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43)
143. 검은머리 산타(3)
스탬포드 브릿지에 강림한 검은 머리 산타.
임우정의 활약은 단순히 그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툭! 타닷—! 휙!
투욱—!
[임의 스루패스! 순섭벨이 움직이는 쪽으로 향합니다!]타다다다닷!
임우정의 스루패스는 쇄도하는 순섭벨의 발끝으로 정확히 배달되었고,
뻐엉—!
쐐애애액—!
철렁—!
와아아아아!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주드 순섭벨이 득점을 올리면서 스코어는 2-1! 첼시가 다시 한 점 도망가는군요!]전반전에 역전을 허용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 후반전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정상기를 이용한 공격 루트를 이어 갔으나,
뻐엉—!
[볼이 떨어질 곳을 예측한 카마라가 길게 걷어 냅니다!]직선적인 경기 운영은 생각보다 파훼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다.
“제기랄!”
정상기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분개했고, 이것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지켜보던 하준은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오히려 간격을 좁혔다면 녀석을 막기 더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만약.
그레이엄 포터가 후반에는 선수들의 간격을 좁히고 다른 방식으로 정상기를 활용했더라면 이토록 쉽게 정상기를 저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넓어진 서로 간의 간격 때문에 더미 플레이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진을 상대로 하준의 체스말들은 쉽게 그들의 공격을 먹어 치우는 포위망을 펼칠 수 있었다.
지금만 해도 그러했다.
타다다닷!
[정의 움직임을 뒤쫓는 펜톤과 데 니프!]수비를 따돌리는 것에 능한 정상기를 압박하는 것은 펜톤과 데 니프.
사람들은 저 두 명의 선수가 정상기를 막아내는 것에 힘겨워한다고 여길 테지만,
피식—.
실상은 달랐다.
투우웅—!
타다다닷! 촤앗—! 탓! 투욱—!
[카마라가 패스가 떨어질 곳을 미리 선점했습니다! 가볍게 패스를 끊어 내는 에반 카마라! 그대로 캐슬다인에게!]배리 펜톤과 스테판 데 니프의 역할은 그저 정상기의 신경을 돌리는 것뿐.
실제로 그에게 볼이 가지 못하도록 미리 패스를 끊어 버리는 것은 카마라의 몫이었다.
“빌어먹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이를 지켜보던 포터는 욕을 내뱉으며 물병을 던졌다.
직선적인 경기 운영이 먹히질 않았다.
그라고 해서 경기 운영방식을 바꾸지 않으려던 게 아니었다. 아니, 후반전에는 조금 더 짧은 패스와 빌드업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려 했었다.
그런데.
타다다닷!
“으읏!”
툭—!
[임우정의 강한 압박에 블랑코가 볼을 다시 뒤로 물립니다!]빌드업의 시발점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블랑코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임우정의 움직임이 그것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교활하게도 블랑코가 롱패스를 시도할 때는 거칠게 압박하지 않으며 그를 풀어 주는 듯하다가도 짧은 패스 또는 전진을 하려 할 때에만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는 임우정을 보며 포터는 혀를 내둘렀다.
“하…. 대체 저건 뭐냔 말이야.”
마치 가투소가 전방에서 뛰는 것만 같은 형국.
그렇다고 압박과 수비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피지컬을 이용한 거친 압박은 그저 추가 옵션일 뿐 대단히 영리하게 움직이는 임우정을 보며 포터는 아연해짐을 느꼈다.
‘네드베드? 지단? 아니…. 킴?’
포터의 눈에 들어오는 임우정의 플레이는 수많은 선수를 떠올리게 했다.
네드베드가 뛰는 듯한 활동량과 지단이 돌아온 것만 같은 볼 터치와 패스.
그리고.
하준이 뛰는 것만 같은 드리블 돌파를 보며 포터는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하준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저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 냈구나.’
만들어 냈다.
그 말 말고는 임우정을 표현하는 데 달리 사용할 단어가 없을 것이다.
정상기를 영입하기 위해 마인츠의 경기를 여러 번이나 봤을 때, 임우정은 저런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하였었으니까.
데뷔 때부터 눈이 부시게 빛나던 하준의 재능과 비교했을 때는 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툭! 타닷! 타앙—! 휙!
뻐엉—!
[요한슨과 킨을 가볍게 제쳐 낸 임! 그대로 슈우우웃!]철렁—!
와아아아아!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임이 팀의 세 번째 골을 달성합니다! 첼시의 산타가 블루스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선사합니다!]엄청난 모습을 보이는 저 선수를 보며 포터는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알겠군. 킴의 페르소나라는 것은….’
단순히 하준의 전술을 완벽히 이해하고 그것을 그라운드에서 펼쳐 내기 때문만이 아니었다고.
마치, 하준이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한 것 마냥 하준의 플레이부터 지식을 한 몸에 응축한듯한 플레이를 보이는 임우정을 보며 포터는 한숨을 내쉬었다.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닐 텐데…. 무지막지한 녀석이 유럽으로 돌아와 버렸군.”
이미 저런 케이스를 만들어 낸 하준은 임우정이 노쇠해 은퇴한 뒤에도.
또, 그 뒤에도.
자신이 은퇴할 때까지.
저만큼 말도 안 되는 괴물들을 만들어 낼 터이니까.
그리고.
포터의 상념이 끝날 때 즈음.
임우정은 한 골을 더 추가하며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첫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와아아아!”
“엄마! 아빠! 저것 봐요! 임이! 임이 해트트릭을 달성했어요!”
첼시에서 안내해 준 특별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던 저스틴이 볼을 빨갛게 상기시키며 외쳤고, 그것을 본 알렉스와 릴리는 흐뭇하게 웃으며 저스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임이 대단한 플레이를 펼치는구나, 이제 제임스에게 당당하게 말해 줄 수 있겠어.”
“여보, 애들을 싸움 붙이지 말아요.”
“이크….”
알렉스를 조용히 타박하는 릴리.
자신의 부모가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저스틴이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응?”
“왜 그러니, 아가?”
“나도 커서 첼시의 선수가 될래요! 킴이 지도하는 첼시의 일원이 되고 싶어요!”
여섯 살짜리 아이의 작은 한마디를 그들의 부모는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10년이 조금 지난 뒤에.
아들의 말이 진실이 된다는 것을 지금은 깨닫지 못했다.
* * *
삑! 삐익! 삐이이익—!
와아아아아!
[경기 종료됩니다! 스코어 4-1로 첼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부수는 데 성공합니다!] [대단합니다! 지난 시즌의 그 첼시가 맞나요? 첼시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유나이티드를 제압하고 무패 기록을 이어 갑니다!]터벅. 터벅.
“축하하네, 킴. 이것 참, 지난 시즌에 이어서 이번 시즌에도 크게 한 방 먹었군.”
하준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다가온 포터의 손을 맞잡아 악수하며 입을 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포터. 재밌는 경기였어요.”
“아무렴. 패자에겐 그렇지 못했지만 말이야. 후반기에는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 테니 각오하시게.”
유쾌하게 말을 마친 포터는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고, 하준은 기분 좋게 그라운드 위로 올라섰다.
경기가 끝나 서로 포옹하고 악수하는 양 팀 선수들을 보며 하준의 눈은 한 선수를 뒤쫓았다.
“그래…. 어떠냐?”
하준은 시선이 닿은 곳에 있는 선수에게 말을 걸었고,
“아우…. 놀리려고 오신 거죠? 그렇죠?”
정상기가 눈에 고인 눈물을 훔치며 답했다.
저런 녀석이었지.
승부욕이 강해 자주 눈물을 쏟던.
마음속으로 말을 삼킨 하준이 부러 고개를 과장되게 끄덕였다.
“어제 어찌나 속을 긁어 대길래 엄청난 선수가 되었나 했더니…. 포터 감독은 생각보다 훈련 때 빡세게 굴리지 않는 모양인가?”
“……감독님만큼 굴리는 사람은 유럽에도 몇 없다던데요 뭐.”
“뭐, 그건 그렇고.”
하준은 정상기에게 경기를 보며 느꼈던 바를 추가적으로 전했다.
비록 적이 되었지만, 자신의 움직임에 대한 보완점을 피드백해 주는 하준의 모습에 정상기는 감동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감사해요. 그런데…. 이런 거 말해 줘도 되는 거 맞아요?”
이제 적인데.
뒷말을 삼킨 정상기가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하준을 바라보자, 하준은 꺽꺽거리며 웃음을 참고는 말했다.
“문제없지. 네가 발전한다고 해서 내가 너를 통제할 방법을 찾지 못할 성싶어?”
“윽. 이렇게 재수 없는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데.”
“뭐 인마?”
잠시간 정상기와 아웅다웅하던 하준은 고개를 돌려 선수단과 사진을 찍고 있는 저스틴의 모습을 발견해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목말을 태워 아이와 놀아 주는 선수들.
꺄르르륵 거리며 기뻐하는 아이와 흐뭇하게 그것을 바라보는 선수단의 모습은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게 만들었다.
“어라? 킴!”
저를 발견하고 손짓하는 아이의 모습에 하준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아이를 넘겨받아 목말을 태웠는데.
찰칵—!
찰칵!
“응…?”
멀리서 사진을 찍던 취재진이 어느새 자신과 아이가 잘 찍힐 수 있는 위치까지 다가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는 것이 아닌가?
“이런….”
그다지 심기가 좋지 않은 하준의 모습을 알아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준의 심기보다는 연신 꺄르륵 거리며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의 모습이 사람들의 뇌리에 더 깊게 박혔으니까.
* * *
[박싱데이 일정에서 전승을 챙긴 첼시.]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만든 첼시, 강력한 리그 우승 후보로 점쳐져.] [크리스마스를 맞아 따뜻한 이벤트를 벌인 첼시, 리그의 다른 팀들에게 귀감이 되다.] [산타 군단 첼시, 레드 데빌즈를 완벽하게 박살 내다.] [MOM에 선정된 임,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산타 모자를 쓴 첼시 코치진들.] [에스코트 키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킴.]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첼시의 이벤트는 아름다웠다.’] [유럽 각지로 퍼지는 첼시의 따뜻한 이벤트.] [마리나 그라노브스카야, ‘우리 구단은 서포터를 위한 일에 거리낌이 없다.’]-완벽한 박싱데이였어! 지난 시즌 빌빌대던 박싱데이에 비하면 이번 시즌은 환상이라는 말도 아까워!
-전통적으로 박싱데이에 1위를 기록한 팀이 리그 우승을 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해. 즉, 이번 시즌 우승팀은 우리가 될 거야!
-킴의 기록을 봐. 그의 고국 코리아에서부터 마인츠 시절을 보면, 그는 트로피 사냥꾼이라고 볼 수 있어.
-킴을 의심하던 놈들 어디 갔어? 오! 나는 처음부터 믿었다고!
-랑글레 이슈가 떴을 때, 무작정 킴을 욕하던 녀석들은 어서 대가리 박으라고, 우리 블루스에게 온 구세주인 킴을 못 알아봤다니!
-임의 플레이도 기가 막혔어. 이번 경기에서 그가 넣은 세 개의 골 이외에도 경기 자체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임의 허슬 플레이 덕분이야.
-아주 대단해, 나는 보다가 눈을 의심했었어. 일순간, 킴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었거든.
-마치, 킴이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한 것만 같은 움직임이었어.
-임이 기술적으로 대단한 것도 대단한 것이지만, 나는 그의 활약이 더 돋보였던 이유가 뛰어난 전술 이해도 덕분이라고 봐.
-맞아. 킴의 전술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저런 모습을 보이기 힘들었겠지.
-그리고, 구단의 이벤트도 정말 좋았다고 봐. 저 어린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저 아이에게 첼시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것 그 자체야.
-저 꼬마에게는 킴과 선수들이 산타로 보였을 거야.
경기가 끝난 당일 저녁.
압도적인 경기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박살 낸 첼시에 만족한 서포터즈는 인터넷에서도 그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하준과 임우정, 그리고 첼시 선수들을 비롯해 보드진을 찬양하는 글과 댓글들로 점령당한 인터넷 세상.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찬양해 마지않는 인물 중 하나인 하준은 멀끔한 차림으로 한 가지 도전 과제를 수행 중이었는데.
‘으음…. 당최 타이밍을 잡질 못하겠군.’
제 앞에서 재잘거리는 세실리아를 두고 하준은 최적의 타이밍을 고민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크리스마스 이브 때로 계획을 잡아 놓았으나, 박싱데이 경기를 앞두고 도저히 시간을 빼기 어려웠던 하준은 약속을 경기가 끝난 저녁으로 미루었었고.
‘크리스마스와 연관 짓기도 어려워졌군.’
그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응? 준, 왜 그래요?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예요?”
조심스레 물어오는 세실리아를 보며 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단지….”
“단지…?”
하준은 이런 것에 자신이 젬병이란 사실을 깨달으며 쓰게 웃으며 반지 케이스를 품에서 꺼내 열었다.
“원래는 크리스마스이브 때 하려고 했었는데 말이지….”
마른침을 삼킨 하준이 도로 말을 이었다.
“결혼해 줘.”
담백하기 짝이 없는 하준의 말.
몹시 긴장하고 있는 하준은 분위기를 잡지 못한 자신을 속으로 질책하며 자조하고 있었으나,
“오…. 정말….”
산타가 선물을 이루어 준 것은 저스틴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좋아요. 준!”
이렇게,
35/36 시즌의 크리스마스에는 여러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지며 더없이 따뜻한 하루가 되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