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33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33화
하루 뒤.
전투가 끝난 뒤의 내 루틴은 여일하다.
[보유 마력 +0.07]먼저 마력회로를 돌려 내 기본 체급을 올린다. 물론 이건 시간 날 때마다 습관처럼 행위이니 별다를 것은 없다.
“이제 패턴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네!”
이 게이트 안에 들어와 추가된 루틴이라 하면, 강예빈을 옆에 두고 [부유석]의 마력 패턴을 다듬는 것이다.
“…….”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다. 난 숨 한번 크게 쉬지 않고 몰두한다.
이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첫 단계부터가 패턴의 복잡한 3차원적인 구조를 머리로만 구상하는 것.
그 형태가 기형적인 3차원 퍼즐을, 오로지 머릿속으로 맞추는 격이라 보면 이해가 쉽다.
“와. 무슨 외계 문자도 아니고, 소설 속에나 나오는 룬 문자도 아니고.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정말 신기하게 생겼네요.”
최연소 박사 학위를 따내고, 마력회로를 고안하고 개발한 그 강예빈조차 직접 작업해 보진 못하고, 그저 내 옆에서 MVO를 통해 마력 패턴만 살피는 데엔 이유가 있다.
“보다 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그래도 겉은 이제 어느 정도 눈에 익은 것 같아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지 말고 그 안을 보셔야 합니다. 패턴이 꿈틀거릴 때, 잠시나마 내부 구조가 드러나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겁니다.
“말은 참…… 쉽네요.”
그다음 작업은 부유석에 내재된 마력을 통제해 머릿속 퍼즐을 현실에 구현시키는 거다.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리라. 60이 넘는 [마력]이 이 작업의 전제 조건이니.
“……뭔 전생에 마법사였어요? 볼 때마다 자괴감만 드네…….”
“언젠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강예빈 클랜원은 분명 재능이 있으니.”
더불어 마력회로가 S급에 달하는 내가 온종일 매달려 패턴을 변형시킨 부분이 고작 20%가 조금 넘는다는 게, 이 작업의 지난함을 설명한다.
내 옆에 얼굴을 딱 붙인 채로, 한참 마력 패턴을 바라보던 그녀가 문득 물었다.
“그래도 어제부터 쭉 같은 패턴만 보여주신 덕분에 이건 눈에 익어요. 이게 상승 패턴이라고 했죠?”
“맞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작업은 이 부유석에 그 ‘메테오’를 위해 ‘하강’ 패턴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상승’ 패턴을 새기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당장에 필요한 건 무력이 아니라, 말 그대로의 상승이므로.
“아, 뭐 이거 타고 계속 위로 올라가려는 건가?”
“비슷합니다. 실제로 계획엔 그것도 포함되어 있고요.”
이른 시간에 이곳을 탈출하기 위함이다.
정상적이라면 지금 타고 있는 부유섬이 앞으로 천 번 정도는 다른 부유섬과 부딪혀야 가장 큰 궤도에 도달하겠지만-
“이게 완성돼야 약속한 시간 내에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이게 완성되면 그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더 빠르게 위로.”
페리튼을 잡기 위해 저 위로 올라가는 것.
같은 의미로 가장 큰 궤도를 그리는 부유섬에 이르는 것.
쿵.
이를 위해 다음 부유섬의 충돌이 있을 때까지 내 작업은 계속되었고.
“곧 몬스터가 몰려올 겁니다. 작업은 이만하고 복귀하죠.”
우리가 타고 있는 부유섬의 궤도는 충돌로 인해 다시 한번 그 크기가 커졌다.
조금이나마 최외곽 궤도에 가까워졌다.
* * *
이틀이 지났다. 아니, 사실 이틀이 아닐 수도 있다.
해가 뜨고 지는 걸 2번 반복했을 뿐이지, 그 시간이 48시간이라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
“내 생애 가장 긴 이틀이었어요.”
강예빈의 말마따나, 유난히 밤이 길고 유난히 낮이 긴 듯한 느낌은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었다.
기실 우리는 백야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낮을 보냈고, 극야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밤을 보냈다.
“겨울 우울증이 극지방에 가까울수록 흔하다더니.”
그런 곳에서의 일상은 너무나 단순했다.
부유섬의 충돌, 몬스터와의 전투, 각자의 정비.
해가 뜨고 지기까지 그러한 반복은 수백에 이르렀고, 단순한 반복은 사람을 지치게 하였다.
“패턴 새기는 것은 어느 정도 했어요?”
패턴 작업의 끝을 확인하는 강예빈의 물음은 잦아졌다.
“절반이 조금 안 됩니다.”
“하…….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한 만큼 다시 고생하면 된다는 대답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이 침울해진다.
“그럼 다시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네.”
일행들이 지쳐가는 게 눈에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빠르게 패턴을 새기는 것이었다.
다시 이틀이 지났다.
마찬가지로 날짜는 그저 일출과 일몰로 세었을 뿐, 우리가 얼마만큼 긴 낮을 보냈는지, 얼마만큼 긴 밤을 보냈는지는 감이 오질 않았다.
일행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
이제 게이트 안에서도 농담을 하는 강혁마저도 그 입을 닫고 있었다.
현재 일행이 하는 것은 단 하나다.
다음 부유섬이 충돌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
“클리어까지 멀지 않았습니다.”
다행인 건 이쯤에서 나 역시 준비는 끝났다는 거다.
하루의 전부를, 전투를 제외하곤 오롯이 패턴 작업에 쏟아부은 결과, 이제 ‘상승’의 패턴을 완벽히 부유석에 새겼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됩니다.”
일행을 다독이며 때를 기다린다. 최외곽 궤도를 돌고 있는 부유섬이 고점에 이르는 순간을.
* * *
다시 측정할 수 없는 긴 시간을 지나, 마침내 바라던 순간이 왔을 때, 난 모두를 대비를 시켰다.
“이제 클리어를 위해 움직일 겁니다. 모두 준비하세요.”
“““?”””
하나같이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게 언뜻 봐도, 페리튼은 한참이나 멀었으니.
“지금요?”
태양이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가늠이 안 잡히는 것처럼, 페리튼 역시 그렇게 멀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력을 담아 눈을 활성화하지 않는다면 그 존재조차 확인이 불가할 정도로 멀리.
“네, 지금. 다들 따라오세요.”
나는 재차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들을 부유섬의 끝자락으로 인도했다.
그 절벽의 끝에 서서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부터 하려는 것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기다리지 않고, 직접 움직여 최정상 궤도에 진입할 겁니다.”
오랜만에 강혁과 이가을이 입을 열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뭔 발사체라도 챙겨 온 건 아닐 텐데, 어떻게 저기까지 가겠다는 거야?”
난 대답 없이 도리어 강예빈의 표정을 살폈다.
“강예빈 씨. 내가 신호하면 지금 밟고 있는 땅의 시간을 돌리세요.”
“어? 뭔 소리야?”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강혁과 이가을은 여전히 이해 못 했지만.
“아……. 일단은 무슨 얘긴지 알겠어요.”
강예빈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그러면 됐다. 강예빈만 이해했으면 나머진 겪으면 알게 될 터이니.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난 검을 꺼냈다.
마력을 담아,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부분에 있는 힘껏 휘둘렀다.
꽈가가가광.
“미, 미친.”
이에 절벽의 일부가 갈라진다.
우리가 밟고 있는 부유섬의 일부가, 곧 부유섬 본체에서 뚝 떨어져 나왔다.
“!”
결과는 자명하다.
딛고 있는 땅과 함께, 우리는 떨어진다.
“바, 박신혁 클랜장. 이게 무슨 짓입니까!”
여태껏 저 무저갱 같은 바닥으로 떨어졌던 몬스터처럼.
“아아아아아아!”
우리는 자유 낙하한다.
머리가 쭈뼛 서며 아랫배가 오싹해진다.
비하자면 안전장치 없이 성층권 높이에서 뛰어내린 번지점프.
“미, 미쳤습니까?”
“미, 미, 미, 미, 미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건 A급 헌터와 B급 헌터에게도 마찬가지일 터.
A급과 B급 헌터의 얼굴은 하얘졌다.
“가만히 있으세요!”
그 짧은 시간에 몇백 미터는 떨어졌을 거다.
더 기다릴 필요는 없다.
난 긴 머리를 위로 팔락거리고 있는 강예빈에게 마석을 잔뜩 꺼내 쥐여주었다.
“지금!”
신호에 그녀가 마석을 깨뜨렸다.
그러자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되돌아간다.
저 높이 떠 있던, 그곳에 위치해 있던 시간으로.
그 시간의 위치로.
“최대한 빠르게!”
이내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은 급격히 감속해, 일순 허공에 멈추더니, 이어서 우리를 싣고 이전의 위치로 돌아간다.
그녀가 자동차를 움직였던 것처럼.
“어어어어어!”
떨어질 때보다 몇십 배는 빠르게, 상승한다.
빠드드드득.
관성에 의해 서 있던 발이 땅을 파고들 만큼.
쉬이이이익-
머리 위에서 광풍이 내리꽂힐 만큼 빠른 속도로.
기존에 있었던 부유섬을 지나치기까진 고작 1초.
그러곤 그곳을 지나친다.
쉬이이이익-
지나쳤음에도 강예빈이 한껏 가속 시킨 상승 속도는 여전했다.
멈추지 않고 더 위로 올라간다. 기존에 있던 궤도를 벗어나 계속 상승한다.
쉬이이이익-
머리 위로 보이는 부유섬의 개수는 급감한다.
머리 위에 떠 있던 물경 몇천에 달해 보였던 부유섬의 개수가 몇백 개, 몇십 개로 줄어들더니-
“…….”
곧 상승 속도가 줄어들 때 즈음엔 우리 머리 위에는 고작 한 개의 부유섬만이 떠 있었다.
“최외곽 궤도의 부유섬입니다.”
이제 저기만 도달하면 끝이다. 일 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몇 달을 줄인 것이다.
“어? 슬슬 느려지는데요? 도달할 수 있을까요?”
“안 될 겁니다.”
그쯤 돼서 궤도를 이탈한 지금의 부유석은 상승의 원동력을 잃었지만.
“그러니 갈아탈 준비 하세요.”
난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바로 페리튼 잡고 이번 게이트 공략을 끝낼 것이다.
“가, 갈아타요? 뭘요?”
이제껏 준비했던, 상승 패턴이 새겨진 부유석을 꺼낸 뒤 나 먼저 그 위에 올라섰다.
“딛고 있는 땅은 곧 다시 떨어질 겁니다. 다들 이리로 오세요.”
부랴부랴 움직이는 일행들의 손을 잡아끌어 부유석 위에 올렸다.
“……박신혁 클랜장은 정말 사람을 여러 번 놀라게 합니다…….”
머리가 산발이 된 일행을 태우고 다시 상승한다.
더 위로.
최종 궤도에 떠 있는 부유섬이 있는 곳까지.
탁.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 도달하였고-
크아아아아악.
가장 거대한 섬에 빼곡히 차 있는 몬스터와 조우한다.
“어차피 클리어하면 보상만 선택하고 게이트를 나가면 되니 대충 시간만 끌고 있으세요.”
이제껏처럼 일행들의 발밑에 [차폐막]을 꺼내준 뒤엔, 난 따로 움직였다.
“어디 갑니까?”
“잡아야죠. 페리튼.”
타악, 발밑에 차폐막을 딛고 난 다시 허공을 오른다.
타악, 이전에 꺼냈던 차폐막을 인벤토리에 넣은 뒤 다시 발밑에 꺼낸다. 다시 박차 오른다.
타악, 반복한다. 흡사 허공답보처럼 차폐막을 딛고서 난 계속 위로 오른다.
끼이이이이익-
곧 페리튼이 목전에 보였다.
사슴의 머리를 하고 새의 몸통을 한, 저 부유섬보다도 거대한 새.
난 다시 한번 차폐막을 박찼다. 다만 이젠 위를 향한 디딤은 아니었다.
공중을 가르며 정면을 향해 나아간다.
정확힌 페리튼의 목을 향해.
팡! 마지막 디딤엔 마력까지 담았다.
저 멀리 있던 놈이 내 눈 앞에 위치하게 된 것은 찰나의 시간이었다.
끼에에에엑-
그때까지 놈의 거대한 눈동자는 나를 향해 있지 않았다.
난 바로 움직였다.
놈의 목 앞에 다다르자.
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마석을 깨뜨려.
발산하는 마력을 모조리 검에 담은 뒤.
그대로 휘둘렀다.
차아아악.
세상을 가르는 청색 사선.
천천히 제 몸에서 미끄러지는 놈의 머리.
[게이트 클리어!] [조건 : 보스 몬스터, 페리튼 소멸.]길었던 부유섬 게이트의 종지부.
펑!
공중서 터진 사체에서 코인들이 흩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