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10)
110. 재정비(1)
“감독님….”
“갑자기 징그럽게 왜 이래? 더 큰 클럽으로 가면 잘 된 거지, 게다가 네가 선택해 놓고선.”
이적시장 전부터 우리 구단과 이적 관련 절차를 전부 마친 덕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정상기를 데려갈 수 있었고, 마지막 배웅을 위해 공항에 같이 동행한 나를 보며 정상기가 울상을 짓고 있는 모습이 퍽 우스웠다.
“그렇지만….”
안다.
녀석과 함께한 세월이 햇수로 6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녀석과 나에겐 짧지 않은 기간이었다.
게다가 녀석이 이토록 발전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것도 나였으니, 녀석의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갈 것일 테지.
“맨체스터 가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거기 씹어먹을 생각만 해. 그러면 된다.”
제법 오랜 기간 함께한 녀석을 떠나보내는 것에 나도 마음이 편하진 않았지만, 더 큰 구단으로 이적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건네며 녀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처음엔 피지컬이나 압박 문제로 애를 좀 먹을 거다. 그러니, 가서도 게을리하지 말고 영양 섭취도 제대로 하고.”
분데스리가도 거칠기로는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 수준의 리그였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차원이 다르다. 압박과 태클, 몸싸움의 강도도 물론이거니와, 심판들 역시 그 부분에 있어서 분데스리가보다는 관대한 편이었기에, 정상기에게 한 번 더 귀띔을 주었다.
“네…. 잘할게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감독님 덕분이었고, 지난 시즌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감독님 덕분이었어요. 그동안 감사했고, 나중에라도 다시 감독님과 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 대신에 적응 못 해서 리턴하는 거면 안 받아 줄 거니까 그렇게 알고.”
“네. 이제 가 볼게요.”
“가서 잘하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보던지.”
무심하게 던지는 내 마지막 인사에 웃는 녀석을 보내고 나는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기사를 훑었다.
[(OFFICIA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억 1,860만 파운드에 마인츠 05의 정상기 영입.] [(OFFICIAL) 정상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4년 계약. 등 번호 7번 배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상 두 번째 한국인 선수가 된 정상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890억에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품는다.] [한화 1,890억에 이적한 정상기. 한국인 선수 최다 이적료 기록 경신.] [한 번의 거래로 거금을 얻게 된 마인츠 05.] [거상 마인츠 05, 이번 이적 시장에서 보일 행보는?] [임우정만 남은 김하준 키드. 이번 시즌 마인츠 05는 괜찮은가?]-7번? 주모오오오오오!
-와, 이왜진? ㄹㅇ로 7번임? ㄹㅇ?
-호날두 이후로 7번이 임팩트가 없긴 했지만, 정상기가 받게 될 줄은 ㄹㅇ로 몰랐다 ;;
-실질적인 7번 계승은 호날두-카바니-호날두-정상기 이렇게 봐야 하나?
-그렇게 되려면 가서도 정상기가 미친 활약 해야지.
-그래도 네덜란드 리그도 아니고 분데스리가 득점왕인데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하긴, 호날두 은퇴 이후 7번 달았던 애들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이적했지. 정상기가 잘해주면 맨체스터 7번 계보에 당당히 이름 올릴 수 있긴 하겠네.
-다들 7번 얘기만 할 게 아니라 금액 보셈. 1,890억이라니까? ㅁㅊ ㄷㄷ.
-아스날이랑 경쟁 붙어서 트랜스퍼 마켓이 책정한 것보다 더 받아냈네. 거상 마인츠 ㅋㅋㅋㅋㅋㅋㅋ.
-요새 빅네임 영입에 2,000억이 기본이라 조금 무뎌지긴 했어도, 1,500억 이상 기록한 한국 선수는 처음인데 오지네 ㄷㄷ.
-김하준 키드 두 명 중에서 이제 임우정만 남았네. 근데 임우정도 이적 가능한 폼이었는데 왜 이적 안 하지? 제의도 좀 들어왔지 않나?
-김하준은 딱히 안 막았다던데, 임우정이 거절했다는 썰이 있음.
-하긴. 이번 시즌 챔스도 나가는데 조금 더 큰 다음에 가도 나쁘진 않지.
-정상기 대체자는 누구로 구하지? 구하긴 함?
-결승전에서 골 넣은 스페인 선수 있잖아. 걔, 바르샤 유스 출신.
-파비안 루찌가 링크 강하게 뜨던데 일단 봐야 알지. 이제 서른 줄이라 어떨진 잘 모르겠다만.
한국 축구 선수 사상 역대 최고 금액의 이적료를 경신한 정상기의 소식에 사람들이 관심을 모으는 것을 보며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열광할 일이 하나 더 남았는데 말이지.”
정상기의 배웅을 마쳤음에도 내가 공항을 떠나지 않는 이유.
바로,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흠. 이제 올 때가 됐네.”
항공편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을 본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얼굴을 맞이할 수 있었다.
“여기에요!”
“아! 거 있었나? 한 한 달 만에 보는 것 같노.”
한국 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다른 한 가지 소식은 최용환 감독이 우리 구단의 코치진으로 합류하는 일이었다.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고선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혹시나 해서 제의했었는데.
‘바로 콜 할 줄은 몰랐지.’
어쨌거나 믿을 만한 동료를 구하는 것은 하나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장거리 비행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가족분들은…?”
“아아. 애들은 어차피 대학 다니고 있는 중이고, 와이프는 서울에서 처리할 게 있어서 일주일 정도 있다 오기로 했다.”
“네. 일단 이동하시죠.”
나는 장거리 비행으로 힘들었을 최용환 감독을 차에 태워 서둘러 마인츠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마인츠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최용환 감독이 궁금했던 점을 묻기 시작했다.
“하준아.”
“네.”
“근데 말이다. 느그 팀에는 조르지뉴도 있고, 루카 뮐러? 그 친구도 있고 또 다른 코치들도 많다 아이가? 근데 내까지 부를 필요가 있었나? 내한테 뭘 시킬라고?”
다짜고짜 승낙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일을 진행 하다 보니, 최용환 감독에게 어떤 업무를 맡길 것이다 얘기하질 못 했었던 걸 기억한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감독님은 포괄적으로 움직이게 될 겁니다. 물론, 조르지뉴가 코치진을 총괄하긴 하지만, 감독님은 코치들 사이에서 어드바이저에 가까운 역할을 하게 될 거고, 선수들의 멘탈리티를 담당해 주셨으면 해요.”
서울에서는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선수들에게 아버지 같은 리더십을 발휘했던 최용환 감독이기에 선수 멘탈리티를 맡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지도자 경력이 20년이 넘다 보니 나나 조르지뉴가 놓치는 부분을 짚어 주는 역할도 할 수 있었기도 했고.
“그래? 내가 독일 리그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조언을 할 입장이 되는가 모르겠네.”
“충분하죠. 경험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한국에서만 계셨던 것도 아니고, 대표팀 감독도 하신 분이.”
“무슨. 인마, 대표팀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아우, 스트레스받아서 넘어가긋다.”
과장된 움직임으로 몸서리치는 최용환 감독을 보며 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뭐, 하다가 적절한 오퍼가 오면 다시 감독직 맡으러 나가셔도 되긴 합니다.”
“마 됐다. 내는 니랑 일할 때가 재밌드라. 이제 다시 김 감독으로 불러야긋네. 니도 이제 내한테 감독님 말고 예전처럼 코치라고 해라.”
“네. 최 코치님 이번에도 잘 부탁드려요.”
이번 최용환 코치의 영입은 크게 보면 코치 한 명을 영입한 것이었지만, 내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도 같은 효과를 주었다.
* * *
최용환이 마인츠에 합류했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고 난 뒤, 한국의 축구 팬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용환, 마인츠 05에 코치로 합류.] [김하준 사단에 합류한 최용환.] [서울 유나이티드 이후 다시 재회한 김하준과 최용환.] [최용환 합류의 비화, 월드컵 직후 최용환에게 제의를 건넨 김하준.] [최용환, ‘김하준 감독과 함께 다시 일하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 [대표팀 계약 연장을 거절한 이유는 김하준 사단 합류 때문?]-오, 다시 한번 저 조합으로 가나?
-근데 최용환이 마인츠에서 할 일이 있으려나? 조르지뉴도 루카 뮐러도 있는 판에 전술에 관여할 그건 아닌 것 같고.
-김하준이 먼저 제의했다는 데 다 생각이 있지 않겠냐. 방구석 ㅈ문가들 보다야 김하준이 훨씬 잘 알겠지 ㅋㅋㅋㅋㅋ.
-대표팀 계약 연장 안 한 이유가 있었네 ㅋㅋㅋㅋㅋ.
-아, 대표팀보다는 김하준 이랑 일하는 게 커리어에 좋다고 ㅋㅋㅋㅋㅋ.
-독일로 불러들인 것 보니 최용환은 이제 완전한 김하준 사단의 일원이 된 건가?
-ㄹㅇ 그럴 듯. 월드컵 이후로 최용환이 감독직 맡는 거에는 흥미를 잃은 것 같던데 저렇게 보조하는 업무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 화제의 당사자는.
“다들 반갑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기존 마인츠 코치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분명 통역이 필요 없는 수준급의 독일어를 구사하고 있음에도 진하게 묻어 나오는 사투리 억양 탓에 하준은 웃음을 꾹 참아야만 했다.
“큽….”
“김 감독아, 와 웃노?”
“아니, 아닙니다. 자. 다들 모였으니까 회의를 시작합시다.”
묘하게 일그러진 최용환의 시선을 애써 회피한 하준이 빨리 스탭 회의를 시작했고, 조르지뉴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정의 대체 자원 영입에 대한 건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스카우트 팀에서 추린 자원들은 다들 보고 있는 자료에 있는데, 즉시 전력감으로는 손색이 있어. 쭌, 네가 보고 온 루찌가 즉시 전력감으로는 더 나을 것 같다는 게 내 의견이야. 다른 사람들은?”
“저도 동의합니다. 루찌의 스타일이 정과 흡사한 부분이 있어서 기존 틀에 잘 녹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적응을 잘하느냐 못 하느냐는 조금 지켜봐야겠지만요.”
조르지뉴와 루카의 의견을 들은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물었고, 다른 코치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 의사를 표했다.
“그럼 문제는 없을 것 같고…. 그리피스.”
“네, 감독님.”
“파비안 루찌의 영상을 정리해서 분석을 부탁할게. 영입하더라도 어떻게 써먹을 지는 조금 더 연구해야 할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리피스에게 분석 지시를 내린 하준은 화면을 넘기며 말을 이었다.
“프런트에서는 상기의 이적료로 벌어들인 수익의 80프로를 이적 예산에 보태겠다고 알려왔어. 원래 배당할 이적 예산에 더해서 대략 1억 8,520만 유로 정도를 지출 할 수 있을 것 같아.”
1억 8,520만 유로.
한화로 약 2,500억가량 되는 수치의 거액이었다.
지난 시즌 추가로 이적 예산을 받기 전, 처음 배정되었던 금액이 1,440억 정도였던 것을 고려했을 때 1,000억 이상 더 책정된 수준이었는데 이는, 리그 2위를 기록하며 얻은 중계료 배분과 시즌권과 유니폼 판매수익 등의 구단 매출과,
월드플릭스에서 다시 한번 대박을 터트린 다큐멘터리 시리즈 덕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준은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프리미어리그 같은 구조였다면 3,000억도 더 넘게 쓸 수 있었을 텐데.’
중동 자본을 비롯해 미국 자본 등.
지난 10년간 세계 각지의 유력 자본가들이 팀을 인수하며 이적 시장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낸 프리미어리그는 승격팀조차도 지난 시즌 마인츠의 이적 예산만큼을 끌어 올 수 있는 규모를 자랑했다.
그에 반해, 분데스리가는 50+1 룰이 굳건하게 지켜지고 있는 터라, 마인츠가 이번 시즌 받아 낸 이적 예산이 리그 내 최다 예산인 수준이었다.
‘예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수준이긴 해도….’
바다 건너 잉글랜드의 이적 예산 규모를 생각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흠. 그 정도 수치면 루찌를 영입하고도 조금 더 클래스 높은 선수를 한 명 정도 사 올 수 있는 금액이네.”
“조금 눈을 낮춘다면 두 세 명 더 사 올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하구요.”
“허…. 확실히 유럽 이적시장은 미쳤구만.”
어떤 선수를 몇 명 정도 사 올 수 있겠다는 계산을 바로 뽑아내는 조르지뉴와 루카의 반응과는 달리, 최용환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래도, 아시아 이적시장은 아직 많이 오르진 않았으니까요.”
“K1 리그도 많이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새 발의 피였구만.”
물론, 아시아 리그의 이적시장 규모도 전에 비하면 오르긴 했으나, 유럽 시장이 보이는 미친 듯한 팽창 속도를 따라오지는 못했기에 최용환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우리가 보강해야 할 포지션은 공격수뿐 아니라 센터백 자원도 있으니, 스카우트 팀이 올린 자료 말고 개인적으로 눈여겨보던 자원이 있다면 마음 편하게 말해 주면 좋겠고 우선은….”
파비안 루찌를 데려오는 것이 먼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