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56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56화
나가는 길.
장례식 옆 흡연 장소를 지날 때였다. 새 담뱃갑을 뜯으며 주진헌이 내게 물었다.
“담배 한 대 피우고 가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시죠.”
한 달간 억지로 금연당한 이등병의 표정이었기에, 순간 그가 애연가인 줄 알았건만-
“콜록. 콜록.”
그는 한 모금 머금자마자 기침을 한다. 물론 재생 각성자기에 오래가진 않았다.
“처음이십니까?”
“네. 처음입니다. 아주 독하네요.”
“원래라면 아예 시작도 안 하는 게 좋다고 말하겠지만, 주진헌 씨에겐 무의미한 말이겠네요. 재생 각성자라면 폐암 걸려 죽을 수야 없을 테니까.”
설핏 웃은 주진헌이 담뱃불을 끄고 이어 말했다.
“그냥, 그냥 한번 피워보고 싶었습니다. 왜 힘들 때 피우는 건지 알고 싶어서요…….”
아까보다야 나아졌다만, 자조적인 음색은 여전했다.
“왜 저를 도와주셨는지, 아니, 왜 저를 뽑으신 건지 알 수 있겠습니까?”
“주진헌 클랜원이 지원할 때 바랐던 바와 같을 겁니다.”
“아주 다행히…… 제가 미래엔 지금과 다른가 보군요.”
“네. 아마 이번 일이 터지면서 다소 바뀔 수 있지만, 여전히 저는 당신이 잘해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말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잘해낼 수 있을까요? 방금 도와준 것이 정말 감사해서 더욱 조심스럽네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더 죄송할 것 같아서요.”
“…….”
다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원래 주진헌이 이런 인물은 아니었다.
-죽어-!
전생의 그는 한마디로 야수 같았다.
[재생]을 앞세운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전투는 그가 가장 즐겨하는 전투 방법이었으며, 아군이 아닌 대상에게 그는 광기 그 자체였다.-크하하하하하!
어떠한 상처를 입건 본인이 맡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재생] 각성자이며, 자신의 두 다리가 잘려도 상대의 팔 하나를 자르면 이득이라는 계산하에 움직이는 [재생] 각성자.
그런 그의 좌절한 모습에 착잡한 마음이 되어갈 때였다.
“박신혁 클랜장님!”
흡연장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동시에 난 아주 잠시나마 주진헌의 눈빛이 전생과 비슷해지는 것을 보았다.
그 번들거리는 광기. 바로 그 눈빛의 원인을 좇았다.
“이번에 이상 길드에 들어간 신입 유민성이라고 합니다!”
유민성. 모르는 얼굴의 모르는 이름의 인물이었다.
“네. 반갑습니다. 구면은 아닌듯한데, 어쩐 일로?”
그가 내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집으로 돌아가다 인사차 들렀습니다. 평소에 너무 뵙고 싶었던 분인지라!”
흥분한 목소리로 내게 극도의 저자세를 취하는 유민성이란 사람은, 자세를 바로 세운 채 차렷 자세로 말했다.
“아쉽게 리크루팅에 탈락했지만, 꼭 혁예 클랜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한번 어필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뵙게 되네요!”
“……아 그러셨습니까?”
반면 난 떨떠름한 기색으로 얼버무렸다.
이이가 지원했었는지도 몰랐다. 모르는 이름이면 아예 지원서 자체를 보지 않았으니까.
내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자,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 고려 헌터 대학 수석 졸업했었던 사람입니다!”
이미 심사가 끝난 마당에 하는 자기 PR.
자기애가 엿보였으며, 그럴 만은 했다.
“아라한 길드에서 인턴 생활을 반년 했습니다.”
그는 가장 좋은 대학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며, 현재 랭킹 1위 길드에서 수련을 했으니.
“그런데 왜 아라한 길드로 들어가지 않았죠?”
“아니, 차석보다 계약금을 조금 주지 뭡니까? 나참, 어이가 없어서.”
“…….”
“아무튼 말입니다. 비록 지금은 이상 길드와 계약을 맺었습니다만, 애초에 목표로 했던 곳은 늘 혁예 클랜이었습니다!”
난 유민성의 얼굴을 살핀다.
이런 이들이 있을 거라 늘 생각해 왔다.
내가 모르는 실력자.
스펙과 실력은 괜찮아 보이는데, 내가 이름을 모르는 바, 능력에 비해 전생에 활약을 못했던 이들.
추측하자면, 재능을 빛을 발하지 못하고 불운한 사고을 겪었거나. 아니면-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헌데 혹 혁예 클랜에 지원한 동기라도 있습니까?”
“있습니다. 근래 사망률이 줄어간다고 해도 헌터 일이 아무렴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서 혁예 클랜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예언자께서 죽을 곳을 골라가지 않을 게 뻔하니까요. 최진솔처럼 본인이 죽을 게이트에 들어가겠습니까. 하하하하하.”
“최진솔처럼?”
“네. 최진솔처럼.”
그것도 아니라면 실력에 반해 멘탈은 쓰레기여서 일찍 죽었거나.
“최진솔처럼 몸이 반 토막나도, 바로 절 살릴 수 있는 성녀님이 있는 클랜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발언은 충분히 후자에 무게감을 싣게 한다.
“…….”
강예빈이 예언자라고 이가을이 성녀라고 알려져 있으니 충분히 이해되는 동기지만, 적어도 장례식장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다.
유민성은 기합이 잔뜩 든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물론, 결정권자인 박신혁 클랜장님 앞에서 좀 더 어필을 하자면-”
탈락자가 합격자를 보며 비꼬았다.
“저 진짜 잘할 자신 있습니다! 저도 [재생] 각성자거든요. 저기 있는 주진헌 선배님보다 더 잘할 자신 있습니다. 오죽하면 이상 길드에서 알아보고 오랜 동료 대신 절 영입했겠습니까. 하하하하.”
“…….”
“언제든 뽑아만 주신다면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난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만, 글쎄요.”
무시해도 되지만 난 말을 이어갔다. 빠드드드득. 이를 가는 주진헌을 위해서.
“아쉽게도 저희 클랜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을 듯싶습니다. 하여 다시 한번 유민성 헌터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민성 같은, 눈치 없는 이가 살고자 하는 욕심이 과하면 어딜 가든 사고 치기 쉽다.
공포영화의 뻔한 클리셰처럼.
“이상 길드에선 당신의 가치를 고평가했지만, 전 이상 길드와는 기준이 다릅니다. 전 미래에서도 확실히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난 탈락자 앞에서 고갯짓으로 합격자를 가리켰다.
“여기 있는 주진헌 헌터처럼요.”
장례식장에서 보았듯, 탱커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책임감으로 전신을 무장한.
미래에서 세계수라 불렸듯, 실력에 대해선 아무런 의심의 여지가 없는 합격자.
유민성의 얼굴엔 언짢다는 기색을 나타냈고, 반면 주진헌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각각 내가 바라던 반응이었다.
“지원은 감사하오나, 결정을 번복할 일은 없을 듯합니다.”
“아…….”
난 선을 그었다.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유민성 헌터님.”
아. 아. 아. 아.
재차 어떠한 한탄만 내뱉은 유민성은 곧 무겁게 발을 뗀다.
이곳으로 올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
자꾸 이곳을 돌아 보는 유민성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난 나지막이 말했다.
“주진헌 클랜원.”
“네.”
“저치랑 뭔 일이 있었나 보군요.”
“……네.”
상처를 다시 헤집는 꼴이 될까 봐 사연은 굳이 묻지 않았다.
다만 나는 언제나 그랬듯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클랜 차원에서 압박을 줄 수야 있겠지만, 그러진 않겠습니다.”
“네. 감히 저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결자해지랄까요?”
난 인벤토리에서 펜과 명함을 꺼낸 뒤, 명함에 뒤편에 게이트 번호와 위치를 적어 주었다.
“보시면 알다시피, B-213 게이트 입니다. 원래 오늘 그 게이트에 출입할 생각이었지만, 일정을 다소 미루고자 합니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주진헌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많은 시간을 드릴 수는 없고, 이틀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잘 추슬러서 합류할 수 있으면 하시죠. 물론 강요는 아닙니다.”
그건 당연히 게이트에서 이뤄진다.
“단, 오지 않으면 확실히 손해라는 말은 덧붙이겠습니다. 소수 정예 특성상, 보상은 막대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 유민성과의 일은 이렇게 흘러가는 게 옳다.
“유민성과의 일에 대해 아는 바는 없으나, 헌터 사회에서 통용되는 사실은 있죠.”
“…….”
“헌터는 입이 아니라 실력으로 말한다는 것.”
헌터의 발언권의 크기는 말의 논리가 아니라, 언성의 크기가 아니라, 무력이 대신하므로.
“강한 헌터가 된장을 똥이라 하면, 된장은 똥이 되는 사회니까요.”
해서 난 물었다.
“유민성에게 죄를 물으려면 먼저 무엇을 해야겠습니까?”
* * *
이틀 뒤.
B-213 게이트 앞.
“다 오셨습니까?”
난 도착하자마자 물었다.
“번호 하나!”
그러자 강혁이 엉뚱하게 답했다.
“번호 둘!”
근데 강예빈이 저걸 받는다. 손은 번쩍 든 채였다.
“…….”
그리고 이가을은 동조하지 않았다.
‘역시.’
최근에 느끼는 거지만, 어째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은 이가을 같다.
얼굴에 너넨 아주 창피스럽다고 쓰인 그녀에게 난 아주 신뢰감 짙은 눈빛을 보내주었다.
“성녀님.”
분명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던 건 강혁인데도.
“왜?”
“그 팀워크라고 혹시 아십니까? 혹시 번호 셋 하심이?”
“뒤질래?”
“헙! 그럴 리가요.”
“셋, 둘, 하나에 죽여줄까?”
“아닙니다! 성녀님은 존재만으로 완연하신 분인데 번호 셀 것이 뭐 있겠습니까. 하하하하하.”
그래도 저리 쳐웃는 강혁을, 데려오기 잘했다 싶은 생각은 든다.
수호길드와의 끈을 위해서 계속 데리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거니와-
“풉.”
근래에 의기소침하던 강예빈도 덩달아 웃고 있으니.
“클랜장님!”
호응에 어깨가 치솟는 강혁이 손을 들며 물었다.
“근데 왜 네 명이 전부입니까? 리크루팅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아무도 안 뽑으셨습니까?”
“한 명은 대기, 한 명은 보류, 한 명은 합격된 상황입니다.”
“아, 그럼 아직 안 온 겁니까? 거참 신입이 빠져 가지곤-”
그때였다.
철컥 소리와 함께 둔탁한 발걸음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철컥. 철컥.
금속이 아스팔트에 부딪히는 소리.
“죄송합니다.”
딱 봐도 새것으로 보이는, 기스 하나 없이 햇빛에 금속광이 찬란히 빛나는 전신 방호구를 착용하고서 나타난 이는 주진헌이었다.
“괜찮습니다. 아직 약속 시간이 된 건 아니니까요.”
“보호구가 오늘에서야 출고가 돼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난 그 보호구에 새겨진 마크를 확인했다.
“그나저나 무리하신 거 아닙니까?”
그가 새로 장만한 방호구는 고려 공방의 것이다.
내가 이가을에게 투자하라 했었던, 요즘 한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공방.
거기서 샀다는 것은 양산형이 아니라 맞춤형 제작이라는 의미가 되고, 양질이며 엄청 비싸다는 뜻도 된다.
“아, 무리해서라도 구입했습니다. 덕분에 한동안은 모텔에서 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에 집을 팔았단 얘기였다.
“집만?”
“……다 팔았습니다.”
그전에 모아둔 돈과 갖고 있는 웬만한 것들도 전부 팔았단다.
저 번쩍번쩍한 보호구에선 이틀간 그가 했을 각오가 드러났다.
“클랜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강해질 겁니다.”
그가 내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재근이의 말대로 금의환향할 겁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럴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당당한 모습으로 그에게 다시 사죄한 뒤.”
그는 달라져 있었다.
“유민성에게 죄를 물을 겁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 말하는 그의 눈빛엔 죄책감만큼이나 분노가 더 짙게 드러나 있었다.
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제 그의 눈빛은 꽤나 볼 만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