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221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221화
“에?”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뭔 소리람? 쿠에시는 박신혁에게 바로 따졌다.
“아직 다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웜홀로 제주도로 이주한 건 극소수였다.
이자벨라를 비롯한 그녀의 최측근뿐.
“네. 애초에 그리 예정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예정이라니?”
그러니 이상하다. 왜 여기서 이주가 끊겨? 수단의 전력 중 반이나 남았는데. S급 각성자인 내가 안 필요해?
“저도 이주를 희망합니다.”
“누가 당신의 이주를 받아준다고 했습니까?”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
물론 근래 이자벨라로부터 전달받은 건 빠른 완공을 위해 내성을 축소한다는 말이 전부일 뿐, 제주도 이주는 갑작스레 날아온 통보였다. 원래 제주도 이주 얘기는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데 자신도 수단인이지 않나.
“저는 한국에 가면 왜 안 됩니까?”
방금 제주도를 간 이들과 같은 수단인.
“같은 국적인데 왜 아까 그 사람들은 받아주고 전 안 받아줍니까?”
“이민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서요.”
“조건?”
쿠에시는 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역겨움을 감출 수 없었다.
“사람을 차별하십니까?”
박신혁이 이제껏 쓰고 있던 가면이 역겨워진다.
상대가 세계 1위의 랭커든 말든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는 왜 여기 남아야 합니까? 당신은 구할 여력이 있으면서 왜 모두를 구하지 않습니까?”
이 위선자 새끼야.
“당신이야말로, 왜?”
그러자 박신혁은 방금 자신이 한 말을 되풀이한다.
“왜 구할 여력이 있으면서 모두를 구하지 않았습니까?”
자신은 내려다보는 노란 눈엔 어느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왜 사람들에게 마약과 매춘을 권하며 Coin을 뺏었습니까? 왜 비각성자가 각성할 기회를 뺏었습니까?”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걸 저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그렇다고 인정할 순 없었다.
“강해질 수 있는 사람이 Coin을 독차지하는 게 왜요? 그게 이치 아닙니까?”
“강해지면 뭐 합니까?”
박신혁이 계속해 다그친다.
“싸우질 않는데. 같이 싸운다는 명목하에 이자벨라의 성안으로 들어왔으면서, 왜 같이 싸우지 않았습니까? 왜 사람들을 이용만 했습니까?”
물론 원래부터 그랬다. 혁예 클랜이 들어왔을 땐 아예 전투에 참여도 안 했다. 왜냐하면 전력을 아껴야 하니까.
그 대답은 삼켰다 당연히.
“그리고 왜 알버트를 죽였습니까?”
“그, 그건-”
다만, 이건 무조건 잡아떼야 한다.
“제가 안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하겠지요.”
박신혁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 위에 있는 아티팩트에서, [기억의 금고]라는 시스템 메시지가 보였다.
“본인이 관여 안 했다고 증명하실 수 있겠습니까?”
“…….”
“알버트와 관련된 기억을 전부 담는 데에 동의하시면 당신을 믿겠습니다.”
급히 화제를 돌렸다.
“제가 하지 않은 걸 왜 증명해야 합니까? 증명은 원고가 해야지요.”
“떳떳하진 않은가 보군요.”
“그, 그리고 사람들에게 Coin을 받은 건 서로 원하는 것을 교환하는 거래였습니다.”
“거래?”
“네. 서로가 원하는 거래였습니다.”
박신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무덤덤한 고갯짓이었다.
“제주도 이주도 그렇습니다. 전 당신에게 받고 싶은 게 없으니, 거래가 성사될 수가 없는 거지요.”
“…….”
빠드득.
그게 꼬투리를 잡는 걸로 들렸다.
쓰레기 새끼. 세계 1위로 마음이 좁은 소인배 새끼.
속으로 온갖 욕을 퍼부으며, 쿠에시는 가까스로 미소를 지어내었다.
“하하. 박신혁 클랜장님.”
어떻게 해서든, 빌붙어야 한다.
“저는 가진 게 많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더러운 일도 마다치 않고-”
“사양하겠습니다. 제가 지원해 준 식량이 마약과 매춘을 거래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꼴을 볼 순 없습니다. 수단에서든, 제주도에서든.”
“하하하…… 그러지 마시고…….”
감정에 호소해서라도.
“사정 좀 봐주시죠. 이자벨라까지 이주했는데, 저희만으로 수단을 어떻게 지킵니까?”
“뭐, 몬스터를 막고 농사짓고, 농사가 실패하면, 독이 든 몬스터 사체라도 먹어야겠지요.”
농사?
인중이 절로 길어졌다.
“? 식량 지원도 끊는다는 얘기입니까?”
“? 애초에 제가 당신한테 식량 지원을 해준 적이 있습니까?”
박신혁도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식량 지원은 애초에 이자벨라 클랜원에게 해오던 것이었습니다만?”
더 이상 표정을 지어내기 힘들었다. 쿠에시는 정색했다.
“적당히 해.”
제게 유리한 사실만을 짚은 박신혁에게, 결국 먼저 칼을 빼 들었다.
“갑질은 그만해. 좋게 말할 때, 그만둬.”
하는 꼬라지를 보니, 이 새끼한테 애당초 답은 정해져 있었다. 처음부터 자신을 배척하는 걸로.
“사람을 가지고 노니 재밌냐?”
그럼 마지막 수단만 남는다.
되든 안 되든 협박했다.
“우리도 제주도로 데려가든지, 아니면 지원을 내놔.”
세계 1위 랭커한테 칼을 들고 떼쓰는 격이란 걸 알아도, 살아남으려면 이 수밖에 없으니까.
“왜요? 제게 당신의 생사를 책임져 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까? 저한테 뭘 맡겨놨습니까?”
“내가 만만해 보이냐?”
놈의 대답에, 쿠에시가 검에 마력을 둘렀다.
궁지에 몰린 생쥐가 고양이를 물어뜯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훙- 여유롭게 나불거리는 놈에게, 검을 휘두르는 그때였다.
“웃기는군. 뭐든지 제 것인 것처럼 말하는 게.”
칼을 맨손으로 붙잡은 박신혁이, 시선을 틀어, 자신을 넘어서 저 멀리까지 바라보던 그 순간이었다.
“쿠, 쿠에시 님!”
멕스웰의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다급하다.
“성벽, 성벽이 사라집니다!”
곧바로 주변을 둘러본다.
핏! 핏! 핏! 핏!
성벽이 사라지고 있다.
“박신혁 클랜장입니다!”
핏! 핏! 핏! 핏!
누군가의 외침처럼, 주변을 휘둘러보는 박신혁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성벽이 사라진다.
자신을 지켜주던 철옹성이.
세계 1위 랭커의 이능, [인벤토리]라는 건 정황상 확실했다.
“돌려놔-!”
쿠에시가 다급하게 재차 박신혁을 찔러보지만-
“나한테 소리지를 때인가? 지금 뭐가 우선인지를 모르는 것 같은데?”
놈은 모든 공격을 단순히 맨손으로 버텨낸다.
쿠워어어어어어어어어-!
그리고 멀리서 몬스터의 포효가 들렸다. 성벽이 막아주지 않는 포효 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뚜렷했고.
쿠워어어어어어어어어-!
포효가 울리는 방향은 전 방향이었다.
“미, 미친 새끼.”
외성은 사라지고, 규모는 1/3로 축소된 좁아터진 내성 안의 상황이었다.
* * *
쿠워어어어어어어!
꺄아아아아아아악!
살기 위하여 내성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럼 잘 해결해 봐.”
핏!
그 김우주라는 텔레포터와 함께 박신혁은 사라진다.
“쿠, 쿠에시 님. 어떻게 할까요?”
쿠에시는 현실을 자각한다. 지금은 일단 저 웨이브부터 처리해야 할 때였다.
“내성부터 사수해-!”
애꾸눈, 멕스웰이 후퇴를 제안한다.
“박신혁마저 사라진 마당에, 몬스터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게이트 안으로 도망치는 건 어떻습니까?”
“뭘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막아야지!”
쿠에시는 단번에 거절했다.
“그다음은?”
“네?”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나왔을 때, 내성이 이미 몬스터에게 점령당해 있다면 뭐 어쩌려고!”
탈출 수단이 없는 한, 게이트 안에서 버텨봤자 상황은 악화될 뿐이다. 그건 그저 죽음을 뒤로 미루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게이트로 들어가 힘 다 빼고 현실로 나와, 다시 몬스터랑 싸울래? 상황은 지금이 제일 나아.”
지원이 없으면, 식량도 없다.
차라리 지금 내성을 사수하는 게 최선일 것이다.
“애들 사방으로 배치시켜. 난 동쪽으로 갈 거니까.”
해안이 위치한 동쪽.
박신혁의 레비아탄 지원 이후, 가장 몬스터가 적은 방면이었다.
“저, 저도 그럼 동쪽으로.”
“새끼야! 애들은 그럼 누가 지휘해!”
고함은 거칠었다. 어렸을 때부터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애새끼가 선을 넘고 있는 게 세상 마땅찮다.
“어차피 어디든 똑같아!”
멕스웰에게 고함을 지른다.
동시에 동쪽을 향하여 몸을 튼다.
퍽!
그러곤 누군가와 부딪혔다.
“뭐야, X발.”
웬 X발, 부랑자 새끼였다.
“사, 살려주세요.”
쿠에시는 인상을 찌푸리며 버러지를 내려다본다.
부랑자 새끼가 빌었다. 이해는 한다. 좁아진 공간에 들어선 사람이 하도 많으니 안 부딪히려야 안 부딪힐 수가 없지.
“야! 내성 안부터 정리해!”
그러니 로우킥을 갈긴다.
빠각! 각성자의 발길질에 부랑자의 정강이에서 그런 소리가 났다.
그대로 다리를 흐물거리며 주저앉는다.
“아아아아아악!”
부러진 정강이뼈가 살갗을 찔렀는지, 가격 부위가 아주 시퍼렇다.
“모두 잘 봐!”
그럼 되었다.
적어도 다리를 못 쓰게 되었으면.
“쓸모없는 애들부터 바깥으로 빼!”
내성은 좁다.
“고기 방패로 쓰라고!”
내성엔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아군이 위치하고, 내성의 바깥엔, 그 몸뚱이로나마, 몬스터의 시간을 잠시 지체시킬 수 있는 버러지들이 존재하는 게 옳은 전력 배치다.
“몬스터가 부랑자, 아니, 먹이를 먹는 순간, 우리는 전력을 쏟아붓는 거야. 알았어?”
모범 삼아, 부랑자를 집어 들어, 내성의 창문으로 던졌다.
쾅-!
날아가다, 언옵테늄 창틀에 머리가 꺾인 부랑자가 휘리릭 옆으로 회전한다. 힘없이 바깥으로 널브러진다. 죽었겠지. 상관없다. 어차피 몬스터는 죽은 시체도 먹으니까.
이 본보기가 신호였다.
“나가! 이 새끼들아! 여기서 다 같이 죽을 거야?”
그제야 상황이 제대로 돌아간다.
회색분자였던 새끼들이 밀려나고, 이곳엔 오로지 순혈주의자만 남는다.
“밖에서 싸우라고-!”
“저, 전 무, 무기도 없습니다.”
“X발, 니가 무기 팔아서 마약 산 게 내 잘못이냐?”
각성자가 밀쳐대는 힘에, 가하는 폭력에, 회색분자들의 반항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는다.
“전력 배치 완료했습니다.”
“그래. 너도 가서 한 구역 맡아.”
쿠에시는 동쪽에서 서쪽을 살피며 순혈주의자들을 지휘했다.
“몬스터가 온다! 대비해!”
몰려드는 웨이브의 선두와의 거리를 가늠해 본다.
“충돌 준비 10초 전!”
내성의 경계 기준으로 1㎞ 정도 되는 듯싶었다.
“충돌 준비 8초 전! 입구 사수해!”
근접 밀리가 내성 내부의 입구를 틀어막았다.
“충돌 준비 6초 전! 화력 사출 준비!”
주변에서 마력이 폭발한다. 원거리 타격대가 각각의 최선을 준비한다.
“충돌 준비 4초 전!”
-살려주세요!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내성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 비명을 지른다.
“충돌 준비 2초 전!”
방파제가 잠시 몬스터의 걸음을 멈춰 세운 순간, 순혈주의자들의 모든 전력이 쏟아질 것이다.
쿠에시는 이게 유일한 길임을 확신했다.
“쏟아부어-!”
그리고 충돌의 시간.
“?”
시간이 멈췄다.
“…….”
우리를 향해 공중에 몸을 띄운 몬스터가 허공에 정지한다.
내성 안의 순혈주의자들도 몸을 멈췄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 S급 각성자를 제외하고 전부.
“어어어어?”
다만 바깥의 버러지들은 움직인다.
“전부 웜홀로 들어가세요.”
그 앞엔 강예빈이 있었다.
[타임 슬립]을 펼친 그녀가 어느새 내성 바깥쪽에 생긴 웜홀 앞에서 버러지들을 웜홀 안으로 인도하고 있었다.“쿠에시 님?”
멕스웰과 시선을 교환한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따라가긴 어렵다만, 확실한 건 생로가 열렸다는 점이다.
“…….”
고개를 끄덕이며 웜홀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몰래 파고들어 웜홀로 들어가. 그런 뜻이었고, 알아들었다는 듯 멕스웰이 고개를 끄덕였다.
쿠에시도 움직였다. 시간이 멈춰진 틈을 타 조용히 내성을 빠져나간다.
아니, 빠져나가려 했다.
“말했잖나. 조건이 안 된다고.”
핏!
어느새 다시 나타난 박신혁이 뒷덜미를 붙잡지만 않았다면.
“놔, 놔! 나도 보내줘!”
쿠에시는 다시 한번 애걸복걸했다.
박신혁은 고개를 저었다.
“쿠에시.”
도리어 쿠에시의 뒷덜미를 놓아주며 말한다.
“괜한 변명은 하지 않을게.”
[인벤토리]에서 [공간의 팔찌]를 꺼낸다. [성장 조건] : 단위 시간 내에 동족 100개체 살해.다시 한번 업그레이드의 조건을 확인하고선-
“날 뭐라 불러도 좋다. 죽어서도 날 욕해도 좋아. 이 상황을 유도한 나를 위선자라고 불러도 좋아.”
강예빈에게 주었던 [공간의 팔찌]를 착용한다.
[성장 조건] : 단위 시간 내에 동족 100개체 살해.임솔에게 주었던 [공간의 팔찌]를 착용한다.
[성장 조건] : 단위 시간 내에 동족 100개체 살해.한예리에게 주었던 [공간의 팔찌]를 착용한다. 엠버에게 주었던 [공간의 팔찌]를 착용한다. 마지막으로 김우주에게 주었던 [공간의 팔찌]까지 착용한다.
“강예빈 부클랜장과 임솔 길드장은 지금 즉시 웜홀로 복귀합니다. 수단의 일은 저 혼자서 마무리하고서, 레비아탄을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양손에 검을 꺼내 쥐었다.
떠나는 동료에게서 다시 쿠에시를 향해 시선을 옮긴 채였다.
“날 악마라 부르며, 영원히 날 저주해도 좋으니.”
감정 없는 목소리는 메말라 있다.
“쿠에시. 만약 엘리의 말대로 우리가 한 번씩 죽었다면, 이후에도 또 내세에 있다면.”
정말로 내세라는 게 있다면.
“후회와 속죄는 내세에서 하마.”
시간이 돌아오는 즉시, 박신혁은 검은 휘둘렀다.
촤아아아아아악-!
각각 [마력]과 [원기]를 담은 청색의 선과 적색의 선이 세상을 양단하니.
털썩. 와르르르르.
내성과 그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은, 전부 반으로 분리되어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