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5)
15. 투견과 지우개(1)
“흐음···. 이대로 가다가는 부상 병동이 되겠네요.”
“맞습니다. 보스. 큰 부상이 아니라 경미한 부상들이긴 하지만 넘어갈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감독님. 신영준과 정상기 두 선수 모두 다음 경기에 뛸 수 있을 정도니까요.”
이수혁 코치가 전한 소식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나는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영 탐탁지 않았다.
지난번 미니 슈퍼 매치 이후.
그러니까 우리가 리그 1위로 치고 올라간 이후부터 상대하는 팀들의 플레이가 매우 거칠었다. 볼 경합을 위한 몸싸움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과도한 파울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고, 그 탓에 우리 선수들은 잔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런 것 치고는 상대가 카드를 너무 안 받는 것 같은데 말이죠.”
파울의 강도도, 빈도수도 높은데 그것으로 인한 상대의 경고나 퇴장 조치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더 열이 받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일이라고 한다면.
“우리 팀은 리그 1위가 되자마자 공공의 적이 되었죠. 보스.”
리그 30라운드가 끝난 지금.
18승 7무 5패로 승점 61점을 기록한 채 계속해서 리그 1위를 수성 중이라는 점이었다.
“공공의 적이라···.”
볼러의 말에 저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우리 팀을 제외한 나머지 아홉 팀들이 대체 왜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정말로 우리를 공공의 적으로 생각하기라도 하는 걸까?
‘열심히 뛰는 거랑은 좀 느낌이 다르니까.’
승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 팀의 승리만 막으면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으니.
“문제네요. 아직 리그가 6경기나 남았는데 말이죠.”
리그 폐막까지 6경기가 남은 시점이지만, 우리는 아직 우승을 결정짓지 못한 상태였다. 리그 2위로 떨어진 경기 유니온이 악착같이 승점을 벌어들이며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마당이라, 우리가 우승을 따내기 위해서는 남은 6경기를 전부 승리해야만 했다.
“남은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잔 부상에 한게임 건너 한게임씩 결장하게 되면 우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될 겁니다. 보스.”
“아무래도 그렇겠죠. 대책을 일단 생각해 봐야죠. 이수혁 코치.”
“네. 감독님.”
“상기랑 신영준은 다음 경기에도 내보내지 않을 생각이니까 피지컬 관리 좀 부탁할게요.”
다음 라운드에 둘을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나의 말에 이수혁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고, 볼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반문했다.
“보스. 둘 중 한 명은 출전시키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게 단기적으로는 좋긴 하겠죠. 그렇지만 이런 경미한 부상도 중첩되다 보면 돌이킬 수 없어요. 다음 라운드에 대한 대책은 계속 생각해 보는 것으로 하고. 오늘 2군 팀 훈련 일정이 어떻게 되죠?”
“잠시만요.”
내 물음에 볼러가 태블릿PC를 꺼내 일정을 확인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2군 감독의 주관하에 전술 훈련 및 미니게임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좋네요. 저는 거기 다녀올게요. 볼러는 선수들 훈련 좀 봐주세요.”
이렇게 1군 팀 코칭 스탭 회의를 끝낸 나는 곧장 2군 팀이 훈련하는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하자 2군 팀 코치 및 감독은 생각 외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1군 코치는 아직도 구해지지 않고 있지만.’
프런트에 넌지시 물어보니 1군 팀 코치의 경우, 접촉했던 코치들은 내 존재가 껄끄러운 모양인 것 같았다. 대다수의 코치들은 아니, 거의 모든 코치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현역 출신의 경우, 대표팀에서 같이 뛴 적도 있는 선배들도 몇몇이 있었다.
‘후배가 감독대행을 맡고 있는 곳의 코치는 싫다. 뭐 이런 건가?’
축구계의 선후배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이런 것까지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인가보다.
2군 팀의 훈련장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터라,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훈련장에 발을 들일 수 있었고, 훈련장 안에서는 2군 선수들이 스트레칭하며 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 오셨습니까.”
몸을 푸는 선수들을 구경하는 걸 본 모양인지, 2군 팀의 감독인 안두현이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2군 훈련을 좀 참관하고 싶어서 왔어요.”
“그렇군요. 혹시···?”
말끝을 흐리는 안두현 감독.
자신의 선수 중 몇몇을 콜업시킬 것이냐고 묻고 싶은 것이겠지.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군에 단기 부상 자원이 많아지고 있었기에, 괜찮은 자원이 있다면 콜업시키는 것이 당연했으니까.
“아. 감독님. 혹시 튼튼하면서 호전적인 그런 선수는 없습니까?”
이번 시즌 팀에 코치로 합류하게 되었지만, 2군 팀에 신경을 쓸 만한 상황이 지금까지 없었다.
“튼튼하면서 호전적인 선수 말입니까? 으음···. 일단 피지컬이 되는 선수들은 몇 있습니다만, 호전적인 성향이라 하면···.”
잠시 고민하던 안두현 감독은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선수를 보는 방식이 저랑은 다르실 테니까요.”
선수를 보는 방식이 다르다라.
기존 주전을 갈아엎은 데다, 선수를 배치하는 방식도 과감하기 이를 데 없다며 찬양하는 언론의 기사들에서 주로 볼 수 있던 말이었는데 직접 듣게 될 줄이야.
“하하. 그럼 그렇게 할까요?”
* * *
타다다닷!
툭!
“여기!”
투욱—!
내가 참관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일까? 2군 선수들은 미니게임에 열과 성을 다해 뛰고 있었다.
‘하긴. 나 같아도 기회라 여기고 죽자 살자 뛰었을 테니.’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미니게임을 보고 있자니, 아직까지는 크게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2군에서 데려가려는 타입의 선수는 드리블이나 패스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으니까.
‘파이터가 필요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저들이 거칠게 나온다면 우리 또한 거칠게 나갈 생각이다.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파울을 범한다면 그대로 돌려줄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1군 선수 중에는 파이터 기질을 가진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거의 대부분이 공을 예쁘게 차려고 하는, 좋게 말하면 기본기와 테크닉이 아주 잘 잡혀있거나 혹은 그렇게 플레이하려고 하는 선수들이 대다수였기에, 그라운드 위에서 투견과 지우개 역할을 해 줄 선수를 찾으려고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흐음. 다들 패스도 간결하고 드리블도 제법이긴 하네.”
아마도 저들은 내가 연계와 찬스 메이킹에 중점을 둔다는 것을 알고 내 눈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쉽게도 오늘은 그런 유형의 선수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으윽.”
선수들을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보던 그 순간, 왼쪽 눈이 저릿하기 시작하면서 통증이 찾아왔고, 이내 통찰안이 발동되었다.
“후우···. 이거 좋은 눈이긴 한데, 켜질 때마다 묘하게 아프네.”
너무 아프지도, 그렇다고 안 아프지도 않은 정도의 고통.
말하자면 짜증나고 기분 나쁘게 아픈 그런 타입의 고통이었다. 그렇지만, 덕분에 팀을 잘 이끌 수 있었으니 불만은 내비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야 이 X발!”
“뭐, 이 새끼가!”
순간, 훈련장 안에 소란이 벌어졌다.
“야! 뭐 해! 다들 말려!”
삐이이익!
미니게임을 치르는 중 두 선수가 몸싸움을 벌이다 시비가 붙은 모양인데, 다른 2군 선수들은 익숙한 일인 마냥 일사불란하게 그들을 떼어 놓고 있었고, 안두현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흥미가 동한 나는 그들을 바라봤는데.
‘오호라? 이거 재밌네.’
시비가 붙은 두 선수의 머리 위로 뜬 특성이 내 눈길을 끈 것이다.
그라운드의 투견.
지우개.
두 가지의 특성을 본 나는 쾌재의 미소를 지었다.
‘투견과 지우개라. 선수 하나만 건져도 큰 소득인데, 둘이면 완전 횡재한 거지.’
물론, 저 두 명의 실력이 어떤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흠흠. 죄송합니다. 저 두 놈은 너무 다혈질이어서···. 이거 원, 민망하군요.”
안두현 감독은 내 미소를 잘못 이해한 것인지, 헛기침을 해 대며 민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으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제가 딱 찾던 유형의 선순데요?”
“······네?”
거친 상대에 맞불을 놓으며 씹어 먹을 투견과 중원에서 상대를 지워 버릴 수 있는 지우개. 내가 찾고 있던 타입의 선수들의 능력을 확인할 생각에 미소를 더욱 진하게 띠자, 안두현 감독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어 왔다.
‘하긴.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이나, 실제 경기에서나 내가 보여 준 축구랑은 상반되긴 하지.’
내가 감독대행을 맡게 되면서 서울 유나이티드에 입힌 색깔은 톱니바퀴 돌아가듯 맞물리는 선수들의 연계와 압도적인 점유율이었으니.
안두현 감독이 벙 찌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마침, 파이터가 필요했거든요.”
“파이터···. 말씀입니까?”
“감독님도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계시겠죠?”
“아. 물론입니다.”
최근 상황을 거론하자 안두현 감독의 멍청하게 변했던 표정이 다시 진지하게 변했다.
“보통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죠. 우리라고 당하기만 하라는 법 있습니까?”
“그···렇죠?”
“음. 그건 그렇고, 저 두 선수 이름이 뭐죠?”
“아. 저 녀석은 임우정,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녀석은 황상수입니다. 둘 다 올해로 20살이죠.”
그라운드의 투견 특성을 가진 녀석은 임우정, 지우개 특성을 가진 녀석은 황상수였고 둘 모두 정상기와 동갑인 나이였다.
“아. 어느 정도 정리가 됐네요.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되는데요?”
삐익!
둘의 마찰로 인한 소란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2군 코치는 휘슬을 불어 미니게임을 재개했고, 나는 흥미롭게 게임을 관전하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닷!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제치려고 하는 한 선수.
타다다다닷!
‘호오.’
그리고 그 선수를 더 빠른 속도로 달려와 저지하는 황상수.
‘머리도 좀 쓸 줄 아는 모양이네.’
황상수는 속도로 상대를 따라잡은 뒤, 교묘하게 각을 좁히고 있었다. 상대가 드리블할 공간을 야금야금 지워 가면서.
일전의 경기 유니온과의 경기에서 윤상우가 보여 줬던 것과는 다르지만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관점에서 볼 때, 황상수의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더블 볼란치를 세우면 좋겠는걸.”
황상수는 윤상우 같은 커맨더의 옆에 서면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타입의 선수였다. 반면, 임우정의 경우는.
터엉—!
“윽!”
정당한 몸싸움인데도 파울인 게 아닌 가 싶을 정도의 위력을 보이며 상대를 피지컬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나는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발끝이 좋은데?’
투우욱—!
우악스럽게 상대를 눌러 낸 이후 뿌리는 패스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렇게 비교하자면 손색이 있긴 하지만, 가투소에 제라드를 섞은 느낌이랄까.
“안 감독님. 저 임우정이라는 친구, 맨투맨 마킹도 꽤 잘하는 편인가요?”
“저 녀석이 맨투맨 마크 하나는 죽여 줍니다. 지난번 경기에서도 상대의 주요 플레이 메이커 마크를 맡겼는데, 그 선수를 아예 지워 버리더군요.”
“딱 제가 원하던 선수들이네요.”
피지컬적으로 우위를 점할 뿐 아니라, 상대를 지워버리는 능력과 수준급의 발기술, 그리고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를 연상케 하는 활동량까지.
현시점에서 우리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자원이었다.
“오길 잘했네요. 임우정과 황상수. 저런 타입이 필요했거든요.”
그때그때 맞는 선수들로 로테이션을 가동하고는 있었지만, 핵심 선수들의 혹사는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지라, 시즌이 끝나고 이적시장이 열릴 때까지만 어떻게든 버텨 보자는 입장이었는데, 두 선수의 능력을 보고 난 뒤로 체증이 꺼지는 느낌이었다.
‘투견과 지우개가 발기술과 머리도 좋다니. 생각보다 클럽의 선수 퀄리티가 좋은 편인데?’
1군뿐 아니라 2군에도 이런 자원이 있는 것을 보면 서울 유나이티드의 퀄리티는 K리그를 통틀어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여태까지, 전술과 1군 선수단 관리에 열중하며 2군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종종 2군 훈련도 보러 와야겠어.’
그런데 어디 사는 어떤 누구는 이런 퀄리티를 가진 팀으로 강등을 당했다니.
“실력을 보고 기용했으면 그런 불상사도 없었을 텐데. 쯧.”
뭐, 그 덕에 K리그 최연소 감독 기록도 경신하게 됐으니 아주 나쁜 건 아닌가?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안 감독님.”
“네. 말씀하세요.”
나는 임우정과 황상수를 가리켰다.
“임우정, 황상수. 1군으로 데리고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