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15)
115. 분데스리가의 강자(1)
“별일이네요. 직접 만나 할 얘기라니…?”
슈퍼컵 일정이 끝나고 이틀 뒤.
SA 매니지먼트의 정주호가 만나서 해야 할 얘기가 있다며 연락을 취했고, 나는 그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내 담당 에이전트이긴 했지만, 계약 관련 업무가 아닐 때에는 만날 일이 없었기에 가끔 메일로만 소통하던 그가 직접 만나 해야 할 얘기라니.
“메일로 주고받기에는 양이 많기도 하고, 혹시 해킹이라도 당하면 곤란하거든요.”
정주호는 내가 내어 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우선, 감독님의 활약 덕분에 우리 회사가 유럽에서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이 점에 대해 감사 인사를 드리고….”
“뭐. 그건 잘됐네요. 제가 의도한 일은 아니지만요.”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자면 감독님을 원하는 팀이 여럿 생겼습니다. 당장 계약을 맺자고 성화를 부리는 팀도 있고요. 다만…. 협상이 진행되고 계약이 완료될 때까지는 언론에 알려지길 꺼려 하는 지라.”
나를 원하는 팀이 여럿 있다라.
그다지 흥미가 가는 얘기는 아니었다. 마인츠에서 한평생을 보낼 생각은 아니었지만, 계약 만료 시점인 이번 시즌 끝까지는 제대로 치르고 결정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클럽과 라 리가 클럽, 그리고 분데스리가에서도 감독님을 원한다고 문의해 온 클럽들이 있죠.”
“허어…. 프리미어리그나 라 리가는 그렇다 치고 분데스리가에서도요?”
다른 리그에 있는 클럽이야 특정할 수 없겠지만, 같은 리그인 분데스리가 내의 클럽이라면 특정할 수 있는 클럽이 세 군데 정도 있었다.
“네.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RB 라이프치히가 동시에 감독님을 탐내 하더군요.”
역시.
지금 있는 감독의 존재를 제외하고서 지금 분데스리가에서 나에게 제안을 보낼 수 있는 클럽은 저 세 곳이 전부일 것이다. 저 세 클럽을 제외하고서는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마인츠를 놔두고 내가 갈 리가 없을 테니까.
“조금 뜬금없긴 하네요. 라이프치히야 그렇다 치고…. 바이에른과 보루센이라….”
“바이에른은 뜬금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만, 나머지 두 클럽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주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지난 시즌, 보루센과 라이프치히는 4, 5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데다 현재 감독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었으니.
“뭐, 그건 그렇다 칩시다. 바이에른은 대체 왜…?”
내가 아무리 투헬의 천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투헬은 팀을 우승시키고 빅이어도 들어 올리게 만든 명장인데 그런 명장을 두고 나를 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구단의 이사진과 마찰이 있었답니다.”
“아.”
또 들이받았군.
“뭐…. 하나 확실하게 할 점은, 저는 계약 만료가 되는 이번 시즌까지는 마인츠에 몸담을 생각입니다. 거기다, 마인츠를 떠난다고 해서 분데스리가의 다른 클럽으로 갈 일은 결코 없을 것이고요.”
내 대답을 들은 정주호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리 말씀 하실 줄 알았습니다. 일단 알아 두어서 나쁠 것은 없으니, 프리미어리그와 라 리가에서 관심을 보이는 클럽도 말씀드리죠.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정주호의 입을 타고 나온 클럽의 이름들은 다음과 같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
라 리가에서는 발렌시아가 나를 원한다고 한다.
“흐음….”
맨체스터 시티를 제외하고 첼시와 발렌시아는 내가 선수 시절 몸담았던 클럽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 시즌처럼 이번 시즌을 마무리한다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첼시나 맨체스터 시티 같은 팀에서 오퍼가 오지 않는다고요?”
“뭐…. 그렇지 않겠습니까?”
정주호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SA 매니지먼트가 유럽 시장에서 세를 불리는 데는 나의 활약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을 테니. 그렇지만.
‘사업 파트너를 이리도 못 믿어서야.’
구태여 내색하지는 않고 나는 화제를 돌렸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가 나를 원하는 이유가 뭐라던가요?”
“첼시는 구단주인 로만이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고 맨체스터 시티의 경우,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들어 알렉스 라이트를 영입했음에도 지난 시즌 무관에 그쳤다는 게 이유입니다.”
현재 첼시를 지휘하고 있는 감독은 지네딘 지단.
챔피언스리그 3연패라는 다시 세우기 어려운 업적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쏠리는 기대는 상상 이상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맞지 않은 결과에 로만이 화가 난 모양이었고.
‘과연, 그게 감독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첼시가 가진 현재 스쿼드에서 지단이 원해 데려온 선수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라노브스카야의 작품이 태반이었고, 지금 그나마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지단의 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길모어를 비롯해서…. 몇몇 베테랑을 제외하고는 다 그녀의 작품이겠지.’
이래서, 클럽은 감독의 권한이 더 강해야 잘 굴러갈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그라노브스카야가 선수 판매와 몇몇 영입 성공이라는 굵직한 업적을 만들어 왔지만, 그것이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아니라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
“으음…. 첼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내 대답에 정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곳에 계셨어서 그런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신 모양이네요.”
“첼시보다는 맨체스터 시티가 더 놀랍긴 하네요. 만수르는 과르디올라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줄 알았는데.”
“알렉스 라이트를 빼 오는데 쓴 금액이 아무래도 상당했으니까요.”
알렉스 라이트.
현시점 신계에 위치해 세르히오 토레스와 발롱도르를 양분하고 있는 잉글랜드 국적의 선수였다. 맨체스터 시티가 유벤투스에서 알렉스 라이트를 빼 오기 위해 들인 금액이 한화로 3,800억 정도 되었으니 만수르의 심정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뭐…. 그보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헐레벌떡 찾아오신 건 너무 이른 게 아닌가 싶네요.”
저들은 나를 간판으로 내세워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으니, 이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지만.
‘유럽 대항전에서 검증되지 않은 나를 원한다는 건….’
전권을 주지 않은 채 헤드 코치로 앉히겠다는 말이었다. 이마저도 아시아 트레블, 그리고 독일 무대와 클럽 월드컵에서의 성과가 크게 작용한 것일 테지만, 나는 불리한 상태로 불려 가 이리저리 휘둘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갈 때 가더라도.’
챔피언스리그에서 내 역량을 제대로 증명한 뒤에.
모든 권한을 쟁취 할 수 있을 때 가야겠지.
* * *
34/35 시즌 분데스리가 개막 후, 우리는 네 경기 연승 행진을 벌이며 지난 시즌의 성공이 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나가고 있었다.
[개막전에서 RB 라이프치히를 2-0으로 제압한 마인츠 05.] [2R, 마인츠 05에게 3-0으로 박살 난 헤르타 베를린.] [3R, 마인츠 05, 우니온 베를린을 상대로 1-0 승.] [4R,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상대로 4-2 승리를 거둔 마인츠 05.]이토록 승승장구하는 듯한 모습에도 나에게는 한 가지 골칫거리가 있었는데.
[네 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 파비안 루찌.] [5,900만 유로의 바이아웃도 과했다. 파비안 루찌의 처참한 경기력.] [승승장구하는 마인츠와 침묵하는 파비안 루찌.] [파비안 루찌의 매각을 원하는 마인츠 서포터즈.] [처음으로 실패한 이적을 경험하는 김하준?]-ㄹㅇ 골칫거리긴 함. 맨날 오프사이드 걸리고, 어쩌다가 라인 부수면 루쏘공 해버리고.
-여태 김하준이 이적 시장에서 실패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만큼은 잘못된 이적이 맞는 것 같긴 함.
-그래도 마인츠 자체의 득점력은 좋잖아? 리그 적응 중인 거겠지.
-가브리엘이 클래스 보여 주면서 득점하니까 그렇지. 간간이 임우정이나 교체로 들어온 제롬도 원샷 원킬 해주니까 경기 자체는 이기긴 하는데….
-아니 저런 애가 어떻게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넣었지? 이건 뭐 벤델 보다도 쓸모가 없는데?
-우리 대갈 사비한테 말이 심하시네 ㅡㅡ. 벤델은 밥값 제대로 하고 있거든요?
-ㅇㅈ. 벤델은 포스트 플레이 잘해주는 편이고 옆으로 잘 벌려주기라도 하지. 루찌는 하는 게 뭐냐?
-지금 기록도 뮌헨이나 돌문 아니어서 그런 거지, 이런 식이면 그 두 팀한테 못 이기지.
-응~ 저 스쿼드로 슈퍼컵에서 뮌헨 지워버렸죠?
-당장 다음 경기가 챔스 조별리그 첫 경기인데 어떻게 하려고 저러지;; 정상기처럼 쓸 거면 차라리 측면에 코르브 두고 제롬을 원톱 두는게 낫지 않나?
-응~ 방구석 ㅈ문가보다 김하준이 더 잘 알아~.
-근데 다음 경기 상대가 하필 PSG인데 좀 걱정되긴 함.
독일이나 한국, 더 나아가 유럽의 다른 매체들에서도 우리의 성적과 루찌의 부진을 동시에 보도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선수의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기에 나로서는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후우우우—.
세실리아와 만나게 된 후부터 좀처럼 태우지 않던 담배를 태우며 클럽 하우스 바깥의 공터에 앉아 있던 나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상기와 비슷하되 다른 유형이다….’
파비안 루찌는 정상기와 비슷하게 라인을 부수는 유형의 스트라이커였다. 스페인에서의 경기 영상과 월드컵에서의 모습도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었기에 이 점에는 틀린 것이 전혀 없었다.
다만.
어째서인지 스페인에서 보여 주던 모습이 우리 팀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압박의 강도가 문제인가?’
그렇다고 보기도 애매한 것이, 물론 압박의 강도는 라 리가에 비해 분데스리가가 훨씬 거세지만 뒷공간이 노출되는,
그러니까 빠르고 라인을 부수는 형태의 공격수에게 있어서는 분데스리가가 더 유리할 수도 있는 구조였다.
“후우우우…. 이건 뭐, 폼이 떨어졌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건가.”
마땅히 별다른 원인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루찌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으니, 어쩌면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의 영입 실패가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루찌를 아예 배제할 정도로 스쿼드 뎁스가 두터운 것도 아니니, 어떻게 해서든 루찌를 우리 팀에 녹아들게 할 방법을 찾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투욱—!
타다다다닷!
툭!
타닷! 타다닷!
툭!
뻐엉—!
“음…?”
감독실로 돌아가도 별다른 수가 떠오를 것 같지 않았던 나는 머리를 환기시킬 겸 훈련장으로 향했는데, 아무도 없어야 할 훈련장에 세 명의 인영이 볼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훈련장 안으로 발을 들였다.
“후욱…! 후욱…!”
타다닷! 타닷!
투욱—!
“나이스! 요래 하면 된다이가, 좀만 더해보자! 아. 내도 모르게 한국말로 해뿟네.”
훈련장 안에 있던 세 명의 정체는 최용환 코치와 조르지뉴, 그리고 최근 화제의 중심인 루찌였다.
‘지금 시간에…?’
우리 구단은 유럽의 다른 클럽과 같이 정해진 훈련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의 훈련을 진행하지 않고 권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뜯어말리는 편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두 명의 코치가 루찌의 훈련을 봐주고 있었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녀석의 의지가 엄청났나 보네.’
나는 훈련 시간이 아닌 시간에 왜 훈련을 이어가고 있었냐에 대한 문제보다는 파비안 루찌가 두 명의 코치와 함께하고 있던 훈련에 집중했다.
지금의 훈련에서 루찌가 보여 주는 움직임은 평소의 움직임과는 많이 달랐다.
‘연계…?’
라인 브레이킹을 주 무기로 하는 루찌는 자신의 주 무기를 되살리기보다는 생존과 팀에 녹아들기 위해 다른 방식을 택한 것처럼 보였다.
‘하긴. 어린 시절, 바르샤에 있었던 만큼 연계와 발기술에 대한 감은 남아 있겠지.’
루찌의 훈련을 성심성의껏 도우며 그를 격려하고 있는 최용환 코치를 보며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확실히 선수 마음 다잡는 데는 도가 텄다니까.’
마냥 웃기기만 한 사람처럼 보여도, 축구판에 있던 시간이 어마어마한 만큼 한 선수 한 선수마다 어떻게 해야 진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며 최용환 코치를 데려온 것이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툭!
타닷!
툭!
조르지뉴에게서 받은 패스를 쇄도하는 최용환 코치를 향해 뿌리는 루찌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어쩌면…?’
라인 브레이킹 대신에 더미 플레이와 연계를 그의 임무로 맡긴다면.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도 남을지도 모르겠는데?”
파리를 상대할 방법을 알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