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14)
114. 슈퍼컵(3)
우리의 스로인으로 경기가 재개되고, 내 지침을 받은 선수들은 일사불란하게 제 몫을 다하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닷!
타다다다닷!
[또다시 고립되는 산투스! 바이에른의 압박이 거셉니다!]쿤데와 자가두, 미헬에게 둘러싸인 가비가 등을 진 채 볼을 간신히 지켜 내고 있던 그때.
타다닷! 타다다닷!
에니스가 2선으로 전진해 가비에게서 볼을 받기 좋은 위치로 움직였고,
툭—!
촤앗!
[다넬 에니스! 산투스에게서 볼을 받아 냅니다!] [산투스에게 너무 많은 선수가 몰려 있는데요! 공간 열립니다!]볼을 받은 에니스는 망설임 없이 오른발을 휘둘렀다.
투우웅—!
[에니스가 오른쪽으로 벌려 줍니다! 사카! 파티노를 잡아야죠! 아아!]타다다닷!
촤앗—!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사카의 마크를 벗겨 낸 파티노가 오른쪽 측면으로 넓게 벌어져 전진을 시작했고, 이 움직임으로 인해 바이에른의 수비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여기까진 예상대로다….’
여기까지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 경기가 그려지고 있었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타다다닷!
[라파엘 루트! 테오도르! 바이에른의 중원을 담당하는 선수들까지 모두 후방으로 내려왔습니다! 파이널 서드가 굉장히 어지러운데요!]“쭌, 파티노가 저 틈을 파고들 수 있을까?”
경기를 지켜보던 조르지뉴의 물음에 나는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파티노의 원래 위치는 중앙.
메짤라 역할을 맡아 측면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 주긴 했지만, 윙어나 윙 포워드처럼 수비를 따돌리고 중앙으로 파고들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글쎄. 파티노는 어렵겠지.”
애시당초, 파티노에게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으니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파티노가 아닌 파비안 루찌의 모습에 있었다.
‘전혀 경기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어.’
적응이 덜 된 것인지, 그도 아니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인지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없었지만, 스페인 무대에서 보여 주던 라인 브레이킹 실력과 월드컵 결승에서 잉글랜드에게 득점하던 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저 놈아 저거, 저래 움직이다가는 볼 못 받는데이. 그러다가 역습 당해뿌면….”
최용환 코치는 파비안 루찌의 어정쩡한 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툭! 탕!
촤앗!
투우우웅—!
[파티노의 패스가 중간에서 끊깁니다! 자가두가 그대로 미헬에게! 미헬! 전방으로 길게 연결합니다!]나를 비롯한 코치진의 우려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바이에른의 역습이 시작됐다.
촤앗!
투욱—!
“어어…! 저거! 저거!”
혁호 녀석에게로 향하는 볼을 보며 최용환 코치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고, 조르지뉴 역시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타다다닷!
뻐엉—!
[포가테츠! 리가 볼을 받기도 전에 포가테츠가 볼을 걷어 냅니다! 놀라운 판단입니다!] [실패로 돌아갔다면 그대로 공간을 내주는 일이 되었을 텐데요! 포가테츠의 놀라운 판단력과 실행력입니다!]“후우….”
미하엘의 순간적인 번뜩임 덕분에 역습을 저지할 수 있었다.
“감독님!”
바이에른이 스로인을 준비하는 사이 루카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아무래도 교체해야겠지.”
루찌를.
* * *
삐이이익!
[주심의 경기 휘슬과 함께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바이에른의 선축으로 진행되겠습니다!] [마인츠는 한 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파비안 루찌를 거둬들이고 야닉 벤델을 투입한 모습이네요.] [루찌가 전반전 동안 최악의 모습을 보였기에 이해 할 수 있는 판단입니다. 재밌는 것이, 벤델은 바이에른 2군에서 뛰던 선수죠?] [맞습니다. 친정팀을 상대로 활약을 할 수 있을지…!]하준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파비안 루찌를 빼고 야닉 벤델을 투입했다. 포메이션 자체에 변화는 주지 않고, 최전방 스트라이커만 교체했지만, 이 모습을 본 투헬은 하준의 수가 무엇인지 예상 할 수 있었다.
‘양쪽 윙백으로 측면을 부수겠다는 건가? 벤델의 제공권이 좋다고 해서 우리에게 헤더 골을 넣을 수는 없을 텐데?’
바이에른이 이번 경기에 들고 나온 대형은 측면이 약한 대형인 만큼 측면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제공권이 좋은 야닉 벤델을 최전방에 내세웠으니 예측할 수 있는 수는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한 후 벤델의 머리를 이용한다는 것이지만.
‘네 뜻대로 될 성싶으냐….’
투헬은 야닉 벤델의 모습을 지켜봐 왔던 만큼, 하준이 이번에는 나쁜 수를 둔 것이라 예상했다. 이번 경기에서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겠다고 확신한 투헬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촤아앗—!
[크래프트의 도전적인 슬라이딩 태클이 성공합니다! 발부에나의 몸을 건드리지 않고 정확히 볼만 빼냈어요!]발부에나에게서 볼을 탈취하는 데 성공한 크래프트는 곧장 파펠라에게 볼을 돌렸고, 경기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파펠라가 측면으로 볼을 뿌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투우우웅—!
[파펠라! 전방으로 롱패스를 시도합니다!]파펠라는 측면이 아닌 전방으로 롱패스를 뿌렸고, 이를 시발점으로 세 명의 센터백과 사비 말론을 제외한 마인츠 선수단이 전방으로 높이 올라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타다다닷!
촤아앗!
[벤델이 등을 지고 볼을 받아냅니다! 수비들이 거세게 압박하는데요!]순식간에 벤델에게 몰려드는 바이에른의 수비수들.
마인츠 선수단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지 못했다면, 고립되어 볼을 빼앗기기 십상인 상황.
투욱—!
[벤델이 그대로 산투스에게 넘겨 줍니다!]벤델에게서 볼을 넘겨받은 가브리엘은 드리블을 시도하는 것 대신 측면으로의 패스를 선택했다. 이는 그에게 쏠리는 압박 때문이기도 했지만, 하프 타임 때 하준이 팀에게 내린 지침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다들 잘 들어. 후반전에는 최대한 개인 드리블을 지양해. 후반전에 우리가 가져갈 움직임은 패스 앤 런이야.’
하준은 선수들에게 패스 앤 런으로 압박을 최대한 벗어나며 전진하기를 요구했다.
짧고 긴 패스를 혼용해 동료에게 볼을 연결하고 공간을 향해 움직인다. 어찌 보면 굉장히 간단한 방식으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팀 단위의 훈련량과 팀워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실전에서 빛을 발하기 어려운 방법이었다.
[산투스가 측면으로! 볼을 받는 임! 니안주가 달려오는데요!]툭—!
[임! 에니스에게!]타다다다닷!
툭!
타다다닷!
툭—!
타다다닷!
3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마인츠 선수단은 패스 앤 런을 통해 파이널 서드 깊숙한 곳으로 6명의 선수들이 촘촘히 전진할 수 있었고, 이 모습을 본 투헬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이게 무슨…!”
투헬 역시 하준의 마인츠가 패스와 탈압박에 능한 팀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눈앞에 펼쳐지는 이 장면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다.
제아무리 패스와 압박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팀이라 한들, 한 선수 위주로 공격을 풀어 나가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무뎌지기 마련인데. 투헬은 이 생각에 한 점 의심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즌 마인츠가 보여 줬던 무수히 많은 공격적인 화력의 중심에는 가브리엘이 있었기 때문이니까.
“그런데…. 대체 왜…!”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도 투헬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저들의 유기적인 패턴을 막기 위해 대응 수비를 가져간다면, 생각지도 못한 틈에 가브리엘이 다시 활개 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이길 거야.”
공격 상황을 지켜보던 하준이 나지막이 말하자, 조르지뉴는 너무 섣부른 것 아니냐는 듯 물었다.
“확실히 좋은 공격이긴 한데, 투헬이 대응 방식을 바꿔서 나온다면?”
조르지뉴의 말에 하준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투헬 저 양반은 지금 외통수에 걸린 거야. 가비를 봉쇄하기 위한 판을 거둬들이면 다시 가비가 날뛸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
“하긴….”
조르지뉴는 자신이 상대편 감독이었다면 아마 화를 주체하지 못한 채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툭—!
[임의 컷백! 에니스에게!]페널티 박스 안에서 임우정의 컷백이 다넬 에니스에게 향했고, 쥘 쿤데가 에니스에게서 볼을 빼앗으려 움직이는 찰나.
투웅—!
에니스가 오른쪽으로 볼을 높이 띄웠다.
[에니스! 볼을 띄웁니다! 슈넬러 키퍼가 점프합니다! 아아!]루카스 슈넬러가 공중으로 떠오른 볼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타다다닷!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 선수가 하나 있었다.
[벤델! 점프합니다아아앗! 헤더어어어!]터엉—!
슈넬러보다 한발 앞선 벤델의 헤더 슛은 슈넬러의 사이를 지나 그대로 골문 안으로 직격했다.
철렁—!
와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야닉 벤델의 헤더 골이 바이에른의 골망을 갈랐습니다!] [친정팀을 상대로 데뷔 경기에서 골을 넣는 야닉 벤델! 인상적인 데뷔전입니다!] [벤델의 헤더도 헤더지만, 에니스의 센스 있는 패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바이에른의 천적다운 마인츠의 플레이입니다!]파이널 서드 안에서 빠른 속도로 공격을 전개 후 정확한 마침표를 찍은 마인츠 선수단을 보며 하준은 빙그레 웃었다.
“나쁘지 않네.”
하준이 하프타임에서 선수들에게 요구한 것은 패스 앤 런을 통해 빠르게 한 칸 한 칸 전진하는 것과 그동안 해 왔던 것처럼 유기적인 플레이를 통해 누구든지 득점을 노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벤델의 득점은 예상에 없었던 일이었는데, 하준 본인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득점을 터뜨리는 선수들을 보며 기분 좋게 읊조렸다.
“상기 녀석이 이적한 게 오히려 잘 된 걸지도 모르겠는데?”
조금 더 다양한 전술을 펼쳐 볼 수 있을 테니까.
* * *
벤델의 첫 골 이후, 가브리엘이 추가 골을 기록하며 마인츠는 2-0으로 바이에른을 제압하며 경기를 끝마칠 수 있었다.
삑! 삐익! 삐이이익—!
와아아아아!
[스코어 2-0으로 경기 종료됩니다! 마인츠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DFB-슈퍼컵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합니다!] [이것으로 킴과 마인츠가 다시 한번 투헬과 바이에른의 천적임을 증명합니다!]비록, 리그가 개막하기 전에 열리는 이벤트에 가까운 경기이긴 했지만, 리그 챔피언과 포칼 챔피언이 맞붙는 경기인 만큼, 구단 역사상 최초로 슈퍼컵 우승을 가져온 하준을 보며 서포터즈는 온 힘을 다해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킴! 킴! 킴! 킴! 킴!
와아아아아!
“하하…. 이것, 참. 경기를 뛴 건 선수들인데 내 이름을 부르네.”
하준이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자, 옆에 있던 조르지뉴가 하준의 등을 찰싹 때리며 말했다.
“그 대단하다는 클롭과 투헬도 마인츠를 이끌고 해내지 못한 업적들을 네가 쓰고 있는 거야. 쭌, 어서 인사나 해 줘.”
조르지뉴는 서포터즈의 생각을 정확히 꿰뚫었다.
현재 유럽 축구계에서 이름난 명장으로 위용을 떨치는 클롭과 투헬이 마인츠를 이끈 시기가 있었지만, 그들이 마인츠를 이끌었을 때는 분데스리가 우승은커녕 준우승도, 포칼 우승도 따내지 못했었다.
그에 반해, 하준은 분데스리가 승격 시즌에 준우승과 포칼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으니 서포터즈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명장보다도 자랑스러운 것이었다. 거기다 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의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던 슈퍼컵까지 들어 올리니 오죽할까.
“나도 알아. 그 전에 투헬과 인사는 해야지.”
먼 길을 원정 온 서포터즈에게 인사하는 것은 하준에게 있어서 기본 중의 기본이었기에 너무나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 전에 상대 감독인 투헬과 인사를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어…? 뭐야, 벌써 들어간 거야?”
하준이 몸을 돌렸을 때는 투헬은 물론이요, 투헬 사단의 코치진 중 어느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 자존심 강한 양반이 오죽 화가 낫겠냐? 지난 시즌부터 4경기 연속으로 무승에다가 세 번이나 지게 됐으니 화가 날 수밖에.”
조르지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준은 한숨을 쉬었다.
“어째, 나이가 들수록 승부욕이 더 세지는지 원.”
그러니까 아직도 명장 반열에 들어 있는 건가?
뒷말을 삼킨 하준은 원정 석에 모여 있는 서포터즈 앞으로 걸어가 손을 흔들었다.
와아아아아!
킴! 킴! 킴! 킴! 킴!
“나도 옆에 있는데 너만 불러 주네. 이거, 원. 선수 때도 그러더니….”
“너무 서운해하지 마 조르지뉴. 우리가 이번 시즌에 서포터즈가 잊을 수 없을 만한 업적을 세우면 나뿐 아니라 너, 선수들, 그리고 모든 코치진의 이름을 연호할 테니까.”
“그게 뭔데…?”
얼빠진 표정으로 되묻는 조르지뉴를 보며 하준이 씩 웃었다.
“뭐긴 뭐야?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