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232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232화
엠버는 에일리가 속한 파티를 떠난다고 말했다.
-분화구에서 동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신세 질 수는 없어, 홀로서 낙원을 탐색해 볼까 합니다.
-같이 찾아준다니까?
-죄송합니다.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진 않습니다.
-괜찮아. 우리가 남은 아니잖아.
붙잡는 에일리의 설득엔 호소력이 있었다.
-분화구에서 내가 자기네들 부사령관을 암살했다는 그 소문이라도 들었어?
-그런 건 아닙니다.
-그건 소문일 뿐이야. 엠버 눈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일리가 없는 게 아니었다.
-현실주의자와 우리는 사실상 적이야. 그들은 낙원인인 너한테 얼마든지 말을 지어낼 수 있어. 네가 찾는 사람의 신용까지 얻었다면, 그 거짓말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리겠지.
엘리의 딸로 자라 온 엠버였다.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에일리와 전대 사령관은 둘 다 완벽히 신용할 수는 없었다.
결국 엠버의 결론은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별개의 일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너…… 예쁜데 똑똑하진 않구나?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엠버는 처음 봤던 낙원의 무리를 떠났다. 그 찝찝한 이별은 어젯밤의 일이었다.
“낙원인 동료라.”
새로운 목표와 함께 맞이하는 아침의 혼잣말.
“엠버! 나 불렀어?”
대답은 뒤따라오는 크산툴에게서였다.
엠버는 그를 뒤돌아본다.
-아침부터 뭔 일이야, 크산툴. 너마저 우리를 떠나겠다고?
-엠버는 아직 모르는 게 많아. 혼자 둘 수 없잖아?
수백 년을 함께한 동료를 떠나 자신을 따라온 크산툴은-
-그나마 넌 빌어먹을 낙원인 새끼 중에선 그나마 대화가 되는 새끼라는 걸.
낙원인이든 현실주의자든 누구의 말이 진실이든 간에 두 세력에게 신용이 있는 이였다.
“낙원인 동료를 모아보겠다고?”
“네. 박신혁 클랜장님을 보기 전까지 그리할 계획입니다.”
그에겐 목적까지 말했다.
낙원인 동료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크산툴이 그 시작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종족의 기원으로 보나, 이제껏 봐온 행실로 보나, 세간의 평판으로 보나.
-다른 낙원인이라면 이미 죽였을 거야.
에일리의 동료였다는 불안은, 현실주의자마저 그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감안할 만 하다.
그를 배제한다면 누구를 동료로 받을 수 있을까. 맨바닥에서 시작하기엔 낙원은 너무 넓었다.
“그래. 엠버가 하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
양손을 깍지 낀 채로 유영하던 그가, 뒤를 돌아보자 손가락 하트를 만든다.
어제 마주친 현실주의자에게 배웠다고 한 요망한 손짓이었다. 연극에서 좋은 걸 배웠다나.
“이래 봬도, 내가 유명한 낙원인이거든.”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일행은 단둘이 된다. 어떠한 방식으로나마, 관계가 진지해질 여지가 있다.
엠버는 관계의 선을 명확히 그을 필요성을 느꼈다.
“그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 엠버.”
“늘 말씀드렸듯, 저는 당신에게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습니다.”
크산툴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뭘? 새삼스레.”
“그리고 당신이 저를 돕는 일은, 제게 저보다 소중하다는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또. 또. 난 인간이 아니라니까?”
“…….”
“질투?”
말하기 껄끄럽던 단어를 그는 본인의 입으로 말했다.
“질투의 감정을 주관하는 건 지산툴이야. 나는 질투라는 감정을 개념적으로 이해만 할 뿐이지, 그게 어떤 건지도 몰라.”
입술을 깨물며 엠버는 한 발 더 나갔다.
“우리의 목적은 낙원이란 게이트 브레이크를 클리어해 현실로 돌아가는 겁니다.”
“예상했어. 어제 엠버가 찾던 이가 현실주의자의 사령관이 되었다는 거랑 어제 우리 파티에서 혼자 나온다는 데서부터.”
“그래도 절 따라오겠다는 겁니까?”
“응. 말했잖아. 나는 널 위해 설계된 존재라고.”
손가락으로 코끝을 훔치는 그의 웃음은 어린아이의 것처럼 순수해 보였다.
“…….”
고맙다는 감정보단 미안하다는 감정이 컸다.
그의 감정을 이용하는 듯해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원하면 언제든 떠나도 좋습니다.”
“원하면이라니? 떠나지 말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어렵게 뱉은 말을 크산툴은 농담조로 받았다.
“내가 여태까지 한 말은 전부 진심이야. 난 기만을 주관하는 리산툴이 아니라고.”
분위기는 한결 유해진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다. 그에겐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엠버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술 드셨습니까?”
“술은 안 마셨는데, 뭔가에 취한 건 같아.”
“……뭐에 취했는지는 안 물어볼 겁니다.”
“그건 좀 서운한데?”
피식 웃었다.
하하하하. 크게 웃어젖힌 크산툴이 목적지 없는 발걸음 옆으로 다가온다.
엠버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혹 동료로서 추천해 줄 낙원인이 있습니까?”
“낙원, 아니, 게이트 브레이크가 끝나길 바라는 낙원인을 찾는 거지?”
“맞습니다.”
“많지도 않지만 없지도 않아. 네 명 정도?”
크산툴은 수백 년간 낙원에 살아온 지성체다. 그의 판단은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엠버는 그의 말을 믿었다.
“어떤 이들입니까?”
“현실주의자처럼, 이 낙원을 낙원이 아니라 그저 게이트 브레이크라고 생각하는 낙원인들이지.”
“찾을 수 있습니까?”
“응. 한 놈은 바로 이 근처에 정착해 있어. 이 길로 며칠 가면 나와.”
“나머지는 어떻습니까? 곧 세계가 바뀐다고 하던데, 이후에 그들을 찾을 수 있습니까?”
“그들이 거주하는 환경은 특정적이야. 낙원의 변화를 싫어하거든. 시간이 걸려도 결국엔 찾을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그의 인도에 따라 함께 걸었으며.
“오. 엠버. 이것 봐봐. 연극에서 못 봤지?”
“그게 뭡니까?”
“제네바라는 벌레인데, 이번 세계에서 이게 별미래.”
“……전 됐습니다. 혼자 드십시오.”
세계를 배우며 함께 식사했으며.
“고생했어. 안 추워? 거의 극한까지 빙결을 짜내는 것 같던데.”
“견딜 만은 합니다.”
“늦었어도, 잠깐 눈 좀 붙여. 아직 해 뜨려면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예. 그럴 생각입니다.”
“시간 날 때 준비해 봤어. 저기 조개껍질을 열어봐. 안에다 푹신한 해초 깔아놨으니 저기 누우면 돼.”
“왜입니까?”
“뭐가?”
“왜 1인용입니까?”
“……작전 실패.”
“……전 밖에서 자겠습니다.”
수련이 끝나면 낯선 세상에서 등을 맡기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럼 내일 봐.”
“네. 좋은 밤 되십시오.”
꽤 괜찮은 동료였다.
설렘 같은 건 없었어도, 크산툴은 분명 오래된 친구보다 편했다.
“낙원인들과 현실주의자의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다수가 모였다가 몬스터의 먹이가 된다는 점에서, 양쪽 다 철저한 점조직 형태를 유지해. 누구도 정확히 파악할 순 없어.”
그는 숙련된 낙원인이었다.
언제는 현실주의자처럼 말했고, 언제는 낙원인처럼 말했고, 언제는 아스트랄계인처럼 말했고, 언제는 AI처럼 말했다.
“오늘은 왜……? 연극이 없습니까?”
“연극이, 기억 조작이 이제 끝난 거야.”
밤하늘의 연극이 끝나니 별들이 전부 사라졌다.
이제 바다의 밤은 레비아탄의 위장만큼이나 어두워졌지만, 그는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제 낙원인들도 조심해야 해. 앞으로 몬스터들이 다음 근원 대상자를 찾아 모든 지역을 들쑤시고 다닐 거야.”
“근원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가장 빠르게 기억이 조작돼야 하는 지성체. 가장 강한 이가 될 수도 있고, 너무 빨리 강해질 거라 우려되는 이가 될 수도 있고, 낙원에서 가장 위협적인 이가 될 수도 있어.”
“몬스터에게 끌려가는 겁니까?”
“맞아. 원래라면 우린 거기에 휩쓸리지 않게, 어디 정착해야 하지만…… 누군가를 찾아야 하는 우리는 오히려 세계가 바뀌기 전에 서두르는 게 좋겠지.”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난 즈음이었다.
“엠버. 꽉 잡아!”
거칠게 어디로 향하는 몬스터 무리와 조우한다.
엠버는 SS급 헌터의 손을 붙잡아, 해류를 버텼다.
“또, 또 옵니다! 메갈로돈 10개체입니다!”
“어, 어디서?”
풍랑 주의보나 풍랑 경보 같은 게 아니었다.
해양을 가르는 SS급 몬스터에서 비롯된 물결을 단순히 파도라고 정의할 수 없었다.
“사방에서!”
마치 드럼 세탁기에 갇힌 생쥐라도 되는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무리 손을 휘젓고, 주변에 [빙결]을 난사해 바닷물 자체를 얼려봐도, 격류는 다시 사방에서 밀려온다.
콰과과과과!
격류를 벗어나 봤자, 또 다른 격류가 찾아온다.
“앞으로 나아가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돌아가는 길을 찾아볼게!”
모든 격류는 벗어나는 것조차 자의로 할 수 없을 만치 거셌다.
“찾고 있습니까!”
“찾고는 있어!”
“계속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어!”
본인의 몸을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몇 시간을 밀려났고, 정신을 차린 건 어느새 어젯밤에 머물렀던 자리에 타의로 되돌려진 후였다.
하루간 열심히 이동한 결과로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오늘 하루 완전 공쳤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크산툴은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댔다. 이럴 때마저 유쾌한 게, 정녕 그다웠다.
“하…….”
“엠버 머리 엉망이다. 내가 빗겨줄까?”
“됐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거절할 필요가 뭐 있어? 그냥 머리만 빗겨주는 건데.”
“혼자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엉망이어도 상관없습니다.”
“하기야 그래도 넌 이쁘-”
별것도 아닌 걸로 옥신각신할 때였다.
우리처럼 격류에서 밀려난 어느 해마가, 우당탕, 해저 밑바닥을 뒹구는 것으로 실랑이는 멈췄다.
“?”
우웨에엑.
머리를 흔들던 낯선 이가 구역질까지 하고 나서야 이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산툴?”
“뮈산툴?”
크산툴을 알아본다.
크산툴도 그를 뮈산툴이라 불렀다.
“…….”
엠버는 둘을 번갈아 본다. 크산툴, 뮈산툴, 하산툴……. 들은바, 크산툴과 같은 정신세계에서 살았다면 그런 돌림자를 쓴다고 했었는데.
“안 그래도 널 찾아가는 길이었는데 잘됐네!”
“격년마다 들른다더니 이제 와서?”
“하하하. 안 본 지 벌써 그렇게 됐나?”
저이가 크산툴이 추천해 주려는 동료인가 보다. 상황을 보아하니, 일이 쉽게 풀린 모양이다.
형제처럼 생긴 두 해마가 서로 포옹했다.
“이젠 쌍둥이라 불릴 일은 없겠어. 해가 지날수록 우린 점점 달라지는군.”
“여기 온 지 오래됐잖아.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기억이 달라졌으니까, 본질도 달라졌겠지.”
“만약 돌아가면 어찌 될지 걱정될 정도야. 너무 달라진 우리 때문에 유리나가 다중인격자가 되는 거 아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는 게 어때?”
“언제나 속 편하구나. 크산툴.”
툭툭.
서로의 등을 두드리는, 그들의 친분은 깊어 보였다.
“아. 우리 엠버가 당황했겠다.”
잠시간 관찰자 입장에서 그들을 지켜보자니, 크산툴이 저를 챙기려 했다.
괜찮다는 의미로 손을 저었지만, 크산툴이 한발 빨랐다.
[가속] 각성자인 그는 이미 뮈산툴을 데리고 앞으로 왔다.“인사해. 여긴 내가 첫눈에 반한 동료, 엠버 폰 세리아드.”
“……반갑습니다. 유리나에서 ‘이성’을 담당했던 뮈산툴입니다. 그동안 크산툴 때문에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이성을 담당한다는 이답게, 크산툴보단 신사다운 면모가 엿보였다.
좋은 첫인상에 엠버도 호의를 숨기지 않았다.
“신세 진 입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지구에서 온 엠버 폰 세리아드입니다.”
“이런 미인분을 모시고 길게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일단 자리부터 옮길까요?”
뮈산툴이 힐끗 고개를 돌렸다.
“앞으로 더 많이 올 것 같아서요.”
콰과가가가!
그의 시선 끝에선, 메갈로돈 20개체가 한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더 많이 올 것 같다니? 몬스터가?”
크산툴이 옆에서 의문을 대신해 주었다.
“그래. 유력한 근원 후보자가 하필 근처에 있어. 꽤 버티더라. 전대 현실주의자 사령관보다도 강한 것 같던데?”
“아아. 어쩐지 평소보다도 더 거칠더라니.”
“내가 살던 곳은 아예 박살이 났어. 삼지창이 진동하듯 웅웅거릴 때마다, 주변이 전부 무너져 내리는 게 장난 아니더군.”
“그런 기술도 있어?”
“나도 처음 봤다. 상황만 된다면 무릎 꿇고서 가르쳐 달라 사정하고 싶을 정도야. 정말로 강해.”
진동.
수백 년 된 낙원인조차 처음 보는 기술.
엠버는 즉시 대화에 껴들었다.
“혹 지구인입니까?”
“아. 맞아. 주변에 있던 현실주의자가 사령관님이라고 부르던데?”
그리고 다음 뮈산툴의 말이 이어졌을 땐-
“박신혁 사령관님이라고 했던가? 그거 지구식 표현 아니야?”
엠버는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 격류 속으로 향했다.
“전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쩌저저저저저적-!
전력을 넘어선 [빙결]을 삼지창에 담은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