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55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55화
삼 일 뒤.
최진솔 장례식장.
그곳에 입장하지도 못한 채, 주진헌은 장례식 바깥에 고개를 숙인 채 엎드려 있다.
“저 벌레 새끼 때문에 죽었다며?”
아는 길드원의 목소리였다.
퉤.
그러니 손등에 튄 침도 아는 사람의 것이다. 주진헌은 고개를 들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뭔 낯짝으로 여기까지 기어와?”
“죄송합니다.”
익숙한 말이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이틀간, 이재근에게, 그리고 죽은 최진솔의 부모님과 그녀의 남매들에게 들었던 텍스트였다.
삼 일간, 한 끼도, 한 방울의 물도 마시지 않으며 그들이 용서해 줄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는 이유였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또다시 발걸음이 온다.
“하필 자네가 온 첫날에 길드원이 죽을 게 뭔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게.”
또 한 번, 아는 목소리였다.
주진헌이 4년간 도합 10번 이상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인물이었으며, 5년간 몸담았던 이상 길드의 길드장.
뚜벅. 뚜벅.
그는 그대로 그냥 지나쳤다. 예상했듯, 어떠한 말도 없었다.
“뭐야, 이건?”
오히려 자신에게 관심을 표한 것은 유민성, 예의 그 신입이었다.
-죄송합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B급 재생 각성자, 유민성입니다!
-어어어. 선배님 쪽으로 한 마리 갑니다!
3일 전에 처음 들었던 목소리는, 잊혀질 수 없는 것이었다.
“아. 그냥 오게. 자네가 신경 쓸 것 없어.”
“하……. 별 쇼를 다 하고 있네요. 길드장님. 어떻게 저런 탱커를 데리고 이제까지 버티셨습니까? 여태껏 길드원이 고생했을 게 훤히 보이니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뭐 고생은 무슨 고생.”
뒤통수가 따가웠다.
납작 엎드린 자신에 관한 얘기가, 대놓고 뒤통수 위에서 오고 간다.
“말을 삼가게.”
“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선배인데 제가 말을 너무 경솔하게 했군요.”
“그게 아니야. 저 인간은 그냥 자연스레 잊혀져야 하는 사람이야.”
“잊혀져야 한다시면……?”
“그래도 한때는 우리 간판이었어. 실력도 있었고.”
“아. 그랬습니까? 지금이랑은 다르네요.”
뚜벅.
불쾌한 말을 남기며 그들은 멀어진다.
“그러니 자연스레 잊혀 져야지. 우리는 이상 길드야, 한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길드. 최고를 데리고 있었는데, 이제 최고가 아니어서, 그러니 길드와 안 맞아서, 자연스레 여기서 내려간다는 그림이 여러모로 좋지 않겠나.”
“맞습니다. 길드는 애들 소꿉장난도 아니니까요. 실력이 없으면 나가야죠.”
가슴을 헤집는 말이었다.
“이상 길드가 벌레를 데리고 있었다는 이미지가 돼서는 곤란해. 우리는 자네처럼 최고만 취급하는 길드이지 않은가. 이제 자네도 우리 사람이 되었으니 참고하게.”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하하. 아무튼 다행이야. 이제라도 자네가 왔으니.”
“하하하. 그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멀리서 희미한 웃음이, 장례식에서의 퍼지는 웃음이 고깝다.
“…….”
주진헌은 비스듬히 고개를 들었다.
낮게 깔린 시선으로 신입의 발걸음을 쫓는다.
“…….”
백번 양보해 길드장이야 어느샌가 저런 사람이 되었다 쳐도, 그는 설사 이 일과 관련이 없다고 쳐도.
‘유민성. 너는 적어도 내 옆에 엎드려 있어야지.’
적어도 장례식장에서 쳐웃으면 안 되지.
-병. 신.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졌을 때, 너 역시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것을 너도 알 텐데.
빠드득.
몸이 들썩거린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놈을 붙잡고, 능력만 된다면 옆에 꿇리고 싶지만.
빠드득.
그러나 이만 악물 뿐이고, 몸만 들썩거릴 뿐이었다. 그럴 수는 없다. 장례식장에서 소란을 일으킬 순 없다. 이곳은 진솔이가 마지막으로 기억될 장소였다.
뚜벅. 뚜벅.
주진헌은 새로운 발걸음이 들리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씨. 깜짝 놀랐네.”
음성이 이어진 직후였다.
퍽, 관자놀이에 작은 충격이 일었다.
“이 새끼 왜 여기서 쳐엎드려 있고 X랄이야. X발. 넘어질 뻔했네.”
장애물을 보고도 다리가 걸렸다면, 그 의도는 뻔하다. 고의였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주진헌은 사과한다.
뚜벅. 뚜벅.
새로 온 발걸음.
“진짜 불편하게 왜 이러는 거야, 재수 없게!”
“죄송합니다.”
분노는 넣어두고, 다시 침잠한다.
누가 또 자신을 알아볼까 봐. 독한 욕설을 뱉을까 봐. 발길질이 머리에 닿을까 봐. 차디찬 맨바닥에 얼굴을 비벼야 할까 봐.
뚜벅 뚜벅.
탁.
세 번째 발걸음은 바로 앞에서 멈춰진다.
“죄송합니다.”
주진헌은 사과하며 몸에 잔뜩 힘을 준다. 곧 가해질 독설과 멸시를 기다린다.
그런데-
“아닙니다. 제가 죄송할 따름입니다.”
누군가의 이어진 말은 도리어 자신을 향한 사과였다.
“제가 좀만 일찍 왔다면, 그랬다면 벌어지지 않는 일이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곳에서 처음 듣는 따뜻한 음성이었다.
“고개를 드세요.”
들지 않았다. 그러자 누군가는 자신의 어깨를 붙잡아 들어 올리다시피 한다.
“사고라 들었습니다.”
억지로 상체가 들려지니, 검은 정장 바지가 보였다.
고급스러운 바지의 무릎 부분이 바닥에 닿아 흙먼지에 더럽혀져 있었다.
“잘못이 있다면 제 잘못이 가장 크겠죠.”
누군가는 자신 앞에서, 마주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바로 주진헌 클랜원을 찾아갔어야 했는데, 일이 있다는 핑계로 바로 찾아오지 못했습니다. 그게 미안하고 후회가 될 따름입니다.”
검은 셔츠의 검은 넥타이까지 입고서 이곳에 나타난 이는.
“죽은 사람까지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이후의 일들은 제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자신과 같은 눈높이로, 자신을 마주하는 이는.
“이제부터 될, 당신의 책임자로서.”
다름 아닌, 박신혁이었다.
“박신혁 클랜장님?”
그토록 가고 싶었던 혁예 클랜의 클랜장.
* * *
[고(故) 최진솔 302호.]난 안내 문구를 따라 최진솔의 장례식장으로 걷는다.
저벅저벅.
내 옆을 걷는 발걸음의 소리는 주진헌의 것이다. 시선은 앞으로 한 채 그에게 말했다.
“고개 드세요.”
“네? 네…….”
슬쩍 곁눈질로 그를 살폈다.
“…….”
역시나 그는 대답과 달리 여전히 땅만 보고 걷고 있었다.
아마 수근대는 주변 소리 때문이겠지.
어디라고 여길 기어 와?
사과하면 끝날 일이야?
내 귀에도 아주 잘 들려오는 독설들.
말에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문제는 말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이상 길드는 말단이나마, 10대 길드에 속한다.
랭킹을 따지자면 9~10위 정도.
그런 이들이 한결같이 적대적인 기세를 풀풀 뿜어내고 있으면, 그 기세는 건장한 조폭 수십 명이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저, 박신혁 클랜장님?”
“네. 말씀하세요.”
이 일을 전부 본인 탓으로 돌린 주진헌의 목소리가 잔뜩 위축될 수밖에 없는 이유겠다.
“저, 전 아무래도……. 장례식 바깥에 있는 게 편할 것 같습니다.”
“계속 그러고 있지 않았습니까?”
“가보니까 말이죠……. 재근이가 그리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난 몸을 틀어 고개 숙인 그에게 말했다.
“저와 함께 갑시다.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지 않나요?”
“…….”
“이번 일로 헌터 일을 그만두실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아니면 혁예 클랜에 들어오지 않을 생각입니까?”
“아, 아, 아닙니다.”
내가 주진헌을 데리고 저곳에 가는 이유는, 그가 지금 죽은 눈빛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우리 혁예 클랜에 들어온다면, 이상 길드는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맞닥뜨릴 곳입니다. 어쩌면 게이트 브레이크 안에서 조우할 수도 있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현실에서 대립할 수도 있겠죠.”
어디 둘지 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눈빛은 세상 무기질적이었다.
“그때마다 피하실 겁니까? 그렇다면 언제까지 피하실 겁니까? 언제까지 물러날 겁니까? 한 번 물러나면 다음엔 더 쉽게 물러나겠죠. 속죄하다가 평생을 보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전, 그런 당신을 클랜원으로 데려가려는 게 아닙니다.”
오늘 들은 소문처럼 메말라 있었다.
공감보단, 그를 이끌 절대적인 인도가 필요해 보였다.
“이틀 전의 일을 당장에 마무리 지으라는 게 아닙니다. 오늘은 그냥 일단락만 지으세요.”
타이르듯 말했다.
그는 소중한 인재였다.
지금의 주진헌은 구겨진 양복 위로 발자국과 침 자국이 즐비한, 추레한 행색이지만.
‘세계수 주진헌.’
미래의 주진헌은 무려 세계수라 불린다. 그는 아마도, 이가을보다 빨리 S급 헌터에 도달할 헌터다.
“당신이 이틀간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던 일의 끝맺음만이라도, 여기서 지으시죠.”
곧 찬란히 빛날 그를 허송세월 시킬 수 없다.
더불어 그가 이제부터 어디에 소속되는지,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난 이게 그를 위한 최선이리라 믿었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뒤따라오시죠.”
하여 앞장서 걷는다.
저기, 저기, 박신혁 맞지?
어……. 맞는 거 같은데? 최진솔이랑 아는 사이였어?
이제 내 사회적 위치는 등장만으로 뉴스에 나오는 위치에 이르렀다. 어딜 가든 회자가 된다. 장례식에서도 다를 건 없었다.
“반갑습니다. 이상 길드장, 이병락입니다.
“반갑습니다. 혁예 클랜장, 박신혁입니다.”
“혹시…… 이다음 일정이 있습니까? 없다면 차라도 잠시-”
“다음을 기약하죠. 오늘은 바쁠 것 같군요.”
내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이상 길드장마저도 난 지나친다.
“…….”
모든 시선과 관심은 내게 고정되어 있다.
독설을 내 존재감으로 지우는 것이다. 멸시를 가리는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것들을 내 등 뒤에 있는 주진헌에게까지 보내지 않는다.
뚜벅. 뚜벅.
독설을 내뱉던 수많은 입은 어느새 전부 닫혀 있었고-
그 사람들 끝에 서 있는 상주(喪主) 이재근까지 다다를 때까지 앞길을 막는 사람은 없었다.
“바, 박신혁 클랜장님이 어찌 이곳에?”
난 왼쪽에 노란 완장을 차고 서 있는 이재근 앞에서야, 한 발 옆으로 물러섰다.
“……!”
등 뒤에 있던 주진헌과 눈을 마주치는 이재근에게, 난 정중히 묵례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곤 선제적으로 말했다. 클랜원, 굳이 청자와의 관계를 단어를 강조하며.
“주진헌 클랜원.”
“네, 네?”
“전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재근까지 들었으면 되었다. 난 물러난다. 내가 할 것은 여기까지다.
이다음은 주진헌이 해야 할 일이다.
한 번 더 욕을 먹든, 무참히 쫓겨나든, 멸시를 받든.
어떠한 형식으로든 3일 내내 장례식장에 머물렀던 일은 결과를 봐야 한다. 언제까지 그가 이곳에 머무를 수는 없다.
“너……. 너가…….”
이가을의 이름값 때문인지, 아니면 예언자 강예빈의 화제성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의 클랜장이자 강혁과 대등히 싸웠던 내가 이곳에 있어서인지.
뭐가 원인인지는 모른다.
“…….”
어쨌든 목부터 머리까지 시뻘게진 이재근은 막상 주진헌이 향을 태울 때까지 주진헌을 가만히 두었으며.
“미안하다. 재근아.”
“…….”
엎드리는 주진헌에게 맞절은 하지 않았어도, 적어도 그를 지켜보긴 했다.
“다시, 다시 너한테 올게. 다시 만날 때 제대로 사죄할게.”
“…….”
“미안해. 진심으로.”
“…….”
한마디 대답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쫓아내지도 않았다.
“정리되면 다시 올게. 다시 와서 사죄할게.”
“…….”
일단은 이것으로 되었다.
난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기다리는 주진헌에게 말했다.
“이제 갑시다. 여기 우리가 있으면 다음 상조객이 오질 못할 테니까요.”
“……네.”
주진헌은 어렵게나마, 결국 발을 떼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