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47)
147. 거머쥐다(1)
8강전 이후로도 계속해서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순항하던 우리는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우리의 우승에는 몇 가지 신기록들이 추가되었는데,
[첼시, 35/36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첼시, 역대 최다승점 경신.] [리그를 지배한 첼시, 승점 104점으로 리그 마무리.]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가 세운 100점을 깬 킴의 첼시.] [18년 만에 깨진 기록을 세운 첼시.] [‘트로피 사냥꾼’ 킴, 첼시에서도 통했다.] [35/36 시즌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감독에 선정된 킴.] [세 시즌 만에 리그 타이틀을 되찾은 첼시.] [35/36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종 순위]1. 첼시 34W / 2D / 2L / 104.
2. 맨체스터 시티 30W / 4D / 4L / 94.
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0W / 2D / 6L / 92.
4. 아스날 29W / 4D / 5L / 91.
5. 리버풀 29W / 3D / 6L / 90.
…(중략)…
17. 토트넘 핫스퍼 10W / 10D / 18L / 40.
18. 울버햄튼 원더러스 7W / 11D / 20L / 32.
19.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6W / 12D / 20L / 30.
20. 풀럼 5W / 8D / 25L / 23.
[35/36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1. 정상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28골.
2. 알렉스 라이트 (맨체스터 시티) / 27골.
3. 레미 은동 (아스날) / 23골.
4. 모건 로저스 (맨체스터 시티) / 20골.
5. 임우정 (첼시) / 18골.
[35/36 시즌 프리미어리그 도움왕]1. 임우정 (첼시) / 15도움.
2. 알렉스 라이트 (맨체스터 시티) / 14도움.
3. 필 포든 (맨체스터 시티) / 11도움.
4. 한니발 메브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10도움.
5. 커티스 코르보아 (아스날) / 9도움.
[35/36 시즌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알렉스 라이트 (맨체스터 시티).
[35/36 시즌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유망주]-루이스 오스본 (첼시).
[35/36 시즌 프리미어리그 골든 글러브]-바비 한슨 (첼시).
[35/36 시즌 올해의 감독]-김하준 (첼시).
바로 우리가 프리미어리그 최다 승점 기록을 갈아 치운 것과 동양인 최초로 올해의 감독을 차지했다는 점이었다.
거기다가 득점왕과 올해의 선수 부문을 제외하면 우리가 싹쓸이 한 개인 수상 부문을 보면 이번 시즌 우리가 얼마나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압도적이긴 했지.”
이렇게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것은 감독 커리어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현역 시절을 다 합쳐보아도 이토록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적은 없었다.
“쭌! 퍼레이드 타임이야. 뭐 하고 있어?”
버스 퍼레이드 시간이 다가오자 나를 찾으러 온 조르지뉴는 내가 보던 기록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아, 저거 보고 있었구나? 참 대단한 시즌이긴 했어.”
“그렇지, 다른 타이틀을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야말로 리그를 씹어 먹었다고 봐도 무방한 시즌이었지만, 리그 외에 FA컵과 리그컵은 조기탈락의 쓴 고배를 마셔야 했었기에 완전하게 성공했다고 보기도 애매했다.
“그래도 다른 컵들에 집중할 시간을 던 만큼 리그는 우승했고 챔피언스리그도 결승에 올랐잖아? 빅이어를 들어 올릴 수 있다면 영 나쁜 거래는 아닌 거지.”
“그래…. 그렇긴 한데….”
조르지뉴의 말처럼 빅이어를 들어 올려 더블을 달성한다면 영 나쁜 거래는 아닌 게 맞았지만, 우리가 결승에서 상대해야 할 상대는 세비야였다.
운명의 장난인 것인지 세르히오 토레스와 1년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 상황에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번엔 좀 쉽게 가나 했더니….’
세비야가 아닌 바이에른이 올라왔더라면 어렵지 않게 그들을 꺾고 빅이어를 들어 올릴 수 있었을 텐데.
뭐, 이미 상대가 배정된 상황을 어떻게 하겠는가?
“자, 가자.”
“그래, 조르지뉴.”
우선은 1년 내내 우리를 응원해 준 서포터즈에게 보답하러 가는 게 먼저다.
와아아아!
첼시! 첼시! 첼시!
퍼레이드 버스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수많은 서포터즈가 모여 첼시를 연호하거나 선수들의 이름을 목 놓아 외치며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장관이네.”
“그렇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 자리에서 퍼레이드할 때는 기분이 정말 좋다고.”
나는 조르지뉴의 말을 들으며 선수로 이 버스 위에 올라 퍼레이드를 진행했을 때를 떠올렸다.
‘킴! 킴! 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나를 보며 열광하고 내 이름을 목놓아 부르던 그들을 잠시 떠올렸다 다시 아래를 바라보니,
킴! 킴! 킴!
임! 임! 임!
와아아아!
캐슬다인! 캐슬다인!
그 시절의 그들은 나이를 먹어 변한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를 향해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 맛에 우승하는 거지.’
트로피를 들어 흔들고 있는 캐슬다인을 지나, 임우정에게 다가간 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마인츠에서와는 또 다르지?”
“아…. 그렇죠?”
마인츠에서 마지막 시즌 구단 역사상 첫 리그 우승을 선물했을 때도 서포터즈의 엄청난 환호를 받았지만, 연고지의 규모 차이는 어쩔 수 없었던 탓에 임우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결승전은 자신 있냐?”
“결승전이요?”
“그래. 나만 설욕전이 아니고, 너도 마찬가지 아니냐.”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같이 패배했던 임우정은 복잡한 심경의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어 보였다.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해야죠. 감독님도 그러실 거잖아요?”
준수한 실력으로 인정받던 마인츠 시절에서 불과 한 시즌 만에 월드 클래스 급으로 올라선 녀석이었지만 여전히 마인드가 확실한 모습에 나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이제는 우리가 되갚아 줘야 하지 않겠냐?”
“그럼요.”
자신 있게 대답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다짐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빅이어를 가지고 돌아오리라고.
* * *
늦은 밤.
첼시의 감독실은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은 채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음…. 지난 시즌에 비해서 약해진 곳이 아무 데도 없다?”
“그렇습니다. 감독님.”
하준의 물음에 그리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영상을 재생했다.
재생되는 영상은 세비야와 바이에른의 준결승 경기였는데, 세르히오 토레스의 원맨쇼에 가까운 경기로 바이에른이 처참하게 부서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허, 이건 메시가 돌아와도 못 이기겠어.”
“저게 사람 몸으로 플레이 하는 거 맞나? 내가 헛것을 본 건 아이고?”
“저건….”
영상 속 토레스의 미친 몸놀림을 본 조르지뉴와 최용환, 그리고 루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탄식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지만 하준은 표정 변화 없이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확실히…. 토레스는 더 강해졌다. 더 강해진 건 맞는데….’
하준은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그리피스에게 영상을 다시 재생하게 한 뒤 천천히 그 원인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수십 분.
딱!
경쾌한 핑거 스냅 소리를 낸 하준이 실마리를 찾았다는 듯 웃었다.
“쭌, 왜 그래? 뭐 발견한 거라도 있어?”
“응. 약점을 드디어 발견했네.”
“약점? 어떤기고?”
하준의 말에 모두가 궁금하다는 듯 굴었고, 하준은 시간을 끌지 않고 입을 열었다.
“확실히 토레스가 지난 시즌에 비해서 더 강해진 건 맞아. 도무지 막을 방도가 없을 만큼.”
“뭐야…. 그건 모두가 알잖ㅇ….”
“아니. 대신 다른 부분이 약해진 거나 마찬가지니까.”
조르지뉴의 말을 끊고 나온 하준의 말에 모두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하준은 정지된 화면의 한 곳을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켰다.
“저 장면에서 주위 선수들을 잘 봐.”
“주위 선수…?”
“토레스가 압도적으로 강한 만큼, 그와 반대로 세비야는 치명적인 약점이 생긴 거지. 예전의 메시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떠올려 봐.”
과거, 세계 최고의 선수인 메시를 보유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우승을 챙기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메시 의존도였다.
자국 팬들의 기대감이 굉장한데다, 당대 최고의 선수인 메시를 보유하고 있으니 선수들은 실수하기를 꺼려했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도 메시에게 볼을 돌리며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리고, 이것과 동일한 문제가 세비야에 나타나고 있었는데.
“대표팀에서의 문제라면 몰라도 클럽팀에서 그런 문제가 일어난다면, 다른 선수들은 예전의 그 기량을 낼 수 없지.”
이미 세르히오 토레스라는 천재에게 모든 것을 맡겨 버린 동료 선수들은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기보다 어떻게 하면 토레스에게 볼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궁리하고 있었기에, 하준은 그것을 약점이라 칭한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토레스를 막는 건 생각보다 더 쉬워지는 거지.”
그 옛날, 수많은 팀이 메시를 막지 못해 차선책으로 냈던 방법이 메시의 고립이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는 다른 선수들 또한 제 입맛대로 다루었기에 그 방법은 효과가 없었지만.
‘나겔스만은 그런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모양이군.’
세비야는 그것과는 반대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전철을 밟고 있었다.
“좋아, 쭌. 네 말은 토레스를 고립시키자 이 말이지?”
“맞아.”
조르지뉴는 여전히 가라앉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토레스는 메시와는 달라. 활동량의 폭이 다르다고.”
세르히오 토레스가 리오넬 메시와 차별화되는 큰 부분이 바로 활동량이었다. 메시와 같은 플레이를 펼치는데 활동량이 무지막지하다? 이 말도 안 되는 점이 그를 어린 나이에 신계에 입성하게 한 비결이기도 했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그래서 우리는 저들이 측면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거야.”
“측면?”
하준의 말은 이러했다.
상대를 의도적으로 측면으로 몰아넣고, 측면에 많은 수의 선수를 집어넣는 것.
즉, 몰아넣은 후에 상대가 중앙으로 볼을 넘길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예전에 투헬이 첼시에서 시티를 상대했을 때와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가 했던 것처럼 말이야.”
“그거라면 확실히….”
“일리가 있네요.”
이날 감독실의 불은 새벽이 되도록 꺼지지 않았다.
* * *
찰칵! 찰칵—!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열린 경기 전 인터뷰를 위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인터뷰룸에 발을 들인 하준은 눈부신 플래쉬 세례에도 무표정하게 자리에 앉았다.
첼시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쓴 압도적인 기록과 더불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 고배를 마셔야 했던 하준의 등장으로 기자들은 열띤 취재 열기를 보이며 앞다투어 질문을 시작했다.
“감독님, 한 시즌 만에 다시 결승전 무대에 서게 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십니까?”
“소감이라고 할 것까진 없군요. 우리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여기에 서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마인츠를 이끌고 결승에 올라 세비야를 상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세비야와 맞붙게 되었는데요. 세르히오 토레스를 봉쇄할 방법을 가지고 오셨나요?”
토레스에 대한 질문을 받은 하준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토레스는 위대한 선수입니다. 당연히 그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야 했죠. 그러다…. 문득 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하준을 보며 기자들은 얼른 대답을 재촉하듯 웅성거렸다.
“무엇을 말입니까?”
“축구는 팀 스포츠라는 것을요. 토레스가 위대한 선수지만 축구는 결국 팀 대 팀의 경기입니다. 더 강한 팀이 된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지요.”
듣기에 따라 정론이 될 수도 있고, 궤변이 될 수도 있는 말에 한 기자가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그 말씀은 지난 시즌 마인츠는 더 강한 팀이 아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도발적인 질문에 하준은 기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당연한 것을 말씀하시는군요. 제가 마인츠를 이끌고 여러 기록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그 당시 마인츠는 완성된 팀은 아니었으니까요. 제 부족함이라고 할 수 있죠.”
하준은 자신의 부족함이라 말했지만, 자리에 모인 사람 중 그것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인츠와 세비야는 팀의 퀄리티 차이가 상당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첼시는 완성된 팀이라는 말씀인가요?”
“글쎄요. 완성되었다 말하긴 이르군요. 그렇지만….”
말을 멈춘 하준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에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빅이어를 가져올 수 있을 팀이라는 건 확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