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72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72화
강예빈은 바로 댓글을 살폈다.
└신혁부인 : 알리바이는 어떻게 설명할 거임?
└dup123 : 신혁 님 알리바이는 완벽함. ㅈㄴ 인정하긴 싫지만, 밤마다 늘 이가을 집에 있음. 내가 그거 때매 하도 열불 터져서 알지.
└신혁부인 : 사생? 역겹.
└dup123 : 뭐래. 저녁에 들어갔다가, 아침에 나오는 거 너튜브에 ‘박신혁 열애설’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데.
빠드득. 왠지 모르게 이가 갈렸지만, 아무튼 사실이었다.
└신혁부인 : 근데 작성자 생각 없네. 만약에 맞다고 해도 이건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미대생(작성자) : 왜요? 제 주변엔 다들, 납치범이 촉법소년한테 감형 때리는 판사들보다 낫다는데?
└신혁부인 : 뇌는 어디다 두고 다님? 이거 때문에 조사 들어가고 언론 달라붙으면 신혁 님 귀찮아지는 걸 왜 생각 못 해?
└dup123 : 그거 아니어도 작성자 생각 없는 거 맞음. 경찰에서 각성자 납치 사건 담당 TF팀 꾸렸다고 발표함.
└미대생(작성자) : 에? 그거 하지 말라고, 푸른 기와 국민 청원 100만 명 찍은 거 모르세요?
└dup123 : 그거 해봤자 어차피 공식적으로 답변해 주는 게 끝임. 원한다고 그렇게 해주는 게 아님. 멍청스야.
└미대생(작성자) : 알아요. 그래도 여론이 그렇다는데 막상 무시할까요? 그러니 그 다크 히어로가 신혁 님인 게 밝혀지면 더 좋은 거 아닌가?
└dup123 : 1차원 사고 ㄴㄴ. 괜히 박쥐인간이 정체를 숨기는 게 아님.
여론은 반반이다.
정부나 경찰처럼 납치 사건을 흉악 범죄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일반 시민의 경우에는 납치범을 히어로로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래도 팬의 입장에서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까지야.”
그러나 이 글은 적어도 이 카페에 올라오기엔 부적절한 글이 맞긴 하다.
└예리한(운영자) : 이거 때문에 문제 생기면 강제 글삭하고, 미대생님 강퇴할게요.
└미대생(작성자) : 아, 아니…….
└dup123 : 회장님 일 잘하네. 그나마 다행히 여기 골드 회원 게시판이잖슴. 본 사람 얼마 안 됨.
└신혁부인 : 2222. 저게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다들 잊으셈. 미대생님도 글 바로 내리고요.
└미대생(작성자) : 아, 알았어요.
마지막 댓글을 확인하고, 강예빈은 새로 고침 키를 누른다.
[존재하지 않는 게시물입니다.]대략 5분 정도 존재했던 게시물은 사라졌다.
강예빈은 의자를 뒤로 한껏 젖혔다.
깍지 낀 손을 베고 누워, 남들이 모르는 사실을 돌이켜 본다.
“알리바이.”
박신혁에겐 차폐막이란 게 있다. 어두운 밤하늘을 거닐 수 있다. 남들 몰래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사라진 CCTV.”
그에겐 [중립물 수납]이라는 이능의 속성이 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가 사용하는 [인벤토리]의 수납과 인출은 공간적 제약이 사라졌다.
다시 말해 그는 CCTV에 찍히지 않으면서, 충분히 CCTV를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다.
“사고방식.”
-그 각성자 실종 사건 있잖습니까. 전 그 납치범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분명 납치범의 생각과 동조했다. 생각이 곧 행동이 되는 그라면, 동기는 충분하리라.
“그렇다면 그가 납치범일까?”
그건 모르겠다.
그러나 드러난 정황들만 보면, 납치범이 박신혁이라 확신할 수는 없어도, 그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이긴 한다.
“만약 그가 납치범이라면?”
만약 그렇게 가정한다면.
난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신고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그게 옳지 않은 일임을 알면서도.
그가 행하는 일이 자신의 생각과는 달라도, 그의 일이 틀어지는 게 자신 때문인 것은 원치 않는다.
“그러니까 아마 설득하겠지.”
잘 타일러 보겠지.
그래도 안 되면 강하게 어필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하지 말라고 붙잡고 늘어져도 보겠지.
뜯어말리는 와중에 어쩌면 험한 말도 할 수 있겠고.
그러다 보면 서로의 언성이 높아지겠지.
“아마.”
-처음엔 잘 못 지냈고…… 많이 싸웠으니까요.
싸웠겠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강예빈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 * *
삼 일 후.
“어디가?”
이가을이 집을 나서는 내 손목을 붙잡았다.
“주진헌 클랜원을 보러 갑니다.”
“왜?”
“그냥 이것저것 체크할 게 있어서?”
“그럼 같이 가. 상관없지?”
손을 맞잡으며 그녀는 웃는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본디 차가웠던 자가 저리 밝게 웃으면 주변이 환해지는 착각마저 든다.
“물론 없죠.”
“그럼 가자. 내 차가 크니까 그걸로 이동해.”
그녀의 대형 밴을 타고 이동했다.
예전처럼 뒷자석에 딱 붙어 앉았다.
이렇게 앉는 것에 대해 다소 불편한 감이 있었던 전에 비해, 이제는 맞닿는 어깨가 내게도 자연스럽다.
툭.
딱 붙어 앉은 이가을이 머리로 내 어깨를 눌렀다.
“그 단죄 퀘스트는 왜 다시 안 해?”
“뭐. 게이트에서 나온 즉시 바로 이어 하는 게 수상해 보이지 않겠습니까?”
이가을은 어깨를 으쓱한다.
“알면 어때? 내가 알리바이를 증명해 주겠다는데 감히 누가 토를 달아?”
아주 든든한 지원에 피식 웃어버린 나는 대답에 앞서 손가락 하나를 펴 보였다.
“한 달.”
“한 달?”
“2차 브레이크가 터지기 전까지 한 달 남았죠.”
“그런데?”
지난 삼 일간, 난 단죄 퀘스트에 대한 고민을 끝냈다.
반목자가 도플갱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배제하기로. 시스템이 보상으로 유인하는 ‘가변성’은 차후에 생각하기로.
그렇다면 2차 브레이크가 한 달 전인 지금,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면서 단 한 명의 사람만을 죽여야 한다면.
“최태수. 저는 그가 2차 브레이크의 보상을 얻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전에 죽었으면 한다.
칠악 최태수든. 아니면 칠악 한예리든.
그들이 자라나기 전에 싹을 밟았으면 한다.
“저는 그들이 이제 드러나길 바랍니다. 제가 드러난 그들을 처리할 수 있게. 그러려면 한동안 각성자 납치 사건은 없어야겠지요.”
“아. 전략의 기본, 적을 방심하게 하라. 그런 건가?”
“네. 정확합니다.”
“훗. 이번에도 당신은 다 계획이 있구나.”
“별말씀을.”
우린 무슨 보니와 클라우드처럼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자벨라에게 도플갱어 가면은 잘 갔습니까?”
“응. 오늘 아마 현지에 도착했을 거야. 직항으로 갔거든.”
“덕분에 빨리 받아보겠네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아티팩트가 도착해야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바, 덕분에 단축된 시간이 고마웠다. 미소를 짓자 그녀는 다시 머리로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럼 나도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얼마든지.”
그녀는 앉은 채로 허리를 젖혀 거리를 벌렸다. 그러곤 내 눈을 직시한다.
“만약에 그 퀘스트 보상이라는 거에 내 이름 뜨면 어떡할 거야?”
“이미 떴었습니다.”
“아니, 그 최태수처럼. 내가 원죄자라서 날 죽이라고 퀘스트가 유도하면?”
생각할 것도 없다.
난 그녀가 온전히 내 편이라 믿는다. 얼마나 많은 Coin을 주든, 내게 우호적인 현존 최고의 치유사를 버릴 일은 없다.
하여 당연히 죽이지 않을 거라 대답하려던 때에.
“…….”
사뭇 진지한 그녀의 표정이 나는 다소 우습다.
“글쎄요?”
“……맨날 그놈의 글쎄요는…….”
장난에 살짝 토라진 듯하니 더욱이.
속으론 실소를 머금으며, 나는 힐끗 눈짓으로 반지를 가리켰다.
“누가 죽일 사람한테 신화급 아티팩트를 선물합니까?”
“……아니, 이걸 줄 때는 그런 퀘스트가 없었잖아.”
난 진지한 어조로 말을 내었다.
“제게도 신화급 아티팩트는 귀합니다.”
“응?”
“그런 걸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는, 이 사람이 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어…… 음……. 응. 그렇네.”
말하며 그녀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온다.
나는 가만히 두었다.
“괜한 물음이었네.”
“괜한 물음이었죠.”
그녀가 내 손을 굳게 잡아온다.
나는 가만히 두었다.
“난 키 큰 사람이 좋아.”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손가락이 파고든다.
겨울이 지나 훈훈해진 봄바람이 그녀의 머릿결을 흔든다. 멀지 않는 그곳에서 올라온 향긋한 내음이 코에 닿았다.
“이유가 있습니까?”
“안 그러면 어깨에 기대기 힘들 것 같아서. 키 작은 사람이면 내가 목을 꺾어야 할 거 아냐?”
“이가을 클랜원이 기대준다면야, 그 사람 어깨 치켜 올리지 않고 뭐 했답니까?”
“풉.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가끔은?”
“푸하하하. 뭐야 그게.”
그녀는 날 올려다본다.
“호칭은 빼. 성도 빼. 가을이라고 불러. 나이는 상관없어.”
곱게 흰 그녀의 눈매는 극히 아름다웠다.
“둘이 있을 때면, 생각해 보죠.”
“하여간 쉽지 않다니까?”
시간이 멈춘 듯했다.
스으윽. 아니, 실제로 차가 부드럽게 멈춰 섰다.
“다 왔나 보네요.”
난 그녀의 팔 안쪽으로 손을 넣어 반대편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먼저 돌아 나와, 차에서 내리는 A급 헌터의 손을 잡아주었다.
“갈까요?”
“응.”
* * *
룸 카페.
쾅.
“넌 생각이 있니 없니?”
이가을이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
원목 탁자가 움푹 팬 걸 보아하니 변상 각이다.
“그게 말입니다…….”
주진헌은 급히 변명한다.
“고려 공방엔 보증기간이란 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수리비가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마침 아티팩트 할인 행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게 저한테 딱 필요한 물건이라…….”
“그래서 클랜장이 준 돈에다가 대출까지 받아서 그 아티팩트를 샀고, 지금 이 꼴로 나타난 거라고?”
난 이가을의 시선을 따라 주진헌의 행색을 살폈다.
굉장히 꾀죄죄했다.
삼 일 간 아는 사람 집을 전전하다가 이곳으로 왔다는 그의 말로는, 저 커다란 배낭 네 개에 모든 살림이 들어 있다고 한다.
“죄, 죄송합니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난 괜찮다며 앉으라 손짓했다.
“앉으세요.”
뭐라 하기에도 애매했다.
클랜원이 강해지고자, 집까지 팔고 준 돈에 빚까지 얹어서 아티팩트를 구매했다는데, 강해지지 말라고 탓하자니.
물론 이번엔 과했다만…… 이해할 만한 구석은 있다. 저 향상심은 분명 그를 뽑은 이유 중 하나였다.
“2차 게이트 브레이크, 한 달 후에 열리는 것은 아시죠?”
“네! 홍보 영상은 수십 번 봤습니다.”
“거기에 언급했듯, 브레이크는 남의 집에서 전전하다가 참여하는, 그런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는 난이도가 아닙니다.”
주진헌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제가 그래도 재생 각성자라-”
찌릿.
“그 중간에 공대에서 용병 몇 번 뛰면 생활비는 그래도-”
찌릿.
변명은 죄다 이가을의 눈빛에 막혔다.
난 잔뜩 주눅 든 그에게 용건을 꺼냈다.
“주진헌 클랜원.”
“네. 클랜장님.”
“제가 오늘 보자고 한 이유는, 브레이크에 앞서 주진헌 클랜원의 회로 수련을 돕기 위함입니다.”
“아…….”
“정확히는, 오늘부터 회로를 위한 통도를 조금씩 뚫을 생각이었죠.”
그래서다.
“그러니까 다른 공대에서 게이트 공략을 뛰어선 안 됩니다. 그 시간에 통도를 뚫어야 하니까요.”
“죄, 죄송합니다.”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주진헌 클랜원에겐 꽤나 고된 시간이 될 겁니다. 컨디션 유지가 필요할 거고요.”
그래서 난 그가 호텔에라도 묵길 바랐다. 그 작업은,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피똥을 쌀 만큼 매우 고될 것이므로.
짝.
그러나 어차피 벌어진 일.
그가 써버린 돈이 문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고 싶진 않다. 클랜장이 클랜원에게 아티팩트를 사라고 돈을 준 게 아니었으니까.
반면 브레이크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난 이 시기에 그의 통도가 뚫리길 바라기도 한다.
그러면 방법은 간단하다. 그가 내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오면 된다. 이가을에게 물었다.
“혹시 별채에 남는 방이 있다면, 주진헌 클랜원을 들여도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