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230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230화
“메갈로돈?”
“맞아. 저게 메갈로돈이야.”
저 움직이는 산맥 같은 게, SS급 몬스터인 메갈로돈이라 한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신화급 몬스터 중 하나, 메갈로돈.”
크기는 레비아탄과 얼추 비슷했지만, 생김새는 달랐다. 레비아탄을 고래라 하면 메갈로돈은 상어에 가까웠다.
언뜻 드러난 아가리에 드러난 이빨이 흉흉하다. 원형을 이룬 날카로운 이빨이 1,000조각의 피자 조각이 모인 것처럼 빼곡했다.
“너, 너무 위험해 보입니다.”
저 입을 벌어지면 모든 피자 조각들이 날카롭게 벌어져, 모든 걸 집어삼키고 박살 낸다고 했다.
“이, 이게 맞습니까?”
엠버는 다섯 개체의 SS급 몬스터를 정면에서 마주 보며, 옆에 선 크산툴에게 묻는다.
“맞아.”
고개를 돌려 크산툴의 표정에서 진심을 살펴본다.
“아무렴 내가 목숨 걸고 이런 장난을 칠까? 오래 살았다만, 나라고 지금 죽고 싶은 건 아니야, 엠버.”
“아무렴 그렇겠지만…….”
“날 믿어. 물론 내가 우리 엠버를 위해서라면 100번도 죽을 수 있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야. 정말 아무 일도 없을 거거든.”
저 멀리서도 점이 아니라, 선과 면으로 보였던 그것은 곧 시야를 가득 채운다.
흉포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빠르게 다가오더니-
크롸아아아아아아아!
초대형 SS급 신화급 몬스터는 그냥 자신을 지나쳤다.
거대한 질량이 해수를 휩쓴다.
공간이 일그러지듯, 몬스터의 헤엄질이 거대한 와류를(渦流) 형성한다.
소용돌이가 우리를 핑그르르 돌게 한다.
단지 몬스터의 진로에 서 있었다고, 우리는 몬스터가 만든 거친 해류를 감당하지도 못한 채, 마구 회전하며 솟아오른다.
어질어질한 시야가 돌아왔을 땐, 메갈로돈의 진로에서 한참 떨어졌을 때였다.
“어때? 이제 우리 말을 믿겠어?”
“……네.”
덩치에 걸맞게, 메갈로돈은 아직도 우리를 지나치는 중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꼬리 쪽을 바라보며 크산툴이 말했다.
“몬스터는 낙원인을 공격하지 않아.”
낙원인들의 말에 따르면, 몬스터는 낙원인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낙원.
몽마가 ‘근원’이라 불리는 헌터의 기억의 조작하기 위해 창조한 세상.
조작할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은 낙원인들을 몬스터들이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고.
“물론 낙원인이라고 한들 적의를 내비치면 당연히 공격하지. 또 50명 이상의 무리를 짓고 있으면 먹을 만한 먹이라고 인식하는지, 통째로 삼키기도 해. 그렇지만-”
문득 고래도 고작 피라미 한 마리를 먹기 위해 그 거대한 입을 벌리진 않을 거란 생각이 떠올랐다.
“소수로 다니고,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우리 낙원인은 영원히 몬스터와 공존할 수 있다는 거야. 방금처럼.”
“…….”
이게 낙원인이 낙원에서 행복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 이유라고 한다.
“어땠어 엠버?”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나머지 4명의 일행들이 다가온다.
가장 먼저 도착한 에일리가 자신의 뒤로 돌아가, 거친 해류에 휩쓸려 엉망이 되어버린 머리칼을 빗어주었다.
“미리 경험해 보는 게 좋아. 몬스터가 중립이면 우리가 꽤 할 게 많거든. 잘만 하면 SS급 몬스터를 타고 다닐 수도 있어. 어느 문명에서든 대륙을 이동할 가장 빠른 수단이 되어주기도 해.”
이번 세계에선, 그물을 잘 펼쳐 메갈로돈의 갈퀴에 잘만 걸리면, 그물을 붙잡고서 대륙을 횡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 아는 거면 전부 답해줄게.”
뒤에서 이는 따뜻한 목소리가 편안하다. 엠버는 서슴지 않고 물었다.
“게이트 밖에서 제 기억이 지워졌다고 하면, 기억이 온전한 지금의 저는 뭡니까?”
사악, 사악. 머리를 빗겨주던 에일리의 손길이 잠시 멈췄다.
“어려운 질문이네.”
“궁금합니다.”
“답하자면, 정답은 몰라. 아무도 직접 몽마와 조우한 적 없고, 연극에서도 알 수 없는 정보거든. 우리도 추측만 할 뿐이야. 심지어 그 추측도 종족마다 다르고.”
왼편에서 휴머노이드 AI라는 아키드가 의견을 내었다.
“데이터를 지워도 플레터에 흐르는 자기흐름은 다른 데이터를 덮어씌워지기 전까지 보존되게 마련이다. 즉, 덮어씌워지기 전에 우리가 게이트 브레이크에 끌려왔다면, 거의 모든 데이터를 완벽하게 복구할 수 있어. 일례로 데이터를 복구하는 방법에는 총 92,435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경청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나열을 끊기엔 그의 설명이 너무 정성스러웠다.
“그만해. 그거 너 빼고 다 못 알아들으니까.”
적당한 시점에서 그의 말을 끊은 건 오른편의 크산툴이었다.
“엠버, 내가 좀 더 보편적인 관점에서 설명해 줄게.”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리며, 크산툴이 거대한 덩치로 아키드를 가렸다.
“난 엠버를 사랑해.”
“……말씀드렸듯, 저는 당신에게 어떠한 대답도 드릴 수 없습니다.”
“그거랑은 상관없이, 내가 유리나의 감정 세계에서 득세할 땐 유리나가 엠버에게 ‘널 사랑해’라고 말할 거야.”
크산툴은 본인을 ‘유리나’라는 최상위 생명체의 애정과 탐미라는 감정을 주관하는 지성체라 했다.
“그런데 똑같은 유리나의 감정 세계의 구성원이지만, 증오의 감정을 주관하는 하산툴도 있어. 그가 유리나의 정신세계에서 득세할 땐 유리나는 엠버에게 ‘널 증오해’라고 말하겠지.”
크산툴이 사는 세계엔 증오라는 감정을 주관하는 지성체도 있다고 한다.
방금 언급했던 하산툴이 바로 그 지성체라고.
“그리고 낙원엔 크산툴도 존재하고, 하산툴도 존재하고, 뮈산툴도 존재해. 각각 따로.”
그리고 그는 머리카락을 뾰족하게 세우기도 하고, 코끝을 올리기도 하고, 귀를 잡아당기기도 한다.
서로 다른 생김새를 표현하는 듯했다.
“이를 일반화하자면, 자아의 성격은 다양하고, 그 다양한 성격들은 전부 분리되어 낙원에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거야.”
그는 가슴팍에 모았던 양손을 벌린 뒤.
“어쩌면 엠버도 기억이 지워진 어느 자아와 기억이 온전한 어느 자아가 하나의 정신세계에서 공존할 수 있고.”
오른쪽 손바닥을 자신을 향해 폈다.
“지금의 엠버는 기억이 온전한 자아가 독립된 결과라는 거지.”
다음은 영혼의 세계, 아스트랄계에서 온 이델리나였다.
“영적인 관점에서 대다수의 낙원인들이 감염되었던 ‘찢어진 몽마의 저주’를 해석해 볼게. 유체이탈이 가능한 모든 노블(Noble)들이 증언했듯 마력과 마스터리와 기억은 영혼에 보존돼. 즉 육체와 영혼은 서로 다른 기억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며-”
“영혼 같은 건 없다.”
그녀가 주장하는 영혼론은 곧바로 AI에게 반박되었다.
어느새 대화는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을 잃고, 논쟁이 벌어진다.
“너네 세상도 이미 망했었다니까? 넌 인공지능인 주제에 학습이란 걸 못 하네? 넌 이미 죽은 유령이라고, 멍청한 깡통아.”
“우리 사이트론 세계엔 게임이란 게 있다. 어쩌면 우린 전부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시나 로봇은 상상력이 빈약하구나.”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AI 휴먼안드로이드다. 내가 너보다 그림도 잘 그리고, 작곡도 잘한다.”
“단지 기술만 뛰어날 뿐이야.”
격렬했다.
시간이 무한한 낙원인들에게 논쟁은 누구나 즐기는 흥밋거리라는 말을 충분히 공감케 했다.
풉.
머리를 빗던 에일리가 실소를 터뜨린다.
“엠버. 지난 삶은 잊어. 어차피 확실한 건 없어. 만에 하나 네가 이곳을 나간다 해도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몰라.”
정성스레 머리를 다듬어주는 손길은 여전히 편안했다.
“내가 몇 살이라고 했지?”
“800년까지 센 뒤에는 잊었다고 했습니다.”
“맞아.”
그녀가 이곳 몽마가 만든 세상으로 들어온 지 적어도 800년이 지났다고 한다. 적어도 800살이다. 기존 그녀의 수명은 30년인데도.
“800년쯤 살아보니까, 바깥세상이 가짜고 여기가 진짜 같거든. 마치 유년기를 보냈던 시절의 동네는 현실이 아닌 추억으로만 남는 느낌이랄까.”
머리 손질을 멈추고 앞으로 온 에일리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과거에 우리가 기억이 지워졌든 말든 그게 알 바야? 여기서 우린 이미 행복해. 게이트 클리어가 뭐야? 몬스터는 그저 우리에겐 흥미로운 생명체일 뿐이야.”
그녀가 주변에서 기다란 해초를 당겨와 입에 넣었다.
“낙원은 먹을 게 천지고.”
남은 해초로는 몸을 감는다.
“각성자인 우리는 아무 데나 누워서 잠을 자도 되고.”
해초로 몸을 감은 채,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삶이 지루할 것 같아? 그럴 리가. 이보다 더한 자극이 있을까.”
밤이 되면 하늘엔 누군가의 기억이 상영된다.
“밤하늘의 연극을 보며, 여러 지성인이 만든 문명을 감상하고.”
이어 그녀가 크게 양팔을 곧게 펼치자, 거대한 해양 생태계가 팔 너머로 펼쳐진다.
“우린 그걸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지.”
“…….”
“그러니까 여기 살아. 엠버. 우린 그냥 여기서 행복하게 살면 돼.”
엠버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모든 걸 잊고 낙원의 삶에 충실하라는 얘기는 결코 자신에게 쉬울 수 없었다.
“그래도 전-”
“이해해.”
어렵게 꺼낸 말을 끊는 에일리의 표정은 슬퍼 보였다.
“처음에 들어오면 모든 낙원인들이 게이트 밖의 현실을 걱정하지. 한 5년 차까진 다들 그러거든.”
엠버는 그녀의 말을 긍정한다.
“네…… 저와 함께 이곳으로 들어왔을 지구인의 생사와 근황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기억을 잃었던 자신이 어쩌다 이곳에 들어오게 된 건지.
혹시 이곳에 박신혁이 있는지, 강예빈이 있는지, 이가을이 있는지, 주진헌이 있는지, 혹 다른 영국인이나 한국인이 있는지.
“휴…… 알았어. 10년 만에 만나는 유능한 신입이 그걸 바란다면야.”
물론 결과는 뻔하지만.
에일리는 메갈로돈이 지나간 길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당겨, 본인의 목을 그으며 처진 목소리를 내었다.
“생사를 확인하려면 다른 낙원인보단 현실주의자 놈들이랑 접촉하는 게 빠를 거야.”
“현실주의자는 누구입니까?”
“우리와 달리, 살기 위해선 반드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헌터들. 몬스터에게 공격을 받고서 어딘가에 존재할 몽마에게 끌려가 기억을 조작당하는 하등한 지성체들.”
에일리는 질렸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랑은 낙원에서 처한 상황이 다른지라, 이해관계가 전혀 일치하지 않아. 교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수틀리면 서로 적대하기 일쑤지.”
“…….”
“그래도 엠버가 원한다면 찾아볼게.”
“감사합니다.”
엠버는 고마웠다.
서로 적대 관계라면서, 나서주는 게.
“시간은 좀 걸릴 거야. 낙원인과는 다르게, 현실주의자 놈들은 몬스터를 피해 어딘가에 짱박혀서 연명하거든.”
오랜 시간을, 자신을 위해 나서준다는 게.
* * *
정확히 날짜를 세진 않았지만, 얼추 몇 달은 지난 것 같다.
계절이 두 번 바뀔 즈음이었다.
아가미로 하는 호흡이 코로 하는 것보다 익숙해질 즈음이었다.
밤하늘의 연극, 누군가의 조작되는 기억이 더 비극으로 치달을 즈음이었다.
배고프면 근처의 해조를 따다 먹고, 땅이 아닌 해수면에서 누워 자는 생활이 만족스러워지고, 빛마저 갈 곳을 잃은 심해를 탐험하다가, SS급 갑각류형 몬스터를 발견하고 그것을 구경하는 게 별다르지 않게 여겨질 즈음이었다.
“그럼 바깥세상에서 엠버는 귀족이었다는 거네?”
온전히 자신을 위해 지구인을 찾아봐 주면서, 여과 없이 본인들을 표현하는 낙원인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즈음이었다.
“여러분이 아는 귀족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지만, 귀족인 것은 맞습니다.”
“어쩐지…… 고작 12번의 게이트 브레이크만 겪고서, S급 헌터에 95의 마력에 S급 소드 마스터리를 가진 괴물이라더니.”
“아. 그건 신분과는 관계없습니다. 오롯이 한 사람 덕분입니다.”
“누구?”
짓궂게 웃는 에일리 옆에, 귀를 쫑긋 세우고서 이곳을 힐끔힐끔보는 크산툴이 있더라도, 엠버는 솔직하게 말했다.
“혹여나 낙원에 있을까 봐, 애타게 찾고 있는 사람 덕분입니다.”
박신혁.
“소중한가 봐?”
“네. 저한테는 저보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의 이름만 상기해도 가슴이 뜨겁다.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저를 일깨워 주웠으며,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자 하는 절 위해 높은 곳에서 손을 잡아주었으며, 제가 모든 걸 잃을 뻔할 때 모든 걸 지켜준 사람입니다.”
말하는 숨이 가쁘다.
늘 그렇듯 박신혁을 생각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그를 떠올려서 그런 줄 알았는데……
“좀 더운데? 그럼 그렇지. 저기 분화구네.”
그런데 아니었다.
크산툴의 말처럼 해수 자체가 뜨거웠다.
꿀렁.
붉은빛이 흘러나오는 바닷속 계곡에서, 널따란 공기 방울이 연신 치솟는다.
“돌아가자. 가까이 가면 익어버리겠는데.”
아가미로 누군가 뜨거운 증기를 들이부은 듯, 호흡 자체가 뜨겁다. SS급 헌터인 에일리와 크산툴마저 뒤로 부쩍 물러난다. 뒷걸음질은 빨랐다. 버틸 수 있다 한들, 결코 유쾌한 환경은 아닐 터.
그런 그들의 질색이 [빙결]을 구사하려던 엠버에게 무언가를 떠올리게 했다.
“SS급 몬스터도 분화구에 살고 있습니까?”
“글쎄. 화산 지대에 살고 있다는 몬스터를 들어보진 못 했는데, 있을 수도 있겠지?”
“즉, 몇십 년 동안 관측되지 않았다는 것이군요.”
고개를 끄덕이던 에일리가 흠칫한다.
“설마, 엠버 너?”
“네. 몬스터를 피해 숨어다니는 현실주의자라면 저기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엠버는 오랜만에 [빙결]을 전력으로 구사한다.
쩌저저적.
분화구에서 나오던 해수가 결빙되었고, 밀도가 낮은 해빙은 해수를 타고 상승한다. 열기가 식으니, 호흡은 편해진다. 계속해 [빙결]을 펼친다면, 저 분화구 속으로 들어가도 될 것 같았다.
“저 혼자라도 다녀오겠습니다.”
“엠버. 너무 위험해. 안에 뭐가 있을 줄 알고-”
“됐어. 에일리. 내가 따라갈게.”
엠버는 뒤따르는 크산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SS급 헌터인 그의 동행은 든든했다.
“감사합니다.”
“엠버를 위해서라면야, 얼마든지.”
그리고 분화구로 들어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다.
엠버는 자신의 추론은 맞았음을 확인한다.
“어?”
분화구의 초입 부근이었다.
분화구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밖에선 볼 수 없는 위치에 동굴이 있었고, 그 동굴의 입구 쪽엔 어인 두 명이 삼지창을 우릴 향해 겨누고 있었다.
“누구냐?”
“크산툴이다.”
“크산툴? 그 유명한 낙원인이 분화구 안엔 무슨 일이지?”
엠버는 그들과 마주치자마자 알았다. 눈앞에 있는 해마가 자신보다 강하다고.
“빌어먹을 낙관주의자 무뇌아가 여기엔 왜?”
생존율이 1%도 안 된다는 현실주의자들이, 오래 낙원에서 활동한 크산툴을 알아보는 것에서.
또한 SS급 헌터인 크산툴을 보고서도 조금의 적의도 숨기지 않는 걸 보아하니.
“다른 낙원인들처럼 해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해초나 뜯어 먹으며 잠이나 쳐 자지.”
“찾을 사람이 있어.”
“몬스터가 오면 내빼기가 바쁜 새끼들한테 우리가 협력할 거 같아? 니들 편한 대로 우릴 버릴 땐 언제고, 또 원하니까 우릴 찾아? 이 역겹도록 이기적인 새끼들아.”
“우리가 찾는 사람은 이번에 낙원으로 들어온 지구인이다. 해당 정보만 알면 깔끔히 물러날게.”
크산툴이 자리를 비켜주자, 엠버는 세 걸음 앞으로 나왔다.
“박신혁이라고 압니까?”
그때였다.
“…….”
입구를 지키는 이들의 눈빛이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낙원인인 크산툴의 이름을 꺼냈을 때보다, 박신혁의 이름을 꺼냈을 때 훨씬 격렬하게.
“낙원인인 네가 그 사람을 왜 찾지?”
그리고 그 말이 끝나도 전이었다.
쩌저저적.
한 명이 [빙결]로 분화구에 흐르는 해수를 몽땅 얼리는 것과-
떠오르는 새하얀 해빙을 타고, [가속] 각성자로 보이는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점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뭐 하는 거야-!”
“가만있어, 크산툴! 원하는 걸 듣고 싶으면!”
“…….”
“어이, 낙원인.”
제 목에 삼지창을 겨눈 현실주의자 중 한 명이 위협적인 어조로 묻는다.
“박신혁 님을, 아니, 이번에 새로 부임한 사령관님 존함을 네가 어떻게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