말을 끊었다.
“커, 커, 컥.”
그러곤 허공으로 떠오른다.
흡사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억지로 목을 잡고 들어 올린 것처럼.
그 거친 숨소리는, 결코 자의라고 해석할 수 없었다.
“뭐, 뭐야?”
뚜벅.
시간이 멈춘 흔적이 남아, 여전히 적막한 이곳에서.
뚜벅.
누군가의 발소리가 재차 울려 퍼진다.
강예빈은 발걸음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운도 좋지.”
짙은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이는 엘리 세리아드였다.
“일이 쉬워지겠는데?”
뚜벅. 뚜벅.
혼자가 아니었다.
발걸음은 하나가 아니었다.
“제 발로 걸어올 줄이야.”
갑작스레 수십 명의 사람들이 지하 3층의 공간을 찾았고-
“엘리…….”
그 전부는 온통 엘리 세리아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