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91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91화
[위이이이이잉-! 실제 상황입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여기는 행정 안전부 게이트 통제처입니다. 예고된 브레이크로 인한 대피령을 발령합니다. 현재 시각, 17시 00분, 받은 비상 문자를 확인하시고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 여러분은 신속해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5시간 전부터 전역을 울리는 경보는, 브레이크를 한 시간 앞둔 지금에선 더 짧은 주기로 전파되고 있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실제 상황입니다…….]그 크고 뾰족한 경고음은 차 안으로까지 들어와 한동안 메아리처럼 맴돌다 사라진다.
“전쟁이라도 난 것 같아요.”
내 옆좌석에 앉은 한예리가 창문을 보며 한 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클랜 부지 쪽에서 나오는 하행선은 차와 사람들로 득실거렸고, 텅텅 빈 반대쪽 차선에서 상행하는 우리를 보는 그들의 눈빛엔 긴장감과 불안감이 역력했다.
충분히 피난길을 연상케 한다.
“그래도 이렇게 대피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살겠죠?”
여전히 내 쪽을 보며 동의라도 구하듯 묻는 소녀의 물음에, 나는 여전히 창가에 시선을 두며 답했다.
“그래야겠지.”
도로며 인도며 할 것 없이 사람이 즐비하다.
배경은 분명 도시인데, 그 많은 사람들의 옷차림은 전부 트레이닝복이나 등산복이다.
간혹 여유 있는 이들은 아티팩트로 보이는 무기와 몬스터 사체를 가공해 만든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었으나,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대비는 했으나, 완벽하진 않았다.
‘더 대비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도 없어.’
지금에선 이번 브레이크를 겪음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성장하길 바랄 뿐.
그래도 위안될 만한 점은 삼으면, 저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예정된 공포는 패닉을 줄이게 마련이니.
구두를 착용한 상태나 단순한 팬티 바람으로 부지불식간에 게이트에서 눈을 뜨는 것보다야 저 상태가 열 배는 낫다.
그렇게 실패한 미래와 달리 옳게 변해가는 현재를 살펴보는 중.
“잠시 차를 세우겠습니다.”
운전석에 있는 주진헌이 차를 세웠다.
차가 멈춰서는 동시에 무장을 한 군인이 클랜 부지의 입구를 막은 바리게이트 앞에서 나와 차 창문 앞에 정립했다.
군인은 차 안을 살핀다.
“현재 이쪽 방향은 계엄령으로 인해 통행이 금지된-”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 아닙니다! 바로 통과하셔도 됩니다. 이미 금일 혁예클랜에 관련된 사항은 본부에서 전달받았습니다.”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나는 신분증을 꺼내려던 손을 다시 집어넣었다.
이미 협회에 S급 브레이크를 클리어할 것이라 통보를 해둔 덕에,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럼 하사님도 브레이크 발발 전에, 늦지 않게 대피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추, 충성!”
민간인에게 향한 군인의 경례는, 백미러를 통해 그가 점점 멀어져 점이 될 때까지 내려가지 않았다.
이후 우리의 차량은 클랜 부지의 S-003 게이트 앞까지 막힘없이 전진했다.
“도착했습니다.”
“운전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홀로 우뚝 선 클랜 건물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공터 위에 우리는 차를 멈춰 세웠다.
엔진 소리마저 사라진 적막 속에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내가 한 것은 주진헌과 한예리를 내 앞으로 부르는 일이었다.
“잠시 이리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브레이크의 입장 전에 하는 마지막 점검.
“입장 전 수신호 확인하겠습니다.”
이번 게이트의 핵심은 [생존]이었다.
감당 못 할 몬스터는 지천에 깔려 있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생존해야 한다.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할 상황이 많았다.
때문에 수신호는 미리 맞춰놔야 했고, 또 반드시 숙지를 요하는 바였다.
“번갈아 즉답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네!”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폈다.
“가리킨 위치로 이동.”
한예리가 답했다.
작은 박수를 ‘두 번’ 쳤다.
“몸을 숨긴 후, 잠시 대기.”
주진헌이 답했다.
어깨를 ‘세 번’ 탭했다.
“산개. 상황 회피 후 이전의 작전 지역에서 합류.”
철수의 신호였다.
마지막으로 손전등을 꺼낸 뒤, 밝기의 출력을 최소로 한 희미한 빛을 손바닥으로 ‘네 번’ 가렸다.
이번 대답은 직접 읊었다.
“무조건적인 도주. 각자 생존.”
무거운 어조로 덧붙였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공격 신호는 없습니다. 우리의 선택은 언제나 은신과 도주와 이동뿐입니다.”
[생존]이 클리어 조건이라는 것을 반대로 말하면, 생존이 극히 지난하다는 뜻과 같다.거기서 조우할 어떤 몬스터에게든 정체가 발각되면 그 순간 필히 사망한다. 오히려 혼자서만 죽으면 다행이지.
우리가 곧 맞닥뜨릴 브레이크는 그러한 환경이다.
“눈에 띄지도 말고, 소리를 내지도 말고, 함부로 무언가를 건드리지도 마세요.”
수신호를 간단하게 ‘횟수’로 정의한 까닭이었다. 주변 환경에 따라서 시각 청각 촉각 중, 일정 감각은 포기해야 하므로.
“주변에 소음이 있을 때만, 조그만 대화를 허락합니다. 빛이 퍼지지 않는 상황에서만, 최소 출력의 손전등을 사용합니다. 몬스터가 가까이 있다면, 수신호를 탭(Tab)으로 전달하는 것 외엔 모든 의사소통을 금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결연한 표정에서 긴장감이 보였다. 그제야 나는 둘을 놓아주었다.
“좋습니다. 이제 몸을 풀고 준비하세요. 브레이크가 터질 시간이 오래 남지 않았습니다.”
나 역시 자리에 주저앉아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회로를 돌리며 몸을 관조한다. 마력이 순환함에 따라 세포가 일깨워지는 감각을 계속해 유지한다.
[보유 마력 +0.001]그래도 이제는 꽤나 성장한 [보유 마력]에 만족하며 회로에 몰입하던 그때였다.
“저…… 클랜장님?”
나를 부르는 주진현의 목소리에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네. 듣고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잠깐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눈을 떴다.
어째선지 당황한 얼굴의 주진헌이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기…… 비행기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난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낮아.’
비행고도가 심히 낮았다.
인덕원과 멀지 않은 곳에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있기에, 그리로 착륙하는 비행기가 보통 낮게 난다고 하지만…… 저건 낮아도 너무 낮았다.
인접한 건물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수준.
슈우우우웅.
“너무 낮게 나는 것 같은데요?”
슈우우우우우우웅.
“너무 빠르게 커집니다?”
슈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이, 이리로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아!”
이미 너무 근접한 탓이었을까.
저 멀리 보이던 비행기가 순식간에 커져서, 근처로 당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피, 피하십시오-!”
소리치는 주진헌과 반대로, 나는 차분히 한예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공간의 팔찌.”
소녀는 바로 내게 [공간의 팔찌]를 넘겼고, 난 그 즉시 그것을 착용했다.
와르르르르.
[인벤토리]에 있는 모든 것을 바깥으로 꺼낸다.캠핑카, 부유석, 아티팩트, 예비용 식량과 식수 등을 공터에 마구잡이로 쌓는다.
인벤토리를 비우는 일이었다.
다음으로는 마력을 사출한다.
사아아아아악-
그 속도는 벼락처럼 빨랐다.
한예리가 작은 섬의 끝자락까지 마력을 송출했던 것보다, 더 먼 거리까지 마력을 보냈는데도-
비행기의 곳곳에 마력이 닿는 것은 사출과 거의 동시였다.
슈우우우우우웅-
추락하는 비행기의 속도는 문제 되지 않는다. 마력의 수여체(受與體)가 극히 빠르다고 해서, 내 마력이 흩뜨려지는 일은 없다.
[마력]이 96에 달하는 내가 마력을 통제하는 속도는, 비행기의 그것보다도 빨랐으니.찰나의 시간, 나는 비행기를 내 마력의 통제 안에 넣었고-
슈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 추락하는 비행기에.
그 거대하고 빠른 [중립물]의 전체에.
그대로 [인벤토리]를 구사하였다.
핏-!
끝이었다.
추락하는 비행기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비워놨던 내 인벤토리 안으로 고스란히 옮겨졌으니…….
“……미, 미쳤습- 아아니, 긍정적인 의미로 미쳤습니다!”
비행기가 사라진 위치에 남은 것은-
오직 관성 그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거칠게 공기를 찢어대며 추락하는 탑승객뿐.
난 먼저 공터 한곳에 다시 비행기를 꺼낸 후, 꺼내놓은 물건들을 다시 인벤토리 안으로 회수했다.
이어서 재차 마력회로를 구사해 안력을 극대화하였다.
‘사고일까? 테러일까?’
또렷한 시야로 탑승객의 면면을 엄밀히 살핀다.
‘기억에 없어.’
첫 번째 탑승객은 모르는 이였다. 내가 얼굴을 아는, 미래에서 영향을 끼치는 각성자는 아니었다.
기억에 없다. 두 번째도 모른다.
기억에 없다. 세 번째도 모른다.
기억에 없다. 네 번째도 모른다. 웬 7살 정도 돼 보이는 어린애였다.
그렇게 면밀히 살피다가, 76번째 탑승객에서야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김이준?’
B급 헌터로, 인류 연합 초창기 시절에 활약했던 [화염] 각성자였다.
이미 그를 겪었던바, 하이재킹으로 내 뒤에 있는 클랜 건물을 노릴 사람도 아니고, 무단으로 게이트를 침범할 사람도 아니었다.
그리고 아는 얼굴 하나 더.
‘윤환?’
마찬가지의 B급 헌터로, 현재 한국 1위로 평가받는 아리앗 길드의 정예이자, 1달 전의 강혁과 마찬가지로 곧 A급에 도달할 거란 평이 지배적인 헌터다.
‘그가 주도한 사건이라?’
물론 그의 인성에 관한 평은 가히 좋지 않지만.
지독한 각성자 우월주의자로서, 선민의식이 그를 대표하는 가장 적합한 단어라고는 하지만.
‘약탈자가 되었다?’
굳이 따지자면 전생의 이가을과 같은 중립적인 인물이었다.
비각성자를 미끼나 장기말처럼 사용하긴 했어도, 적어도 죽을 때까지 몬스터와 싸우던 이었다.
“그럼 저들이 왜……? 단순한 비행기 사고?”
물어보면 알겠으나, 안타깝게도 그럴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그들이 추락하기 직전.
화아아악!
그들과 나 사이에 있던 S-003 게이트가 확장을 시작했으니.
“으아아아아아아……!”
빛무리의 확장은 순식간이었고, 탑승객 전원은 외마디 비명을 남긴 채 게이트에 전부 삼켜졌다.
“준비하세요. 우리도 바로 진입합니다.”
나 또한 연달아 삼켜졌다.
일행에게 내뱉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그렇게 브레이크에 진입했다.
* * *
S-003 게이트.
눈 떠보니 상공이다.
밑을 내려다본다. 망망대해의 바다였다.
그 바다는 아주 시커멓다.
일부분만 그런 게 아니라, 지평선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보이는 모든 바다가 전부 묵빛을 띄었다.
“저, 저게 레비아탄이에요?”
“그래.”
이미 주입한 정보에, 한에리가 그것을 알아본다.
저 시커먼 것은 바닷물의 색이 아니라, 신화급 몬스터인 레비아탄의 그림자다.
쉬이이이익.
그 옆에서, 함께 추락 중인 주진헌이 난색을 표했다.
“으으으. 이게 분명 맞는 것이겠죠?”
“맞습니다. 도망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빠르게 낙하하는 게 낫죠. 재수 없게 이빨 사이에 껴서 즉사할 바엔.”
“으으으. 네. 알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믿겠습니다!”
부르르르르르.
상공 위에서 우리가 조잘거리는 소리라도 들었을까.
이내 저 수면 위로 레비아탄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파아아아아아.
먼저 왼쪽 지평선 끝에서 아가리의 위쪽이 드러났고-
파아아아아아.
거의 동시에 오른쪽 지평선 끝에서 아가리의 아래쪽이 등장했다.
그토록 거대한 아가리가 우리를 향해 치솟는다.
흡사 세상이 나를 덮치는 격.
난 어설프게 차폐막을 딛고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A급 [가속] 각성자인 강혁이라고 한들, 1초 만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는 없다.
따라서 나 역시 그 거리에 견줄 만한, 신화급 몬스터의 거대한 아가리에서 아직은 벗어날 수 없다.
그저 대비만 할 뿐.
“명심하세요! 도착 즉시 분비샘부터 찾습니다!”
““네!””
콰득.
이내 우리는 추락하던 그대로 삼켜졌고.
천지가 암흑으로 변한 순간.
[2차 게이트 브레이크-생존] [클리어 조건] : 제한 시간 내 레비아탄 위장 속에서 탈출. [제한 시간] : 14 Days. [실패 시] : 사망.2차 브레이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