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210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210화
스으으읍. 하아아.
엠버는 레비아탄의 분비샘에서 깊게 호흡한다.
“원기란 게…… 쉽게 정의 내리긴 어렵습니다. 박신혁 클랜장님께선 ‘가공된 생명력’이란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만…….”
호흡을 방해치 않을 정도의 주진헌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그 여섯 글자만으로 이해하긴 어려우니, 쓰임새를 봅시다. 어떨 때에는 제 이능인 재생의 원료로 쓰이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폭발처럼 에너지를 발산할 때도 있습니다. 네.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죠. 또한…….”
자신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제 입으로 이런 말씀 드리긴 다소 민망하지만…… 제가 원기에 예민한 편입니다.”
그의 자랑 역시 생뚱맞은 게 아니었다.
그는 단지 이곳에 원기가 존재함을 말하는 것이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여기 레비아탄의 위장은 원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는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이 엠버를 낙담하게 한다.
그 원기가 가득 차 있다는 레비아탄의 배 속에서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으니.
“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틀간의 수련은 아무 소득이 없었다.
-마침 레비아탄의 배 속으로 언제든 출입할 수 있으니, 엠버 클랜원도 그곳에서 원기를 익혀보시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박신혁이 [원기]의 수련을 권했으니, 그가 놀랄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건만.
“마력의 경우 처음 게이트가 생겨난 날 바로 그 존재를 인지했었는데.”
마력의 경우 티끌만 한 변화도 감지할 수 있는데.
“원기는 아닙니다. 다루는 것은커녕, 존재조차 모르겠으니-”
원기는 아니다. 이틀이면 인정할 때도 되었다. 마력과 원기를 동시에 다루는 박신혁이 특별한 거라고.
이틀간의 훈련 결과로 엠버는 원기에 재능이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혹여나 박신혁이 실망할까 봐 계속 호흡만 할 뿐.
“저는 원기에 재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엠버 헌터님은 이미 마력을 잘 다루시지 않습니까?”
레비아탄의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원기를 들이켰다는 주진헌의 위로는 크게 와닿진 않았다.
얼핏 원기에 재능이 없다는 말을 돌려 말하는 걸로도 들렸다.
““…….””
엠버는 말을 고르다가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다. 주진헌은 재능 없는 이에게 노력을 부추기는 게 어려웠다.
둘에겐 어색한 침묵이 감돌 수밖에 없었다.
침묵이 슬슬 불편해질 때.
“엠버. 잘하고 있냐?”
“나갈 준비 해요. 벌써 이틀 지났어요.”
“별일은 없었습니까?”
각각 이가을, 강예빈, 박신혁이 분비샘의 안쪽에서 등장했다.
“오셨습니까?”
탐사를 마치고 온 이들의 등장에 엠버는 박신혁이 두고 간 스탠딩 조명을 켰다.
분비샘을 밝히는 조명이 그의 미소를 비췄다.
“어둡고 음습한 곳이라 적응하기 힘들었을 텐데 고생하셨습니다. 혹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항체가 난동을 부리진 않았습니까?”
“네. 없었습니다. 근처에도 오질 않았습니다.”
엠버는 성과를 묻기 전에 노력부터 칭찬하는 박신혁이 고마웠다.
들뜬 어조엔 그를 향한 반가움이 묻어 나왔다.
“괜히 잡음이라도 내면 엠버 클랜원의 수련을 방해할까 싶었습니다만, 다행입니다.”
그는 끝까지 수련의 결과를 묻지 않았다. 수련을 권한 사람이 그인 만큼, 가장 수련의 성과가 궁금할 이가 본인일 텐데도.
“좋습니다. 벌써 이틀이 지났으니, 바로 나가죠. 영국부터 가겠습니다. 그리고-”
언행에서 엿보이는 배려.
“미리 축하드립니다. 엠버 세리아드 후작.”
“덕분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엠버는 그게 좋았다.
* * *
세 시간 뒤.
세리아드 대저택.
엠버는 자꾸만 거울을 보게 되었다.
“…….”
거울 속 착복 중인 드레스가 어색하진 않았다. 어린 시절엔 어머, 아니, 엘리의 강요에 따라 늘 입어왔던 것이니까.
다만 가슴이 다소 답답하다. 스포츠브라를 할 때는 몰랐다. 드레스에 어울리는 것을 입어보니 이제야 체감한다.
침대 옆에 둔 인바디 체중계 위에 올라가 보니, 기존보다 2㎏이 늘어 있었다.
“사, 사, 살이…… 찔 줄이야.”
근력이 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 사이에 지방만.
S급 각성자인데 2㎏가.
고작 2㎏라 치부할 수 없는 게, 헌터가 고작 지방 때문에 몸이 무거우면 안 되는 법이었다.
반성의 의미로 엠버는 의식을 차린 후의 일주일을 돌이켜 보았다.
먹었다. 먹었다. 또 먹었다. 계속 먹었다. 레비아탄의 분비샘에서도 박신혁이 두고 간 식량마저 모조리 먹어치웠다.
“계속 먹기만 했었어.”
그 원인은 당사자인 엠버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먹어도 먹어도 여전히 무언가 허전했었다.
그래서 과식했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저 오랜 기간 의식을 잃어왔으니 몸이 영양분을 요구하는 거라고.
“이대론 안 돼.”
엠버는 거울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키가 큰 편인지라 외관상의 변화는 없다지만, 헌터의 체중 관리 실패는 크나큰 흠인지라, 이제라도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똑똑.
“세리아드 후작님. 도와드립니까?”
“아닙니다.”
바로 드레스의 자크를 잠갔다.
태연한 얼굴을 유지하며 방문을 나가본다.
“괜찮습니다. 이만 가죠.”
중학교 때까지 자랐던, 런던에 위치한 세리아드 대저택은 이제 낯설었다.
기존의 사치스러운 대리석 인테리어가 아닌, 편안한 목조 인테리어가 저를 반긴다.
-혁예 지원팀을 보내어 미리 대저택을 수리하겠습니다.
죽은 엘리가 남긴 흔적들은 최대한 지워져 있었고, 벽에 걸린 작은 장식품 하나하나까지 그리 말했던 박신혁의 배려가 깃들어 있었다.
모든 게 맘에 들었다, 당연히.
복도를 지나, 대저택에 어울릴 법한 웅장한 응접실에 들어섰다.
키의 두 배만 한 문이 열리자, 연신 축하가 쏟아진다.
“축하드립니다. 세리아드 후작.”
영국의 각성자 협회장.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여나 이전에 실수한 게 있다면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하하.”
영국의 총리.
“하하하. 결국 후작이 되어서 이리 볼 줄이야.”
바리튼, 영국의 공작.
영국에서 열리는 파티답게 익히 아는 영국인이 많았고, 그리고 그 끝엔.
“축하하네. 세리아드 후작.”
“여왕 폐하.”
척.
엠버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드레스를 입은지라, 늘어진 옷이 망가질 것을 알면서도 주저함 없이.
후작이 되었어도, 여왕에 대한 기사의 예의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일어나게. 후작이 되어서도 그러면 내가 민망하지 않겠나.”
여왕이 직접 손을 잡아 올린다.
그녀의 지위를 생각한다면, 지극한 호의였다.
“고맙네. 영국을 지켜줘서. 자네가 큰일을 해주었다고 들었어. 전(前) 세리아드 후작, 크흠. 아니, 엘리의 본거지에 침투해 가장 중요한 포로를 빼내었다고 들었다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입니다.”
“아니지.”
여왕은 근사하게 고개를 저었다.
“자네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자넨 거기에 목숨을 걸었지 않나.”
“그건 그저 제가 부족해-”
“자네가 부족하다 하면, 그건 기만이야. 알겠나? 그래. 의식을 꽤 오래 잃었다고 들었는데, 몸에 이상은 없는가?”
문득 과식과 허전함이 떠올랐지만, 여왕에게 고할 흠은 아니었다.
가벼운 미소를 지어냈다.
“예. 없습니다.”
“다행이야. 늘 지금과 같길 바라네.”
분위기는 훈훈했다. 뭇 영국의 헌터들을 이끈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았을 때보다, 훨씬 더.
자신을 위해 열린 파티라,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혹 왕세자는 보았나? 내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번듯하게 자라주었어.”
혹 후작위에 어울릴 만한 배우자는 생각해 두었는지.
“영국에 온다면 종종 들러주게. 언제 왕실에서 티타임도 한번 해야 하지 않겠나.”
다음에 언제 볼 수 있을지.
“내 승인서와 함께 선물도 가져왔으니, 기대해도 좋아.”
그런 관심 가득한 인사 후에도 여왕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단위가 분(分)인 여왕의 일정이 무려 30분이나 이곳에 할당되고 있었다.
여왕이 조심스레 다른 주제를 꺼낸 건, 그로부터도 10분 정도가 더 지날 즈음이었다.
“시간이 되면 안내 좀 해줄 수 있겠나?”
“안내라 하시면 혹 어떤-”
“자네의 클랜장한테 말이야. 처음 인사를 하는 것인데, 세리아드 후작이 다리 좀 놔줬으면 해.”
돌연 박신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혹 그가 불편해하진 않을는지. 여왕의 앞에서도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물론 불편한 부탁 같은 걸 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은 말게. 그저 호의를 전하고 싶은 것이야.”
다행히 나쁠 건 없어 보였다.
“그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굳이 사용인을 찾지 않았다.
박신혁이 어딨는지는, 사람들이 어딜 보고 있는지, 그 시선을 따라가면 되니.
주변의 시선을 따라 엠버는 앞장서 걸었다.
곧 연회장의 중앙에 다다른다.
뭇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그가 그곳에 있었다.
“엘리와의 전쟁에서 피해가 컸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레비아탄을 동반한 몬스터 토벌 지원은 전력손실로 인한 우방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귀족 파티에서 가장 귀족다운 모습으로.
“웜홀의 조건을 완화할 생각은 없습니다. 웜홀은 양방향 통로인지라 해당 지역의 불안전한 치안이 혁예 자치구로 넘어올 우려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상류층의 사회에서 가장 우뚝 서서.
허드만을 비롯한 최상위 헌터들과, 세계 각성자 협회장을 비롯한 권력자들의 중심에 있던 그는.
“클랜장님.”
“실례하겠습니다.”
자신과 눈이 마주친 즉시, 그를 둘러싼 인파를 파헤치고 마중 나온다.
뚜벅.
우월한 신체 비율을 담아낸 정장의 멋과 태로 모두의 시선을 당기며.
뚜벅.
이 넓은 영접실에서 저 홀로 빛나는 듯한 수려함을 자랑하는 그가.
뚜벅.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보며 다가와.
탁.
자신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
맨살이 맞닿아도 불쾌하지 않았다. 그가 하는 친밀감의 표현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바라는 것일 거다.
그가 그 자세 그대로 주변에 말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오늘 파티의 주인공은 엠버 폰 세리아드 후작입니다.”
여왕을 비롯한 모두의 앞에서 자신을 한껏 치켜세운다.
“많은 희생을 딛고 이겨낸 전쟁이었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전쟁 이전에도 우리 혁예 클랜은 엘리와 기나긴 신경전을 벌였으며-”
어깨가 곧게 펴지는 건 굳이 의식해서가 아니었다.
“그중 엠버의 대의적인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저택엔 800명에 달하는 S급 각성자가 채워져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엘리 세리아드는 결코 각국에 우호적일 수 없는 분명한 적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닿았음에도 위축될 수 없었다.
“대외적인 치하는 없었으나, 전 장담하겠습니다. 가장 큰 전공이 여기 있는 엠버에게 있다는 것을요. 그녀가 미래의 예견된 재앙을 막은 일등 공신입니다.”
짝. 짝. 짝.
짧은 연설에도 박수 소리는 요란했다.
“이분은?”
“영 왕실의 여왕 폐하이십니다.”
이후 그는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엠버도 박신혁을 떠나기 싫었다.
“반가워요. 혁예 클랜장.”
“아. 인사가 늦었군요. 죄송합니다. 혁예 클랜장, 박신혁입니다.”
여왕과 인사한 후에도.
이후 미국 부대통령이 레비아탄의 동선에 관한 부탁을 할 때에도.
몬스터 토벌 지원에 관한 청탁을 늘어놓는 각국의 정부 인사가 몇 번이고 다시 들를 때에도.
“축하합니다. 세리아드 후작.”
이름만 대어도 누구나 알 만한 그 모든 사람이, 그의 옆에선 자신에게 모두 축하의 말을 전한다.
명예는 타인의 인정에서 비롯된다. 매번 듣는 말은 결코 지겹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초대에 응해주셔서, 그리고 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세 시간 뒤.
파티가 끝나갈 무렵.
테라스.
“엠버 클랜원.”
박신혁의 목소리였다.
바람을 쐬러 나온 엠버는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밝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본다.
“오셨습니까? 클랜장님?”
“오해하지 않고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떠한 기대에, 그를 향해 몸을 전부 돌린 순간.
“……네. 듣고 있습니다.”
파티가 저물어갈 무렵.
이제는 단둘만 있는 자리에서.
“그저 앞으론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다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엠버 클랜원이 알기 바라는 차원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어쩌면 일생의 가장 행복할 순간 중 하나일 지금에서.
그는 여전히 따뜻한 미소로.
“혹 헌터 일을 그만두실 생각은 없습니까?”
“네?”
알 수 없는 말을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