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3)
13. 미니 슈퍼매치(2)
찰칵!
찰칵!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나는 잠시 눈을 찡그렸다. K2 리그에서 몇 안 되는 더비 매치를 앞둔 기자회견이라 그런 것일까.
기자들은 평소보다 더 열띤 취재를 이어 갔다.
“김하준 감독대행께 질문하겠습니다.”
“네.”
기자 한 명이 손을 들고 나에게 질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대행 체제에서 처음으로 성사되는 미니 슈퍼매치입니다. 서울 유나이티드는 최근 엄청난 기세로 리그 일정을 보내는 중인데, 이번에도 이길 자신 있으십니까?”
이길 자신이 있냐고?
“물론입니다. 저는 언제나 승리할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준비합니다. 더비 매치라고 하여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선수일 때나, 지도자의 길을 걷는 지금이나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바로, 위닝 멘탈리티다.
일반적으로 위닝 멘탈리티는 선수들에게 강조되곤 하지만, 감독이나 코치라고 해서 그게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군요. 최근의 파죽지세는 파격적인 선수 기용과 변칙적인 전술이라는 평이 많은데, 이번에도 그런 모습을 보일 계획이신가요?”
“글쎄요. 저는 파격적으로 보이기 위해 선수 선발을 기존과 다르게 이 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언제나,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최상의 상태를 갖춘 선수들을 제 자리에 맞게 배치하는 것뿐이죠.”
내 왼쪽 눈에 통찰안이 심어져 있는 한은 용병술에서 낭패를 볼 일은 없다. 전술의 상성을 내가 깨부수지 못해 승리를 따내지 못한다면 모를까.
내 답변이 끝나자, 다른 쪽에 있는 기자 중 한 명이 경기 유니온의 구제민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구제민 감독님, 경기 유니온은 최근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데, 이번 더비 매치에서 경기 유니온이 당당히 승리를 따낼 수 있을까요?”
기자의 질문을 받은 구제민 감독이 조금 언짢은 기색으로 마이크에 입을 댔다. 최근의 부진을 언급해서 아무래도 열이 받은 것이겠지.
“물론입니다. 이번 시즌, 이미 두 번의 더비 매치에서 저희는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선장이 바뀌었다고 해도 배는 같습니다. 이번에도 저희가 이길 겁니다. 거기다, 이번엔 저희 홈이군요.”
호오.
나름대로 신경전을 걸어오는 듯한 구제민 감독의 말에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기자들의 기삿거리를 챙겨 주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걸어오는 신경전에는 그대로 맞받아쳐 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이에 대해서 서울의 김하준 감독대행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류를 읽기라도 한 걸까?
구제민 감독에게 질문을 던진 기자는 곧바로 나에게 연결된 질문을 던졌다.
“배가 같아도 선장이 바뀌면 위력은 백팔십도로 바뀌는 법이죠. 애시당초 서울 유나이티드라는 배는 미니 슈퍼매치라는 억지스러운 더비 매치로 끌려 내려올 배가 아니니까요.”
씨익.
찰칵! 찰칵!
반대편에 앉아 있는 구제민 감독의 볼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지만, 뭐 어쩌겠는가?
맞는 말인 것을.
사실, 경기 유니온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니 슈퍼매치라는 말도 안 되는 이름의 더비 매치는 그저 흥행을 위해 급조한 근본 없는 더비 매치인 것을.
‘아. 오늘은 인터넷 보면 안 되겠는데?’
화가 난 경기 유니온의 서포터들이 나에게 무슨 욕을 쏟아 낼지 감도 안 잡힌다. 뭐, 보지 않으면 그만이니 상관없지만.
“감독대행께서는 자신만만하군요. 일각에서는 최근의 돌풍으로 젊은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나이는 상관없다고 봅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나이 많은 감독이던지, 새파랗게 어린 감독이던지 능력이 출중하면 알아서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봅니다. 축구판에서 선수든 지도자든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이니까요.”
* * *
와아아아아!
[수원 종합운동장에 양 팀의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양 팀의 신경전이 어마어마했다고 하죠?] [그렇습니다. 서울의 김하준 감독대행과 경기 유니온의 구제민 감독의 신경전으로 기자회견 현장이 뜨거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경기 유니온의 서포터들이 김하준 감독대행을 향해 야유를 퍼붓는군요.]하준의 예상대로 기자회견이 끝나고 경기 유니온의 서포터들은 단체로 뿔이 나, 인터넷에서 하준을 씹고 뜯고 맛보았고, 경기 당일인 오늘도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원정 온 선수들 보다 그 선수들을 지도하는 지도자에게 더 야유를 퍼붓는 모습은 K리그를 통틀어서 보기 드문 광경이었기에, 카메라는 그 모습을 그대로 잡았다.
피식.
정작 야유를 받는 당사자인 하준은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이며 입꼬리를 한쪽으로 올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러한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자 경기 유니온의 서포터들은 미친 듯이 오르는 혈압을 다스리느라 고생했다.
“뭘, 이 정도로.”
“맞습니다. 보스. 분데스리가에서는 더하면 더했죠.”
하준의 말에 볼러가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둘 모두 분데스리가에서 코치직을 역임했던 경험이 있던 만큼 이 정도의 야유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예상한 대로 라인업을 꾸려 나왔네요.”
“맞습니다. 최근 우리의 성적을 본다면 베스트 일레븐을 꾸려 나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저 선수죠? 현재, 리그 득점 1위가.”
하준이 경기 유니온 선수단에 있는 장신의 백인 선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현재 18골을 기록 중인 카일 제임스죠. 그래서 오늘은 세트피스를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저 선수의 제공권이 상당하거든요.”
볼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준은 상대의 선발 라인업을 하나씩 확인했다.
‘나쁘지 않은 구성이네.’
최전방의 카일 제임스부터 왼쪽 측면의 누네스 도스산토스, 그리고 중원의 헬리오 바르보사. 경기 유니온의 득점 루트를 만들어 내는 세 명의 특급 용병을 본 하준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그게 약점이 될 거다.’
경기 유니온의 세 특급 용병은 K2 리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곤 했지만, FA컵에서 K1 팀을 만나기만 하면 그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두 명의 브라질 용병은 개인플레이를 하며 볼을 질질 끄는 경향이 짙었고, 최전방의 호주 용병은 온더볼 능력이 그리 좋지 못했다.
‘황금 뚝배기와 K2 리그 팀들의 빈약한 수비진이 만들어 낸 18골이란 말이지.’
[홈 팀인 경기 유니온의 전방에는 카일 제임스, 누네스 도스산토스, 조운재로 이루어진 쓰리톱이, 중원에는 헬리오 바르보사, 하범진, 그리고 둘을 받치는 오혁수가 배치됐습니다. 포백 라인에는 지태희, 홍선우, 한동수, 민종진이 섰고, 마지막으로 송웅희 키퍼가 장갑을 꼈습니다.] [이번 시즌 경기 유니온의 베스트 일레븐이 가동됐군요. 이에 맞서는 서울 유나이티드의 라인업도 한번 보시겠습니다.] [서울 유나이티드도 마찬가지로 4-3-3을 가지고 나왔네요.] [전방에는 아딜손 제수스, 권명호, 정창훈이 배치됩니다. 윙백으로 기용하던 선수들을 윙 포워드로 끌어 올렸군요?]서울의 전방 쓰리톱 배치는 중계진뿐 아니라 원정 응원을 온 서울의 서포터들 또한 의구심을 들게 했다. 정창훈이야 원래 윙 자원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권명호의 경우 프로 생활 내내 윙백으로 출장하지 않았던가.
[그렇습니다. 권명호 선수의 경우에는 측면 파괴력이 대단하니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중원에는 신영준과 프랑코 트라몬타나, 그리고··· 아. 윤상우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되었네요.] [윤상우 선수가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네. 김하준 감독대행의 심중이 궁금해지는 선발 라인업이네요. 마지막으로 길정현, 문태진, 루이스 코스타, 진호수가 포백 라인을 형성하고, 하우찬 키퍼가 장갑을 꼈습니다.]서울 유나이티드의 선발 라인업을 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포지션에 선수를 배치하는 실험적인 기용은 리그를 치르는 와중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더비 매치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더군다나,
이번 25라운드는 더비 매치를 떠나서 리그 1위를 다투는 승점 6점짜리 경기가 아닌가?
중계진을 비롯한 중립적인 축구 팬들은 호기심을, 원정 응원을 온 서울의 서포터들은 불안함을 가진 채 경기의 시작을 기다렸고,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서울 유나이티드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서울 유나이티드, 중원에서 천천히 공을 돌립니다.]툭!
툭—!
경기 초반, 서울은 중원에서 공을 돌리며 루트를 탐색했다. 이때, 아딜손 역시 중원 가까이에 내려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빌드업을 진행했다. 이에 반해, 경기 유니온의 선수들은 라인을 내린 채 소극적인 압박을 하며 지역방어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흐음. 적극적으로 압박하지는 않네?”
“강한 압박으로 인해 선수들이 퍼질까 봐 그런 것 같습니다.”
“하긴···.”
볼러의 말에 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경기 유니온의 베스트 일레븐은 시즌을 치르는 동안 체력을 많이 소모하고 있었다.
이는, 로테이션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구제민 감독의 특성이기도 한데, 웬만해서는 베스트 일레븐으로 시즌 대부분의 경기를 치르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뭐, 두들겨 맞다 보면 알아서 나오게 되겠죠.”
하준이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투웅—!
[트라몬타나의 로빙 패스! 오른쪽 측면으로 넓게 빠져 있는 정창훈에게 공이 향합니다!]프랑코의 로빙 패스가 빠르게 정창훈에게 쏘아졌고, 정창훈은 이를 부드럽게 받아 내며 측면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닷!
[라인을 타고 달리는 정창훈! 아! 오혁수와 지태희가 동시에 정창훈을 마크합니다!]오혁수와 지태희가 동시에 달려드는 것을 본 정창훈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발을 움직였다.
투욱—!
[정창훈이 중앙으로 공을 전달하는군요! 아딜손이 받아 주러 왔군요. 아딜손이 공을 잡습니다!]순식간에 경기 유니온의 선수 중 두 명을 끌어내 공간을 만들어 낸 서울 유나이티드. 이 모습을 본 하준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일었다.
[아딜손을 마크하기 위해 홍선우가 뛰쳐나오는군요!]정창훈과 아딜손이 공을 주고받는 것 한 번에 경기 유니온의 선수 세 명이 끌려 나오는 장면이 연출 되었고, 서울의 선수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타다다다닷!
[신영준이 하프 스페이스를 타고 쇄도합니다!]신영준이 쇄도를 시작했고, 왼쪽 측면에서는 권명호가 빠른 속도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 탓에 경기 유니온의 오른쪽 풀백 민종진이 권명호에게 끌려 자리를 이탈했고, 경기 유니온의 수비 라인은 급속도로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내려가!”
경기 유니온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구제민 감독이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을 닦달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제외한 나머지 두 미드필더가 수비 가담이 적더라고.’
하준이 노린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다른 팀들과의 경기에서야, 일방적으로 때리는 입장이니 수비 가담에 대한 약점이 적었겠지만, 서울 유나이티드는 달랐다.
투욱—.
[아딜손이 쇄도하는 신영준에게 패스!]“이익!”
[패스를 걷어 내기 위해 현동수가 뜁니다! 아!]툭!
[원터치로 다시 아딜손에게! 아딜손이 공을 잡았습니다! 페널티 박스 부근이에요! 뒤쪽에서는 홍선우가 다급히 뛰어오는데요!]이대일 패스로 순식간에 경기 유니온의 두 센터백을 바보로 만든 아딜손이 공을 몰고 박스 안으로 들어서자, 키퍼 송웅희가 이를 악문 채 골대에서 뛰쳐나왔다.
‘X발···!’
송웅희는 욕지기를 삼키며 다급하게 뛰었다. 아딜손이 누구던가? 신생팀 경북 FC를 상위권으로 만들어 준 플레이 메이커 아니던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딜손은 플레이 메이킹뿐 아니라 준수한 슈팅력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그가 뛰쳐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송웅희가 각을 좁히기 위해 황급히 달려 나오는데요!]송웅희가 도달하기 한 박자 전.
아딜손의 오른발이 움직였다.
투욱—!
그리고, 그 공의 궤적을 본 송웅희의 눈이 부릅떠졌다. 공이 움직이는 궤적은 골문을 향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타다다다닷!
[송웅희를 지나는 아딜손의 패스! 권명호! 권명호가 빠른 속도로 박스 안에 침투했어요!] [신영준과 스위칭하며 빠른 속도로 침투한 권명호에게 공이 갑니다!]박스 안에서 완벽한 프리 상황이 된 권명호는 망설임 없이 슈팅을 시도했다.
[권명호의 논스톱 슈우우우웃!]뻐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