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70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70화
3분 뒤.
집 안.
“괜찮아요. 술 다 깼어요.”
강예빈은 스스로 저를 부축하는 수호 길드원의 팔을 풀었다.
“괜찮으십니까? 취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네. 완전 괜찮아요.”
말마따나 똑바로 걸어 방으로 향한 강예빈은, 방에 도착한 즉시 화장실에 들어갔다.
혼자 있는 공간에서 방금의 대화를 회상한다.
-나 그때 남자 친구 있었나?
-없습니다.
난 없고.
-신혁 씨는?
-미래의 제가 정을 나눴던 이는 있더군요.
넌 있었구나.
“그렇다면 그게 난 아니겠구나.”
촤아아악.
찬물을 틀었다. 찬물을 얼굴에 끼얹는다.
어푸. 어푸.
찬물에 얼굴을 세게 문질렀다. 그래도 성에 안 차, 세면대에 차 있는 물에 아주 얼굴을 넣어버렸다.
‘뭔 미련이 남았다고.’
지금은 이가을을 만나고 있고, 미래에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만날 사람인데.
술 때문일까,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 열기에, 얼굴은 화끈거렸다.
짝.
“정신 차리자.”
강예빈은 제 뺨을 때렸다.
-무슨 헌터 팬클럽인데 다 당신 얼굴 찬양하더라……. 나도 가입했으니까! 나 골드 회원이야!
“지금 당장 탈퇴해야 해!”
핸드폰을 열고 카페 어플을 켠다.
[혁신-박신혁 FanClub]박신혁의 이름을 거꾸로 딴, 혁신 팬클럽.
팬덤은 있는데, 찬양의 대상이 그 팬덤의 존재조차 모르는 온라인 공간.
때문에 비공식적으로 남아 관리는 되지 않는다. 서로의 니즈를 챙기기 위해, 초상권 따위는 고려치 않는 별 희한한 사진들이 오가며, 온갖 검증되지 않는 추측이 난무한다.
강예빈이 골드 회원인 이유였다.
일면식도 없던 그에게 인생을 맡긴 입장에서, 그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필요했고.
[박신혁 가족사 : 최초의 게이트 출현 당시, 가족 전부 사망.]└예리한 : 헐. 어쩐지 눈빛이 왠지 슬프고 메말라 보였어ㅠㅠ
└미대생 : 내가 가족이 돼줄게ㅠ 신혁 님이랑 가족되려면 어떻게 해야 함? 혼인신고부터?
└내가이가을 : 와. 이런 글에 그딴 댓글 달고 싶냐?
[짐꾼으로 활동할 당시의 박신혁 : 평범한 F급?]└예리한 : 나 인터뷰한 거 봤는데, 신혁 님 무시 많이 당했더고요ㅠ 보는데 마음이 찢어짐ㅠ
└미대생 : 진짜 못생긴 헌터들 자격지심 역겹.
└내가이가을 : 원래 저 바닥 생리가 저따위야. 잘나가는 헌터들 중에 성격 개차반인 사람 많음. 그래도 지금이라도 잘나가면 됐지.
└미대생 : 지금은 거의 0티어지.
└내가이가을 : 아직 0티어는 아니지 않나? A급 헌터들이 호구로 보임?
댓글을 거르면, 그나마 돈을 쓰면, 좀 더 그럴듯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이른바 투자였다.
“이게 뭔 짓인지…….”
그러나 지금은 현타가 온다. 처음 시작할 때도 나중에 후회를 할 거라 예상하긴 했다만, 오늘따라 더욱 수치스럽다.
그를 믿기 시작한 이후엔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만, 아무튼 오늘 술김에 한 말이 있어서.
카페 구석에서 [탈퇴] 아이콘을 찾아 누르려던 찰나.
띵동.
[New-각성자 납치 사건, 납치범 박신혁?]문득 눈을 사로잡는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 * *
이가을의 저택.
거실.
타오르는 불 난로 앞에 앉아, 나는 타오르는 불길을 멍하니 바라본다.
타닥. 타닥.
시뻘건 불길이 장작 하나를 모두 태워 버릴 때까지 나는 지켜보기만 한다.
결국 숯만 남았을 때 난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종이를 꺼냈다.
내 나름의 살생부였다.
[서울시 용산구 ㅇㅇㅇ로] [경기도 안산시 ㅇㅇㅇㅇ로]…….
[부산시 부산진구 ㅇㅇ로]대략 1/3가량은 이미 빨간 줄이 그어져 있다.
물론 내가 직접 그은 것이다. 이미 처리한 미래의 범죄자들과, 아직 죽이지 못한 미래의 범죄자들을 구분하기 위하여.
숯불이 꺼지기 전, 나는 불의 근처로 종이를 가져간다.
“맞게 하고 있는 것일까.”
도플갱어의 전투는 내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정보가 달랐어.”
기억을 맹신하면 안 된다는 것.
내가 직접 겪은 기억이 아니라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할 것.
“그리고 어쩌면.”
이 목록 중에는 도플갱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이 사람들이 전부 인간이었을지, 나는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종이를 숯불에 가까이 댄다.
“최태수가 도플갱어일까?”
그러나 끝까지 대지는 못한다.
사실상 내가 처리했던 이들은 모두 이미 범죄를 저질렀거나, 이미 연루되어 있으므로. 그들은 이미 악인이었다.
지난한 고민이었다.
태울까 말까를 반복한다.
이 정보를 태우면 나중에 후회할까 봐 우려되기도 하고, 도플갱어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약탈자, 전향자 처단을 그만두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 역시 존재했다.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결국 종이를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을 때였다.
“어? 돌아왔네?”
이가을이 나이트 드레스 차림으로 거실로 나왔다.
“데려다주고 왔어?”
“네. 바로 오는 길입니다.”
“나참. 강예빈, 그런 진상은 진짜 처음이다. 당신, 여러모로 고생했어.”
그녀는 내 어깨를 툭툭 토닥이더니, 의자 하나를 가져와 내 옆에 앉는다.
허리를 굽혀 내게 얼굴을 가까이한다.
“이제 얘기해 봐.”
고운 미색만으로 난로 꺼진 거실을 밝히며, 그녀는 본론을 꺼냈다.
“단죄 퀘스트가 변했다니?”
“아. 설명하는 것보단 직접 보는 게 나을 겁니다.”
나는 기억의 금고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기억의 금고] [속성] : A급 헌터 이가을의 부분 기억 출력.“뭐야, 이게?”
“속성에 나와 있는 대로죠. 기억을 저장했다가, 출력하는 아티팩트입니다.”
“아……. 이걸로?”
“네. 그걸로 도플갱어를 구분한 겁니다. 한번 아티펙트를 사용해 보면 왜 구분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될 겁니다.”
“알았어. 해볼게.”
순간 그녀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가, 원상태로 돌아온다. 강예빈에게 기억의 금고를 보여줬을 때와 같은 현상이었다.
이윽고 이가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진실을 확인한다.
“아…… 맞아. 내 기억. 그럼 이게 남아 있다는 건?”
“그거보다 먼저 읽은 기억의 금고는 확실하게 도플갱어의 것이었습니다. 기억 속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사막이었고 도플갱어는 그곳에서……”
이후 난 내가 보았던 도플갱어의 기억을 자세히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그 후, 이가을은 답지 않게 위축된 기색을 보었다.
“도플갱어가 헌터였다? 변신의 이능을 가진? 피부색만 빼면 인간과 거의 흡사한?”
“네.”
그리고 난 결과까지 읊었다.
“도플갱어의 기억을 읽고 나니 이런 문구가 뜨더군요.”
“뭐라고?”
“게이트의 진실을 확인하셨습니다. 단죄 퀘스트가 업데이트됩니다. 게이트의 해방을 위해 사용자에게 특전을 부여합니다. 특전을 확인하세요.”
현재 내가 가장 믿는 사람은 이가을이고, 그녀에게 무언가를 숨길 생각은 없었다.
“아…….”
이어서 [인벤토리]에서 종이를 꺼내 사 등분으로 찢었다.
그러곤 하나의 종이에 이렇게 적었다.
[시스템의 목적 : 게이트의 해방.]카드처럼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죠. 브레이크가 터지는 것을 고려해 의역하자면, 게이트의 클리어.”
“그럴싸해. 충분히 가능성 있어.”
“그렇다면 이를 토대로 우리가 아는 정보를 종합해 보죠. 먼저 시스템은 무엇을 했는지.”
“헌터에게 스텟과 스킬과 이능을 주었지.”
“또 저에겐 단죄라는 퀘스트를 통해 미래 범죄자를 처단하라 유도하기도 하고.”
그렇게 두 개의 카드를 완성했다.
[시스템의 목적 : 게이트의 해방, 모든 게이트 클리어.] [시스템의 유인 요소 : 미래 범죄자 처단, 헌터에게 능력 부여.]“말은 됩니다. 미래의 범죄자는 반드시 게이트 클리어에 해가 될 테니까요.”
“헌터에게 능력을 주는 것도. 강해야 클리어할 수 있으니까.”
난 또 다른 카드를 꺼냈다.
동시에 가설 하나를 꺼냈다.
“시스템의 목적이 있다면 그 목적에 반하는, 시스템이 기피하는 것도 있겠죠.”
“알 것 같아. 게이트 침식.”
“동의합니다. 단죄 퀘스트에서도, 실패 시 페널티에 ‘게이트 침식’이라는 문구가 있으니까요.”
또 다른 카드엔 이렇게 적었다.
[시스템의 기피 요소 : 게이트 침식.]이가을은 물었다.
“게이트 침식이 뭘까?”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난 분명 기억의 금고를 뒷목에 꽂기 전, 도플갱어에게 이렇게 물었었다.
-이 게이트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 본인은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그런데 제가 본 기억은 사막이었죠. 그리고 도플갱어의 생활 터전 역시 사막 배경이었습니다.”
“근데 B-213 게이트는 사막은커녕 호수와 숲이었어.”
“질문에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게이트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의 기억이 사막이라면?”
“사막에 살고 있었고, 그곳이 호수로 변했다?”
대답하기 전에, 먼저 두 개의 카드를 붙여본다.
[시스템의 기피 요소 : 게이트 침식.] [게이트의 진실 : 몬스터의 기원-헌터(인간).]“인간이 몬스터가 되었는데, 살고 있는 터전도 사막에서 호수로 바뀔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네.”
이는 가정이다.
“도플갱어가 살던 곳이 하나의 게이트가 된 것 같습니다.”
“가정을 세우자면, 게이트화되면서 환경이 바뀌었다?”
“네. 인간이 몬스터가 된 것처럼. 그래서 게이트 ‘침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게이트 ‘침식’이라는 단어와 결부되면, 마냥 근거 없는 가정은 아닌듯싶다.
내겐 더욱 그러하다.
난 실제로 브레이크로 인해 현실로 튀어나온 몬스터가, 저가 살기 편한 조건으로 환경을 바꾸는 것을 전생에 경험해 보았다.
-전향자에겐 공격하지 않겠다. 전향하면 열등한 신체도 극복하게 해주겠다.
인간이 몬스터화하는 것 역시, 이미 경험해 보았다.
“아. 복잡해. 잠깐 정리 좀 해보자.”
이가을은 관자놀이를 지끈 눌렀다.
난 카드를 훑으며 순서대로 가정을 풀어나갔다.
“시스템은 모든 게이트의 클리어를 바랍니다. 그래서 헌터의 성장을 지원하고, 우리에게 퀘스트를 부여함으로써, 게이트 클리어를 위한 특정 행위를 유도합니다.”
“클리어에 실패하면 그곳은 또 하나의 게이트가 되고, 인간은 몬스터가 된다…….”
“이미 게이트가 창궐했던, 기억 속 도플갱어의 세상처럼.”
“그렇다면 우리가 게이트 클리어에 실패하면?”
난 귀납적 추론의 결론을 짓는다.
“게이트 침식이 일어나고, 지구는 또 다른 게이트가 되겠죠.”
“…….”
“지금까지 드러난 정보로는 이게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로 보입니다.”
이가을은 내게 진지하게 물었다.
“그럼 말이야.”
“네. 말씀하시죠.”
시선은 허공에 맺혔으며, 목소리는 잘게 떨렸다.
“그럼 내가 저지른 원죄라는 건 뭘까?”
“글쎄요. 추측하자면…… 그 기억을 잃은 시간 동안에 이가을 클랜원이 시스템이 싫어하는 무언가를 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난 다시 돌아와, 첫 번째 카드를 내밀었다.
[시스템의 목적 : 게이트 현상의 해방.]“아마 이가을 클랜원은, 시스템의 입장에서 미래의 범죄자보다 더 큰 죄를 저질렀겠죠.”
“그게 뭐일 것 같아?”
난 말했다.
“아마 처음으로 게이트를 열었지 않나 싶습니다.”
시스템이 ‘실패 시 사망’을 종용하는, 이곳에 게이트를 열리게 한 장본인.
난 원죄란 퀘스트의 이유를 그렇게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