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227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227화
김우주는 단 한 순간도 나타나지 않았다.
핏!
어떠한 마력 현상을 바로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핏!
김우주는 위기를 감지하고 바로 사라진다.
핏!
박신혁의 [인벤토리]에 비하자면, [텔레포트]의 전조 현상은 마치 나 여기 있다고 알리는 격이었다.
이전엔 종적을 따라가기 바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핏!
엠버는 그저 시선만 둘 뿐이다.
핏!
[텔레포트]마다 그와 눈이 마주치니-핏!
자신의 주변을 맴돌기만 할 뿐, 김우주는 단 한 번도 다가오지 않았다.
“그만.”
대련은 승리에 가까운 무승부로 끝이 났다.
[보유 마력 : 86.7/86.7]엠버는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았지만, 김우주는 분명 소모값이 있었을 테니까.
예상대로 창백한 얼굴이 되어 나타난 김우주가 감탄사를 내었다.
“와…… 박신혁 클랜장님과 강예빈 부클랜장님처럼 마력에 예민한 사람은 처음 봅니다.”
엠버는 시선을 돌려 박신혁을 보며 답한다.
“완벽한 지도 덕분입니다.”
시선은 고왔다.
이로써 그가 알던 미래의 자신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갔을까.
[24위 : 김우주] [5,912위 : Amber Von Seriad]랭킹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람에게 보내는 시선에, 감사와 애정을 담기는 건 자연스러웠다.
그의 끄덕임 한 번에 몸이 들썩이는 게, 그의 앞에선 마치 어린아이라도 된 것 같았다.
“잘해냈습니다.”
담담히 받아내는 박신혁이 차분한 음성을 내고서야, 엠버는 들뜬 감정을 갈무리했다.
“많은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보다도 잘해주셨습니다.”
그러고는 경청한다.
“아무래도 엠버 클랜원은 목표로 하는 대련 상대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공감하는 바였다.
확실히, 경쟁 상대가 있는 게 수련에 집중하기 좋았다.
“가장 적합한 대련 상대를 고르자면, 대련의 리스크는 없고, 뛰어넘으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상대가 좋겠죠.”
“추천해 주신다면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 상대는 강예빈 부클랜장으로 하죠.”
바로 다음 날.
또다시 한 사람만 바뀌었을 뿐, 대련을 위해 세 사람이 같은 게이트를 찾았다.
“대련 시작하겠습니다.”
강예빈과 자신을 마주 보게 한 박신혁은 대련의 시작을 알렸고.
“대련 끝났습니다.”
“…….”
잇따라, 그 끝을 말한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었다.
“네?”
한창 몸에 긴장을 불어넣던 엠버는 반문한다. 농담일까? 박신혁은 말장난할 사람이 아닌데 갑자기 왜?
“엠버 씨. 여기 보시겠어요?”
저를 부른 강예빈이 어디서 돌 하나를 주워 상공으로 던졌다.
“아시겠나요?”
그때였다.
탁.
두르르르르.
던져진 돌멩이 하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하늘에선 웬 돌멩이 하나가 떨어져 내려 바닥을 구른다.
“같은 돌입니다.”
정점을 향해 치솟아야 할 돌이, 웬걸 이미 낙하를 전부 끝내고 땅에 떨어져 구르고 있었다.
포물선을 그려야 할 돌멩이의 시간이 전부 생략된 채로 말이다.
“제 시간만 멈춰 있던 겁니까?”
“맞아요.”
아마, 자신의 의식이 [타임 슬립]에 멈춰진 시간 동안에.
“강예빈 부클랜장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엠버를 제외한 전부에 이능을 구현해 주십시오.”
고개를 끄덕이며 박신혁이 앞으로 나섰다.
강예빈으로 하여금 모든 것에 [타임 슬립]을 걸라 지시한 박신혁이, 그 대상으로 부유석 수천 개를 허공에 꺼냈다.
우우우웅.
그러곤 강예빈의 손짓에 따라, 떨어지던 수천 개의 낙하물이 전부 정지된다.
“…….”
별안간 우리가 있는 공간은 부유석으로 뒤덮인 반구 형태의 천장을 갖는다.
그 조그만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태양 빛에, 땀을 뻘뻘 흘리며 박신혁에게 집중하는 강예빈이 보였다.
“보시다시피.”
시간이 멈춰진 공간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걷는 박신혁도 보였다.
“미래의 각성자 전투에선, 이능이 무엇인지가 이전만치 주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는 천천히 걷는다.
“앞으로 인류가 마력 회로에 익숙해질수록, 더욱 그럴 것입니다. 마력 다툼. 이능이 구현되기 전에 상대가 이능을 견제하냐, 아니면 견제를 딛고 이능을 발현하느냐가 승패를 결정하게 되죠.”
그 지극히 여유로운 발걸음은, 허공에 멈춰진 나뭇잎 하나를 앞에 두고 멈췄다.
“이렇게 말입니다.”
박신혁이 나뭇잎을 툭 건드린 순간.
스르륵.
시간이 멈춰진 채로 공간에 붙들린 새파란 나뭇잎이 낙하한다.
어느새 [타임 슬립]은 완전히 풀려 있었다.
“늘 말씀드렸듯, 이능은 마력 작용입니다. 즉발형 이능이 아니라면, 방해는 물론 취소도 가능합니다.”
고개를 치켜드는 그의 시선이 반구 형태로 우리를 덮은 부유석 천장에 닿았을 땐, 후두둑, 그 많던 부유석이 일제히 우수수 떨어진다.
털썩.
떨어지는 부유석과 함께 강예빈이 주저앉았다. 그녀의 하얀 얼굴은 더 하얘질 수 있었다. 전력을 다했다는 것을 안색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가 아는 한, 강예빈 부클랜장은 현재 저 다음으로 마력을 잘 다루는 사람입니다.”
아무 공격 행위 없이, 단순한 마력 다툼만으로 강예빈 클랜원을 무력화한 박신혁은 상황을 정리한다.
“그녀를 이기긴 쉽지 않을 겁니다. 고된 훈련이 필요할 테니 다음 대련은 반년 뒤로 잡겠습니다.”
오늘의 패배를 상기시키며 다음의 기회를 제공한다.
“최선을 다해 강예빈 부클랜장을 따라잡아 보시길.”
엠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패배는 쓰지 않았다.
“네. 하겠습니다.”
저런 수준에 닿고 싶었다.
회귀자들이 보여주는 미래의 전투 방식에 자신도 참여하고 싶었다.
더불어-
[2위 : 강예빈] [5,912위 : Amber Von Seriad]이는 가장 큰 증명의 기회가 될 것이니.
* * *
삼 개월 뒤.
“미리 말씀드리자면, 가장 아플 겁니다. 이제껏 통도를 뚫리는 데에 있어서, 여태까지 겪었던 모든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격일 겁니다.”
“괜찮습니다. 통증을 잘 인내하는 편입니다.”
박신혁이 건넨 재갈을 입에 물고서, 엠버는 침대에 누웠다.
“그럼 등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곧 그의 손가락이 닿자, 그곳에서부터 그의 마력이 체내로 침투한다.
더. 더. 더. 계속하여.
그러다 수용할 수 있는 [보유 마력]의 한계치에 도달하자-
“지금입니다.”
그는 도리어 대량의 마력을 단숨에 체내로 밀어 넣는다.
그는 이 행위가 곧 찢어질 듯한 풍선에 한 번 더 공기를 밀어 넣는 효과라 했다.
팡!
실제로 터졌다.
마력을 머금은 생살이, 과포화된 마력을 감당치 못하고 찢어진다.
“흡!”
처음은 버텼다.
그러나 그 찢어진 생살 사이로 다시 그의 마력이 파고들어, 그 주변의 생살마저 연이어 찢어버렸을 땐.
“아아아아-!”
재갈은 소용없었다.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입은 닫히지 않는다.
눈물이 터져 나온다.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없는데, 오열이라도 하는 듯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엠버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대었다.
송곳으로 신경을 마구 찌르고, 거기다 소금을 뿌린다 해도, 이것보다 아플까.
“정신 차려! 엠버!”
의식마저 희미해지는 격통의 속에서.
제 이름을 불러주는 박신혁의 목소리를 간신히 붙잡아.
‘그만. 그만. 그만. 그만. 그만. 그만.’
이제 그만하라는 말을 수억 번 삼켜낸 뒤엔.
[마력 회로(A급)가 스킬 목록에 추가됩니다.]마침내 원하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다.
[마력 회로(A급) : 마력 증폭 및 안정성 보조]희뿌연 시야로 보이는 메시지에 성취감이 차오른다.
드디어다.
진작에 A급 마력 회로를 운용하던 강예빈 부클랜장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는 못 하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같은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으리라.
‘이걸로 이길 수 있을까?’
엠버는 한 번 더 욕심부렸다. 숨을 허덕이면서도 바짝 마른 입술을 떼어 원하는 바를 전했다.
“S급 마력 회로의 통도를 미리 뚫어놔도 상관은 없지 않습니까?”
“상관이야 없습니다만…… 버틸 수 있겠습니까?”
“아직 사용할 수 없다 해도, 네, 부탁드립니다.”
박신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새 자꾸 드는 생각인데……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엠버 클랜원이 가장 독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가장 빠르게 강해질 테니까요. 향상심이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연이어 해드리진 않았을 겁니다.”
곧 박신혁의 마력이 파고든다.
아직도 아린 부위였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게이트 안은 다시금 엠버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 * *
이 개월 뒤.
다음 단계를 위해 필요한 노력과 재능은, 많은 단계를 밟을수록 더 많이 요구될 것이다.
어떤 분야든 통용되는 이치일 것이고, 엠버에게도 그랬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검을 내려놓은 박신혁의 말에 엠버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더 오래 그와 함께하고 싶어서 하는 말만은 아니었다.
“한 번 더 봐주시겠습니까?”
엠버는 방금 박신혁이 펼친 검술을 똑같이 따라 한다. 훙! 훙! 완벽히 암기한 검술이었다. 한순간 찌르고 곧바로 물러나는 그의 무게중심까지 완벽히 따라 했다고 자부한다.
“여기서 의문입니다.”
그러나 암기까지다.
이해는 어렵다. 검을 내뻗은 자세 그대로 엠버는 묻는다.
“여기서 왜 바로 다음 동작을 잇지 않는 겁니까?”
박신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늘 말씀드렸듯, 엠버 클랜원은 저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본인만의 길을 추구하셔야 합니다.”
“…….”
“제가 채워 드릴 수 없는 부분입니다. 미래의 엠버와 수많은 대련을 펼쳤지만, 해당 사항에 관해 그녀가 언급한 적은 없었으니까요. 다만 제 의견을 물으신다면, 빙결이 원인일 거라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기야 박신혁이 미래 기억을 받았다 하더라도, [빙결]에 대해 완벽히 알진 못할 것이다.
이능은 텍스트 같은 의사소통으로 원리를 전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엠버 클랜원이 직접 깨달으셔야 할 겁니다. 해서 앞으로 엠버 클랜원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합니다.”
박신혁이 손가락 두 개를 폈다.
“첫 번째로, 저와 같이 계속해 게이트를 전전하며 전투의 감각을 유지하는 것.”
그는 열사석 사고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라는 거다.
자신을 데리고 다니며 가르치는 동시에 게이트를 클리어하던, 지난 일 년의 연장을 제안하는 것이다.
“두 번째론, 홀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파고드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이땐 이전처럼 전력을 다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셔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빈틈없이 가득 찬 그의 스케줄에서 벗어나, 홀로 해당 고민을 강구해 보는 것.
“뭐가 나은지는 저 또한 판단이 어렵습니다. 다만 둘을 병행해도 되니, 언제든 원하실 때 게이트 공략을 참여할 수 있게끔 조치는 해두겠습니다.”
결정은 어렵다.
엠버는 주춤거리면서 물었다.
“제가 미래의 저를 얼마나 따라잡았습니까?”
“엠버 클랜원의 재능이 천재적이라는 것은 이미 미래의 엠버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돌려 말했지만, 아직도 따라잡을 게 남았단 얘기.
“알겠습니다.”
일단 그날의 수련은 그걸로 끝났다.
게이트를 나와 집으로 돌아온 엠버는 침대에 누웠다.
아직 다 마르지 않은 금발이 침대 위로 부채처럼 펼쳐진다.
침대가 젖으니 머리부터 말려야 한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으나…….”
머리는 복잡하다. 멈출 줄 모르는 과속 성장이 결국엔 정상 속도로 돌아왔다. 그게 다소 답답하다.
늘어난 소비는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말처럼, 한번 맛보았던 과속 성장의 여운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았다.
“아쉬울 수밖에.”
물론 최선을 다했음은 박신혁도 알고 있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는 그의 응원은 늘 진심으로 보였다.
그런데도 아쉬운 건 아쉬운 법.
“남들과 같은 속도로 달리면, 따라잡을 수 없기 마련이야.”
자극이 필요하다.
어떠한 방법이 없나 궁리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늘 그렇듯 박신혁이었다.
-당신은 6개월 뒤에 잠깐 한국에 들어와서 하대호에게 대련을 신청합니다.
꽤 괜찮은 생각 같았다.
“하대호 길드장이라면.”
거검과 [화염]을 두루 쓰는 그에게서 어쩜 힌트라도 얻지 않을까.
-다만 제 의견을 물으신다면 빙결이 원인일 거라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엠버가 되는 데에 있어서, 왠지 그와의 대련이 마지막 남은 퍼즐 조각일 것도 같았다.
[수신자 : 하대호 길드장] [혹시 내주에 시간 괜찮으십니까?]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폰을 집어 든 엠버는 하대호에게 문자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