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20)
120. 파리의 밤(3)
그렇게, 내 손에는 올해의 감독상 수상자가 누구인지 적혀 있는 봉투가 들어오게 되었다.
‘으음…. 갑자기 나한테 시상을 하라니….’
올해의 감독상 후보는 신인 감독상 후보와는 다르게 총 다섯 명의 감독이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바이에른을 이끌고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의 우승을 따낸 투헬과,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리그 우승을 이끈 과르디올라, 리버풀을 지휘하며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라는 결과와 잉글랜드 FA컵을 따낸 클롭.
그리고.
월드컵 우승과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든 제라드와 부스케츠까지.
‘과르디올라와 클롭은 사실상 제외하고….’
지난 시즌, 과르디올라와 클롭은 전 세계 감독 중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할 만큼의 업적을 만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후보군에 들게 된 것은, 프랑스 풋볼에서 처음으로 시상하는 부문이다 보니 구색 맞추기용이라고 볼 수 있었다.
“으음. 이번 올해의 감독상 후보에는 쟁쟁한 감독님들이 이름을 올렸네요. 한 명 한 명이 대단하신 분들이죠?”
주최 측으로부터 시간을 끌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터라, 한국의 옛날 모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하듯이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는 나 역시 수상자가 누가 될지 궁금해졌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따낸 투헬이 될지, 잉글랜드의 숙원이었던 월드컵 우승을 안긴 제라드가 될 것인지를.
“각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월드컵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감독님들이 이름을 올린 터라 투표를 진행한 기자단도 꽤나 골치가 아팠을 겁니다. 이것 참, 저도 힘든 경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새 발의 피였군요.”
하하하하!
고개를 돌려 후보들을 하나하나씩 살피자, 그들이 각기 다른 얼굴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상 수상이 불가능한 과르디올라와 클롭, 그리고 부스케츠는 편안한 표정으로 투헬과 제라드 중 누가 수상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듯했고,
유력한 후보인 투헬과 제라드는.
‘둘 다 표정이 장난 아니네.’
결과가 빨리 나오길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윽고.
주최 측에서 발표해 달라는 사인이 떨어진 것을 본 나는 곧장 봉투를 뜯고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2034 올해의 감독상, 그 영예로운 주인공을 발표하겠습니다.”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나는 봉투 속에 들어 있는 카드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축하합니다. 잉글랜드의 스티븐 제라드!”
와아아아!
짝짝짝짝짝!
아무래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만에 이뤄 낸 월드컵 우승이 훨씬 더 값어치 있다고 판단이 된 모양인지 올해의 감독상은 제라드의 손에 넘어갔고, 경쟁자였던 투헬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기분이 영 아니겠네. 나중에 위로라도 해야지.’
투헬을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제라드가 무대에 올라 내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고, 나는 트로피를 건네며 그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수상 축하해요, 제라드.”
“고맙군. 자네도 수상 축하하네, 킴.”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나는 제라드가 수상 소감을 말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무대를 내려왔다.
무대에서 내려와 자리로 가는 동안 후보에 올랐던 감독들의 표정을 살폈는데, 투헬를 제외한 나머지는 개의치 않은 모습으로 제라드의 소감을 경청하고 있었다.
다만.
투헬은….
‘저 승부욕 강한 양반이 속이 오죽 쓰릴까.’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제라드의 수상 소감이 끝난 후,
행사는 발롱도르 본상 시상의 순서가 되었는데,
발롱도르를 양분하고 있는 알렉스 라이트와 세르히오 토레스 중에서 이번엔 누가 받게 될지를 두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감독님은 누가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내 옆에 앉아 있던 세실리아의 물음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라이트가 받게 될 것 같네요.”
“정말요?”
알렉스 라이트는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스타.
알렉스 라이트가 수상할 것 같다는 얘기에 잉글랜드인인 세실리아가 반색하며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둘 다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조기에 탈락했으니까요.”
“그렇죠. 그런데, 둘 모두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내서….”
프리미어리그와 라 리가에서 리그를 폭격하는 일이야 둘에게는 흔한 일.
그렇기에 리그 외적으로 다른 대회에서의 모습이 중요한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두 선수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월드컵에서의 활약.
“둘 모두 월드컵에서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였지만, 우승은 잉글랜드가 가져갔으니 라이트가 받을 확률이 더 높겠죠.”
그리고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2034 발롱도르 수상자는…. 축하합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알렉스 라이트!”
짝짝짝짝짝!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는 알렉스 라이트가 되었다.
“이 상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준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알렉스 라이트의 소감을 들으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과연, 부상이 없었다면 나도 저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
‘아쉽네.’
훌훌 털어 버렸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저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쉬운 감정들이 들 수밖에 없었지만.
‘사람은 현재에 충실해야지.’
지금은 내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았다.
“마지막으로, 이 상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세르히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저와 세르히오는 서로가 없었다면 이런 퍼포먼스를 펼칠 수 없었을 테니까요. 다시 한번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와아아아!
짝짝짝짝짝!
찰칵—!
“다음번에는 내가 지휘하는 선수도 저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무심코 중얼거린 혼잣말에.
“잘 될 거예요. 감독님은 누구보다 진심이니까요.”
세실리아의 따뜻한 말이 내게 전해졌다.
“응. 그렇게 만들 거예요.”
반드시.
* * *
[2034 발롱도르 시상식, 볼거리가 많은 잔치였다.] [2034 발롱도르의 주인공은 알렉스 라이트.] [세 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한 알렉스 라이트. 세르히오 토레스와 동률.] [올해의 스트라이커 상을 수상한 정상기.] [화제가 된 정상기의 한국어 수상소감.] [올해의 감독상은 제라드가, 올해의 신인 감독상은 김하준에게.] [세계 무대에 통한 한국 선수와 감독, 발롱도르 11위 이혁호, 올해의 스트라이커 정상기.] [2034 발롱도르 수상 현황.]코파 트로피
– 후안 오렐라나 (레알 마드리드)
여성 발롱도르
– 크리스틴 스톤스 (첼시)
야신 트로피
– 찰리 셋포드 (리버풀)
올해의 스트라이커
– 정상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해의 신인 감독
– 김하준 (마인츠 05)
올해의 감독
– 스티븐 제라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발롱도르
– 알렉스 라이트 (맨체스터 시티)
발롱도르 시상식이 끝나고, 생중계로 이를 지켜보던 한국의 축구 팬들은 난리가 났다.
-KIA~ 주모오오오오!
-ㄹㅇ 지렸다. 올해의 스트라이커 정상기, 발롱도르 11위 이혁호, 올해의 신인 감독 김하준이라니 ㄷㄷ. 국뽕 치사량으로 들이키게 하네.
-평소에 국뽕 ㅈㄴ 싫었는데 오늘만큼은 ㅇㅈ. 이걸 인정 안 할 수가 없지. 크으으으.
-정상기가 우리말로 소감 발표할 때 ㄹㅇ 소름 돋았음. 진짜, 한국 넘버원 스트라이커는 정상기다.
-그건 좀;;
-아, 오늘은 정상기가 최고라고 ㅋㅋㅋ.
-그런데 잉글랜드가 월드컵 우승한 게 크긴 한가 봄. 김하준이랑 정상기, 코파 트로피 수상자 제외하면 다 잉글랜드에서 상 쓸었네 ㄷㄷ.
-엥? 정상기도 맨유 소속이잖아?
-ㄴㄴ. 현 소속팀은 맨유지만 마인츠 소속으로 뛸 때 기록으로 받은 거.
-월드컵 아니었으면 투헬이 올해의 감독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이 크긴 했음.
-이걸로 라이트랑 토레스는 각각 3발롱으로 동률인데, 다음 시즌에도 저 둘이서 나눠 먹을라나?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번에 마인츠가 챔스에서 4강 이상 성적 내면 가브리엘도 포디움안에 들지 않을까?
-응 아니야~
-가브리엘 충분히 가능하지. 지난 시즌 분데스에서 20-20 기록하면서 미친 무쌍 찍었는데, 이번 시즌도 폼 여전하고 챔스에서만 확실히 보여주면 포디움안에 들지 못할 것도 없다고 보는데.
-근데 라이트랑 토레스가 각각 3발롱인거 생각하면, 음바페랑 홀란드는 생각보다 신계 유지하던 기간이 짧았던 거네.
-메날두가 미친놈들이었던 거 뿐이지, 음바페 홀란드가 이상한 건 아니지.
-다들 김하준 얘기는 왜 별로 없음? 4개 국어 간지 오졌는데 ㄹㅇ.
그리고.
이런 반응은 비단 한국만의 것은 아니었다.
하준과 정상기의 수상으로 인해 독일 축구계는 체면치레 정도는 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독일 언론들은 하준과 정상기의 수상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올해의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마인츠의 킴.] [올해의 스트라이커 상을 수상한 정.] [독일 축구의 자존심을 지킨 마인츠 05.] [랄프 랑닉, ‘정이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킴의 전술 덕분.’] [요하임 뢰브, ‘월드컵 시즌이 아니었다면 올해의 감독상은 투헬에게 돌아갔을 것.’] [한지 플릭, ‘킴과 같은 지도자를 많이 발굴해야 분데스리가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마인츠는 적지 않은 수의 수익을 올리게 되었는데.
[킴의 스페셜 레플리카 판매량 급증.] [킴의 입지 덕에 수익을 올린 마인츠 05.] [분데스리가에 퍼지는 킴 신드롬?] [차붐 이후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시아인이 된 킴.]마인츠 서포터즈가 아닌 팬들도 하준의 이벤트 레플리카를 구입하고 나선 것이었다.
“하하하. 이것 참. 킴이 복덩이야 복덩이.”
마인츠의 단장실에 앉아 있는 하준의 맞은편에 앉은 채로 기쁨을 참지 못하는 보 스벤손의 모습을 보며 하준은 떨떠름하게 웃고 있었다.
‘판매량이 오른 건 알겠는데…. 굳이?’
선수단 훈련을 체크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던 하준은 스벤손의 갑작스러운 호출이 영 못마땅했으나, 스벤손은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하준에게 말을 건넸다.
“킴, 자네 덕분에 이사회에서 내 입김이 강해졌어. 그러니 내가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나?”
“아…. 뭐, 잘된 일이네요.”
스벤손의 말마따나 하준의 입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마인츠 구단 이사회에서 스벤손의 입김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애시당초, 하준을 다시 데려올 때만 해도 의구심 가득한 이사회에 강력하게 하준의 영입을 주장한 것이 스벤손이었으니까.
“해서, 자네에게 제안할 것이 있어.”
본론을 말하는 스벤손을 보며 하준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대답했다.
“무엇을요…?”
“자네 계약이 이번 시즌으로 종료되잖나. 그래서, 계약 연장을 제안하고 싶은데 말이야.”
2부리그로 떨어져 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구단을 단번에 승격시키고 승격 후에는 리그 준우승과 포칼 우승을 가져다주었으니 마인츠에서는 하준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 유럽 각지의 빅클럽에서 하준을 데려가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어 마인츠는 더욱 서두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다.
그렇기에, 에이전트를 통해 제의하는 것이 아니라 하준에게 직접 말을 하는 것이기도 했고.
“지금 연봉의 두 배로 4년 재계약을 제의한다는 것이 구단의 입장이야. 어떤가?”
마인츠의 규모에서 하준에게 두 배의 연봉을 준다는 것은 굉장히 큰 지출을 감행하는 셈이었고, 그만큼이나 필사적으로 하준을 잡으려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쉽지만, 재계약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장님.”
“아니…. 어째서? 우리가 제안하는 연봉이 자네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그런 건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의 스벤손을 보며 하준은 손사래 치며 대답했다.
“아뇨. 연봉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구단 규모에서 지금의 두 배라면 크게 무리한 것도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정도로 저를 평가해 준다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이적 자금? 자네도 알다시피 분데스리가의 자금 흐름에서는 우리도 꽤 많은 지출을 하고 있지 않은가.”
“딱히 그런 문제 때문은 아닙니다. 그저…. 다른 리그에서도 제 능력이 통할지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뿐이죠.”
하준은 지도자로서 정점에 오르고 싶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고, 마인츠는 그런 하준의 야망을 담기에는 크다고 볼 수 없었다.
“허….”
하준의 말을 들은 스벤손 또한 하준의 마음이 그러하다면 잡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눈에 띄게 표정이 가라앉았다.
“다만.”
“다만…?”
“이번 시즌에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선물을 전하고 떠나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