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2)
12. 미니 슈퍼매치(1)
[창원 시티즌을 3-0으로 박살 낸 서울 유나이티드.] [김하준 감독대행, “시즌이 끝난 후, 트로피는 내 손에 들려 있을 것.”] [MOM 권명호, “김하준 감독대행이 길을 알려 줬어.”] [승리의 원인은 김하준 감독대행?]창원을 박살 내며 후반기에도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인 서울의 모습에 사람들은 놀라움 반, 칭찬 반의 반응을 보였다.
기세를 탄 서울은 계속해서 상대를 격파하며 승점을 추가했는데.
[안양 시티를 제압한 서울 유나이티드.] [충남 유나이티드를 대파한 서울 유나이티드.] [안산 메카즈, 서울 유나이티드에 무릎 꿇다.] [아딜손 제수스의 미친 활약, 6-0으로 CF 경남을 박살 낸 서울 유나이티드.] [승승장구하는 서울 유나이티드.] [마침내 2위. 승점 43점의 서울 유나이티드.] [1위 경기 유니온과 승점 2점 차, 2위로 올라선 서울 유나이티드.] [김하준 감독대행의 정식 선임을 요구하는 서울 유나이티드의 서포터들.]무려 4연승을 이뤄 내며 승점 43점으로 리그 2위에 가뿐하게 안착했다. 그에 반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던 경기 유니온은 1승 1무 2패라는 부진에 빠져 승점을 4점밖에 추가하지 못하며 승점 45점으로 아슬아슬하게 리그 1위를 지키고 있었는데,
[다가올 미니 슈퍼매치. 승자는?] [미니 슈퍼매치 전적에서 앞서는 경기 유니온.] [이번 시즌, 2전 2패의 서울 유나이티드. 이번에는 승리 할 수 있을까?]이러한 현황 때문인지, 축구 팬들은 다가오는 미니 슈퍼매치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미니 슈퍼매치라···. 흠.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이야.”
정작, 서울의 사령탑인 하준은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말이다.
“분명히 더비전이 흥행에 도움이 되는 건 맞는데, 이건 좀 억지 아닌가?”
더비 매치.
스포츠 경기에서 흥행을 불러오는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하준의 말대로 이 미니 슈퍼매치라는 더비전은 억지라고 불려도 할 말 없는 더비 매치 중 하나였다.
서울 유나이티드와 슈퍼매치라는 더비전을 형성하는 것은 K1 리그의 수원 블루스다. 그런데, 수원 블루스와 같이 수원을 연고로 하는 경기 유니온이 창단되면서 흥행을 위해 서울 유나이티드를 끌어 들여 미니 슈퍼매치라는 억지성이 강한 더비 매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끄응···. 마주칠 일이 없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서울이 강등을 당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기 유니온만이 외치는 그저 그런 경기였지만, 서울이 강등당하고 난 뒤로는 사정이 달라졌다.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는 경기 유니온은 더 많은 흥행을 불러오기 위해 대대적으로 미니 슈퍼매치를 홍보했다.
거기다.
전반기에 열린 두 번의 미니 슈퍼매치에서 정인우 감독은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앞으로 남은 두 번의 미니 슈퍼매치에서 다 이겨야 체면치레라도 하겠네.”
원래 스케줄대로라면 하준이 세 번의 미니 슈퍼매치를 겪어야 했지만, 리그 사무국의 일정변경으로 인해 리그 초반, 서울과 경기의 격돌이 두 번의 경기 텀 만에 이루어지고 만 것이었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의 하준을 본 볼러가 입을 열었다.
“보스. 어차피 좋지 않겠습니까? 경기와 우리의 승점 차는 2점. 거기다 이 경기는 승점 6점짜리 경기나 다름없으니 이기게 된다면 얻는 이득이 더 많으니까요.”
볼러의 말에 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최근 우리와 저들의 기세를 본다면 우리가 우세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이겼을 때 얻는 득이 우리가 확실히 많긴 한데···.”
하준이 잠시 말을 멈추며 표정을 찡그렸다.
“왜 그러십니까?”
이수혁이 하준에게 걱정스레 묻자, 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단지. 이 억지 더비 매치를 조명하는 언론들이 좀 그러네요.”
하준의 말대로 1부리그를 호령하던 팀이 2부로 떨어져 말 같지도 않은 더비 매치에 조명된다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을 이해한 이수혁과 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우···. 그렇지만 뭐, 어쩔 수 없죠. 전임 감독이 싸지른 똥을 치우는 게 후임이 할 일 아니겠어요?”
X발, 개 같은 거. 그거 한 번을 못 이겨서, 아오!
뒷말을 삼킨 하준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전술 보드를 바라봤다.
“볼러. 경기 유니온은 어떤 식으로 나올 것 같아요?”
하준의 말에 볼러는 태블릿 PC에 정리해 놓은 자료를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경기의 구제민 감독은 수비적인 4-3-3 대형을 즐겨 사용하는 편입니다. 미드필더 진을 역삼각형으로 배치하는 성향이 짙죠.”
“원볼란치를 세우는 모양이네요.”
“맞습니다. 거기다 윙 포워드를 내려서 4-1-4-1 형태를 만들어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볼러의 설명을 듣던 하준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기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렇게 써먹으려면 윙 포워드의 체력이 좋아야겠군.’
윙 포워드를 중원 라인까지 내렸다가 역습 시 끌어올리는 전술이라면 필시, 스프린트 횟수가 많은 윙 포워드의 체력에 부담이 갈 것이다.
“선 수비 후 역습이라···.”
두둑.
둑.
테이블을 규칙적으로 두들기던 소리가 멎고.
“수비를 못 하게 초장부터 깨부숴야겠네요.”
선 수비 후 역습을 즐겨한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빌드업으로 공격 전개를 하는데 부족하다는 뜻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촤악!
하준은 전술 보드판에 자석을 이리저리 붙이며 최적의 전술을 고민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저들을 괴롭힐 수 있을까.
“최근 명호의 몸 상태는 어떻죠?”
전술 보드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하준이 이수혁 코치에게 묻자, 이수혁 코치는 리포트 파일을 열어 화면에 띄웠다.
“보시는 바와 같이 나쁘지 않습니다. 최근 잦은 출장에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법도 하지만, 체력적인 문제도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이번 경기 왼쪽 윙 포워드는 명호로 갑니다.”
촤악!
탁!
하준은 자석을 보드판에 순식간에 붙였고, 자석이 만들어 낸 대형은 4-3-3.
“우리도 맞불을 놓죠. 4-3-3이되 아딜손을 폴스나인으로 한 제로톱으로 갑니다. 명호가 왼쪽, 오른쪽은 정창훈. 수비형 미드필더를 제외한 나머지 중원은 메짤라 역할을 부여할 생각이에요.”
“음. 양 윙이 역발 배치가 아니라 정발이군요. 보스.”
볼러의 말에 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명호는 양발을 사용할 수 있으니 때에 따라서는 변칙적으로 움직임을 가져갈 수도 있죠.”
밑그림을 어느 정도 그린 하준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밑그림을 그렸으니 이제는 색칠을 해야 할 차례였으니.
‘어떤 녀석들의 특성이 점멸하는지 확인할 차례군.’
* * *
“후욱···. 후욱···.”
“그 상황에서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바뀌는 거다. 어떤 때에는 평소대로, 또 어떤 때에는 스위칭해서!”
“알겠습니다!”
나는 미니 슈퍼매치에 사용할 전술과 패턴을 선수단에게 입히는 중이었다. 전술 훈련의 경우, 가끔 사용했던 적이 있던 전술이라 선수들은 어색해하지 않고 곧잘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흐음···. 명호와 정창훈으로 양쪽 사이드는 낙점이고. 문제는···.’
중원 조합이었다.
최적의 조합을 갖춘 3미들을 가동할 생각이었던 나는 머리를 짚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만족스러운 조합이 나오질 않은 것이다.
‘프랑코에게 오른쪽 메짤라를 맡기고, 왼쪽은 신영준을 써야 할까?’
오른쪽 메짤라는 확실하게 프랑코 말고 다른 대안이 없었다. 왼발잡이에다 패스와 드리블을 통한 찬스메이킹에 능한 프랑코는 오른발잡이 정창훈과 스위칭을 통해 수많은 옵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
문제는 왼쪽 메짤라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였다. 신영준의 경우, 왕성한 활동량과 넓은 커버 범위뿐 아니라 적절한 태클로 상대 공격을 끊는 능력도 갖췄다. 그렇기에 둘 중 어느 자리에 놓아야 할지 고민인 것이다.
‘흐음···. 그렇다고 문태진을 올리기에는 좀.’
지난번 경북과의 경기에서 철벽 특성으로 상대를 지워 버린 문태진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올리는 것도 대안이라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문태진은 발밑이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스토퍼 중에서도 정말 전형적인 스토퍼 자원이랄까.
그 말은 빌드업 상황에서 좋은 옵션이 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되면 굳이 4-3-3을 가동하는 이유가 없지.’
한때, 바르셀로나가 4-3-3을 고집한 이유가 무엇이던가?
바로, 수비진영부터 최전방까지 어느 곳에서나 삼각형을 만들기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어느 곳에서나 삼각형이 만들어지면, 자신들이 추구하는 축구를 보이기에 좋기 때문에 4-3-3을 고집했던 것이고.
그런데,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운 선수가 패스 능력이 떨어진다?
‘다양한 옵션 중 두세 개의 옵션만 남는 상황이 되는 거지.’
그렇다고 신영준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리게 되면 왼쪽 메짤라로 기용할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없었다. 정확히는 내 마음에 드는 움직임을 보이는 미드필더 자원이.
“하아···. 뎁스가 얇아도 너무 얇아.”
생각을 잘못했다.
이적시장 당시만 하더라도 메짤라를 가동하는 전술을 자주 쓸 생각이 없었던 나로서는, 프랑코와 신영준에 아딜손이 합류한다면 안정적으로 중원을 굴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 백쓰리를 가동할 때는 그 조합만으로 로테이션도 쏠쏠히 돌렸었고.’
선수는 옷과도 같다.
많기도 하고, 구매도 했는데 막상 열어 보면 부족하니까.
단장 그 작자가 그리 나오지만 않았어도, 남는 12억으로 다른 매물까지 알차게 쇼핑했을 텐데. 이놈의 구단은 아껴야 할 때와 지원해야 할 때를 구분을 못 한다. 정인우에게 지원했던 만큼의 반만 지원해 줘도 좋으련만.
“보스.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내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자, 선수들 곁에서 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볼러가 물어 왔고, 나는 답답한 마음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흐음. 난감한 문제긴 하군요. 확실히, 신을 내리면 왼쪽에 세울 중앙 미드필더가 마땅치 않긴 합니다.”
볼러 역시 고개를 저으며 난감하다는 반응이었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선수단을 돌아봤다. 혹여 통찰안이 반응을 할까 싶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봤지만 내 왼쪽 눈에 보이는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 무슨 사용자가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이 아니라니.’
그냥 자기 마음대로 툭 튀어나오곤 하는 능력에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당장, 내가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다면 정말 좋으련만.
속으로 불만을 표출해서일까?
저릿!
“으윽···!”
“보스? 왜 그러십니까?”
순간적으로 왼쪽 눈에 통증이 일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아녜요. 잠깐 현기증이 일어서···.”
“팀닥터를 부를까요?”
“아니에요. 잠깐 서 있으면 나아집니다. 신경 쓰지 말고 선수들 체크해 주세요.”
진심으로 걱정하는 볼러를 만류한 채 나는 찡그린 눈을 떠 선수단을 바라봤다.
‘역시.’
내 예상대로 통증 뒤에 통찰안이 발동됐다.
‘어디 보자.’
왼쪽 눈을 통해 보이는 것은 선수들의 머리 위에 띄워진 특성들이었다. 그리고, 몇몇 선수들의 특성이 밝게 점멸하고 있었는데,
측면의 파괴자.
플레이메이커.
바로 명호와 아딜손이었다.
통찰안을 석 달 넘게 사용해 본 결과, 선수들의 특성이 점멸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선수들이 경기에서 활약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특성이 점멸하는 경우에는 그 특성을 이용한 활약을 펼치곤 했다.
‘명호와 아딜손은 뭐···.’
저 둘의 경우, 내가 전술을 짤 때부터 녀석들이 활약할 판을 깔고 시작한 것이기에 그다지 놀라움은 없었다.
‘다른 녀석들은?’
혹시나 다른 선수 중에는 특성이 점멸하는 경우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던 순간, 나는 수비진에 위치한 한 명의 선수를 볼 수 있었다.
커맨더.
‘윤상우?’
내가 백쓰리를 가동할 때 반드시 선발로 집어넣는 선수 중 하나였다. 백쓰리의 정중앙에서 빌드업의 시작을 도맡음과 동시에 수비라인의 핵심 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였다.
‘가만. 그러고 보니, 윤상우의 발밑이 생각보다 좋았잖아?’
현대 축구는 수비수에게도 높은 발기술을 요구한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윤상우는 합격점 그 이상이었다. 좋은 발밑뿐 아니라, 지능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점에서 미드필더로 뛰어도 괜찮을···.
“잠깐.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준수한 발기술에 지능적인 플레이. 거기다, 수비수이니만큼 확실한 수비 능력.
체크메이트.
수비형 미드필더에 놓을 적합한 자원이 바로 저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