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32)
132. 런던으로(1)
마인츠에서 서포터즈와 짧은 작별 인사를 끝낸 나는 몇 시간의 비행 끝에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릴 수 있었고, 입국 심사를 기다리며 한국의 뉴스 기사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김하준의 새로운 팀은 첼시로 밝혀져.] [김하준, 첼시와 4년 계약.] [김하준, 첼시로부터 전권을 보장받는다.] [김하준 사단은 해체되지 않고 첼시로 이동이 확정되었다.] [첼시의 감독으로 부임하는 김하준. 3,000만 파운드의 연봉 받는다.] [한화로 약 478억의 연봉을 받게 된 김하준.] [단숨에 감독 연봉 TOP 5 안에 진입한 김하준.] [맨체스터 시티, 펩 과르디올라 전격 경질. 차기 감독으로 페르난지뉴 선임?] [새 감독 찾기에 나선 맨체스터 시티?] [프리미어리그에 등장하는 뉴페이스 감독들.] [(OFFICIAL) 임우정, 첼시와 5년 계약 확정.] [첼시에서도 한솥밥을 먹게 된 김하준과 임우정.]-헐 프리미어리그 최초 동양인 감독 실화냐?
-이왜진 ㄷㄷ.
-헤드 코치 아니고 매니저임 심지어.
-478억이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연봉인데 로만이 김하준한테 진심이네 ㄷㄷ.
-마인츠 데리고 리그 우승이랑 챔결 간 거면 솔직히 개쩌는 거긴 하지.
-돌고 돌아 다시 첼시로 돌아가네. 선수로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최용환은 김하준 사단에 잘 들어갔네. 덕분에 프리미어리그 코치도 하게 됐고 ㅋㅋㅋㅋㅋㅋ.
-아, 인맥이 중요하다고 ㅋㅋㅋ.
-결국 펩은 잘렸구나.
-솔직히 잘릴 만 했지. 신계 선수를 데려왔는데도 챔결 못 가고 떨어졌는데. 솔직히 다섯 시즌 전에 챔스 우승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자리 부지도 못했지.
-김하준한테 제의한 구단이 첼시랑 맨시티였다고 함.
-헐. 근데 첼시로 간 거?
-ㅇㅇ. 본인이 첼시에 가고 싶었다나 그랬던 걸로 기억함.
-임우정도 첼시 갔네.
-서울 시절부터 팀 세 번 바뀔 동안 김하준이랑 계속 함께하네 ㅋㅋㅋㅋㅋ 거의 김하준 껌딱지 ㅋㅋㅋㅋㅋㅋ.
“한국에서도 화제구나.”
어느새 내 차례가 다가와 입국 심사를 끝마친 뒤, 첼시의 클럽 하우스로 이동하기 전.
“아. 전화한다는 걸 깜빡했네.”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 사람에게 전화한다는 것을 깜빡했던 걸 떠올린 나는 곧바로 국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링—.
몇 번의 신호음 이후.
-빨리도 전화하는군.
낯익은 목소리가 툴툴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죄송해요. 워낙에 정신이 없어서요. 다음번에 런던에 놀러 오시면 제가 거하게 대접하겠습니다.”
-됐다. 10년 있어도 잉글랜드 음식은 영 입에 안 맞더라고.
하긴.
투헬은 내가 선수로 있을 적에도 음식에 대해 맛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였으니.
“그건 그렇고…. 우정이 이적 과정에서 도와주신 거 감사합니다. 감독님.”
-흠흠. 그런 선수가 큰 클럽으로 이적하지 못하는 건 축구계에 썩 도움 되는 일이 아니니까 써 준 것뿐이야.
거액의 이적료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적한 정상기와는 달리, 자유계약으로 첼시와 계약하게 된 임우정은 취업 비자 발급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현재 대한민국의 피파 랭킹은 50위권 바깥으로 A매치 출전 기록이 조건을 충족해도 취업 비자를 받기 어려웠고, 이에 따라 임우정이 취업 비자를 받으려면 특례 조항에 들어야 했는데.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의 결승 기록과 분데스리가 출전 기록으로 특례 조항에 들어 추천서를 받는 조건으로 조건부 이적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그 추천서를 써 준 인물이 지금 통화를 하고 있는 투헬과 리오넬 메시, 그리고 아르센 벵거였다.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메시와 벵거는 내 부탁에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주었고, 투헬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여유 있을 때 한번 놀러 오시면 최대한 맛있는 걸로 대접할게요.”
-연락이나 자주 해.
뚝—.
“거, 양반 참. 또 마음대로 끊어 버리네. 아고.”
투헬과의 통화를 마친 후, 나는 첼시의 클럽 하우스에 입성하게 되었는데.
나를 마중 나온 것은 다름 아닌 그라노브스카야였다.
“오랜만이에요, 킴.”
“그러네요, 그라노브스카야.”
단장 격 인물에 준하는 이사들 중 한 명인 그녀였지만, 시작부터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나의 요구로 그녀의 역할이 축소되었으니 내가 곱게 보일 리가.
그러나.
“후우…. 그리 경계하지 않아도 좋아요. 보스와 얘기는 끝난 참이니까. 보스는 팀이 정상을 되찾기를 바라고 계세요. 그 적임자로 킴을 택한 것이고. 나는 보스의 의견에 반하지 않으니 킴이 팀을 잘 이끌기만 한다면…. 그래요, 더 이상 마찰은 없을 거예요.”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로만에게 충성하는 인물이었지.’
나는 그녀와 함께 클럽 하우스 내의 미팅룸으로 가 계약서에 사인하는 사진을 찍으며 정식으로 첼시 감독이 되었다는 절차를 끝마쳤다.
“뭐…. 중간에 서로의 기분이 상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다 잊고, 우선은 첼시로 돌아온 걸 환영해요 킴.”
투헬의 마지막 즈음에도 이리 협조적이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
“저도 잘 부탁합니다.”
“집과 차의 경우는 보스의 지시로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퇴근하기 전에 프런트에 들리세요. 그러면 안내해 줄 겁니다.”
역시.
이런 일 처리 하나는 좋다니까.
그녀와 짧은 대화를 마친 뒤, 나는 감독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내 자리가 될 줄이야.”
선수 시절 투헬과의 면담을 위해 종종 들르곤 했던 바로 이 장소가 내가 업무를 볼 장소가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감회가 새로운 것은 새로운 것이고.
“여기저기 손 볼 곳이 정말 많구만.”
지난 시즌까지 주전으로 뛰던 길모어와 음부얌바가 은퇴를 한데다가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이 몇몇 보였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강을 새로이 잡아야지.”
지난 시즌, 지단이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선수단 내의 파벌.
선수들이 휴가에서 복귀하는 순간, 나는 그것을 뿌리 뽑을 생각이었다.
원 팀이 되어 뛰어도 모자랄 판에 파벌을 나누어 화합하지 못하는 꼴을 나는 볼 수가 없었다. 파벌 싸움의 주축인 토마 랑글레가 이러한 내 방침에 따르지 않는다면 2군에 처박아 두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파벌 싸움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하. 나 때는 안 그랬는데.”
* * *
며칠 뒤.
취업 비자의 발급과 함께 속속들이 첼시로 집결한 김하준 사단은 하준의 감독실로 발을 들여놓았다.
“다들 잘 쉬다 왔는지 모르겠네. 푹 쉬었죠? 지금부터 일해야 하니까 푹 쉬었을 거라고 믿을게요.”
하준의 장난스러운 말에 최용환이 앓는 소리를 냈다.
“아고 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몇 달을 영어 공부를 해도 머리에 쥐가 내릴라 하노. 휴식이 너무 짧은 거 아이가?”
“선수들 복귀하면 다시 적응 될 겁니다. 최 코치님.”
“감독님, 여긴 마인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시설인데요?”
“동감입니다.”
루카와 그리피스는 새로운 시설이 마음에 들었는지 시설에 대한 칭찬을 연신 쏟아 내고 있었고, 하준과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첼시에 돌아온 조르지뉴는 감회가 새롭다는 반응이었다.
“내가 이곳에서 다시 일하게 될 줄이야.”
각각의 반응을 살핀 하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선, 첼시가 어떤 식으로 팀을 굴려 왔는지는 남아 있는 기존 코치들이 알려 줄 겁니다. 그걸 토대로 우리의 방식을 접목하는 것으로 하고. 그리피스.”
“네, 감독님.”
“2군과 아카데미에 속한 선수들을 체크해서 보고해 줬으면 해. 루카도 거기 동행해서 눈에 띄는 선수들은 드론과 카메라를 이용해서 다각도로 촬영해서 보내 주고.”
“알겠습니다. 감독님.”
대답을 마친 루카와 그리피스가 자리를 떠나고, 하준은 고개를 돌려 최용환 코치를 바라봤다.
“최 코치님은 일단 우정이의 훈련을 좀 도와주세요. 녀석이 휴가도 반납하고 몸을 만드는 중인 것 같더라구요.”
“그래? 우정이 금마도 악바리긴 하단 말이야. 알긋다. 그거는 걱정 붙들어 매도된다.”
“네,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최용환도 자리를 뜨고 하준과 단둘이 남은 조르지뉴는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나는? 나한테는 따로 일 안 주는 거야?”
“너는 나랑 매물 좀 추리자.”
“매물?”
조르지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준이 입을 열었다.
“응. 스쿼드를 보강해야지. 길모어랑 음부얌바가 은퇴하기도 했고, 조금 젊은 자원들로 뎁스를 늘릴 필요도 있고 해서.”
“음. 이번 시즌 예산은 얼마래?”
“2억 3,858만 파운드.”
하준의 대답에 조르지뉴는 입을 떡하니 벌리며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적 시장 규모가 미쳐 날뛰긴 했구나.”
2억 3,858만 파운드.
한화로 약 3,800억 정도 되는 돈이었다.
은퇴 이후 베로나와 마인츠에만 있었던 조르지뉴 역시 프리미어리그의 미쳐 버린 금전 감각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고, 이와 반대로 하준은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두둑해야 선수들을 사 오는 데 무리가 없지.’
그간 마인츠의 이적 예산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해 오던 하준은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을 느끼며 한결 편안한 이적 시장을 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유망주 티를 갓 벗은 선수라 할지라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면 천억은 기본으로 부르는 게 지금의 이적 시장.
슈퍼스타를 영입하려면 3,000억 가까이 되는 돈은 있어야 했고, 슈퍼스타가 아닌 준수한 즉전감 선수를 데려오려고 하더라도 2,000억 가까이 되는 돈은 쥐어 주어야 했기에 이 정도의 예산도 부유하다기보다는 적당하다고 여기는 하준이었다.
“하긴. 유나이티드로 정이 이적할 때의 금액도 장난이 아니었으니…. 이제는 이 정도 규모에 익숙해져야 할 때가 되긴 했군.”
“우선, 내가 미리 생각해 둔 선수 한 명이 있어.”
하준은 태블릿 PC에 한 선수를 띄워 조르지뉴에게 내밀었고, 이를 본 조르지뉴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했다.
“에반 카마라네? 지난 시즌 파리와의 경기 때부터 생각하고 있던 거야?”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 마인츠의 재정 상황으론 언감생심 꿈도 못 꿨었지만.”
에반 카마라.
파리 생제르망 소속으로 뛰고 있는 수비수로 뛰어난 발밑 기술과 능숙한 빌드업 능력, 거기에 예측 수비와 피지컬을 이용한 터프한 수비도 곧, 잘 해내는 자원이었다.
“음부얌바의 공백을 메우기로 딱이긴 하네. 그래서 이 친구는 얼마나 줘야 할 것 같아, 쭌?”
“자세한 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알 수 있겠지만, 트랜스퍼 마켓 기준으로는 9,417만 파운드야.”
한화로 약 1,500억에 달하는 금액의 몸값을 듣자 조르지뉴는 왜 하준이 마인츠 시절에는 꿈도 못 꿨다고 했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
예전, 반 다이크가 수비수 1,000억 시대를 열었을 때만 하더라도 수비수에게 왜 그리 많은 돈을 쓰느냐는 말이 많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수비수도 1,500억의 몸값을 뽐내는 시기가 되고 말았다.
“나한테 이 친구를 보여 줬다는 말은 영입 대상 1순위라는 거겠지?”
“물론이지.”
“좋아. 그러면 다른 포지션의 매물을 찾아보자는 얘기겠구만.”
* * *
첼시에 부임하고 삼 일 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며 첼시의 스쿼드 구상을 열심히 이어 가고 있을 때쯤.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띠리리링—!
“네, 김하준입니다.”
-오랜만이야, 킴. 지난번 자선 경기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아, 나 호날두야. 목소리 기억하지?
“아아. 오랜만이야, 호날두.”
-이렇게 연락하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팀 프리미어리그 대 팀 라 리가로 자선 경기가 치러질 예정인데 같이 뛰지 않겠냐고 제안하기 위해서야.
지난번 자선 경기엔 메시가 전화를 걸더니, 이번에는 호날두인가.
아직 선수들이 휴가에서 복귀하기까진 넉넉하게 남은 상황.
자선 경기에 참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제안을 준 건 고맙긴 한데…. 프리미어리그에 더 오래 뛴 선수들이 많은데 왜 나에게?”
-아아. 비록 자선 경기라고는 해도 제대로 플레이는 되어야 할 것 아냐? 지난번 자선 경기 때 봤겠지만 다들 몸 관리를 통 안 해서 헥헥대기 바빴잖아? 킴, 너는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던걸?
사실 다른 이들이 헥헥대서 내 몸 상태가 덜 부각된 것도 있었는데.
‘괜찮은 몸 상태를 한 이들로 뽑는다고 해도 나이 든 이들이 많으니 내 몸 상태가 덜 부각되지 않을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어차피 이벤트성 경기였고, 정 힘들면 교체하면 되는 거니까.
“좋아. 나도 참여할게, 호날두.”
그렇게 원한다면 그라운드에 나서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