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19)
119. 파리의 밤(2)
모두가 숨죽인 순간.
레반도프스키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축하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정!”
와아아아!
짝짝짝짝짝!
스코어의 수치만으로 봤을 때는 정상기가 받아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그림이었지만, 유럽 축구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상기가 올해의 스트라이커 상을 받았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한 아시아 출신의 선수.
경쟁자는 발롱도르를 양분하는 월드 클래스 아니, 신계의 선수와 월드클래스 선수들.
비록, 후보들이 모두 챔피언스리그에서 다득점하지 못했다는 점이 있긴 해도, 정상기의 수상은 비현실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샹젤리제 극장 안에 모인 모든 이들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며 박수를 치는 장관이 펼쳐졌고, 수상자인 정상기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로 올랐다.
“축하해요, 정.”
무대에 올라선 정상기를 향해 레반도프스키가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네자, 정상기는 어딘가 고장 난 듯한 몸짓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하하. 자, 소감을 말해야죠?”
이 말을 끝으로 레반도프스키가 무대에서 내려가고, 홀로 남은 정상기는 마이크 앞에 서서 좌중을 훑었다.
올해의 스트라이커 부문의 경쟁자였던 알렉스 라이트, 브루노 라모스, 킬리안 음바페, 네스토르 페딘.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월드클래스 선수들과 이름을 떨치고 있는 감독들.
툭툭—.
“음. 아. 아아.”
가볍게 마이크를 테스트한 정상기는 이내 입을 열었는데,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는 독일어도 영어도 아닌,
한국어였다.
“우선, 이 상을 제게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영어는 아직 미숙하고, 독일어로 소감을 말할 수도 있지만, 오늘만큼은 제 고국의 언어로 소감을 전하고 싶네요.”
한국어로 소감의 포문을 연 정상기를 보는 시선들은 가지각색이었다.
흥미로워하는 이들도,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미간을 찌푸린 이들도,
그리고, 이 모습을 보며 대견해하는 하준도,
중계 화면을 통해 정상기의 모습을 지켜보며 전율하는 한국의 축구 팬의 느낌에 비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제가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오롯이 제 실력에서 기인한 것이 아님을 압니다. 저는 좋은 동료와 좋은 감독님 밑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에 이런 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을 잠시 멈춘 정상기가 시선을 돌렸고, 수십 대의 카메라 중 절반이 정상기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그 끝에는.
“제가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우리 김하준 감독님께 제일 먼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들과 한국의 수많은 팬들, 마인츠 서포터즈 여러분과 아직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음에도 응원해 주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서포터즈 여러분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짝짝짝짝짝!
와아아아아!
정상기는 소감을 마친 뒤 미련 없이 무대를 내려왔고, 그 모습을 자리에서 지켜보던 하준은 자식의 성공을 본 부모만큼이나 대견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 * *
“……녀석, 오늘은 조금 멋지네.”
녀석이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내가 감독을 맡아서 그런 것인지.
발롱도르 시상식 안에서 스트라이커 상을 받는 모습을 보자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바로 자식의 성공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인 걸까?
“축하해요, 감독님.”
옆에서 들려오는 세실리아의 목소리에 이끌려 고개를 돌리자 밝게 미소 짓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뭘요. 제가 받은 것도 아닌데요.”
“감독님이 잘 이끌어 주신 덕분이잖아요?”
해사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나를 혹사하며 일에 몰두한 지 몇 년 째. 새삼, 내게 행운이 찾아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부상으로 인해 일찍 끝낼 수밖에 없었던 선수 커리어를 딛고 감독으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것.
아무에게나 허용되는 행운은 아니었으니까.
더욱이, 내가 키워 낸 선수가 명성이 높은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쾌거까지.
“응. 고마워요, 세실.”
그렇게 세실리아와 사담을 주고받을 무렵.
“자, 다음으로는 올해 신설된 올해의 신인 감독상과 올해의 감독상 시상이 있겠습니다. 먼저, 올해의 신인 감독상을 시상을 아르센 벵거께서 도와주시겠습니다.”
짝짝짝짝짝!
올해의 신인 감독상 시상 순서임을 알리는 진행자의 안내와 함께, 아르센 벵거가 무대 위로 올랐다.
‘저 영감님은 아직도 정정하시네.’
올해가 첫 시상이니만큼 프랑스 국적의 감독 출신이 시상할 것이라 예상하긴 했으나, 벵거가 시상자로 나올 줄은 몰랐다.
아스날의 감독직을 사임한 이후, 피파에서 일을 하다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던 벵거의 깜짝 등장에 좌중은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이렇게 카메라가 많이 있는 곳은 오랜만이네요.”
가벼운 농담으로 입을 뗀 벵거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대본을 확인하며 말을 이어 갔다.
“올해의 신인 감독상의 첫 시상자가 되어서 참 기쁩니다. 올해 노미네이트된 감독들 모두가 참 대단한 인물들이더군요. 자, 후보들을 한번 보시죠.”
벵거의 말이 끝남과 함께, 카메라가 나를 비롯한 후보들을 비추기 시작했다.
후보는 나와 로이스, 그리고 브루노 페르난데스 총 세 명이었고, 스크린에는 삼분할로 우리 셋을 비추는 영상이 띄워졌다.
“우연의 일치인가요? 세 명의 감독 모두 지휘하는 팀이 지난 시즌엔 유럽 대항전에서 성과가 없거나 참가하지 못했군요. 어쩌면, 오히려 비교하기 좋을지 모르겠네요.”
포르투를 이끌고 있는 브루노와 보루센을 이끄는 로이스 모두.
지난 시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으니, 내가 불리할 것은 없었다. 오히려, 벵거의 말처럼 비교할 수 있는 항목이 명확할 것이었다.
팀을 얼마나 잘 이끌었는가?
이 점에 있어서는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각 리그의 강팀으로 분류되는 보루센과 포르투가 아닌, 강등권에 머물러도 이상할 게 없는 마인츠를 이끌고 리그 준우승과 국내 컵 우승이라는 결과를 낸 나에게 초점이 더 몰릴 테니까.
그리고.
‘이런 상황에 내가 수상하지 못하면 인종차별 시비에 휘말릴 수 있을 테니.’
지난 10년간 축구계에서 더 강력하게 주시하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에 휘말리기 싫다면 더욱 공정하게 평가를 해야 할 것이었으니.
“크흠. 제 서론이 길었군요.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올해의 신인 감독상 초대 수상자는 바로….”
잠시간의 정적 속에서 벵거가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본을 뒤로 던졌다.
“축하합니다! 마인츠 05의 하준 킴!”
짝짝짝짝짝!
와아아아!
주위에서 터지는 박수 소리와 함께 카메라들이 일제히 나를 잡았다.
“축하해요, 감독님!”
나를 축하해 주는 세실리아와 가볍게 포옹을 나눈 뒤, 나는 무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축하해! 킴!”
“쭌! 축하해!”
경쟁자인 브루노와 팀 동료였던 하베르츠를 포함해 나를 아는 많은 인사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고, 나는 그들의 인사에 화답하며 무대에 올라섰다.
“축하하네, 킴.”
“감사합니다.”
내 인사에 벵거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가 아스날에 머무른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었다면, 자네를 우리 팀으로 데려왔을 텐데 그게 참 아쉬웠어.”
비록, 토트넘과의 관계만큼은 아닐지라도 첼시와 아스날 역시 치열한 더비 라이벌인데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아마 농담이 반쯤 섞여 있는 것일 테지.
그렇다 하더라도 이 영감님이 나한테 호의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느껴졌기에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네요. 우리 이 얘기는 투헬 감독한텐 비밀입니다.”
“그럼. 당연한 말을. 아, 내가 너무 시간을 끌었군. 주인공은 어서 소감을 말하러 가야지.”
“네, 감사합니다.”
벵거가 자리를 떠나고, 나는 마이크 앞에 서서 좌중을 바라봤다.
코파 트로피 수상을 위해 십 년도 더 전에 이 자리에 왔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사람 인생이라는 게 이토록 한 치 앞을 모른다.
부상으로 나락에 떨어진 것만 같았던 나의 축구 인생이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트일 수 있다니.
나는 가볍게 목을 푼 뒤,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우선, 이 상의 초대 수상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첫마디를 한국어로 뱉은 나는 곧이어 영어로 말을 이어 갔다.
“여기에 계신 분들의 국적이 정말 다양하군요. 영어로 해야 할지, 독일어로 해야 할지, 그도 아니면 스페인어로 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네요. 안타깝게도 제가 프랑스어는 할 줄 몰라서 말이죠.”
하하하하!
분위기를 가볍게 풀어 주기 위한 농담이 생각보다 저들의 취향에 맞았는지, 좌중은 폭소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한국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그저 형식상의 웃음뿐이었겠지만.
“이 상을 놓고 같이 경쟁했던 브루노와 마르코에게도 경의를 표하며, 제 소감을 전합니다.”
내 말에 카메라 중 몇 대가 브루노와 로이스의 얼굴을 잡는 것이 보였다. 브루노는 아무 감정 없이 미소를 짓고 있었고, 로이스는 복잡한 심경의 표정으로 작은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7년 전만 하더라도 저는 아직도 선수 생활을 할 줄 알았습니다.”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선수 커리어를 이어 나갔을 테니.
내 재능을 꽃피워, 발롱도르를 두고 경쟁하는 그런 위대한 선수 커리어를 꿈꿔 왔었지만.
“그렇지만 세상은 제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는 않더군요. 그럼에도 저는 축구에 대한 열망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도자로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죠.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내 말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치 시절, 지금 내가 이끄는 마인츠에서 강등의 책임을 물어 감독과 함께 물갈이되었던 나의 일화를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계속해서 상황에 맞게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도 제게 기회가 찾아오더군요.”
통찰안의 각성과 감독 대행의 기회까지.
우연을 가장해 찾아온 억만금과도 같은 기회.
“제가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은 제 능력이 뛰어나다, 제가 잘났다 하는 투의 말이 아닙니다.”
사실 잘난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좌절한 경험과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열성적으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저와 제 팀을 응원해 주는 서포터즈. 그들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가 나를 채찍질하며 극한으로 몰아붙여 팀을 지휘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서포터즈 때문이었다.
물론, 내 개인 커리어와 축구에 대한 열정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그저, 연고지에 있는 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 힘을 다해 우리를 응원해 주는 저들을 보다 보면.
절대로 게을리, 어설픈 마음가짐으로 임할 수가 없었다.
축구.
아니, 야구든 무엇이든 연고지가 있는 스포츠는 팬들이 없다면 그저 그런 그깟 공놀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팬들의 존재 하나만으로 이렇게 성대하게 변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나를 몰아붙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제가 얼마나 더 독일에서 감독직을 이어갈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확실한 것은 제가 어느 팀에 있든 저는 지금처럼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것이 2부 리그가 되었든, 3부 리그가 되었든, 유럽의 다른 리그가 되었든.
혹은, 다시 K1 리그가 되었든 말이다.
“앞으로 제가 걸어갈 발자취를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신인감독상으로는 과한 것 같네요. 이상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이 영광을 모두에게 돌립니다.”
짝짝짝짝짝!
찰칵! 찰칵—!
그렇게 내 나름대로 멋있는 말을 끝내고 무대를 뜨려는 찰나,
진행자의 멘트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아, 올해의 신인 감독 수상자인 킴은 잠시 무대에 남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갑자기 무대에 남아 있어 달라는 요청에 나를 비롯한 모두가 의아해하기를 잠시.
“이어지는 올해의 감독상의 시상자는 올해의 신인 감독상 수상자가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네. 여러분들 모두가 몰랐을 겁니다. 저희 프랑스 풋볼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니까요!”
네? 뭐라고요?
시상을 이렇게 갑자기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