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49)
149. 거머쥐다(3)
경기가 재개되자, 세비야는 토레스를 앞세워 분위기를 다시 끌어오기 시작했다.
툭—!
[페레이라에게서 볼을 받은 토레스! 달리기 시작합니다!]타다다닷!
휘익—! 투웅! 탓! 타다다닷!
거의 신기에 다다랐다고 평가받는 그의 드리블 능력을 첼시 선수들은 통제하기 어려웠고,
“안 돼! 조지! 디아스!”
카마라를 비롯한 첼시의 수비수들이 빠르게 따라붙었지만.
드르륵—. 탓! 투욱!
[미쳤습니다! 세 명의 수비를 미친 드리블로 벗겨 내는 토레스! 저 선수의 전진을 막을 수 있는 팀이 과연 존재하기는 한 걸까요!]“미친…!”
토레스는 호나우지뉴와 메시, 네이마르가 합쳐진 것만 같은 드리블을 구사하며 순식간에 골문 앞까지 다다랐는데.
“이익…!”
타다다닷!
토레스를 막기 위해 한슨이 나온 순간.
툭. 드르륵—. 촤앗! 휘익—!
[레인보우 플릭! 한슨을 바보로 만듭니다!]흔히 사포라 불리는 기술을 골키퍼를 상대로 펼친 토레스.
설마 골키퍼 앞에서 이런 기술을 사용하리라 생각지 못한 한슨은 순간적으로 역동작에 걸리고 말았고, 그 결과는.
툭.
철렁—!
와아아아아!
경기 재개 1분 만에 실점을 허용하는 치욕을 맛보는 것이었다.
[고오오오올! 언빌리버블! 미쳤습니다!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는 플레이가 터져 나옵니다!] [토레스의 엄청난 플레이가 펼쳐졌군요! 이렇게 되면 첼시의 사기가 꺾일 수밖에 없겠는데요!] [경기는 다시 원점! 스코어는 1-1입니다!]“으음….”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하준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그 옆에 서 있던 조르지뉴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미친….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맞아?”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GOAT에 가까운 선수라는 평을 듣는 토레스.
그의 진가가 그라운드에 드러나자 첼시의 코치진과 교체 선수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예상 못 한 일은 아니었잖아?”
찌푸려진 미간을 편 하준이 덤덤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렇긴 한데….”
“괜찮아. 볼을 잡았을 때 무적이라는 말은, 반대로 볼을 못 잡게 하면 그만이라는 거니까.”
경기를 준비하면서 하준이 지적한 것처럼, 세비야는 토레스의 압도적인 능력에 의해 다른 선수들의 판단력이 매우 떨어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토레스가 볼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되는 일이었다.
“우정아!”
하준은 그라운드에 서 있는 임우정을 부르며 손가락으로 숫자 3을 만들어 보였고, 하준의 핸드 사인을 본 임우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 결국 감독님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구나.’
임우정은 하준의 핸드 사인을 보고 전날의 팀 미팅을 떠올렸다.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면 반드시 토레스가 개인플레이로 골을 집어 넣을 거야. 우리의 기를 꺾기 위해서라도 말이지.’
맞는 말이었다.
제아무리 팀플레이로 상대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도 상대 선수 하나가 규격 외의 플레이를 보인다면 아군 선수들의 사기가 꺾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니.
‘그렇다면 그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가야 할 것은 하나다.’
하준이 제시한 것은 단 하나.
‘개싸움.’
바로, 상대를 끌어들여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진흙탕 싸움이었다. 하준은 언제나 약팀으로 강팀을 상대해 왔었고, 그 경험은 강팀인 첼시에 부임해서도 신계 선수를 잡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었다.
‘세세한 빌드업은 버린다. 그러나, 침착하게 패스를 연결할 수 있다면 연결해. 그리고, 우정이 너는 토레스에게 가는 볼을 전부 차단하는 거야.’
서울 시절부터 중원에서 맡을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전부 수행하며 육각형 미드필더로 완성된 임우정은 하준이 토레스를 묶기 위해 꺼낼 수 있는 최상의 패였다.
삐이이익!
첼시의 선축으로 다시 한번 경기가 재개되자, 세비야는 라인을 높게 올린 채로 첼시의 볼을 탈취하기 위해 움직였다.
타다다닷!
[첼시를 향해 전방압박을 시도하는 세비야!]어떻게든 볼을 토레스에게 연결만 하면 된다는 일념으로 무지성 압박을 시작하는 세비야 선수들.
그러나, 세비야 선수들은 알지 못했다.
호리호리한 가드너와 순섭벨이 빠졌던 이유를.
터억—!
“으윽!”
현재 첼시의 선발 라인업은 캐슬다인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강대한 피지컬을 지니고 있는 데다, 수준급의 발밑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의 거친 압박에 단련된 이들에게 세비야의 압박은 귀찮은 모기의 돌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타다다닷!
[데 니프! 쉽게 카누를 벗겨 냅니다!]쉽사리 볼을 뺏어 내지 못했다.
그리고.
어쩌다 볼을 탈취해 내는 데 성공해도,
촤아아앗!
[페레이라가 캐슬다인에게서 볼을 탈취하는 데 성공합니다!]타다다닷!
투우욱—!
[페레이라! 곧바로 찔러줍니다! 아아!]촤앗!
임우정이 토레스로 향하는 경로 앞에 귀신같이 나타나 패스를 차단해 버리기 일쑤였다.
‘맨투맨 마킹이라고는 해도….’
그 옛날, 한국의 스타 플레이어가 피를로를 막았던 것처럼 붙을 필요는 없다고 임우정은 생각했다.
토레스에게 볼이 가지 않도록만 하면 되는 것이니, 토레스에게 밀착하기보다는 무수히 많은 경로를 미리 파악하고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한 임우정의 생각은 정확히 적중했고,
[아아, 토레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네요.]제게 볼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변화가 없는 상황에 토레스는 짜증 섞인 반응을 토해 냈다.
“대체 뭐 하는 거야? 제대로 하라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삑! 삐익! 삐이이익—!
[전반전이 종료됩니다! 스코어는 1-1 동점입니다.] [양 팀의 화끈한 골 이후로는 다소 지지부진한 경기였는데요, 후반전에는 과연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하프 타임 이후에 돌아오겠습니다!]전반전이 종료되었고, 하준은 곧바로 첼시의 드레싱 룸으로 향했다.
벌컥—.
선수들은 제각기 다른 저마다의 루틴으로 후반전을 준비 중이었고, 그 모습을 훑어보던 하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두 잘했다. 만족스러운 전반전이었어.”
“……!”
만족스럽다는 말을 도통 잘 하지 않는 하준이었기에, 하준의 말을 들은 선수단의 눈이 크게 떠졌다.
“후반전도 비슷하게 가되, 하나가 다를 거야.”
“하나요…?”
선수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하준은 오스본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스본.”
“네, 감독님!”
“후반전에는 콘로이 대신 네가 들어갈 거야. 후반전에는 네 동물 같은 골 감각이 필요해.”
꿈의 무대.
그것도 결승전 무대에 자신이 출전한다는 말에 오스본은 가슴 벅찬 표정으로 크게 외쳤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회가 보이면 바로 롱패스를 시도해라. 녀석들은 반드시 라인을 올리고 나올 테니까. 자, 다들 빅이어를 가지고 올 준비는 됐나?”
하준의 말을 들은 선수단은 열의에 찬 눈빛으로 외쳤다.
“네!”
* * *
후반전이 시작된 후, 경기 상황은 전반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라인을 올린 채 경기에 임하는 세비야와 적당한 라인을 유지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첼시의 모습에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 감독님이라면 맞불을 놓았을 것 같은데…?”
정상기의 말에 가브리엘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리그 경기나 1, 2 차전이 있는 경기라면 그랬겠지.”
“음…. 결승전이라서 다르다는 거야?”
“그래. 단판 승부에 저들에겐 세르히오 토레스라는 반칙에 가까운 패가 있어. 쭌은 진흙탕으로 저들을 끌어들인 다음 한 방을 노리고 있을 거야.”
하준만큼은 아니었지만, 가브리엘도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아서였는지, 하준의 노림수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물론, 가브리엘이 알아차릴 수 있었던 만큼 상대 감독인 나겔스만 역시 하준의 노림수를 간파했으나,
‘상성이 좋지 않아.’
그 전술을 파훼할 만큼 첼시와 세비야의 상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토레스의 성장이 도리어 발목을 잡을 줄이야….’
나겔스만도 알고 있었다.
토레스의 엄청난 성장이 팀 단위로 봤을 때는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그러나, 연속해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팀을 보며 토레스에게 맞추기만 한다면 굳이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을 돌이켜보며 나겔스만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서로가 한 방을 노리는 판이군.”
첼시가 진흙탕으로 세비야를 끌어들임에 따라, 한 방을 노려야 하는 것은 세비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번.
단 한 번만 토레스가 다시 볼을 잡게 된다면, 그것으로 게임을 끝내 버릴 수 있었으니까.
한편, 한 방의 당사자 중 한 명인 토레스는.
‘X발…. 빌어먹을.’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 상황에 짜증이 극에 달해 있었다.
후방에서부터 볼을 잡고 올라갈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첼시에서 제대로 된 슈팅이 나오질 않아 골키퍼나 수비수 쪽에 볼이 가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뒤의 동료들에게 내려가 볼을 받으려고 할 때는.
촤아앗—!
[임! 임이 다시 패스를 차단하는 데 성공합니다!] [저 선수 수비형 미드필더인가요? 대단합니다!] [커리어 초중반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긴 했습니다. 그가 변칙 전술이 아닌 제대로 2선으로 올라온 것은 불과 이번 시즌이 처음이죠.] [그랬죠. 이번 시즌 너무 대단한 플레이를 보여서 잠시 잊고 있었네요. 하하!]임우정이 귀신같이 나타나 패스를 끊어 먹는 것이 아닌가?
‘저 자식….’
토레스는 지독한 모기에게 시달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이토록 고립된다면 동료들이 다른 움직임을 통해 팀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동료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마치, 자신에게 볼과 책임을 모두 던지기를 원하는 듯한 움직임뿐.
“하아….”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토레스는 움직였다. 팀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라는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말이다.
“흐음…. 저런 방법도 있었군.”
이 모든 광경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과르디올라가 턱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경질당한 이후, 그의 친정팀 바르셀로나로 돌아간 그는 세르히오 토레스를 통제하는 데 매번 실패해 세비야에 연패를 거듭해야만 했었다.
“이게 발상의 전환인가?”
하준의 방법은 누구라도 떠올릴 수는 있는 것이었다.
다만.
과정과 전술에 누구보다 집착하는 과르디올라로서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외면했을 뿐.
“어쩌면 내가 틀에 박혀 있었는지도 모르겠군.”
지금 첼시를 지휘하는 하준을 비롯해 수많은 젊은 감독이 과르디올라 본인에게 영향을 받았다 말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들에게 영향을 준 자신은 틀에 박혀 승리를 챙기지 못했으니.
“이제 나도 퇴장해야 될 때가 온 건가?”
얼마 전.
구단으로부터 감독이 아닌 기술 이사의 직책을 맡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들었던 그는 이제는 자신이 축구계에서 감독으로 더 이상 화려하게 부활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인정하지 않았지만, 오늘의 경기를 보고 인정하게 되었다.
“이제는 새로운 세대에게 키를 넘겨줘야 하는구나.”
착잡한 눈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과르디올라는 돌연 눈을 크게 뜨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촤아아앗—!
후방 깊은 곳까지 내려와 있던 임우정이 순식간에 토레스에게 오는 볼을 가로챈 것이었는데, 이는 후일 한국 팬으로부터 임우정이 세르히오 토레스 담당일진이라는 별명을 받게 되는 시초인 일이었다.
[임! 토레스의 뒤가 아니라 이번에는 앞에서 패스를 가로챕니다!]“이익…!”
토레스는 재빨리 임우정에게서 볼을 빼앗으려 들었지만,
툭. 타앙—. 휙! 타다닷! 타다다닷!
메시와는 다르게 활동량도 엄청나다는 것이었지, 수비적인 능력이 특출난 편은 아니었기에 토레스가 임우정에게서 볼을 바로 빼앗아 낼 수는 없었다.
‘기회가 되면 바로 롱패스를 시도해.’
하준의 말을 떠올린 임우정은 볼을 달고 움직이는 채로 전방을 주시했다.
‘널널하네.’
하준의 말처럼, 후반전에는 라인을 극단적으로 올리고 경기에 임하는 세비야였기에 후방에 광활한 빈 공간이 펼쳐져 있었고 이는, 임우정에게 쉬운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다.
‘가라…!’
노릴 공간을 정확히 확인한 임우정의 왼발이 불을 뿜었고,
뻐엉—!
쐐애애액—!
[임! 임이 롱패스를 시도합니다!] [빠르게 나아갑니다! 공간이 열려있거든요!]피를로가 다시 그라운드에 나타난 것 같은 롱패스가 그라운드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