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253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253화
5개월 뒤.
구(舊) 인덕원, 현(現) 혁예 자치구, 한예리 광장.
“인덕원은 완벽한 계획도시로 재탄생했습니다.”
부유 도시 아래의 시위 현장에서, 강신우는 도로를 가리켰다.
“웜홀에서 나오고, 웜홀로 들어가는, 매일 수십만 톤의 물자가 오고 가는데도 교통 체증 따윈 없죠.”
웜홀 생성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도로는 3차원 공간을 십분 활용한다.
도심의 가운데로 향하는 고속도로의 출구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갈라져 시가지로 향했고, 입체적 구조의 도로 사이로는 TAV가 자유로이 오간다.
“경관은 어떻습니까?”
다음으로는 도로와 도로 사이에 즐비한 고층 건물과 공존하는 자연을 언급했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순위에 5년 연속으로 뽑힌.”
바로 앞에서 저를 올려다보는 수천 개의 눈이, 자신의 손짓을 따라, 도로 아래로 뻗어진 학익천으로 향한다.
한예리가 취미 삼아 가꾼 울창하고도 정갈한 수목의 길을 지나, 틈만 나면 이곳에 들르는 허드만의 관리로 기존보다 2배는 맑아지고 커진 백운호수까지 이어졌다.
“자연과 어우러진 미래형 도시.”
강신우는 이곳이 모든 게 완벽함을 강조했다.
“뉴욕까지 1분, 런던까지 1분, 세계 주요 요충지와 대도시까지 단 일 분만 걸리는, 혁예 클랜이 원한다면 웜홀을 열어 어디든 갈 수 있는.”
원하는 즉시 어디로든 접근할 수 있고.
“그 흔한 좀비조차 한 번도 출현하지 않은.”
게이트 브레이크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몬스터가 일상이 돼버린 세상에서, 그 흉물이 단 한 번도 출현하지 않은 여기는.
“혁예 자치구.”
성지라 일컬어지는.
명실상부, 세계의 수도.
“이곳의 집값은 얼마일까요?”
그 광장에서 묻는다.
관중의 대답은 없었지만, 모르는 이 하나 없을 거다. 맨해튼, 도쿄 등에 저택 10채를 갖는 것보다 혁예 자치구 외곽의 원룸 하나가 더 가치 있다는 것을.
“만약에 당신이 1,000억의 재산가라면 어디 살겠습니까? 당신이 유능한 헌터라면 가족과 어디에 살겠습니까? 당신이 망해가는 세상을 진보시키는 과학자나 기술자라면 어디에 살겠습니까?”
그리고 혁예 클랜은 이곳에 모이는 물자와 인재들을 아래에 두고,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누리고 있다고.
“여기겠죠. 그리고 저는 그들이 만든 음지에서 여러분께 고합니다.”
한껏 혁예 클랜과 혁예 자치구를 치켜세운 후엔.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습니까? 이 정도 가졌으면 됐지 않습니까?”
내용을 반전한다.
혁예 클랜원의 행태에 대해 말한다.
지금 이 자리엔, 화창한 낮인데도 태양빛이 비치지 않음을.
“비유 따위가 아닌, 정말로 천상계, 정말로 하늘 위에 살고 있는 그들일진대.”
하늘을 보라.
저 먼 상공에 보이는 거대한 부유 도시를.
“이미 찬란히 빛나는 그들일진대.”
저 도시는 태양빛을 훔친다.
저 혼자만 찬란히 빛나는 대신에, 이 광장에 그림자를 만든다. 대낮인데도 환한 가로등이 켜진 이유였다.
“여기서 얼마나 더 가져야 합니까?”
““옳소!””
그 그림자 아래에서 강신우가 시위대가 원하는 말을 대신해 입 밖으로 낸다.
대중은 열렬히 호응했다.
“왜 협업이라는 이름하에! 고작 한 명이 참여하는 혁예 클랜과! 수천 명이 참여하는 길드의 보상이 동등해야 합니까!”
““균등해야 합니다!””
유리한 발언에 대중은 격렬히 동조한다.
그렇게 분배해도, 반드시 최소한의 피해로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혁예 클랜과의 협업을 모두가 미친 듯이 원한다는 사실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 저들이 선별한 이들만 마력 회로 증진의 특혜를 받습니까?”
마력의 통도를 뚫어준다는 특별한 작업이 부러운 나머지.
그들이 알려준 완벽한 기술인 [마력 회로]로 인해, 인류 전체의 전력이 두 배가량 격상했음을 고의적으로 잊어버린다.
“열사석의 오용?”
혁예 클랜이 [자가 증식]이라는 속성을 부여한 덕택에 지속 공급 가능한 열사석의 탄환으로-
이전과 달리, 비각성자조차 총을 들어 A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애써 무시한다.
“그게 어때서요? 정작 우리가 괜찮다고 하지 않습니까?”
““원합니다!””
혁예 클랜이 열사석 보급을 통제하겠다는 불편한 이유만 기억한다.
이미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맛본 이상, 그 이상의 것만 맹렬히 갈구한다.
“저들은 그 오용이 닿지도 않을 곳에 살면서!”
저 높이 떠 있는 부유 도시만 바라보며.
“왜 맘대로 판단하고, 맘대로 규제하고, 맘대로 통제합니까?”
모두가 하나가 되니.
“아군에게 발사될 총알이 무서워서! 군인에게 줄 탄환을 아끼는 전쟁터가 어딨습니까! 그런 군대가 세상에 어딨습니까!”
““와아아아아아아아!””
시위를 하기 위해 모인 이들에게서 열띤 고함이 불길처럼 번졌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 중심에서 강신우는 목이 찢어져라 부르짖었다.
“혁예 클랜이 꽁꽁 감춰두는 열사석을,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반드시 가져옵시다!”
* * *
잠시 후.
광장 근처 한정식 식당.
짝짝짝.
“멋진 연설이었어.”
식사를 하며 적당히 주변인들과 인사를 주고받던 강신우는 새로 등장한 인물에게 눈을 돌렸다. 일면식은 없지만, 아는 외국인이었다.
“열사석 불법 축적?”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열사석 불법 축적으로 한예리에게 검거돼 수중감옥에 몇 달간 수감됐던 범죄자. 이름이 아마 데이비드랬지?
“데이비드, 맞습니까?”
“맞아. 익명으로 활동했는데, 이제는 실명이 다 까발려졌네. 아무튼 난 데이비드, 혁예 클랜 놈들 말로는 칠악이니 뭐니 하는 사람이지. 만나서 반가워.”
칠악이라는 명칭을 운운하는 걸로 보아, 본인이 자신과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표명하는 듯하다.
혁예 클랜이 악(惡)이라고 일컫는 본인 역시 너와 같다고.
“뭐. 저도 일단은 반갑다고 하죠.”
강신우는 태연히 응대했다.
이런 경험은 많다. 겉으로 드러난 목적이 같다는 이유로, 저에게 다가오는 불량분자들은 여태 많았다.
“당신은 또 어떤 제안을 하러 오셨습니까?”
“네 연설을 아주 감명 깊게 들어서 말이야.”
“인상이 깊었다면 다행이다만, 그 인사를 전하러 이곳까지 올 사람으론 보이지 않는데…….”
“맞아. 연설의 연장선에 대해 얘기 좀 할까 싶은데 어때? 여기보단 조용한 곳에서.”
수저를 놓으며 강신우는 말했다.
“거절하겠습니다.”
“뭐? 왜? 듣지도 않고?”
“굳이 조용한 곳에서 할 얘기가 뭐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여기서 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말하기 어려운 내용을 전하시는 거면 안 하셔도 되고요.”
저를 칠악이라 칭하던 데이비드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다.
“넌 뭔데? 제안이 뭔 줄 알고 그딴 식으로 말하냐?”
“뻔하죠. 열사석 보급로를 털자. 웜홀로 역침투해 보자. 무자비한 테러를 통해 그들의 견고한 명성을 흠집 내보자. 이런 거 아닙니까?”
“…….”
“아니라면 아주 정중히 사과하겠습니다.”
“…….”
“역시나.”
침묵이 대답을 대신한다. 필히 열거한 것 중의 하나이리라.
강신우는 손을 깍지 끼며 늘 고수하던 입장을 밝혔다.
“아시다시피 전 S급 헌터고, 한국 10대 길드와 연줄도 꽤 있습니다. 받고자 하면 꽤 많은 열사석 탄환을 보급받을 수 있다는 얘기죠.”
자신은 너 따위가 다르다고.
“그런 제가 열사석을 빼돌리려면 못 빼돌릴 것 같습니까? 진작 할 수 있는데, 안 한 것뿐입니다.”
데이비드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저는 당신과 다릅니다.”
범죄자와는 사고의 기저 자체가 다르다고.
“저는 혁예 클랜이 일군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열사석 보급, 마력 회로 공개, 게이트 정보 공유, 최상급 게이트 클리어, 범죄 예방 등. 혁예 클랜이 없다면 지금 살아 있는 인류는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을 거란 사실 정도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진심이었다.
“아까 시위를 할 때엔 그렇게 적대하더니-”
“그것과 별개로, 혁예 클랜이 존중받아야 하는 부분은 분명 존재합니다.”
“아까는 이런 얘기하지도 않았-”
“굳이 논점을 흐릴 필요가 뭐 있습니까?”
데이비드의 말을 끊으며 강신우는 진심을 전했다.
“이전의 연설을 그렇게 한 이유는, 혁예 클랜을 규탄하려는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해 그렇게 말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모두? 너 같은 새끼들이 꼭 지 욕심을 챙길 때 그 단어를-”
“욕심? 박신혁 클랜장마저 게이트 브레이크에서 실종됐습니다. 혁예 클랜이라도 언젠간 무너질 수 있는 법인데, 그때 찾아올 재난을 미리 대비하려는 게 욕심입니까?”
이는 역사가 증명한다.
“위기를 대처할 시스템을 미리 구축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올바른 사회는 개인의 우수한 능력이나 소수 집단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정이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된 사회다.
조선 후기의 가장 뛰어난 왕 이후, 그만한 왕을 배출하지 못해 저물었던 조선에 대해, 일부 역사가가 그런 아쉬움을 짚은 것과 비슷한 논점이다.
“거기에 불법적인 수단 따위는 동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감히 대의란 말을 쓰겠다.
모두를 위해서 하는 일에, 비열한 수단을 동원하고 싶은 생각 따윈 눈곱만큼도 없다.
한번 잃은 정당성은 돌아오지 않는 법.
방금의 시위 역시 이미 집회신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한, 적법한 수단이었다.
“이거…… 완전 X신이었네? 네가 무슨 성자라도 되냐?”
다만 그러한 입장 표명에 대한 소감은 늘 부정적인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랜만에 생각이 통하는 이를 만났나 싶어 찾아왔더니, 그냥 개꼴통이었네.”
“하하하. 저도 공감합니다.”
헛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보이는 반응이 저렇게 한결같을 수 있는지.
저런 놈들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이 매번 비난과 적대일 수가 있는지.
“저 역시 꼴통을 보니, 아주 밥맛이 떨어져서 그런데, 이만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비릿한 웃음을 머금고 축객령을 내렸다.
눈이 마주쳐도, 데이비드의 저열한 안광을 1초도 피하지 않았다. 자신 있었다.
“여기서 꼴통은 당신을 지칭합니다. 이해를 못 한 거 같은데, 꺼지라는 얘기였습니다.”
이곳은 미국의 범죄자가 감히 흉수를 드러낼 수 없는 혁예 자치구이며.
“너 같은 범죄자와는 더 할 말이 없으니까.”
또한 S급 헌터이자, 세계 랭킹 19위인 자신은, 어떠한 싸움이든 피할 이유가 없기에.
빠득.
데이비드가 이를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너…… 나중에 보자.”
“그래요.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봅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 중에 다시 본 이는 없었지만.”
흔한 악당의 퇴장 대사를 남기며, 식당을 나가는 데이비드를 끝까지 지켜본다.
“……저런 놈들 보면 혁예 클랜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야.”
그러던 중이었다.
다 들으라고, 혼잣말처럼 크게 중얼거리며.
“저 봐라.”
콰앙!
문이 부수며 나가는 놈을 붙잡아, 변상하라 윽박지를까 고민하며, 그쪽에 시선이 닿은 그때였다.
“?”
그 문 옆에, 실내로 들어와 있는 드론과 눈이 마주친다.
“드론이 왜…… 멈춰 있어?”
의아했다.
요새 혁예 자치구에 심심치 않게 보이는 드론이라고 하나, 한자리에 떠서 계속 저를 바라보는 게 수상하다.
평소처럼 정찰을 위한 저속비행을 하지 않고서, 왜 정지 비행을 하고 있지?
왜 계속해 이쪽을 보는 거지?
‘언제부터 저기 있었지?’
마치 데이비드와 자신의 대화를 엿듣기라도 한 것처럼.
저곳에 머무르고 있던 게.
“……고장이라도 났나?”
의미 없는 기계와 눈싸움을 하던 중, 우우우우웅, 이번엔 폰이 진동한다.
‘혹 저 드론과 연관이라도?’
그러한 의심에 폰을 열어본 강신우는-
[축하합니다.]문자를 확인한 즉시 눈을 비볐다.
[2대 한국 각성자 협회장으로 선임되셨습니다.]전혀 예기치 못한 소식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수저마저 떨어뜨리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어째서? 왜 내가……?”
협회장은 사실상 강예빈이 정하는 거잖아?
[일주일 뒤, 인사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하기에 기재된 시간과 장소를 확인바랍니다.] [장소 : 혁예 클랜 사옥 99층]“인사 청문회? 클랜 사옥?”
혁예 클랜이 방금의 시위를 주도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