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206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206화
나와 임솔은 내륙으로 진입했다.
탁. 탁. 탁.
차폐막을 박차며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는 전속력으로 운행 중인 TAV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이 방향이 맞습니까?”
-맞아요. 계속 고원만 나올 텐데, GPS 추적을 켜두시면 게이트에 다다를 때쯤 제가 다시 알려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강예빈에게서 나아가는 방향에 끝에 또 다른 은신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엔, 거기서 한 번 더 속도를 올렸다. 엘리가 도망치기 전에 엘리의 은신처에 도착하길 바라는 심정이었다.
“임솔 길드장,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같은 채널을 공유하는 임솔에게도 내가 앞서갈 것임을 알렸다.
“위험한 비행형 몬스터는 미리 정리해 둘 테니 뒤따라오세요.”
-걱정하지 마. 설마 바람살 길드장이 몬스터 때문에 뒤처지겠어.
“노파심이라 생각해 주시길.”
콰아아아아-!
더욱 거칠게 마력을 터뜨렸다.
솨아아아아.
공기가 찢어지는 굉음이 사정없이 귓가를 때렸다.
내게만 들리는 소음이 될 순 없었다.
공기의 흐름에 예민한 비행형 몬스터가 내 존재를 놓칠 수는 없는 법.
끼에에에엑-!
곧 사방에서 비행형 몬스터가 덮쳐든다.
S09급의 블랙 와이번을 시작해 D급 몬스터의 코카트리스까지.
이 지역에서 단 한 번도 몬스터 토벌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저곳엔 온갖 몬스터들이 축적되어 있었다.
규모 역시 클 수밖에.
흡사 얼마 전에 있었던 몬스터 남하를 재현한 듯한, 그런 기시감이 들었다.
“……최대한 빠르게.”
물론, 양구의 몬스터 웨이브를 홀로 정리한 전적이 있는 내게 어떠한 고비가 될 순 없다.
난 거검에 마력을 담아 길게 퍼뜨린다.
비행하던 관성에 더해 전력으로 사출된 마력이 긴 청색의 사선이 되어 세상을 가르는 건 한순간.
촤륵.
그 빛이 저를 지나갈 때까지 비행 몬스터는 비행하는 자세조차 바꾸지 못했고.
쩌어어억!
청색의 선에 닿은 몬스터들은, 전부 그 선을 기준으로 갈라진다.
범위에 초점을 두었다곤 하나, 고도로 압축된 마력이 담긴 일격이었다.
수백의 비행 몬스터가 계절 끝의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진다.
나는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몬스터 떼를 관통했다.
끼에에에엑-!
물론 선으로 면을 채울 순 없는지라 아직 처리하지 못한 몬스터는 많았다.
그러나 곧바로 연격을 잇지는 않았다. 소위 말하는 몹몰이의 효율을 위해서다.
고개를 돌려 남겨둔 몬스터에게 시선을 둔 건 이를 두어 번 반복한 뒤였고.
적당한 크기의 덩어리가 되어 나를 쫓는 몬스터의 규모를 확인한 후엔-
[스킬 ‘분진폭발’이 활성화됩니다.]콰아아아아앙-!
전부 불태워 버렸다.
콰아아아아앙-!
S09급 몬스터인 블랙 와이번이 재가 될 때까지.
콰아아아아앙-!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발광 현상이 꺼진 뒤엔, 아지랑이 사이로 TAV 한 대만이 보였다.
남아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바다에선 레비아탄을 부리고, 육지에선 폭발을 일으키는 너를 인벤토리 각성자라 부르는 게 맞을까?
그렇게 드넓은 고원지대를 넘었다.
-신혁 씨. 거의 다 왔어요! 5㎞ 앞에 강이 보일 거고, 강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에 게이트가 있어요.
“네. 보입니다.”
곧 도착한 해당 게이트에 도착해서도 다를 건 없었다.
우선 지상형 몬스터까지 포함한 거대한 몬스터 웨이브부터 마주해야 했다.
“몬스터부터 정리하겠습니다.”
가까운 공중엔 연신 [분진폭발]에서 터져 나온 빛이 발광했고, 먼 지상에는 부유석이 우박, 아니, 운석처럼 떨어져 내렸으며, 이를 뚫고 근접한 괴물들에겐 마력을 담은 칼질을 선사해 주었다.
“내륙 쪽 C-201게이트 주변 정리 끝났습니다.”
후우욱.
연이은 전투의 끝엔 잠시의 소강상태가 찾아왔다.
나는 숨을 고르며 김우주부터 찾았다.
“김우주 도착했습니까?”
이다음 목적지가 아마 마지막 엘리의 은신처가 될 것이다. 마지막 은신처는 내가 직접 처리하면 되니 굳이 아군의 지원이 필요하진 않을 터.
아군을 불러줄 웜홀보단 미지의 지역으로 빠르게 나를 이동시켜 줄 김우주의 [텔레포트]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요. 주진헌 헌터와 강혁 부길드장과 함께 은거지 하나 처리하고 복귀 중인데, 가장 가까운 웜홀과도 거리가 멀어서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안타깝게도, 내 바람대로 되진 않았지만.
아쉬웠다. 김우주가 있다면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을 텐데.
“복귀 예정 시간까진 얼마나 남았습니까?”
-김우주도 마력 탈진 직전이라 그냥 움직이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그를 기다리는 것 역시 좋은 선택은 아닌 듯싶다.
“알겠습니다. 에티오피아 주변 우리와 우호적인 모든 집단에 포위망을 구축해 달라고 하세요.”
나는 미연을 대비해 최대한의 조치를 취했고.
-네. 혹시 몰라 에티오피아 주변국의 정부와 길드에게 전부 연락해 뒀어요.
“좋습니다. 그럼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저 멀리 임솔이 탄 TAV가 보일 즈음에 다시 발을 뗐다.
“임솔 길드장. 부탁합니다.”
-여긴 걱정 마. 나머진 알아서 할게.
여기서 내 할 일은 끝났다. 곧 도착할 임솔이 웜홀을 생성하면, 웜홀로 합류할 아군이 엘리가 은신한 게이트를 처리해 줄 것이다.
-북동쪽으로 가시면 돼요.
지도 앱을 켜 거리를 가늠해 보았다.
-에티오피아의 국경 쪽에 예전에 사용하던 긴 진지가 보일 거고, 거기에 마지막 은신처가 있어요.
“가깝진 않군요.”
마음은 다소 급해진다.
난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았으나, 어찌 됐든 시간은 흘렀다. 우리가 엘리의 기억을 토대로 남은 엘리를 박멸하고 있다는 사실이 [텔레파시]를 통해 모든 엘리에게 퍼지기엔 충분하게. 혹여나 빛을 본 바퀴벌레처럼 샅샅이 흩어지진 않을는지.
“더 빨리.”
좌우의 시야를 지운 경주마처럼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전진했다.
몬스터는 싸그리 무시했다.
이제 임솔이 합류할 일은 없다. 단, 1초라도 아끼기 위하여 전부 무시하며 직선의 경로로 나아간다.
차폐막이 부서져라 폭(爆)을 터뜨리니,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야는 휙휙 바뀐다.
단순히 이동만을 위해 마석을 얼마나 깨뜨렸을까.
그렇게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신혁 씨. 국경을 넘으셔야 할 것 같아요.
목적지인 은신처에 도달할 때쯤 이어셋으로 바라지 않던 소식이 들렸다.
-에티오피아 국경 쪽에서, 엘리와 잠시 교전이 있었어요.
결국 마지막 은신처에서 나온 엘리는 놓쳤다고.
-S급 각성자로 추정되는 3인이 남쪽에 배치된 에티오피아의 군 병력과 각성자를 전멸시켰다는데…….
“엘리가 맞답니까?”
-네. 숫자도 인상착의도 기억에서 본 엘리의 것과 일치해요. 서둘러야 할 것 같아요. 지금쯤 이미 에티오피아 남부 쪽으로 진입했을 거예요.
빠득.
이를 아득 물 만큼 아쉬웠다.
어떻게든 [텔레파시] 각성자에게서 기억을 뽑아내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남은 엘리야 결국 찾겠지만,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비될는지.
“저도 지금 국경을 넘습니다.”
복귀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생길 때까지 수색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나는 [원기]를 소모하며 레비아탄의 눈을 떴다.
“수색 시작하겠습니다.”
-네. 곧 여기 정리되면 남는 아군도 전부 보낼게요.
시퍼렇게 눈을 뜨고 사방을 살폈다.
”최대한 서두르라 전하세요.“
급한 마음과 달리, 좀처럼 엘리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생각은 점점 깊어진다.
‘엘리라면 어디로 갔을까.’
무작정 게이트 안에 들어갔을 수도.
적어도 이곳에 있는 모든 게이트를 뒤지기 전까진 안전할 테니.
‘아니면 더 멀리?’
그럴 수도 있다. 에티오피아는 각성자 전력이 강하지 않은 국가다. 일례로 4년 뒤에 멸망이 예정되어 있다.
이곳엔 엘리를 붙잡을 전력이 없을 것이고, 엘리로선 멀리 도망치는 선택지를 능히 택할 만하다.
‘어디냐, 엘리.’
어찌 됐든 엘리는 이곳에 없다. 흔적조차도.
오로지 개발되지 않는 순수한 자연과 처리하지 못한 몬스터만 즐비할 뿐.
1초, 1초가 갈 때마다 계속해 속이 답답해질 때 즈음.
“……?”
문득 저 멀리서 웬 각성자 무리가 [레비아탄의 눈]에 잡혔다.
수준은 높아 보였다.
[레비아탄의 눈]에 드러난 마력 총량으로 미루어 봤을 땐 적어도 S급 각성자.더구나 숫자는 셋.
놓친 엘리의 숫자와 동일하다.
볼 것도 없이 나는 움직였다.
거침없이 나아가-
곧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학살하는 어느 흑인 남성 하나와 마주했다.
“누구십니까?”
레비아탄의 피부를 거두고 인기척을 내니, 남성이 돌아본다.
“아. 반갑습니다. 박신혁 클랜장님.”
흔히 아는 유럽인의 이목구비에 옅게 그슬린 피부가 눈에 띄었다. 피부만 검은 코카소이드라 보는 게 옳을 외모.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보통 저런 생김새를 갖는다.
‘일단 도플갱어의 가면은 아니야.’
현지인인지. 이곳에 지원을 나온 건지. 에티오피아에 저런 전력이 어디서? 어디 소속인지.
여러 의문은 뒤로한 채 일단 급한 용건부터 꺼냈다.
“혹 이곳을 지나친 백인 여자 각성자를…….”
그러다 문득 남성이 걸친 아티팩트가 눈에 들어왔다.
“아, 혹?”
눈에 익다. 확실했다. 저건 내 손을 거쳤던 물건들이다.
“맞습니다.”
내 시선이 본인이 걸친 아티팩트에 닿은 것을 인지한 남성이 내게 깊게 고개를 숙였다.
“언제고 보답해야지 생각했습니다만, 이렇게 뵙는군요.”
나를 보며 깊게 허리를 숙이는 그의 예의에서는 깊은 공경의 감정이 드러난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박신혁 클랜장님.”
뚜벅.
그리고 그의 뒤에서 내게 다가오는, 검은 코카소이드계 여성.
“미리 손을 보태지 못해 죄송해요. 지금 이렇게 세 명을 빼는 것도 수단엔 큰 부담이 되거든요.”
에티오피아의 바로 위에 위치한 국가, 수단.
“아시다시피 아프리카의 몬스터가 육해공으로 침범해 오는 와중이라…….”
그녀가 걸친 모든 아티팩트 역시, 내가 웜홀을 통해 수단으로 넘긴 것들이었다.
“그래도 늦지 않게 출발해서 다행이에요.”
내게 한 걸음씩 다가온다.
철컥. 그 발걸음 소리는 흙바닥에서 난 것치곤 이질적이었다.
“…….”
나는 잠시 소리의 자취를 살펴본다. 바닥은 흙이지만, 그녀의 발자국은 금속이 되어 남아 있었다.
밟은 곳마다 구현되는 [변환].
실용적이지 못한 이능의 사용이었지만, 본인이 누군지 알리려는 의도라면 저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실물은 처음이죠?”
극에 이른 [변환] 각성자.
내가 지원한 아티팩트를 걸친 여성.
“당신이 준 지원 덕에 여태껏 수단을 지켜온-”
내가 전한 마력 회로의 흔적이 구석구석 몸에 남아 있는 여인.
“이자벨라예요.”
아직 입단하지 않은 예비 혁예 클랜원.
이자벨라.
“이걸로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녀의 뒤를 따라, 또 다른 흑인 남성이 웬 금속 동상을 끌고 온다.
챙.
거칠게 바닥에 내팽개쳐진 금속 동상은 전부 엘리를 닮았다. 아니, 그대로다. 엘리의 피부에 도금을 하면 저러할지.
“피부만 변환한 거라, 금속을 벗겨내면 클랜장님께서 찾으시던 이라는 걸 알 거예요. 이 흉악범의 이름이 엘리라고 했었죠?”
내가 뿌린 씨앗은 스스로 대성해.
“엘리는 제가 찾아 죽였습니다. 클랜장님.”
나를 찾아와 웃음을 피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