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42)
142. 검은머리 산타(2)
크리스마스 선물로 첼시와 하준이 준비한 이벤트를 받게 된 당사자인 저스틴 브룩스는 그라운드에 입장하기 전 자신의 손을 잡고 서 있는 임우정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임, 당신이 첼시에 와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아이의 티 없는 웃음과 더불어 아무 조건 없는 호의를 정면에서 마주한 임우정은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고, 저스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저스틴. 오늘 경기에서도 네가 기뻐할 만한 플레이를 선보일게.”
“정말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맨체스터에 사는 제 사촌이 임보다 정이 더 뛰어나다고 자꾸 우기는데 오늘 제대로 보여 줘요…!”
그렇게 임우정과 아이의 짧은 대화가 끝나갈 무렵.
“선수들 입장하시면 됩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입장할 시간이었다.
와아아아!
수만 명의 관중이 에워싸고 있는 공간에 발을 들이는 것이라 아이의 입장에서는 무서울 만한데도, 저스틴은 움츠러들긴커녕, 오히려 즐기는 듯한 표정으로 그라운드 이곳저곳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와아….”
첼시의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저스틴의 구장 투어와 에스코트 키즈 선정뿐만이 아니었는데.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군요.] [오늘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첼시에서는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 모양입니다. 킴을 비롯한 코치진 전원이 산타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네요.]하준을 비롯한 코치진 전원이 산타 모자를 머리 위에 쓴 모습으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 있었고, 이 모습을 본 중계진은 재밌다는 듯 웃음을 참지 못해 방송사고를 낼 뻔하였다.
[아, 음음. 자, 양 팀 선발 라인업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네, 먼저 홈 팀 첼시의 라인업입니다!]첼시는 4-3-3 대형을 들고 나왔다.
임우정이 최전방에 이름을 올렸고,
좌, 우측면에는 브라이언 가드너와 주드 순섭벨이,
중원에는 레오 캐슬다인과 스테판 데 니프를 배리 펜톤이 아래에서 받치는 역삼각 형태의 3 미들로 구성이 되었고,
레안드로 칼라피오리, 마르시오 디아스, 에반 카마라, 자인 실콧듀베리로 이루어진 백 포 라인 뒤에 바비 한슨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온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백 쓰리가 아닌 백 포 시스템을 가지고 나온 첼시군요.] [킴은 백 포와 백 쓰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딱히 특이할 일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오늘 선발 라인업에는 킴의 아이들로 불리는 세 선수 중에서 펜톤만이 이름을 올렸네요?] [박싱데이 기간 동안 효율적인 로테이션을 위해 킴이 세 경기 라인업을 미리 짜 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임이 최전방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봐서는 폴스나인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 같네요.] [자, 다음으로는 이에 맞서는 원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인업입니다!]첼시에 맞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4-2-3-1 대형을 들고 나왔는데.
최전방에는 정상기가 이름을 올렸고,
숄라 쇼레티레, 한니발 메브리, 메이슨 그린우드가 2선을 구성했으며,
중원에는 안토니오 블랑코, 엔리크 게데스로 이루어진 더블 볼란치 형태의 구성이었다.
또한, 그 뒤에는 토마스 마르스덴, 빅토르 요한슨, 배리 킨, 패트릭 브룩으로 이루어진 백 포라인 뒤에 마체이 코바르시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왔다.
[첼시에 맞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한 모습입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마인츠를 상대한 이후, 킴과 첫 번째 맞대결을 펼치는 포터인데요. 아무래도, 킴의 능력을 의식한 라인업이 아닌가 싶습니다.]“오랜만이다, 우정아.”
“지난번 A매치 주간에 봐 놓고 뭘 오랜만이야.”
“적이라고 이제 까칠하게 나오는 거야? 이거 서운한데.”
각자의 자리로 움직이기 전,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정상기의 모습에 임우정은 부러 더 차가운 모습을 유지했다.
‘마인츠에서 뛸 때랑은 상황이 다르다.’
서울 시절부터 마인츠까지 동료로 함께 뛸 때는 정상기만큼 든든한 아군이 없었지만, 같은 리그에서 적으로 그를 만나게 된 임우정은 머리를 차갑게 만들며 정상기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작은 습관까지 떠올렸다.
‘확실히…. 우리 수비라인이 고생 좀 하겠구나.’
지난 시즌, 적응 기간으로 전반기를 날려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17골이라는 기록을 세워 버린 정상기는 이번 시즌 경기당 0.8골이라는 미친 득점 페이스를 이어 가고 있었다.
그런 퍼포먼스를 보이는 정상기를 상대로 단 한 개의 실점도 내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
하준은 그 어려운 일에 집중하는 것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두들겨 패는 것에 집중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선발 라인업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우정이 너는 프리롤로 뛴다. 기본적으로 폴스나인의 운용을 가져갈 테지만, 네 판단하에 움직임을 달리 가져가도 좋다.’
최근 하준이 자신에게 보내 주는 무한한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반드시 이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번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이겨야만 했다.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 시작됩니다! 선축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가져가겠습니다!]호쾌한 휘슬 소리와 함께 시작된 첼시의 박싱데이 마지막 경기.
선축을 가져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첼시의 강한 압박을 대비해 빠른 속도로 간격을 넓혔다.
[선수 간격을 넓히는 유나이티드!]보통, 거친 압박을 하는 팀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간격을 좁힌 채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타다다다닷!
[첼시가 조직적인 압박을 펼칩니다!] [볼을 후방으로 돌리는 유나이티드, 수비라인 근처까지 내려간 블랑코가 볼을 잡습니다!]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레지스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안토니오 블랑코를 보유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조금 더 직선적인 경기 운영을 마음먹은 듯 보였다.
블랑코는 마치 그라운드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마냥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한 상태였고, 볼을 잡는 것과 동시에 다리를 휘둘렀다.
투우우웅—!
[블랑코의 롱패스! 빠르고 날카롭게 이어집니다!]타다다다닷!
그리고 그 패스에 맞춰서 빠른 속도로 쇄도하는 한 선수가 있었으니.
[정! 정이 빠른 주력을 자랑하며 스프린트를 시도합니다!]촤앗!
타다다닷! 타다다닷!
[카마라가 정을 쫓아 움직입니다!]정상기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재빠른 판단을 내린 카마라의 플레이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휙! 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포인 정상기가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더미 플레이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 했을 뿐.
“무슨…?”
[정, 페인팅 모션 이후 볼을 옆으로 내줍니다!]타다다닷!
정상기가 내준 볼은 순식간에 빈틈을 파고든 메브리에게 이어졌고,
뻐엉—!
[메브리! 메브리의 논스톱 슈우우우웃!]메브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볼을 감각적인 논스톱 슈팅으로 처리했다.
쐐애애애액—!
“어어엇…!”
철렁—!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각! 한니발 메브리가 선제골을 터뜨립니다! 유나이티드가 한 점 앞서갑니다! 스코어는 1-0!]경기 시작 직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실점을 허용하자, 스탬포드 브릿지를 가득 채운 블루스는 일순간 침묵으로 물들었고,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하준은 팔짱을 낀 채로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포터가 상기 녀석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네.’
그레이엄 포터가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와는 다르게 직선적인 잉글랜드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었는데, 정상기라는 최고의 골잡이가 팀에 녹아들며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 주었다.
“흐음….”
“쭌, 너무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했는데….”
조르지뉴의 말에 하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딱히 예상 못 한 일은 아니었잖아?”
태연하게 말하는 하준을 보며 조르지뉴는 한숨을 내뱉으며 답했다.
“하아…. 그렇긴 한데…. 너무 이르지 않아?”
“뭐, 생각보다 이르긴 하지.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조르지뉴.”
말을 마친 하준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직선적인 파괴력을 갖춘 팀이지만.’
볼을 소유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져도 파괴적일 수 있을 것 같으냐. 하고.
“직선적인 팀의 천적이 우리 팀이기도 하니.”
이윽고.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첼시는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툭-!
[카마라가 펜톤에게! 펜톤이 다시 캐슬다인에게 볼을 넘깁니다!]라인 간격을 극도로 좁히며 그라운드 곳곳에서 트라이앵글을 만들어 패스를 전개하는 첼시에게서 볼을 빼앗는 것은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서는 어려운 일이었고,
툭—!
툭!
10분이 지났을 무렵.
양 팀의 점유율은 8:2까지 밀려 있었다.
이토록 첼시가 볼 소유를 빼앗기지 않는 데에는 임우정의 공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었는데, 상황에 따라 최전방과 2선 전 지역을 오가며 트라이앵글이 끊기지 않게끔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 그 공이었다.
툭!
촤앗!
[임! 임이 볼을 받았습니다!]페널티박스보다 처진 위치의 중앙에서 임우정이 볼을 잡자, 요한슨과 킨은 어쩔 수 없이 한 칸을 전진해 자리를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타다다닷!
[요한슨과 킨이 임을 향해 움직입니다!]폴스나인.
이 역할이 유행한 지도 오래 지났기에, 여러 파훼법이 나왔지만, 그 파훼법에는 몇 가지 결점이 존재했다.
바로.
폴스나인 롤을 수행하는 선수의 능력이 압도적이거나,
팀의 밸런스가 좋은 경우에는 그 파훼법이 효과적으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투우웅—!
[임이 왼쪽 측면으로 로빙패스를 시도합니다!]하준이 이끄는 첼시는 그 두 가지 경우를 모두 충족하는 팀이었다.
타다다다닷!
촤앗!
타다다닷! 타다닷!
[칼라피오리의 오버래핑! 볼을 부드럽게 받아 낸 뒤, 그대로 질주합니다!]임우정에게 볼이 도달하기 전.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있던 좌, 우 풀백 칼라피오리와 실콧듀베리는 임우정이 패스를 시도하자마자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고,
[패트릭 브룩이 칼라피오리를 쫓습니다!]공격 숫자가 순식간에 늘어난 첼시에 의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라인이 급속도로 와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씨익—.
“곧이겠네.”
뜬금없는 하준의 말에 조르지뉴가 고개를 갸웃대며 물었다.
“뭐가 곧이야?”
“뭐긴, 크리스마스 쇼타임이지.”
하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관중석에 앉아 있던 첼시 서포터즈가 일제히 일어서서 기대감 어린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
오오오!
칼라피오리와 실콧듀베리의 가세 덕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풀백 패트릭 브룩과 토마스 마르스덴은 측면으로 쏠리게 되었고, 가드너와 순섭벨이 하프 스페이스로 파고들어 더미 플레이를 보이자 센터백 듀오인 요한슨과 킨 또한 어정쩡한 위치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임우정을 프리상태로 놔두지 않기 위해 가드너와 순섭벨에게 오롯이 붙지는 못했지만, 첼시는 그 정도의 균열만으로도 충분한 듯이,
타다다닷!
휙—! 툭! 타닷!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유린했다.
[칼라피오리! 브룩을 어렵지 않게 제칩니다! 그대로 중앙을 향해 방향을 전환해 들어옵니다!]“뭐 하는 거야! 어서 붙어!”
급속도로 변화하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코바르시 키퍼가 수비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툭—!
[칼라피오리의 컷백!]타다닷! 촤앗!
[칼라피오리의 컷백을 임이 받아 냅니다!]찰나의 순간.
코바르시는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꿀꺽.
그동안 숱하게 경기를 치르며 골문을 지켜온 골키퍼로서의 감이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 볼을 잡은 이는 정말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타닷! 타다닷!
[임! 볼을 끌고 들어갑니다!] [코바르시가 튀어나옵니다!]골키퍼와 수비수들이 자신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지만 볼을 몰고 들어가는 임우정에게는 찰나의 순간이 억겁의 세월인 양 느리게 느껴지고 있었다.
‘콘로이라면 타점을 정확히 맞춘 슈팅을, 오스본이라면 본능에 이끌리는 대로 슈팅을 했겠지.’
팀 내 동료 스트라이커들이라면 어떻게 처리를 했을까를 떠올린 임우정은 이내 입가를 비뚜름하게 올렸다.
최전방에 섰지만, 그는 스트라이커가 아닌 자원.
그는 여태껏 해 온 대로 그만의 방식으로 볼을 처리하면 되는 일이었다.
‘감독님이라면 아마 이렇게 했겠지.’
툭! 휙—!
볼을 짧게 치며 한 번 접은 임우정 덕분에 코바르시는 역동작에 걸리고 말았고, 빈 골문을 상대하게 된 임우정은.
투욱—!
패스 훈련이라도 하듯 너무나도 여유롭게 볼을 처리했다.
촤르르르륵—.
철렁—!
와아아아아!
[고오오올! 골입니다! 첼시의 환상적인 플레이가 득점을 만들어냅니다! 스코어는 1-1 동점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첼시에 강림한 산타는 바로 임이었습니다! 산타 임이 동점 골을 선물로 보내주는군요!]스탬포드 브릿지에 검은 머리 산타가 강림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