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214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214화
“쿠에시 카눔바?”
뱃살이 늘어져 옷 밖으로 흘러나오는, 탐욕이란 단어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사내를 본 박신혁은 고작 그 한마디를 내었다.
“…….”
이후 박신혁은 그를 무시했다.
수단의 전 대통령이 내미는 악수는 허공에 머물렀다.
“사체와 Coin을 수거해, 필요한 건 알아서 쓰시고, 남은 건 전부 수단에 분배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신혁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성의 구석에 캠핑카 3대를 꺼내는 그의 눈길은 오직 주진헌을 비롯한 혁예 클랜원에게만 닿는다.
“그러고 나서 다시 보도록 하죠. 저는 먼저 이자벨라와 얘기 좀 나누겠습니다. 이자벨라. 잠시 시간 좀 내어주겠습니까?”
“마땅히요.”
이후 그는 이자벨라를 이끌어 하나의 캠핑카 안으로 들어가니, 자리엔 엠버, 주진헌, 강예빈 그리고 이가을이 남았다.
“엠버가 따로 있을 순 없으니, 강예빈이랑 같이 셋이서 내 캠핑카를 쓸게. 주진헌, 너는 제일 작은 캠핑카를 혼자 쓰면 되겠네.”
이가을의 제안에 주진헌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불만 없습니다. 아무렴 혼자 쓰라면야 작아도 환영하는 바입니다.”
“대신에 사체랑 Coin 수거하는 건 너한테 맡겨도 되지?”
“음…….”
주진헌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단의 치안은 딱 봐도 불안정해 보였다.
“그것도 그렇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특히나, 쿠에시 카눔바.
악명 높던 독재자.
몸집이 비대한 비만의 흑인 중년.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불량해 보였다. 흉터로 온몸을 도배했다거나, 몬스터의 뼈와 사람의 귀를 엮은 목걸이를 찼다거나.
물론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저 중 우리를 보며 환호하는 애꾸의 사내에겐 이미 목격한 행태가 있었다.
‘양심도 없나?’
그는 퇴각 신호가 울리기도 전에 직전 아군을 버리고 가장 먼저 도망친 자였다.
물론 몬스터가 무서워 도망칠 수야 있다. 그러나 미안해하고 있어도 부족할 판에, 저리 헤벌쭉 웃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검은 피부 아래 드러나는 하얀 이빨은 비열해 보였다.
“제가 가죠.”
이가을과 강예빈 모두 세계적인 랭커이나, 그래도 탱커인 자신이 가는 게 낫겠지.
“그럼 있다가 뵙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캠핑카로 들어가는 나머지 인원들을 뒤로하고, 주진헌은 다시 외곽으로 향했다.
와아아아아아-!
돌아가는 길은 혼자가 아니었다. 아직도 함성은 쏟아지는 중이었다.
5인이 나눠 받던 관심이 이제 본인에게만 쏟아지니, 더욱 격렬하게.
살아남은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이 모두 모였다는 수단답게, 사람이 정말 많았다. 졸지에 슈퍼스타라도 되는 듯했다.
아니, 세계 랭킹 3위가 되었으니, 이제는 이게 당연한 건가 싶지만서도.
“하하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돔의 바깥쪽에 위치할 즈음이었다.
“Tarajae! hadhih alhasharat almuthirat liliaishmizaz!”
“?”
주변에서 환호하던 이를 전부 밀치며 등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총기로 비각성자로 짐작되는 민간인들을 겨누며, 창대로 사정없이 밀치며 다가오는 어느 무장 집단.
그 무리의 선두에 선 이는, 예의 그 애꾸눈이었다.
“Jinheon Joo Hunter?”
대중을 밀고 나온 그가 어눌한 영어를 구사했다.
입가엔 여전한 미소를 단 채였다.
“……Yes. Any problem?”
“918 is good~!”
갑작스레 918이라.
“918?”
“Yes! Bus 918!”
918번 버스?
“Very Good! Food! Enjoy! At midnight!”
에꾸가 환한 미소로 전하는 어구.
음식, 즐겨라, 그리고 한밤에.
“Festival?”
저 인간의 행태가 어떻든 떠오르는 건 축제였다.
“Oh! Yes! Festival!”
격렬한 그의 동의까지.
일단은 맞게 해석한 것 같았다.
“…….”
주진헌은 꺼림칙한 미소를 유지하며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위험할 건 없다. 적어도 자신이라면 문제가 생길 수야 없다. 독을 비롯한 어떠한 암수든 [재생]에 무력화될 것이며, 강제적인 무력이 동원된다고 한들 자신은 세계 3위 랭커다.
일단은 곱게 물었다.
“Are you Inviting me?”
“Yes! Come! Come! ‘ala yujad shay’mithl hadha fi kuria?”
“…….”
“’iidhan ‘atayt liltawi, taeala. la tardu.”
짤막한 영어 뒤의 대답은 전부 아랍어였다.
낌새를 보아하니 그 축제에 관한 설명을 하는 듯한데.
“Okay. Okay.”
일단 그렇게 말했다. 저렇게 두면 계속해 자신을 길거리에 붙잡아둘 것 같아서. 손님으로 온 입장에서 묵살하기도 쉽진 않았고.
“Very~ Good!”
그제야 애꾸눈은 물러난다.
마지막까지 미소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일단 나쁜 의도는 아닌 것 같았다.
“축제라…… 내가 예민했나?”
환호하는 이들을 보면 확실히 축제 분위기이긴 했다.
최소한의 몬스터 웨이브를 감당했으니, 이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자축할 만한 일이리라.
“그래. 어쩌면 축제겠지.”
주진헌은 더 밝은 미소로 호응했다.
와아아아아아!
아무렴 한국에서 온 지원 물자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이들이었다.
우리의 방문은, 그들의 입장에서 삶을 구제해 주는 관대한 물주가 온 게 아닐는지.
좋게 생각하자.
이들의 졸전을 떠나, 자신들을 환영해 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애써 그리 확신하며 더욱 진한 미소를 머금는다.
환호에 감사하며, 내미는 손을 전부 붙잡아주었다.
그러나 몬스터가 클랜장의 분진폭발에 녹아내린 현장에 도착했을 땐.
주진헌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굳혔다.
“뭐야?”
생각을 달리해야 했다.
-사체와 Coin을 수거해, 필요한 건 알아서 쓰시고, 남은 건 전부 수단에 분배해 주시길 바랍니다.
수거해야 할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
정녕 아무것도.
사체야 전부 타버릴 수 있다 하나, Coin이라도 남았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와아아아아아아-!
Coin이 있어야 할 자리엔 환호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미친 듯이 Coin을 줍는다. 그 많던 인파가 이미 전쟁이 끝난 전장으로 이동해 제 주머니를 채우는 중이었다.
“…….”
몬스터에게서 나온 산물들은 전부 해당 몬스터의 처리자가 소유권을 갖는다.
지금 그 불문율이 대놓고 깨지고 있다.
이미 Coin을 주머니로 챙기는 사람이 한가득이니-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와아아아아-!
어쩌면 환호의 의미를 우리가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지킬 선이라는 게 있는데…….”
감사 인사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지원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머리는 복잡해진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 그런 속담부터 시작해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그런 명대사까지 떠올랐다.
“…….”
Coin을 잡고 즐거워하는 수단인을 보며 주진헌은 잠시 들떴던 기분이 가라앉았다.
* * *
이자벨라와 난 초면에 가깝다.
“제가 보냈던 회로를 보시면 알겠지만, 더 높은 등급의 회로에 도달하려면 마력이 지나는 길, 통도를 뚫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이능처럼 마력적 효과가 발현되는데…….”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놓은 뒤, 나는 어렵게 결론을 전했다.
“통도를 뚫으려면 간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어 주셔야 합니다.”
어려울 수밖에.
불순한 의도는 없다지만, 누군가에겐 초면에 마사지를 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이 들릴 수 있으니.
“아…… 네. 그럼 잠깐 집으로 돌아가 갈아입고 올게요.”
다행히 이자벨라에게 내 신용도는 썩 나쁘지 않은 듯싶다.
수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내게 좋은 일이었다.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녀가 나가고 대략 5분이 지나자, 똑똑, 다시 누군가 캠핑카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는 이자벨라였다.
이번엔 아는 얼굴과 함께였다.
“아, 혹 그때 엘리를 추살할 때 봤던?”
엘리를 추격했을 때, 이자벨라보다 먼저 마주했던 S급 각성자가 이자벨라보다 한발 앞서 캠핑카로 들어선다.
뒤따라오는 이자벨라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한사코 말렸지만, 기어이 따라오네요. 하……. 넌 인사부터 해.”
“알버트 브라운.”
단답형의 소개를 하는 그가 날 보는 눈길이 무슨 원수라도 보는 듯 흉흉했다.
위협이야 되지 않았지만, 난 물을 수밖에 없었다.
“호위가 맞습니까?”
“음. 네. 호위이긴 한데, 그 전에 가족이기도 해요.”
“남매? 이런 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둘 다 미남 미녀라지만, 서로 닮지는 않았는데?
“엄마가 달라요. 배다른 동생이죠.”
“아아. 그랬군요.”
납득할 만한 대답이었다.
한국에서야 드문 일이지만, 아프리카에선 종종 있는 일로 알고 있다.
“보통 남처럼 사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는데, 호위까지 자청하는 걸 보니 사이가 각별한가 보군요.”
진심이었다.
호위는 세계 1위 랭커 앞이라고, 주눅 들지 않았다.
나를 보는 남동생의 눈초리는 자못 매서웠다.
“네. 가족이어서가 아니라 알버트는 절 잘 따르고, 전 알버트를 수단에서 가장 신용해요.”
그래서인가 싶다.
처음 본 사람이 누나를 캠핑카 안으로 부른 것도 모자라, 이후 누나가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으러 집에 들르니, 남동생으로서 예민해진 것은…… 치안이 불안전한 이곳의 사람에게 필연적일지도.
“든든하겠습니다.”
난 대수롭지 않게 나를 향한 모종의 적의를 넘겼다.
기실 좋게 보기도 했다. 날 보는 눈길이 어떻든 간, 보통 이런 이들이 믿음직스럽다. 주진헌처럼.
“바로 시작하죠. 여기 누우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괜한 의심을 줄 것도 없이, 바로 통도를 뚫는 작업을 진행했다.
“말씀드렸듯, 꽤 아플 겁니다.”
뚜둑.
그녀가 눕자마자 마력 컨트롤로 이자벨라의 어깨의 혈을 뚫어버렸다.
으윽.
터져 나오는 신음은 거칠다.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안다. 나는 그녀의 신경을 돌리기 위해 그녀가 집중할 만한 물음을 던졌다.
“그나저나 쿠에시 카눔바는 왜 같이 있는 겁니까?”
“으으으. 자, 잠깐만요. 후우.”
“전에 들었던 바로는 이자벨라의 쉘터를 노리는 무장 집단 중 하나라고 들었습니다만.”
“으윽. 아아아. 얘기하자면 좀 길어서…….”
곧 이자벨라가 몸을 일으키더니, 정자세로 나를 마주한다.
“후우우우. 쿠에시 카눔바뿐만이 아니에요. 지금 수단은 여러 필요악과 공존하고 있어요.”
“왜입니까?”
그녀가 처연한 어조로 답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으니까요.”
* * *
수단, 밤.
주진헌은 침대를 뒤척였다.
-사체와 Coin을 수거해, 필요한 건 알아서 쓰시고, 남은 건 전부 수단에 분배해 주시길 바랍니다.
수행치 못한 명령이 자꾸 아른거린다.
물론 박신혁 클랜장님이 사정을 듣고 책잡을 이는 절대 아니지만……
“……아직도 안 나오셨나? 하기야 통도를 뚫는다 하셨으니.”
그래도 자신이 할 게 있었다.
클랜장님이 수단에 며칠 있는다고 했으니.
“몬스터 웨이브는 다음에도 있을 거야.”
다음에도 혁예 클랜이 수단의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준다면, 오늘 같은 일이 재발하면 안 될 것이다.
수단에서 혁예 클랜이 호구의 이미지로 남는다면, 형평성 논란이 생겨날 가능성은 다분하다.
모든 집단이 혁예 클랜의 도움을 필사적으로 바라고 있는 만큼 필연적이리라.
“클랜장님이 나오시기 전까지 적어도 분위기 파악이라도 해놔야 해.”
주진헌은 캠핑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순찰을 도는 어느 수단인에게 물었다.
“Where is 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