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11)
111. 재정비(2)
파비안 루찌의 이적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라 리가의 특징 중 하나인 바이아웃 조항 덕분이기도 했는데, 중위권의 여러 팀을 옮겨 다니던 루찌의 특성상 바이아웃이 생각보다 낮게 측정되어 있던 탓이었다.
“바이아웃이 5,900만 유로밖에 안 걸려 있다니…. 이거 완전 혜잔데?”
“5,900만 유로면 한화로….”
“796억 정도 되는 돈이네요.”
“그 돈이 혜자라고? 김 감독아, 네 경제관념이 어떻게 된 거 아이가?”
최용환 코치의 말에 나는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지금 이적 시장 규모에서 루찌의 바이아웃이 796억이면 거저 주는 수준이긴 하죠.”
물론, 바이아웃이라는 것이 선수와 재계약 등의 여러 경우의 수로 인해 원래 몸값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파비안 루찌의 경우로 보자면 그런 상황은 아닌 듯했다.
‘스페인에서는 딱 중위권 공격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보고 있나 보네.’
사실, 내 입장에서도 정상기의 대체 자원으로 파비안 루찌를 데려오는 것에 아쉬움이 많이 남고 있으니 이해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래. 뭐, 그거야 그렇다 치고. 공격수 보강을 하나로 끝낼 수는 없는 것 아이가? 제롬이 있어도 백업으로 한 명은 더 있어야 할 텐데?”
“물론이죠. 한 명 더 생각해 둔 선수가 있어요.”
최용환 코치의 말처럼 리그 일정과 챔피언스리그, 컵 대회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파비안 루찌와 제롬 뮐러만으로는 모자랐고, 그에 따라 나는 몇 명의 선수를 더 물색했었는데.
그중에서도 내 눈에 들어온 선수는 바이에른 2군에서 뛰고 있는 야닉 벤델이라는 선수였다.
스카우트 팀과 그리피스가 동시에 내게 추천했던 선수인데, 영상을 보자마자 주전은 아니라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닉 벤델.
[대갈 사비]★★★☆☆
포지션 적합도 : 양호.
향후 발전 가능성 : 매우 높음. (지도자와 잘 맞으면 발전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 매우 높음.)
‘대갈 사비….’
바르샤의 사비가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뒤로 머리로 공을 떨궈 주는 장신 공격수들에게 붙여지곤 하던 별명이었던 대갈 사비가 특성으로 붙어 있는 야닉 벤델은 현재 능력 자체는 그다지 높진 않았는데.
‘발전 가능성이 저리 높다면야….’
키워서 요긴하게 써먹는 것도 좋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고, 스카우트 팀과 그리피스가 동시에 추천했다는 것은 다른 이들의 생각도 비슷할 것이란 얘기나 마찬가지였다.
“이 선수예요. 영상으로 한번 보시죠.”
“음…?”
영상을 보던 최용환 코치는 연신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김 감독아.”
“네.”
“여태 니가 써 오던 공격수하고는 느낌이 다른데? 장신 공격수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것 아니었나?”
“다양한 패턴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좋겠죠. 보셨다시피 주전으로 쓰기에는 조금 애매한 자원이에요. 교체로 투입하거나 변칙적인 전술을 가져갈 때 쓰면 좋을 것 같아서요.”
“으음….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렇게, 우리는 이적 시장 개방 후 일주일도 되지 않는 시점부터 차곡차곡 오피셜 기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OFFICIAL) 파비안 루찌, 마인츠 05와 3년 계약 합의.] [바이아웃 5,900만 유로에 마인츠 05로 이적한 파비안 루찌.] [(OFFICIAL) 야닉 벤델, 마인츠 05와 4년 계약 합의.]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 4,000만 유로에 마인츠 05로 이적한 야닉 벤델.] [정의 이적으로 거금을 얻은 마인츠 05. 그러나, 빅 사이닝은 없다?] [벤델에게 4,000만 유로는 너무 과했다. 킴의 이적료 낭비?]정상기의 이적으로 거금을 얻게 된 우리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던 독일 언론들은 이적 시장에서 우리가 보이는 행보에 실망이 크다는 반응을 주로 보였다.
파비안 루찌의 경우 바이아웃이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었고, 월드컵에서 보여 준 모습이 있다 보니 그러려니 하는 모양이었지만.
‘벤델에게 540억을 썼다는 건 너무 문제가 있다는 얘기겠지.’
23세의 나이임에도 아직 2군을 전전하고 있는 선수에게 540억은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였는데, 이 또한 분데스리가였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기도 했다.
‘미쳐 버린 잉글랜드 시장에서는 저게 오히려 당연한 금액이 되어 버렸기도 한데 말이지.’
만약 잉글랜드 클럽에서 저런 상황의 잉글랜드 선수를 영입하려 했다면 1.5배 이상은 더 가격을 쥐어 주었어야 했을 것이다. 홈 그로운 규정과 이적시장 인플레이션의 콜라보라고나 할까.
그러나, 독일은 그 정도로 빡빡하지는 않는 데다 시장 규모도 잉글랜드에 비하면 아직 적은 수준이었기에 이러한 비판이 따라오는 것인데.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내가 필요한 선수 저 돈 주고 사겠다는데 알 바야?
그리고.
가타부타 말이 많은 공격수 영입 건이 일단락되고, 우리는 남은 예산으로 다른 포지션을 보강해야 했는데.
“쭌, 우리에게 남은 돈이 8,620만 유로야. 보강이 필요한 자원은 센터백이고.”
“킬리안의 공백을 메워야 하니까…. 하아.”
지난 시즌까지 팀을 지키며 주장으로서 헌신했던 루카 킬리안은 시즌 종료와 동시에 은퇴를 선언했고, 이에 따라 킬리안의 대체자를 물색해야 했다.
“스카우트 팀 추천 매물들은 어때?”
내 질문에 조르지뉴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글쎄, 준수한 자원들이긴 한데…. 킬리안의 빈자리를 메우긴 좀 어려울 것 같아.”
하긴.
킬리안은 중앙 수비수가 가지고 있어야 할 모든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으니, 당장 그를 대체하기란 어려울 것이었다.
제한된 지금 시간에 그의 대체자를 찾을 수 없다면 다른 수라도 쓰는 수밖에.
“파펠라를 내리자.”
“파펠라를?”
파펠라를 센터백으로 내리자는 내 말에 조르지뉴는 고개를 갸웃했다.
“파펠라가 수비도 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센터백으로 아예 전향하는 것을 받아들일까?”
“얘기해 봐야지. 무엇보다 센터백으로 완전히 전향하면 출전 시간은 배 이상으로 늘어날 테니 얘기해 볼만하잖아?”
메르베이유 파펠라.
내가 마인츠로 복귀하고 지금까지 중원에서 요긴하게 활약해 주었던 선수였다. 중앙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수비까지 볼 수 있는 뛰어난 유틸성 덕분에 전술을 짜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사비 말론과 찰리 파티노의 영입에 더불어 본인의 기동력 하락에 의해 최근에는 출전 시간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그러면 이번 시즌은 백 쓰리를 플랜 A로 가져가겠다는 얘기네?”
조르지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펠라를 수비로 내린다고 해서 떨어진 그의 기동력이 다시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비 라인은 세 명의 센터백으로 구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쉽게 만든 이유 중 하나는.
‘미하엘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지.’
킬리안의 오더 유무에 따라 철벽이 되었다가 자동문이 되었다가를 반복하던 미하엘은 점차 자신의 단점을 지워나갔을 뿐 아니라, 우리 팀의 뛰어난 미드필더들의 장점까지 흡수하는데 이르렀는데.
미하엘 포가테츠.
[이동식 방어거점]★★★★☆
포지션 적합도 : 적합.
향후 발전 가능성 : 높음.
제한적 철벽이라는 특성이 이동식 방어거점으로 변모했고, 플레이 스타일 자체도 진일보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라운드 어디에서나 철벽의 모습을 보이고….’
전진성과 수준급의 패스 능력까지 탑재한.
말 그대로 이동식 방어거점이 된 것이었다.
“자. 그러니까, 센터백 자원은 조금 더 유망한 자원으로 찾아보자. 파펠라는 내가 대화를 나눠 볼 테니까.”
* * *
똑똑—.
“네, 들어오세요.”
감독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들어오라는 대답을 하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은.
“안녕하세요, 감독님.”
파펠라였다.
“어서 와. 차는 어떤 것으로 마실래?”
“아, 물이면 됩니다.”
물 한 잔을 컵에 따라 파펠라의 앞에 놓은 뒤, 나는 녀석의 맞은편에 앉았다.
“무엇 때문에 보자고 하셨는지?”
“지난 시즌에 출전 시간이 많이 적어졌지?”
내 말에 급격히 표정이 굳는 녀석.
모르긴 몰라도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쓰지 않았다면 모를까, 잘 기용하다가 갑작스레 출전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으니.
‘그런데도 불만 한 번 터뜨리지 않고.’
대단하다면 대단한 녀석이었다.
“……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나직이 말했다.
“센터백으로 전향하는 것은 어떠냐?”
“……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녀석의 얼굴을 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센터백을 볼 수 있는 미드필더인 것과 아예 센터백으로 전향하는 것은 천지 차이였으니.
“솔직하게 말할게. 너도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드필더로서 네 폼은 다른 녀석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장담할 수 없어.”
파펠라가 그간 자주 기용될 수 있었던 것은 빌드업에 참여하는 것과, 뛰어난 상황 판단. 그리고 나쁘지 않은 기동력이 뒷받침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동력이 현저히 떨어진 지금.
사비 말론, 찰리 파티노, 임우정을 제치고 파펠라를 1순위로 중원에 배치할 이유는 전혀 없어졌다.
게다가.
‘유사시에는 코르브 또한 중원에서 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크래프트의 중원 가담, 에니스의 전진 배치 등.
파펠라의 선발보다 더 요긴하게 쓰일 패들이 훨씬 많았다.
당장, 비슷하게 폼이 하락한 페퇴보다도 기동력이 떨어지니 나로서는 파펠라의 선발은 아예 배제하고 시작할 노릇이었으니.
“센터백…이요?”
녀석이 센터백으로 전향하는데 꺼림을 느끼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단순히 센터백보다는 미드필더를 더 선호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미드필더에게 밀렸다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일 수도 있고.
기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녀석의 대답 여하에 따라 나는 녀석을 아예 주전에서 배제해 버릴 수도 있는 상황.
‘웬만하면 전향해라.’
그것이 서로 윈윈인 상황이니.
“센터백으로 전향한다면 달라집니까…?”
확신이 없는 녀석의 표정을 보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시로는 적절치 않지만, 베켄바우어와 마스체라노 모두 센터백으로 전향해서도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였지. 너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 없지 않나.”
확실히 예시로는 적절치 않았다.
앞의 두 케이스는 기량 하락으로 인한 포지션 변경이 아닌, 감독이나 팀 상황에 따라 포지션을 옮긴 것에 가까웠으니.
“킬리안이 부동의 주전이었던 이유가 뭔지 아나?”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수였기 때문 아닙니까?”
“그렇다면, 미하엘은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수인가?”
역으로 날아든 질문에 파펠라는 멈칫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주전을 선정하는 기준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음을 녀석도 인지하게 된 것일 터.
“네 말대로 킬리안은 리그 최고 레벨의 수비수가 맞다. 그렇지만, 그 이유 하나로 부동의 주전이 된 것은 아니지.”
“그게 무슨….”
“킬리안이 부동의 주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야. 내 전술에 필요한 선수였기 때문이지.”
돌이켜보면, 킬리안은 휴식이 거의 없다시피 하며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치러 왔다. 만약, 킬리안이 수비진에서 내 생각을 그림으로 그릴 능력이 없었다면 그 정도로 혹사당하지는 않았겠지.
“세 명의 센터백을 둘 때, 스위퍼 위치에 서는 선수는 빌드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해. 그리고, 그라운드에 돌아가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지.”
킬리안이 내 밑에서 맡아 온 역할은 후방 라인의 커맨더.
미하엘과 쿠발라는 뛰어난 스토퍼가 될 수 있을지언정, 내가 원하는 커맨더는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파펠라에게 제안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역할을 네가 맡아서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그래서 너에게 제안하는 거야.”
“저는…. 킬리안처럼 빌드업에 참여하면서 상황 판단을 내리는 것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킬리안이 보여줬던 대인 방어는 보일 수 ㅇ….”
“아니.”
내가 말을 자르자 녀석은 잠시 놀란 표정으로 눈을 끔벅였다.
“나는 너에게 킬리안처럼 하길 바라지 않아.”
모든 선수가 완벽할 수는 없다.
또한, 나는 내 선수들에게 완벽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킬리안처럼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말한 그 부분이다.”
완벽한 선수.
어떤 감독이나 바라 마지 않는 것이지만, 그만큼 드문 존재이기도 했다.
나는 생각한다.
감독이란, 선수에게 완벽을 바라는 존재가 아니라.
선수의 장점만을 뽑아 완벽한 팀을 만들어 내는 존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