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201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201화
나도 솔직하게 인정할 건 인정했다.
나와 리철만의 전투를 토대로 나를 상대하기 위해 설계된 저 [포식] 각성자는 내게 상당히 까다롭다고.
쾅-!
나는 발밑에 폭(爆)을 터뜨리며 밤하늘을 가른다.
쾅-! 쾅-! 쾅-!
여태껏 늘 그래왔듯, 내가 원하는 곳에 차폐막을 꺼내고, 연신 그곳을 박차 가속을 이어간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비행은 나만의 장점이 아니었다.
파바바박!
엘리 역시 내게로 [비행]한다.
극에 달한 [비행]으로 마중 나온다. 마력을 터뜨린 추진력으로 재차 가속하는 내게 결코 뒤처지지 않는 속도로.
쾅!
강릉의 끝 지점에서 출발한 ‘나’와.
파바바박!
반대편 끝 지점에서 출발한 엘리는.
““죽어!””
긴 밤하늘의 절반을 가로질러, 불과 몇 초 만에 서로에게 다다른다.
파바바박-!
팽창파에 의한 수증기 응결로 새하얀 궤적을 남기며, 공기를 찢는 파공음을 흔적 삼아 서로에게 향하는 우린.
밤하늘의 한점에서.
서로의 경로의 끝에서.
콰아아아아앙-!
12번째 충돌을 일으킨다.
“…….”
파아아아아.
공간이 일렁였다.
서로가 가져온 충격량을 서로에게 전한다. 서로가 돌진했던 반대 방향으로 거칠게 튕겨져 나간다.
파바바방-!
충격파는 공간을 일렁이며 사방으로 퍼진다.
넓게 퍼진 충격파가 바다에 닿으니, 촤아아악, 바다에서 오른 물보라는 상공으로 높이 치솟는다.
우리에게까지 닿는다.
“리철만을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엘리는 저에게 주어진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치솟은 물방울은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 엘리의 통제하에 그녀의 주변에서 잠시 속박되었다가-
“제발, 이것으로 죽어.”
일제히 내게 쏟아진다.
달무리를 이루던 수억 개의 물방울이 일제히 내게.
실로 수평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격.
단, 그 속도는 빗방울의 낙하 속도를 가뿐히 뛰어넘었으며, 마력을 머금은 하나하나의 충격량은 질량이 작다 하여도 무시할 게 못 된다.
위협적이다.
허드만의 [물]을 두 단계 정도는 뛰어넘어 보였다. 속도와 범위가 S급의 이능을 뛰어넘었다.
그대로 받아내기엔 무리다.
‘전부 태워야 해.’
나는 완충 지점을 계산하여 그곳에 분진을 꺼내었고, [인출]과 동시에 [점화]한다.
콰가가가가강-!
내 의지에 따라, 연신 분진폭발이 터진다.
번쩍-!
그믐밤의 밤바다는 번쩍였다.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강릉의 밤하늘은 지금 낮보다 밝다.
콰가가가가강-!
……
콰가가가가강-!
몇 번이나 분진을 꺼내어 태웠을까.
살인적으로 쏟아지는 물방울을 몇십 번을 받아냈을까.
치이이이이익.
연신 울려 퍼지는 굉음은 수증기를 태우는 소리와 함께 결국엔 그쳤다.
평소라면 아직도 타오르며 일대를 녹여야 하건만, 엘리가 제어하는 [물]을 태우는 데에 열기를 소모하곤 빠르게 꺼진다.
[분진폭발]은 짧았다.남은 것은 후끈거리는 안개뿐.
[물]과 [폭발]의 결과로 이곳은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았다.다시 어두워진 밤하늘 아래 뜨거운 안개 속에서 나는 [레비아탄의 눈]을 뜬다.
[액티브 스킬, 레비아탄의 눈(左眼) : 에너지 가시화]나를 찾는 듯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엘리를 똑똑히 응시한다.
안개 너머로 파랗게 타오르는 마력 덩어리, 엘리, 그 농밀한 에너지의 집체가 어디에 위치했는지 확인한 뒤엔.
[속성] : 에너지 응집 후 분출.그곳으로 집광궁을 조준한다.
온갖 원기와 마력을 담아서, 그대로 엘리를 향해 쏘아낸다.
파아아아악!
안개가 걷어지기 전, 마력과 원기가 섞여 자색으로 빛나는 에너지의 응집체가 유성처럼 밤하늘을 가른다.
벼락같이 허공을 나아간 빛살이 안개를 뚫고서, 쾅! 엘리에게 명중하는 것과-
“…….”
엘리의 고개가 나를 향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눈빛이 서늘했다.
적어도 엘리에겐 기습에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뒷목을 타고 오른다. 바로 움직였다. 자리를 뜨는 곧장 아래에서 거대한 질량이 덮쳐온다.
파아아아악-!
건물만 한 두께로 득달같이 치솟는 물기둥이 그곳을 휩쓴다.
‘위험해.’
아마 엘리 역시 전력을 다한 듯싶었다. 피하고자 하였으나, 범위가 너무 넓었고 또 너무나 빨랐다.
있는 힘껏 차폐막을 박찼지만, 결국 다리 쪽이 걸렸다.
빠드득.
다리뼈가 모두 박살 난다. [레비아탄의 피부] 위로 마력까지 덮었음에도.
하체에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물기둥에 튕겨져 안개 속으로 진입한다. 휙휙휙! 몸이 통째로 회전하니 시야는 빙글빙글 돈다.
세상이 핑그르르 회전한다.
회전 반대 방향으로 차폐막을 꺼내어 연신 강타했다. 회전의 반대 방향으로 브레이크를 걸자 조금씩 회전은 느려졌다.
수십 번을 반복해서야 어질어질한 시야를 바로잡을 수 있었고.
나는 머리를 흔들며 앞을 보았다.
초점이 잡힌 정면엔 곧장 엘리가 있었다.
““…….””
허벅지 아래가 사라진 엘리가, 고통에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서 나와 눈을 마주한다.
멀지 않은 거리였다.
슈우우우웅.
나는 나아가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엘리와 나.
양쪽 다 하체가 박살 난 채로, 이윽고 우린 맞닿는다.
다만 아까보단 느리게.
아까와 달리 우리는 튕겨져 나가지 않았다.
13번째 충돌은 근접전이었다.
멀쩡한 양팔로나마 서로를 노린다.
서로가, 지독하게 서로가 죽길 바라는 살수를 펼친다.
퍽!
마력을 잔뜩 담은 검으로 엘리의 왼편을 찔렀다. 엘리가 왼손을 들어 막았다. 장검, [베르세르크의 탐욕]은 엘리의 손바닥을 뚫고 들어가다 어느 지점에서 막혔다.
괜찮다. 나는 내 전력을 여기에 쏟아붓는다.
가장 거칠게 울어대는 공명(共鳴)을 선사한다.
우우우우우우웅.
이어 분해되기 시작했다.
내 검은 엘리의 [내구]와 [철갑]을 뚫고-
“아아아아아악!”
[재생]하는 족족 엘리를 분해시키며, 점차 엘리의 몸통 쪽으로 가까워진다.반면 내 오른쪽은 반대의 상황.
엘리가 찌른 검을 응수하였으나, 단발적이다. 그 이후의 연격을 막지 못했다.
밥 대신 Coin을 처먹었는지, 신체 스펙 자체는 엘리가 높다. 그 괴랄한 스텟에 [괴력]과 [가속]이 더해지니 대처가 어려웠다.
퍽! 퍽! 퍽!
마력이 덧씌워진, 괴기한 힘으로 가속된 연격은.
퍽! 퍽! 퍽!
공명(共鳴)에 전력을 두면서까지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퍽! 퍽! 퍽!
대응의 절반은 무력화되었고, 내 왼팔은 서서히 엘리의 칼날에 저며진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왼편을 부수며, 이내 서로의 공격이 서로의 급소에 닿은 찰나.
퍽!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밀쳤다.
나는 왼팔이 다져진 채로, 엘리는 왼팔이 분해된 채로.
우리는 멀어졌다.
서로의 회복을 위하여, 잠시 소강상태를 맞는다.
““후우우우.””
한 모금의 산소라도 네게 내줄 수 없다는 듯, 서로 경쟁하듯 숨을 깊게 쉰다.
거리를 벌린 채로 다음 전투를 위한 복원을 시작한다.
나는 엘리에게서 방출된 [원기]를 [흡수]하며 왼팔을 복구했고, 엘리는 스스로 분해된 왼팔을 [재생]했다.
“…….”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무승부였다, 이번에도.
[원기 흡수]는 소모값이 없다. 내 회복의 원동력은 상대의 상처에서 비롯된 [원기]. 하여 [재생]을 거듭할수록 [원기]를 소모하는 엘리와 비교하면 회복에서만큼은 내가 우위를 점한다.단지 이것뿐이라면, 좋았겠지만.
반면 난 대량의 마력을 소모했다. 부족한 스펙을 메꾸기 위해 나는 늘 대량의 마력을 운용해야 했고, 동력원을 보충하기 위하여 마석을 깰 때마다 조금씩 내상을 입는다.
“…….”
13번이나 충돌했어도, 좀처럼 승부가 나질 않은 이유였다.
더 깊어지는 내상을 막고자 회로의 과열을 달랠 필요가 있는 나도, 서서히 느려지는 [재생]을 벌어야 하는 엘리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후우우우.””
격전 후의 기묘한 정적이 흐른다.
그저 상대보다 빠르게 회복되길 기다리며 서로를 노려보다……
“세계 1위라더니, 별거 없네. 얼굴이 거의 죽어가는데?”
엘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만 할까.”
가벼운 도발에 나 역시 입을 뗐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한 건 ‘나’이니, 나쁠 게 없으니.
“재생을 키우기 위해 그렇게 스스로 만든 복제 인간을 처먹고서, 아직도 피를 철철 흘리는 너만 할까.”
“설득력을 갖추려면 한 번이라도 날 이기고 나서 지껄이지 그래?”
어깨를 으쓱했다. 유치한 말장난에 순순히 응해준다.
“네가 만든 복제 인간을 처먹고, 또 다른 복제 인간을 팔아 얻은 Coin으로 성장한 너는, 그저 힘만 센 병신일 뿐이야.”
“요새 초등학생도 그것보단 고차원적으로 도발할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글쎄. 내가 너였다면 말이야.”
곧 준비한 때가 도래한다.
지금이라면 어떠한 의도를 내비치며 시간을 끌어도 좋을 듯하다.
“왜 내가 포로를 가로채 이곳으로 너를 유인했을까부터 생각했을 거야.”
저렇게 엘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내 말을 듣기만 해도 좋다는 거다.
“또 내가 너였다면, 적이 본인의 입으로 본인의 수를 내비쳤다면 이 생각부터 할 거야.”
검지로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생각 좀 하라고.
“아. 다음 수는 피할 수가 없겠구나.”
혹은.
“아. 다음 수를 피할 시간이 없겠구나.”
그러나 늦은 경고다.
이제 정말 때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늦었어.”
콰득!
나는 마석을 깨어 마력을 보충한 후, 아까처럼 나아간다.
쾅!
이번엔 [언옵테늄 보어텍스 쉴드] 들어 엘리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쾅!
수비만 전념하다가 상처를 내지 못해, [원기 흡수]를 하지 못해도 좋다.
쾅!
지금은 엘리를 붙잡아둘 수만 있어도 충분했다.
“바다.”
방패에 너머로 전달되는 거친 충격을 감당하며, 나는 이른 승리를 고한다.
“네가 유리한 너의 전장.”
네가 원하는 너의 전장.
“바다에서 이미 동수가 났다면 이미 네가 진 싸움이다.”
지금까지 승패가 나지 않은 거라면 사실상 끝난 승부라고.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마침 포효 소리는 바로 발밑에서 일었다.
“직접 보여주마.”
레비아탄.
옅은 달빛에, 강릉의 모든 바다를 집어삼킨 검은 그림자가 발아래에서 그 존재를 설핏 드러낸 즉시.
“본인이 택한 전장에서 어떻게 상대를 압살할 수 있는지.”
나는 방패를 치우며 엘리를 안았다.
푹. 엘리가 당긴 검극이 내 등을 파고들었다. 버틴다. 엘리가 도망가지 못하게 이대로 단단히 붙잡는다.
“여기가 바로 내가 택한 전장이며.”
이내 세상을 삼키려는 듯, 거대한 레비아탄의 아가리가 치솟는다.
크와아아아아악-!
은은한 달빛이 그 입안에 들어가기까지 실로 한순간.
“네가 죽을 곳이다.”
거대한 아가리가 강릉의 앞바다를 모두 집어삼킨다.
상공에 떠 있는 우리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