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86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86화
여기 고철이 하나가 있다 생각해 보자.
고철을 인벤토리에 넣는 방법은 지금까지 한 가지였다. 고철 전체에 마력을 둘러 통째로 인벤토리에 넣었다 빼기. 인출과 수납의 단위는 언제나 완제품이었고, 예외는 없었다.
[이능의 속성 : 부분 수납(사물의 수납, 인출 부분화)]그러나 지금부턴 다르다.
[부분 수납]의 효능은 [인벤토리]에서 그 단위의 개념을 소거하는 것에 있다.고철의 반에만 마력을 씌우면, 정확히 그 반만 [인벤토리]에 들어갈 수 있다. 반이 갈라지는 것이다. 반은 현실에, 반은 [인벤토리]에 남아.
“반은 의미가 없지.”
물론 고철이 반이 된다고 해서 별다른 의미를 갖진 않는다. 반을 예로 든 것은 단지 예시일 뿐.
“훨씬 더 작게.”
요(要)은 ‘얼마나 작게 분해해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냐’가 될 것이다.
[마력] : 97.통상 이능의 정교함은 [마력]이 결정하고, [마력] 수치가 97에 달하면, 아주 세밀한 마력 컨트롤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만 마력을 덧씌울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나는 사물을 쪼개고 쪼개고 쪼개 [인벤토리]에 수납과 인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단계부터.”
나는 [인벤토리]에서 준비한 알루미늄을 꺼냈다.
이를 통해 알루미늄을 현대의 공정으로도 만들 수 없는 아주 작은 미립자로 쪼개어 다시 [인벤토리]에 넣는다.
[극한의 마력 통제가 ‘중립물 수납’과 ‘부분 수납’의 한계를 이끕니다.] [스킬 ‘분진 수납’이 스킬 목록에 추가됩니다.]시스템이 정의하는바, 분진(粉塵).
몇 톤짜리 알루미늄은, 전부가 분진의 상태로 분해되어, 내 [인벤토리]에 적재된다.
그 공정의 시간은 짧다.
수 톤의 알루미늄 금속이 전부 0.000001g의 미립자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마력을 다루는 건 내게 가장 쉬운 일일뿐더러, 이미 전생에서 수억 번은 했던 익숙한 작업이었기에.
이후 나는 그것을, 아주 작은 알루미늄 분말을, 허공에 꺼낸다.
[스킬 점화 : 불씨 생성]어디에 꺼내냐 하면, 손 위에 생성된 불씨 위로.
화르르르르륵.
알루미늄 분말은.
그 반응성 좋은 금속의 미립자는.
극도로 커진 비표면적에서 비롯된 압도적인 폭발성은 지닌 분진은.
펑!
손 위에서 타오르는 불씨로 인해, 그 발화점을 넘은 에너지와의 접촉으로 인해, 즉시 활활 타오른다.
[분진 연소가 스킬 목록에 추가됩니다.]이는 미립자 하나가 만든 결과.
다시 말해 0.000001g이 초래한 결과.
반면, 나는 이 미립자를 톤 단위의 분량으로 갖고 있다.
얼마든지 더 꺼내어 그것 역시 타오르게 할 수 있다.
[스킬 ‘분진 연소’가 활성화됩니다.]한 뭉텅이의 분진을 추가로 꺼낸다.
새로 인출한 분진들이 기존에 있던 [분진 연소]와의 연쇄 작용으로 [인출] 즉시 타오른다.
“…….”
나는 오래된 기억을 회상하며 그 뜨거운 연소를 눈에 담았다.
[속성] : 폭발 저항 대폭 증가, 화염 저항 대폭 증가.손에서 터져 나오는 이 인위적인 화염은 내게 익숙한 것이었다.
[분진 연소]는 이미 전생에서 자주 써먹던 스킬이니.-저는 곧 아주 예민하고도, 아주 빠르게 반응하는, 무제한적으로 공급 가능한 폭탄이 생깁니다.
가공된 폭탄에는 수량의 한계가 있다. 반면 알루미늄은 철보다 흔한 금속으로, 내 공정을 거치면 가히 반영구적으로 공급 가능한 폭탄이라 할 수 있을 터.
[재생] 각성자이든, 트롤과 같은 비정상적인 재생을 하는 몬스터든, 세상이 망할 때까지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적들의 상처를 지지는 데에 큰 효용이 있었다.“그러나 그것만으론 아쉽지.”
다만 나는 이제 좀 더 공격적으로, 위력적으로 이걸 사용하려 한다.
[속성] : 원거리 마력 간섭 페널티 감소+유효 거리 증가.이제는 다르다.
이제는 굳이 손 위에서만 분진을 터뜨릴 필요가 없다.
여태껏 맘대로 허공에서 사물을 꺼냈듯, 분진 역시 내가 원하는 지점에서 원하는 만큼 [인출]할 수 있기에.
나는 먼저 말했다.
“전부 제 뒤로 물러나세요.”
이곳은 문경의 현장.
엘리 세리아드의 유인으로 이곳에 나타난 10개체의 위치를 앞두고 한 말치고는 매우 부적절하나, 혁예 클랜장이자 세계 랭킹 1위인 내 말에 토 다는 이는 없다.
“전부 후퇴.”
“박신혁 클랜장의 후방까지 이동.”
내 명령은 연합원들의 입을 따라 순차적으로 전파되었고.
“지금! 쏟아부어!”
곧 한예리를 비롯한 원거리 타격대가 쏟아내는 화력에 위치가 주춤하는 사이, 철수 명령은 순조롭게 이행되었다.
나는 그 즉시.
내 시야에 오로지 위치 10개체만 남는 즉시.
“전 인원 충격에 대비!”
분진을 대량으로 사방에 퍼뜨린다.
시야 구석구석, 위치가 타죽을 때까지 감히 벗어날 수 없게.
작디작은 분말이 위치의 폐까지 들어갈 만치 농도가 진하게.
이후 [점화]한다.
[스킬 ‘분진 연소’가 활성화됩니다.]퍼버버버버벙!
하나의 분진이 점화되자, 공기 중 농도 짙은 분진이 연쇄적으로 터지며 퍼져 나간다.
퍼버버버버벙!
수천억 단위의 분진이 동시에.
퍼버버버버벙!
대량의 산소가 연소된 후폭풍으로 일대에 광풍이 몰아쳐도 여전히.
퍼버버버버벙!
각각의 미립자가 만든 열기가 겹치고 중첩되는, 거대한 폭발이 발생한다.
[스킬 ‘분진 점화’와 아티팩트 ‘공간의 팔찌’의 속성이 연동됩니다. 최상위 스킬이 존재합니다. 스킬 결합이 진행됩니다.] [최상위 스킬, 분진폭발이 스킬 목록에 추가됩니다.] [스킬 ‘분진폭발’이 활성화됩니다.]“베리어! 전력 사출!”
그 발광으로 인해 온 세상이 하얗게 일변한다.
이는 사고로 일어난 밀가루와 알루미늄 분진폭발이 아닌, 내가 원하는 대로 발하는 인위적인 폭발.
폭발의 범위는 내 마력이 닿는 모든 곳이며, 지금 내 마력은 시야가 닿는 어디에도 있다.
3,000도에 이르는 발열이 모든 것을 녹인다.
격렬한 연소에서 비롯된 발열, 3,000도에 이르는 겁화.
1,000도의 용암보다 뜨거운 열기에 아스팔트는 진작에 녹았고, 콘크리트마저 녹아 흐르게 마련.
“더 뒤로 물러나!”
[배리어]마저 뚫고 오는 열기에 아군은 한층 더 뒤로 물러났고, 나 역시 [레비아탄의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고온을 체감한다.단지 거대한 폭발과 멀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보유 마력 : 19.8/89.1]물론 소모값이야 있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위력을 생각하면 도리어 싸게 먹힌다 할 수 있겠으나, 분명 수천억 개의 분진을 공정하고 인출하는 데엔 적지 않은 [보유 마력]이 쓰였다.
나는 [보유 마력]이 그쯤 남았을 때 폭발을 거뒀다.
분진이라는 연료의 공급을 멈췄다.
“전투준비.”
의지를 거둠에 따라 추가 폭발은 더 없는데도 분진의 연소가 전부 꺼지기까진 추가적인 기다림이 필요했고, 그 뒤에서야 나는 내가 만든 결과를 살필 수 있었다.
“끼에에에에엑.”
진피와 피하지방층까지 전부 타버려 근육만 남은 위치.
이전같이 흉흉하지 않았다.
S10급의 몬스터가 시뻘건 액체들을 온몸에 묻힌 채 녹아버린 지대에 기어 다닌다.
근육마저 손상된 이상 당연히 이전 같은 속도도 전무.
나는 [집광궁]을 꺼내 들었다.
겨냥하자마자 시위를 놓는다. 굼벵이처럼 기어 다니는 위치(Witch)의 머리를 향해.
에너지의 응집체는 열기를 뚫으며 나아간다.
“하나.”
반쯤 녹은 위치는 감히 피하지 못한다.
고온에 무르익은 위치의 신체에선 이전과 같은 저항도 찾아볼 수 없었다.
펑!
작은 마력만 담았음에도 쉽사리 머리는 터져 나간다.
“둘.”
기어 다니는 위치에게 계속해 화살을 쏜다.
“셋.”
추가타는 한 번도 필요하지 않았다.
“넷.”
시위를 놓는 횟수와 죽은 위치의 숫자는 늘 동일하다.
“다섯. 여섯. 일곱…… 열셋.”
열셋.
문경에 남아 있는 위치의 개체 수와 동일한 숫자. 다행히 그사이에 폭발에서 벗어난 위치는 없었다.
“위치 전 개체 사살. 문경 상황 종료.”
예천과 상주로 퍼져 나간 위치 2개체만 처리하면, 위치와 관련된 일은 끝.
나는 뒤를 돌았다.
멀찍이 떨어진 연합군의 얼굴엔 경악의 기색이 역력했다.
“……대단합니다.”
“앞으로 세계 랭킹은 박신혁 클랜장님은 열외하고 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투를 예상하고 왔겠지만 쉬이 끝난 전투 탓일까, 전장의 가운데서 드러나는 감정들.
“시, 신혁 님!
한예리마저 방방 뛰어온다.
“하대호 길드장도 없는데, 불이 났어요! 아니, 퍼버벙거리는 거대한 폭발이요! 어떻게 하신 거예요?”
“…….”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한 걸음 다가간 줄 알았는데 두 걸음 멀어지셔서 뒤처지는 것 같아 회의감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멋있었어요!”
“긴장 풀지 마. 전부 끝낸 게 아니니까.”
짐짓 목소리도 깔았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녀의 고운 미색에 전장의 긴장감이 옅어지길 바라지 않았다.
“바로 인원을 둘로 나눠 예천과 상주로 이동하겠습니다.”
모두가 듣도록 큰 소리를 내어, 승리의 여운을 짧게 마무리 짓는다.
“이 총괄팀장님.”
이어 결과 통보를 위해 이어셋으로 이 총괄팀장을 불렀다.
“현재 문경에 출현한 위치 13개체는 모두 사살했습니다. 연이어 인원을 나눠 바로 예천과 상주로 이동하려 합니다. 해당 상황을 정부에 전파하고 예천과 상주의 상황을 제게 직통으로 전하라 일러주십시오.”
-고생하셨습니다. 그런데 클랜장님.
그런데, 결과를 듣는 이 총괄팀장의 음색엔 기쁨이 없다.
-전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급히 보고드릴 사안이 있습니다.
“듣고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양구가 무너졌습니다.
양구? 의아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양구가 왜요?”
양구에 배치된 이는 무려 주진헌이다. 그의 버티는 능력은 발군이었고, 시너지를 위해 바람살 길드의 1팀마저 그곳에 배치했다.
하여 내가 가장 안심하는 지역이 바로 양구인데, 양구가 왜?
-각성자를 잡아먹는 괴인이 출현했다 합니다. 문제는 괴인의 무력인데…… 혼자서 이상 길드장을 포함한 이상 길드 전체와 바람살 길드의 1팀, 그리고 그곳으로 파견 나간 10대 길드의 모든 병력까지 사살했다고 합니다.
식인, 몬스터 남하, 압도적인 무력.
-또한 S급 각성자로 추정되는 10인까지 동반했으며-
“혹 괴인의 이름은 파악했습니까?”
-네. 그 10인이 괴인을 이철만 길드장이라 불렀다 합니다.
그리고 그 키워드들이 가리키는 대상, 리철만.
그의 등장에 나는 표정을 굳혔다.
“피해는요?”
-양구의 생환자는 한 명입니다.
“……누구입니까?”
-주진헌 클랜원이 돌아와 자세한 상황을 알렸습니다.
주진헌이 살아 있다는 안도와 헤어릴 수 없는 사상자의 규모에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쓰린 속을 달래며, 바로 한예리를 불렀다.
“한예리.”
“네? 왜요?”
“여기 있는 인원들을 전부 데려가면 위치를 처리할 수 있겠어? 시간이 걸려도 좋아.”
과한 명령은 아닐 것이다.
아직 한예리의 성장이 다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예리가 위치(Witch)를 붙잡는 사이 연합이 공격을 퍼붓는다면, 각개격파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시간이 걸린다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럼 부탁하마. 각성자가 감염되지 않게만 조심해.”
“네. 그렇게 할게요.”
한예리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런데 신혁 님은 같이 안 가세요? 어디 다른 데 가시나요?”
이에 난 단언하듯 말했다.
“양구.”
그곳엔 위치보다 우선적으로 죽여야 할 게 있으므로.
“그곳에 있는 칠악부터 죽여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