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31)
131. 별들의 전장(3)
그렇게 마인츠의 프리킥이 선언되고.
[마인츠가 아주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습니다. 직접 득점을 노릴 수도 있는 위치거든요?] [맞습니다. 산투스와 임이 키커를 정하고 있나 보군요.]“임, 어때? 네가 찰래? 내가 찰까?”
마인츠는 메인 프리키커로 가브리엘과 임우정을 동시에 기용하고 있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두 메인 키커가 서로 상의 후 킥을 시도하는 것으로 하준이 결정한 탓인데.
가브리엘의 물음에 임우정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늘 왠지 모르게 컨디션이 좋아. 내가 차도 괜찮을까?”
임우정이 대놓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일 때는 정말로 컨디션이 최상일 때였기에, 가브리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프리킥을 양보했다.
“그래. 임, 부탁할게.”
“고마워, 가비.”
[키커는 임으로 결정된 모양이네요. 임이 프리킥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페이크 키커 없이 홀로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군요. 거리가 매우 가깝다고는 해도 자신감이 대단하지 않고서야 저러기 힘들 텐데요.]프리킥을 준비하는 임우정을 제외한 나머지 마인츠 공격진은 혹시 모를 세컨볼 상황을 대비하기 시작했고,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며 킥을 차라는 신호가 주어졌다.
저벅.
저벅.
저벅.
도움닫기를 위해 세 발 정도 떨어진 임우정은 짧은 심호흡을 내쉬며 머릿속으로 한 가지 장면을 떠올렸다.
‘테오도르. 그리고 감독님….’
원래도 킥에 일가견이 있던 임우정이었지만, 현재 자신을 있게 한 테오도르와 하준의 움직임과 킥을 수십 번도 연구했던 그는 머릿속으로 지금 상황에서 그들이라면 어떤 킥을 시도했을지를 그리며 발을 떼기 시작했다.
타닷! 타다닷!
뻐엉—!
감아 차는 킥과 무회전 킥 등.
다양한 구질의 프리킥을 구사하는 임우정이 이번에 선택한 것은.
쐐애애애엑—!
[아! 바깥으로 나가나요? 골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방향인데요….]휘이이이익—!
수우우욱—!
멀리 나가는 것처럼 보이던 볼이 어느 순간부터 급격하게 안쪽으로 휘더니 골키퍼의 시선을 속이고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엄청난 낙차로 내리꽂히는 킥이었다. 언젠가, 하준이 그의 앞에서 선보이기도 했던 그 프리킥을.
임우정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재현해 낸 것이다.
철렁—!
[어엇! 급격하게 안쪽으로 휘는 볼! 로자스 키퍼의 눈을 속이는 프리킥입니다! 아! 고오오오오올!]와아아아아!
[골! 골입니다! 미친 프리킥이에요! 미쳤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프리킥이 터졌습니다! 마인츠가 유럽 최강팀 세비야를 상대로 선제득점에 성공합니다! 임의 미친 프리킥으로 스코어는 1-0입니다!]씨익—.
“녀석. 내 밑천 다 털리게 생겼구만.”
말로는 툴툴거리는 하준이었지만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내 밑천 다 개방해 줄 테니 제대로 커라 우정아.”
* * *
타다다닷! 휘익—!
투우욱—!
[마인츠! 토레스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토레스의 스루패스가 빈 공간을 향해 나갑니다!]전반전의 선제 득점 이후.
우리는 애석하게도 그 기세를 이어 나가지 못한 채 바짝 약이 오른 세비야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촤앗—!
[대각선으로 침투한 무스토가 볼을 받습니다!]타다다닷!
전반전에는 포가테츠와 파펠라, 그리고 쿠발라가 어떻게든 세비야의 공세를 막아냈지만, 후반전 초반부터 동점 골을 허용한 이후인 지금은.
휘익—! 탓! 투웅—! 탕! 타다다닷!
[무스토가 쿠발라와 파펠라를 농락합니다! 포가테츠가 달려오는데요!]뻐엉—!
[무스토의 한 박자 빠른 슈우우우웃!]철렁—!
와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골입니다! 무스토가 세비야의 두 번째 골을 기록합니다! 역전에 성공한 세비야! 스코어는 2-1입니다!]세비야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눈에 들어오는 선수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멘탈이 흔들렸군. 무리도 아니지.’
지금 저들이 느끼는 세비야 공격은 부상 당하기 전의 내가 가비와 합을 맞춰 두드리는 것과도 비슷할 테니.
현재의 내 몸 상태로 훈련을 진행해도 애를 먹는 저들이 저 공격을 이만큼이나 버텨 낸 것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할 정도였다.
‘괴물 같은 팀에 괴물 같은 감독이 앉았다. 이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경기를 포기할 순 없지.
“말론!”
나는 말론을 부르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들었다.
세 번째 플랜을 가동하라는 것을 이해한 말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선수들에게 내 지시를 전파하기 시작했고.
삐이익!
경기가 재개되자 말론과 세 명의 센터백을 제외한 전원이 전방으로 높게 전진했다.
[마인츠가 소수의 인원만을 남겨둔 채 전원 공격에 나섭니다.]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마인츠에게 지금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건 동점 골 일 테니까요.] [맞습니다. 2-1로 지나 3-1로 지나 패배는 똑같습니다. 그러나, 이 도박으로 2-2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을 진행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테니 말입니다.]그러나.
나겔스만이 지도자 초반에 누구를 보고 배웠겠는가?
[세비야 깊게 내려앉습니다!]철저하게 실리를 취하겠다는 듯 세비야는 라인을 낮게 내린 채 수비적으로 일관했고, 우리의 공격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결국.
삑! 삐익!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 종료됩니다! 세비야가 34/35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따냅니다!] [기어코 역전을 이뤄 내 빅이어를 들어 올리게 된 세비야! 대단합니다! 이번 시즌 4관왕을 달성하는 세비야와 나겔스만!]준우승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아…. 이것 참.”
빅이어를 눈앞에서 놓치게 되었지만 나는 표정을 굳히지 않았다.
90분간 최선을 다해 아니, 자신의 능력보다 더한 출력으로 경기에 임한 선수들 앞에서 내가 실망감을 내보인다면 그것은 선수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될 테니까.
“우승 축하합니다. 감독님.”
나는 나겔스만을 찾아가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오늘 경기가 이번 시즌 치렀던 그 어느 경기보다 어려웠는데 아주 감명 깊었어요. 킴. 다음에 식사나 한 끼 하면서 전술적인 얘기를 해보죠.”
누가 축구에 미친 변태 아니랄까 봐 밥 먹으면서도 축구 얘기를 하자니. 하긴, 투헬도 그랬으니 이상할 건 없겠지.
“좋네요. 그럼 전 이만.”
나겔스만과의 대화를 뒤로하고 나는 그라운드에 올라 선수들을 위로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탈진한 듯 잔디 위에 쓰러져 있는 선수들을 보며 나는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본인들도 많이 실망스러울 테지.’
잔디 위에 누운 채로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도 여럿 보였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선수들도 보였다.
나는 그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했다.”
“흑…. 흐읍. 감독님….”
내 말에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미하엘.
덩치에 맞지 않게 여린 녀석이 오죽할까 싶어 말없이 녀석을 일으켜 안아 주었다.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 아냐. 다음 시즌에, 다음 시즌이 안 된다면 또 다음 시즌에. 노력하면 언제고 다시 부딪힐 수 있어. 미하엘.”
“흐으으읍….”
서럽게 우는 미하엘을 다독여 준 뒤 나는 근처에 있던 가비에게 향했다.
그래도 경험이 많아서인지.
가비는 무던한 모습으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가비, 고생했어.”
“아쉽네. 쭌, 너와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였는데.”
“아쉬우면 계약 끝나고 내가 있는 팀으로 넘어오면 되지.”
장난스러운 내 말에 가비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게 이 팀에 정이 많이 들었나 봐. 열정적으로 우리를 응원해 주는 팬들을 보다 보니 이 팀을 떠날 마음이 들지를 않네.”
가비의 입에서 예상외의 답이 들려오자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드디어 네가 진심으로 축구를 사랑하게 된 모양이네. 축하해, 가비.”
나와 함께 뛰던 그 어린 시절부터 중국으로 넘어갔을 때까지.
가비에게 축구는 곧 돈이었다.
그러다 감독이 된 나를 만나 열정을 되찾고 뛰기 시작했지만, 이 정도로 변화할 줄은 솔직히 몰랐는데.
“몇 년만 더 젊었을 때 이런 마음을 먹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거 하나는 참 아쉬워.”
이제 30세가 되어 아직 몇 년은 더 거뜬히 뛸 수 있는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인지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좋게 생각해. 지금이라도 이런 마음을 먹었으니 앞으로는 더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거야.”
“그래. 첼시로 건너가서 오래오래 해 먹어. 나중에 코치가 돼서 찾아갈 테니까.”
“오호, 그래? 제대로 못 하면 안 받아 줄 테니까 제대로 배워 오고.”
“그래. 그리고 저 녀석 좀 위로해 줘. 많이 아쉬울 거야.”
가비가 가리킨 쪽에는 임우정이 있었다. 한 차례 눈물을 쏟아 낸 것인지 벌게진 눈을 하고 멍하니 서 있는 녀석을 향해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고생했다. 우정아.”
“……감독님. 죄송해요.”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냐. 다 내 잘못이지. 너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잖아. 앞으로도 발전할 수 있도록 내 밑천 다 털어 줄 테니까 오늘 경기는 교훈으로 삼자.”
“감독님……!”
이후로도 여러 선수들을 위로한 뒤, 준우승 시상과 우승팀의 셀레브레이션을 본 후 나는 믹스트 존으로 향했다.
‘패장으로 인터뷰하기는 싫었는데.’
무대가 무대이니만큼 승장의 모습으로 인터뷰에 나타나 멋있는 말들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오늘은 때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찰칵!
찰칵—!
“오늘 굉장히 아쉬운 경기가 되었을 텐데요. 패배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시작부터 훅 들어오는 질문에 애써 미소를 지은 나는 차분하게 답했다.
“세비야를 이길 전술을 짜지 못한 제 잘못이죠. 오늘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습니다. 그 대단하다는 나겔스만 감독의 세비야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은 것만 봐도 말 다 했죠. 비록 우승을 거머쥐진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나겔스만 감독은 이번 시즌 상대한 팀 중 가장 어려운 상대였다고 평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팀이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다는 나겔스만의 말을 전하는 기자의 말.
글쎄.
나겔스만의 진심인지 립서비스인지 알 수 없지만 뭐, 칭찬이니 좋게 받아들여야지.
“최고의 찬사를 들었네요. 나겔스만 감독의 그런 평에 감사할 따름이네요.”
이후로도 믹스트 존 인터뷰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보통 패장에게 이리도 많은 질문을 하던가?
의외로 나를 잡고 놓아 주지 않는 기자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쯤.
“경기가 끝나고 속보로 감독님의 첼시행이 발표되었는데요.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 중에서 첼시를 고른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아.
이것 때문이구나.
이상하리 만큼 기자들이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경기가 끝날 타이밍에 맞춰 첼시 측에서 기사를 냈던 모양이다.
속보로 뜬 그 기사 덕분에 기자들이 나를 계속해서 붙잡았던 것이었을 테고.
“그리 큰 이유는 없습니다. 첼시는 나에게 고향과도 같은 팀입니다. 그런 팀으로 가서 감독을 할 수 있다면 참 기분 좋은 일이 되겠지요.”
따지고 보면 그렇다.
연봉과 조건.
그리고 팀 내부의 문제 등.
모든 조건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첼시를 압도하고 있었음에도 내가 첼시를 택한 이유.
별다른 건 없었다.
그저.
‘내가 가장 행복하게 축구했던 때가 첼시에 있었던 초반이었으니까.’
그렇게 길어진 인터뷰를 마치고 믹스트 존을 벗어나자 나를 반기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어…?”
“왜? 못 볼 거라도 봤냐? 경기장 밖에선 연락도 통 없고, 새끼.”
독일이나 한국에 있을 줄 알았던 혁호 녀석이 나를 반기는 것 아닌가.
“위로라도 해 주려고 왔냐?”
“원래는 축하하려고 왔는데 등신같이 졌더라고. 하여간에.”
일부러 과장되게 말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웸블리에서 처음으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러게. 네가 우리 팀에 있었다면 또 몰랐을 텐데 말이야.”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오늘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 보자. 이 형님이 널 위해서 예약해 놨다. 원래는 축하주로 주려고 했지만…. 뭐 어때, 술이 거기서 거기지.”
“어…. 마음은 고맙긴 한데 선약이 있어서.”
“이 X끼가?”
아니, 말도 없이 찾아왔다고 여자친구랑 약속을 파토 낼 수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