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263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263화
게이트 발발 30분 전.
게이트와 마력과 몬스터가 존재치 않는, 익히 아는 2023년.
스위스 제네바.
전(前) SR 물리 연구소.
현(現) 강입자 충돌기 통제실.
책임자, 엘리 폰 세리아드가 고함했다.
“닥쳐! 너는 과학자가 왜 유사 과학을 말하는 거지? 없다시피 하는 확률로 블랙홀이 생겨봤자, 양자 블랙홀 정도야!”
수석 과학자이자, 영국의 귀족이자, SR기업의 총수이자, 거대 강입자 충돌기의 입안자인 엘리 폰 세리아드.
그녀의 서슬 퍼런 눈빛에도 과학자, 최진석은 주눅 들지 않았다.
“우리는 사이즈를 200㎞까지 늘렸지 않습니까! 이 조건에서 블랙홀 생성은 낮은 확률이 아닙니다!”
그는 할 말을 똑바로 전한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블랙홀에 대한 첫 번째 경고에 이어-
“왜 여분 차원의 존재를 부정하십니까! 소립자 간의 중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지구마저 삼켜 버릴 블랙홀이 탄생할 수 있는 걸 아시잖습니까!”
블랙홀이 생겨나면 모두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 번째 경고까지.
“그럼 이제 와서 전부 파투내자는 얘기야-!”
“안정성을 확보한 뒤에 가동을 시키자는 말입니다!”
둘의 설전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최진석의 친동생인 최진혁이 물었다.
“저게 무슨 얘기예요?”
이가을은 뜨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여기서 우리가 뭐 하는지 몰라?”
“그건 알죠. 전자와 양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충돌시키는 거잖아요. 힉스 입자의 발견에 이어, 암흑물질까지 관측하기 위해서요.”
“그래…… 엔지니어가 그것도 모르고 뭘 만들진 않았구나. 다행이야.”
그래도 본인이 뭘 만드는지는 알고 있었구나?
“그런데 잘못해서 블랙홀이 발생하면 다 죽어요?”
허접한 질문에 이가을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 발생하는 일은 알 수가 없어.”
“그건 무슨 말이에요?”
“블랙홀 안에선 빛도 소리도 나오질 않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누구도 관측할 수 없다는 말이고, 그 안에 대해 밝혀진 게 전무하다는 뜻이야.”
“아…….”
최진혁의 얼빵한 표정이 웃긴 이가을은 장난기가 돌았다.
짐짓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겁을 주어봤다.
“추측하자면 아예 죽어버릴 수도 있지. 막대한 중력에 짓이겨져서 온몸이 갈려 버릴 수도 있어.”
“진짜요?”
“아니면 화이트홀로 나왔더니 게이트, 헌터, 마력 등이 실존하는 세상일 수도 있고. 거긴 몬스터가 출몰하는, 아주 무시무시한 곳일 거야.”
“와……. 누나 과학자 맞으세요?”
꽤 센스 있는 유머인 줄 알았다만, 돌아오는 반응은 시원찮았다.
“어제 자기 전에 웹소설 읽으셨어요?”
“……뒤질래?”
“웹소설에도 그런 내용은 안 쓰겠다.”
썼으면 어쩔래?
어떠한 전능적인 작용에 의해, 이가을은 대신 기분이 상해주었다.
“그럼 우리 이 실험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직접 생각이란 걸 하지 않고 겉으로만 드러난 논리의 흐름만 따라온 최진혁의 물음에, 이가을은 비웃음을 머금었다.
“너 정말 퀴리 부인은 아니?”
“그럼요. 노벨 물리학상이랑 화학상까지 받은 대과학자잖아요.”
“그래. 그 대과학자가 무슨 연구를 했지?”
“라듐과 폴로늄에 관한 방사능 연구요.”
맞다. 최초의 노벨상 2회 수상자인 퀴리 부인은 방사능 연구로 입지전적인 성과를 낸 위인이다.
그것도 물리 분야에서 한번, 화학 분야에서 한번.
“그래. 네 말마따나 방사능 연구의 선구자였던 퀴리 부인은-”
그리고 위인은 고귀한 죽음을 맞았다.
“방사능 피폭으로 죽었어.”
그녀의 연구 일지는 현재 위험 물질로 분류되어, 납으로 만든 상자에 보관 중이다.
이가을은 단순한 비극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본디 위대한 업적은 그러한 자기희생적인 노력이 바탕되기 마련이다.
오히려 진심으로 퀴리 부인을 존경할 부분이라 여겼다.
“내 롤 모델은 퀴리 부인이야. 그러니 나는 네 형인 최진석보다는 엘리 세리아드의 주장을 더 존중해. 우리가 여기서 멈추면 우주가 탄생한 빅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가 없거든.”
강입자 충돌기의 최초 설립 목적은 빅뱅 현상의 재현이었고, 이가을이 SR 기업에 입사한 이유는 그것을 두 눈으로 보기 위함이었다.
“설령 아주 낮은 확률이나마 우리로 인해 전 인류가 죽게 되더라도, 있지도 않을 사후세계에서 누군가 그걸 원죄라 부르며 우리에게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이 일로 어떤 결과가 벌어지든 전부 감당할 것이다.
“나는 과학자야. 탐구를 멈출 수는 없어.”
부작용이 무서워?
그럼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기 전에 산업혁명을 막았어야지. 안 그래?
“그리고 사실 최진석 수석 연구원의 말은…… 너무 이론적이기도 해. 여분 차원에 관한 건 전혀 입증되지 않았거든.”
최진혁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우리 형 무시하지 마요. 엄청 똑똑하거든요?”
“나도 똑똑하거든? 엄청 똑똑하거든?”
“……저 이제 갈래요.”
“그럼 잘 가렴, 멍청아.”
별 영양가도 없는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30분 후.
저명한 세리아드 가문이 권력과 자본을 문자 그대로 쏟아부은 실험은, 연구원 하나의 방해에 저지되지 않았다.
실험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가을아. 시작해.”
“네!”
엘리 세리아드의 지시에 따라 이가을은 컴퓨터를 조작한다.
미립자들을 가속시킨다.
우우웅.
전자 하나가 자력으로 인한 원심력을 얻는다.
링 구조의 강입자 충돌기를 따라 미친 듯이 회전한다.
우우웅.
양전자 하나도, 이와 반대 방향으로 한껏 입자가속 된다.
“곧 광속이에요.”
웅웅웅웅.
그렇게 원을 그리며, 빛의 속도로 가속된 두 개의 미립자는.
“지금!”
한 점에서 충돌한다.
“어?”
그리고 이가을은 보았다.
충돌 지점에서 발현하는 검은 빛을.
“저게 뭐야?”
그 빛은.
빛이 검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블랙홀?”
빛이 사라진 공간이 검게 보이는 게, 정녕 검은빛으로 보이는.
막대한 중력이 주변의 빛을 포함한 공간 자체를 빨아들이는.
범지구적인 재앙, 블랙홀.
“……!”
기적적인 확률을 뚫고서 재앙이 발현하는 것을, 이가을은 목도했다.
* * *
달리는 자동차 안에선 정지한 객체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하늘 위 비행기에서 달리는 자동차를 바라보면 정지해 있는 것만 같다.
과거로 돌아가는 중인 우리가 보는 세상은, 관측자가 객체의 상대속도를 관찰하는 것과 비슷했다.
대관절, 시간을 거스르는 건 우리지만, 관측자인 우리에겐 세상의 시간이 되돌려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거다.
“야뭐 발X?”
세상의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스위스에서 블랙홀을 만드는 데에 관여했던 과거에 살던 이가을의 욕설은 우리에게 거꾸로 들렸다.
“Helfen lhnen ich Kann? Verlaufen sich Sie Haben?(줘와도? 봐 나었잃 을길?)”
그녀에게 말을 거는 어느 스위스인의 말도 역순이었다.
“라더였구누……나?”
이가을은 남자에게서 불안한 시선을 떼고서, 초점을 허공에 둔 채로 뒷걸음질을 친다. 터벅터벅 쓰러질 듯이.
그녀는 계속해 뒤로 걸으며 우리에게 과거 본인이 어디서 왔는지 몸소 보여준다.
숲을 가로지르는 무기력한 뒷걸음질의 끝에서, 그녀는 무너져 내린 싱크홀로 몸을 집어넣는다.
나를 포함한 14명의 회귀자가 이가을의 뒤를 따라 싱크홀로 들어간 직후였다.
아스팔트 조각과 낱알로 쪼개진 흙뭉치가 치솟아, 퍼즐이 맞춰지듯 균열 없이 온전한 지면의 모습을 갖춘다.
싱크홀이 복구된 현장엔, 그 무너졌던 공간의 중앙엔, 싱크홀을 야기했을 빛무리가 있었다.
생성과 함께 공간을 삼켜 버리는 게이트였다.
“줘와도-!”
시간은 계속해 역행한다. 최초의 게이트도 탄생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삼켰던 공간을 내뱉고서는 나타났을 때처럼 연멸한다.
이가을은 여전한 뒷걸음질로 그 공간을 지나친다.
싱크홀이 있었던 자리와 연결된 통로로 들어간다.
탁. 탁. 탁.
곧 그녀는 길고 긴 통로를 달린다.
뒤로 달린다.
힘껏 땅을 박차서, 빠르게 뒤로 향한다.
“악아아아!”
싱크홀을 등 뒤에 두고 뒤로 점프한다. 잇따라 통로의 바닥으로 입을 벌린 싱크홀의 내용물이 차올랐다.
대경했던 표정이 지워지고, 그녀의 얼굴엔 잔뜩 당겨진 긴장감이 들어선다.
“악아아아!”
계속 비명을 거꾸로 지르며, 복구되는 싱크홀을 뒤로 타 넘는다.
탁. 탁. 탁.
그러던 중 그녀의 등 뒤에서 붕괴됐던 공간이 차오르니-
“줘내꺼 좀 나!”
통로에 수놓아진 싱크홀에선, 그곳에 들어 있던 연구원들이 지면으로 튀어나온다.
하나, 둘씩 나타나 뒷걸음질에 합류한다. 5분 뒤에 혼자였던 이가을은 혼자가 아니었다.
다 같이 통로를 역행한다.
이가을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나왔던 순서와 반대로 어느 통제실에 들어가고.
탕!
이가을이 마지막으로 열린 문을 닫았다.
통제실로 들어온 이가을.
그녀가 의자에 몸을 던져서, 정자세로 착석한 순간이었다.
“홀랙블?”
툭.
모든 빛이 꺼진다.
세계가 동시에 암전한다.
어둠이 가득했다.
레비아탄의 위장보다 더 진한 어둠이 세상을 깊게 묻어버린다.
그 시간은 극히 짧았다.
아마 비각성자라면, 이런 어둠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조차 모른 채, 단순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치부할 수 있을 만큼.
다만 각성자인 우리는, 찰나의 시간을 훨씬 길게 인지하였다.
찰나의 시간 존재했던 어둠이 저 멀리서부터 걷어지는 것까지 관측한다.
“야뭐 게저?”
시간은 여전히 역행 중이다.
세상을 삼켰던 블랙홀이 다시 세상을 뱉어낸다.
“어?”
점점 작아지는 블랙홀이 그 시발점까지 축소된다.
“금지!”
곧 충돌했던 전자와 양전자는 분리된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질주 상태로 돌아간다.
“인벤토리.”
내가 입을 연 것은 이때였다.
이야기의 끝맺음은 아주 단순했다. 시간을 돌리는 것이 불가능했던 거지, 되돌아간 시간에서 인과를 수정하는 것은 간단하기에.
태풍을 막을 순 없지만, 나비의 날갯짓을 막는 건 아주 쉬운 일이므로.
나는 그저 충돌 직전의 두 입자를 [인벤토리]에 넣었을 뿐이다.
이로써 두 입자는 충돌하지 않았다.
그 충돌로 인해 탄생했던 블랙홀은 이제 발현되지 않을 것이다.
인류가 통째로 블랙홀에 끌려가지 않았다.
그로 인한 원죄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전부 끝났습니다.”
게이트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류는 격변을 겪지 않을 것이다.
“강예빈 부클랜장. 이능을 거두셔도 좋습니다.”
정녕 모든 것이 끝을 맺으며-
역방향으로 흐르던 시간이 다시 정방향으로 흐르는 그때였다.
[축하합니다!]나는 시간을 거스른 게 14명의 회귀자만이 아님을 인식한다.
목전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가 말한다.
[1차 게이트 브레이크 클리어!] [2차 게이트 브레이크 클리어!]……
[모든 게이트 브레이크 클리어!] [단죄 퀘스트 클리어!]우리와 더불어, 앞으로 발생할 일들에 대한 보상 역시.
[보상을 선택하세요.] [보유 코인 : 9,999,9…… 99,999]시간을 거슬러 나에게 왔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