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29)
129. 별들의 전장(1)
러시아에 있는 로만의 집무실.
로만은 자신의 개인 비서와 함께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킴…. 참으로 맹랑한 친구로구만.”
자신을 원한다면 그라노브스카야의 권한을 줄이고 자신에게 전권을 위임하라는 제안을 던진 하준.
그리고 그 메일을 받은 로만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만한 내용이긴 하지만 어떻게 본다면 자신감의 표출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로만을 보좌하는 비서는 그가 모시는 보스가 축구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하준이 첼시에서 뛰던 당시에는 그의 플레이를 여러 번 돌려 볼 정도로 하준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건 말할 필요도 없었고.
투둑. 둑. 투둑.
1인용 소파의 팔걸이를 일정한 박자에 따라 손으로 두드리던 로만은 입을 열었다.
“하긴. 주제에 맞지 않는 오만함은 참을 수 없지만 감당할 수 있는 자신감은 되려 호감을 줄 수도 있는 법이지.”
로만의 말을 잠자코 듣던 비서는 로만이 상당히 기꺼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감독으로 유럽에 다시 발을 들였을 때도, 킴을 지켜보셨지.’
자신의 보스는 하준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하준이 이렇게 나오더라도 재밌다는 반응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고.
‘만약…. 이러한 정황까지 알고 메일을 보낸 것이라면….’
첼시 프런트 쪽으로만 이런 얘기가 흘러갔다면, 그라노브스카야는 로만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만에게도 직통으로 이 말을 전달했다는 것은 하준이 그라노브스카야의 대응을 미리 읽었다는 뜻.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로만에게 이런 식으로 연락을 취했다는 것은 로만이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지만.
‘그럴 리가 없지.’
비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하준은 감독이 아닌 사업을 했어야 하는 인물일 테니까.
“하하…. 그래. 개혁이 일어날 때도 되었지.”
로만은 차를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비서를 바라봤다.
“첼시 프런트로 연락해서 킴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지시해. 쓸데없는 줄다리기로 중동의 기름쟁이에게 무기를 빼앗길 수는 없는 법이니.”
그라노브스카야는 자신을 오래 전부터 보좌해 온 오른팔이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그녀의 권한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10년이 넘게 팀을 지휘한 투헬이 나가게 된 것도.
챔피언스리그 3연패라는 업적의 지단이 중도 경질될 판이 깔린 것도.
따지고 보면 그녀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니까.
“사업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팀에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 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권한은 킴에게 전부 넘겨 주라고 해. 마리나에겐 구단의 수익과 스폰서쉽, 그리고 대외 협력 부분적인 것만 남기도록.”
“알겠습니다. 그대로 첼시에 지시하겠습니다.”
드디어 하준의 첼시 복귀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8강 경기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로만이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정주호의 말과 함께 나는 시즌 종료 후 첼시로 부임하는 것이 비공개로 확정되었고, 재계약을 하지 않아 보스만 룰로 팀을 떠날 수 있었던 임우정은.
“감독님, 어디로 가시는지 알려 주세요.”
“그건 왜?”
“조금 더 감독님 밑에서 뛰고 싶어요. 이만큼이나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감독님 덕분이었으니까요.”
이러한 배경으로 첼시와 계약하게 되어, 시즌이 종료되면 나와 함께 런던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어지는 일정에서도 최상의 모습을 선보였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무대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총합 스코어 3-2로 꺾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우리는 줄곧 1위를 지키던 리그에서도 어렵지 않게 우승을 따낼 수 있었다.
[34/35 시즌 분데스리가 리그 테이블]1. 마인츠 05 30W / 2D / 2L / 92.
2. 바이에른 뮌헨 29W / 2D / 3L / 89.
3.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25W / 5D / 4L / 80.
4. RB 라이프치히 24W / 4D / 6L / 76.
5. 바이어 04 레버쿠젠 24W / 2D / 8L / 74.
…(중략)…
16. 우니온 베를린 7W / 11D / 16L / 32.
17. 홀슈타인 킬 5W / 9D / 20L / 24.
18. VFL 보훔 4W / 10D / 20L / 22.
[34/35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 순위]1. 엘링 홀란드 / 바이에른 뮌헨 / 27 득점.
2. 가브리엘 산투스 / 마인츠 05 / 22 득점.
3. 이혁호 / 바이에른 뮌헨 / 21 득점.
4. 유수파 무코코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 20 득점.
5. 무사 디아비 / 바이어 04 레버쿠젠 / 15 득점.
[34/35 시즌 분데스리가 도움 순위]1. 가브리엘 산투스 / 마인츠 05 / 20 도움.
2. 임우정 / 마인츠 05 / 18 도움.
3. 개스파 발부에나 / 바이에른 뮌헨 / 15 도움.
4. 니콜라 모티카 / RB 라이프치히 / 10 도움.
5. 다넬 에니스 / 마인츠 05 / 9 도움.
[34/35 시즌 분데스리가 시즌 MVP]가브리엘 산투스 (마인츠 05).
[34/35 시즌 분데스리가 올해의 감독]김하준 (마인츠 05).
[김하준의 마인츠 05, 34/35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 [구단 역사상 최초 분데스리가 우승에 성공한 마인츠 05.] [마인츠 05, ‘구장 내부 벽면에 김하준과 선수들의 사진을 새길 예정.’] [두 시즌 연속으로 20-20에 성공한 가브리엘 산투스, 시즌 MVP에 선정.] [올해의 감독에 선정된 김하준.] [득점 3위 이혁호, 도움 2위 임우정. 분데스리가를 접수한 코리안 리거.]-와 이걸 진짜 해내네 ㅋㅋㅋㅋㅋㅋ 마인츠 우승 실화? ㅋㅋㅋㅋㅋ.
-김하준은 ㄹㅇ 우승 청부사가 맞다. 서울로도 해내고 마인츠로도 해내다니.
-난 솔직히 지난 시즌 포칼 우승도 대단하고 운이 따라준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리그 우승이라니 ㄷㄷ.
-마인츠 현지에서는 김하준을 거의 신처럼 추앙하던데 ㄹㅇ 그럴 만 한 것 같긴 함.
-챔스 우승만 하면 ㄹㅇ 김하준이 떠나기 전에 마인츠한테 다 해주고 가는 거긴 한데.
-근데 상대가 세비야라서 ㄷ….
-세르히오 토레스를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달린 것 같긴 한데 이번 시즌에 진짜 더 각성한 모양이더라고.
-저번 발롱 라이트한테 뺏겼잖아. 더 각성할 만해.
비록, 스쿼드 뎁스가 두껍지 않아 포칼에서는 탈락하고 말았지만, 구단 역사상 최초로 분데스리가 우승을 따내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우리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와아아아!
퍼레이드 카 위에서 마이스터 샬레를 들고 서포터즈 앞에서 흔들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나는 기분 좋게 웃고 있었는데.
“쭌, 첼시로 가는 게 맞긴 할까?”
옆에 있던 조르지뉴가 복잡한 심경의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왜? 그래도 아스피가 급한 불을 꺼 줘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게 됐잖아.”
마인츠에 있던 시간 동안 서포터즈에게 정이라도 든 것일까.
첼시행 얘기를 꺼냈을 때 제일 먼저 쌍수를 들고 환영하던 녀석이 센치한 모습을 보이자 나는 헛웃음을 삼켰다.
“그렇긴 하지만….”
“남고 싶으면 남아도 돼. 조르지뉴. 너나 루카, 그리피스, 그리고 최 코치님 모두.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없어. 정말이야.”
물론 조르지뉴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첼시로 갈 준비를 마친 모양이었지만.
조르지뉴가 남고 싶다면 굳이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없었다. 아쉽긴 하겠지만, 조르지뉴 본인에게도 하고 싶은 일이 있을 수 있는 법이니.
“에이 씨. 그런 말이 아니야, 쭌. 그냥 시원섭섭하거나 좀 그래서 그렇지. 내가 너랑 일 안 하면 누구랑 하겠냐?”
“그래그래. 뭐 그건 그렇고, 아직 우리가 할 일이 남았잖아?”
원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끝난 뒤에 리그 우승 퍼레이드를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지만, 구단 사상 최초로 분데스리가 우승을 따낸 탓에 서포터즈의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퍼레이드를 연기할 수 없었다.
“그렇지. 세비야라니. 벌써부터 긴장되는데 쭌, 너는 어때?”
“글쎄. 해 봐야 아는 거니까 잘 모르겠어 아직은.”
챔피언스리그 결승 상대인 세비야에는 현재 신계 타이틀을 달고 있는 두 명 중 하나인 세르히오 토레스가 있었으니 변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김 감독아, 그래서 토레스 금마는 어떻게 막을기고?”
조르지뉴 옆에 있던 최용환 코치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방법을 못 찾았어요. 좀 어렵더라고요.”
전성기 메시를 떠올리게 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뛰어난 활동량까지 갖춘 세르히오 토레스는 상대하기 퍽 난감한 상대였다.
‘활동량까지 좋은 건 반칙 아니냐고.’
메시의 단점을 굳이 꼽자고 해야 나오는 활동량.
그런 메시를 연상케 하는 플레이어가 활동량까지 좋다?
거기다 세비야를 지휘하는 현재 감독은 율리안 나겔스만.
게임에서 치트 플레이어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후우….”
그래서 준결승에 세비야를 상대한 투헬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해 보았었지만.
‘없었어.’
‘네?’
‘물어뜯을 빈틈이 없었어.’
투헬의 입을 타고 흘러나온 말은 뜻밖의 말이었다.
‘그 양반의 입에서 그리도 무력한 말이 나올 줄은….’
세르히오 토레스를 봉쇄하자니 상대에게 물어뜯길 빈공간이 노출되고, 그렇다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져가자니 상대의 패스 플레이와 탈압박이 전성기 바르셀로나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한 투헬의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신계에 올라 전 세계의 찬사를 듣고 있는 세르히오 토레스였지만, 이번 시즌 들어 완전무결한 느낌의 선수로 발돋움하게 되었는데, 그 배경에는.
‘나겔스만….’
바로 율리안 나겔스만이라는 명장의 존재가 있었다.
이번 시즌에 세비야에 부임한 나겔스만은 라 리가의 새로운 왕으로 군림하던 세비야를 굳건한 황제로 만들어 놓았고, 그 과정 안에는 토레스의 완벽한 활용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일단은 열심히 궁리해 봐야죠. 결승까지 올라가서 무기력하게 지는 건 제 성미에 맞지 않으니까요.”
축구판에 절대라는 단어 같은 것은 없으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 * *
새벽 세 시.
잠에 들지 못한 나는 불 꺼진 서재에 들어와 태블릿을 켜 그리피스가 보내준 토레스의 플레이를 재생했다.
[고오오오올! 세르히오 토레스! 대단한 퍼포먼스입니다! 저 선수를 막을 수 있는 팀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요?]화면으로 보이는 토레스의 플레이를 보면 볼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너무도 답답한 심정에 습관적으로 담배를 찾았지만.
‘아.’
세실리아가 와 있는 탓에 집안에서 담배를 피울 생각을 접은 내가 바깥으로 나가서 피워야겠다고 생각할 때.
익숙한 온기가 내 어깨를 뒤에서 휘감아 왔다.
“준, 많이 걱정돼서 못 자는 거예요?”
이제는 감독님이 아니라 이름으로 나를 부르게 된 세실리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맞췄다.
“나 때문에 깼어요? 더 자지 않고?”
내 물음에 고개를 천천히 젓는 그녀가 입을 열었다.
“으응, 아니에요. 잠시 눈을 떴는데 안보여서 와 본 거죠. 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다 잘 될 테니까요.”
아무나 으레 할 수 있는 말.
다 잘 될 거다.
너는 열심히 했으니 성과가 따라 줄 것이다.
그런 류의 뻔한 말이었지만 세실리아의 입에서 나온 말인 탓일까?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엄마가 결혼 얘기로 나를 그렇게 달달 볶은 걸지도.’
세실리아와 교제 사실을 가족들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현지는 제 친구를 나에게 뺏긴 듯이 나를 갈궈 댔고, 부모님은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얘기를 했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그녀와의 관계가 이리도 깊어진 이유는 아무래도.
축구 외적으로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심적인 불안감도 해소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고마워요. 덕분에 어느 정도 머리가 맑아진 것 같네요.”
그녀를 다시 방으로 데려가 재운 후, 서재에 돌아와 앉은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타닷! 휙—! 탓!
투우웅—!
편안해진 마음과는 반대로 여전히 답이 안 나오는 토레스의 플레이였지만.
안정된 심리 상태가 중요하긴 한 것인지.
“아…!”
번뜩이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쩌면 세비야를 한 끗 차이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단 하나의 가능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