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51)
151. 외전 Time Flies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하준이 첼시에 부임해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쥔 이후,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벌써 56/57 시즌을 앞두고 있었으니 말이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준이 첼시를 이끌고 세운 기록은 프리미어리그 우승 9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3회, FA컵 우승 4회, 리그컵 우승 3회였다.
첼시 서포터즈는 역대 감독 중 최고의 인물로 매번 하준을 꼽았고, 구단에서는 하준의 공로를 크게 인정해 스탬포드 브릿지 앞에 하준의 동상을 짓기도 했다. 이때, 하준은 난색을 보이며 완곡히 거절했지만, 서포터즈의 압도적인 지지로 자신의 동상이 지어지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고.
그 와중에 자잘한 기록까지 합산하자면, 과르디올라가 세운 프리미어리그 최단기간 100승 기록도 120번째 경기 만에 경신하며 그야말로 세계가 주목하는 명장 반열에 오른 하준은.
“우르르 까꿍!”
“꺄르륵…!”
“누구 닮아서 이렇게 이쁠까, 우리 딸? 엄마를 닮았니? 아빠는 너무 좋구나.”
52세에 얻은 늦둥이 막내를 돌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여보! 어서 출근해야죠!”
“어? 맞다. 시간이 벌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을 보느라 평소 출근하던 루틴도 잊어버린 그를 보는 세실리아의 눈빛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연애 시절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엄하디엄했던 아버지가 한순간에 딸바보로 변한 것에 적응하지 못한 두 쌍둥이 아들 제이와 재스퍼가 이 광경을 봤다면 표정이 썩어들어갔겠지만 말이다.
“으음. 다녀올게. 제이랑 재스퍼는 벌써 나갔어?”
하준의 물음에 세실리아는 웃으며 답했다.
“제이는 벌써 훈련장으로 출발했고, 재스퍼는 오늘 촬영이 있어서 일찍 출발했어요.”
쌍둥이 형제 중 첫째 제이는 하준이 지휘하는 첼시의 유스 체계를 착실히 밟던 중, 실력을 인정받아 이번 시즌 1군 데뷔를 앞두고 있었고, 둘째 재스퍼는 모델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으음…. 녀석들, 언제 그렇게 자라서 나보다 빨리 나가게 됐는지 모르겠네.”
“당신이 루나에게 빠져서 몰랐던 것 뿐인걸요?”
“그런가?”
그렇게 하준이 늦은 출근을 준비하는 한편.
첼시 훈련장에 모인 코치진은.
“오늘도 감독님이 늦으시네요?”
“제 딸래미 보느라 정신이 팔린 참이겠지. 시커먼 아들래미만 보다가 제 와이프 닮은 딸래미가 생겼는데 어떻게 정신이 안 팔리겠어.”
이제는 첼시의 코치로 일하고 있는 임우정의 말에 조르지뉴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하하…. 그런가요?”
슬하에 아들만 셋인 임우정은 아직 공감이 안 된다는 듯 멋쩍게 웃었고, 그것을 보던 최용환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 나 때는 말이지….”
코치로 합류하고 최용환의 라떼 폭격을 자주 들어야 했던 임우정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는데.
“그나저나, 제이 있잖아요. 이번 시즌에 선발은 몰라도 로테이션으로는 충분히 기용할 수 있겠던걸요?”
“확실히…. 나이대를 무시하는 능력이긴 해. 가만 보면 제 아버지 데뷔 시절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피는 못 속이는기지. 또, 김 감독이 아들이라고 더 혹독하게 훈련시켰으니 안 봐도 뻔한 것 아이겠나?”
“하긴. 골든 보이를 수상한 것만 봐도….”
“쯧. 한국 국대로 뛰었으면 좋았을걸.”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 국가대표로 뛰었으면 좋았겠다는 최용환의 말에 임우정이 옅게 웃으며 답했다.
“뭐, 제이는 이러나저러나 잉글랜드인이니까요.”
이미 잉글랜드 국적을 택한 것을 어쩌겠는가?
“아쉬우니까 그렇지….”
코치들의 말대로 하준의 아들인 제이는 동 나이대 레벨에서는 도무지 상대할 선수가 없었고, 월반에 월반을 거듭하여 올라온 2군 팀에서도 압도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다가오는 시즌을 앞두고 1군에 콜업된 상태였다.
“임, 그보다 선수단은 어때?”
“다들 의욕에 불타고 있죠. 지난 시즌 결승에서 아쉽게 빅이어를 놓쳤으니까요.”
임우정은 어깨를 으쓱이며 얘기했다.
김하준 사단을 이루던 코치들 중 루카 뮐러가 마인츠의 감독직을 맡아 떠난 후, 임우정이 루카가 도맡던 선수단 집중 관리를 맡고 있었다.
“루카가 처음 선수단의 훈련 세션을 관리할 때는 조금 힘들어하던 것 같았는데…. 너는 구단 출신이라 그런지 별로 힘들지 않나 보네.”
조르지뉴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임우정을 바라보자 임우정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사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하준을 따라왔던 루카와는 달리, 임우정은 그 사정이 달랐다. 하준과 함께 구단의 황금기를 연 장본인이자, 수상은 못 했지만 은퇴하기 전까지 발롱도르 포디움에 계속해서 들던 구단의 레전드가 코치로 있는데 어떤 선수가 그의 말을 듣지 않겠는가?
“흠흠.”
늦은 것이 민망한 모양인지 헛기침을 하며 오는 하준을 본 코치진은 고개를 돌렸다.
“아, 저기 오는구만.”
“쭌, 딸래미가 예뻐 죽겠는건 알겠는데 이제 프리시즌 시작이라고.”
코치들의 장난기 어린 질책에 하준은 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다들 미안합니다. 어서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야지?”
능청스러운 하준의 대응에 최용환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에잉, 나이를 먹더니 넉살만 늘어가지고는….”
물론,
‘최 코치님이나 감독님이나….’
이 모습을 보는 임우정의 눈에는 더 늙은 사람이나 조금 덜 늙은 사람이나 비슷해 보였지만 말이다.
하준과 코치진이 훈련장 안 그라운드에 발을 들이자, 삼삼오오 모여있던 선수들이 한 곳으로 집결했고, 그것을 본 하준이 20년 전의 날카로운 미소가 아닌 조금 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컨디션들은 다 괜찮나?”
하준의 말에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저스틴 브룩스가 선수단 전체를 대표해 얘기했다.
“힘이 넘쳐흐르고 있죠.”
20년 전 자신의 손을 잡고 구장 투어를 다니며 꺄르르 웃던 여섯 살 짜리 꼬마가 어느새 커서 팀의 주축이 된 모습을 본 하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래? 그러면 너희 체력도 그대로인지 확인해 봐야겠구나.”
하준이 나직이 뱉은 말에 선수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퍼거슨과 벵거 뒤를 잇는 프리미어리그의 장기 집권자이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명장이 된 하준의 지독한 체력 훈련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나,
‘아…. 말 잘못했다.’
훈련을 받는 당사자인 선수들이 느끼는 것을 문자가 제대로 담을 수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선수단 사이에 섞여 하준을 지켜보던 제이는 제 아버지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나름…. 유머인가?’
저와 제 동생 재스퍼를 교육할 때 언제나 엄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 하준이였지만, 자신에게 축구를 가르칠 때는 수십 배 이상 엄격했던 하준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의 차이는 제이에게 엄청난 괴리감을 선사했다.
‘그것 정도는 네 또래의 재능있는 애들은 다 할 줄 아는 거다. 절대로 우쭐거리지 마.’
‘유스와 프로는 달라. 유스에서 잘한다고 절대로 자만하지 마라.’
‘네 알량한 능력만을 믿고 몸을 혹사시키지마! 머리를 쓰란 말이야! 머리를!’
그동안 들어왔던 하준의 호통을 떠올린 제이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 내가 알던 아버지가 맞는 건가…?’
집에서 막냇동생 루나를 보고 끔뻑 죽는 모습도 적응이 안 되어 미칠 판인데 훈련장에서의 모습마저 자신이 알던 것과 다르다 보니 제이는 자신이 주워온 자식인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기엔…. 너무 닮았지. 아버지랑 어머니를.’
저와 제 형제인 재스퍼는 하준과 세실리아를 정확히 반반 섞어 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둘을 빼다 박은 얼굴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이와 재스퍼를 처음 봤던 때의 최용환은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것과는 별개로, 자신에게 한없이 엄격하고 어려운 아버지인 하준을 보며 제이는 자신이 혹시 미운 자식일까 생각했지만,
그러나.
실상은 제이의 생각과는 달랐다.
아이들을 엄하게 대했던 것은 부모 중 한 사람은 아이의 예절을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하준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었고, 축구를 가르칠 때 호통을 멈추지 않았던 것은 혹시라도 자신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는다는 말이 나와 제이가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하준이 제이가 축구를 시작하고 처음 본 제이의 능력치는 이 방식을 더 굳히게 만들었는데.
제이 킴
[축구 신동]★★★☆☆
포지션 적합도 : 최전방과 2선, 중원까지 모두 적합해 보임.
향후 발전 가능성 : 매우 높음. (아버지의 축구 DNA를 모조리 물려받아 부상 없이 성장할 경우 한계치를 추정할 수 없음.)
현재 상태 : 호기심.
‘미친…. 이게 어떻게 여섯 살 짜리 꼬마의 능력치야? 이게 말이 되는 건가…?’
불과 여섯 살에 불과한 꼬마에게 별 세 개가 매겨져 있던 것을 본 하준은 자신이 헛것을 본 게 아닌가 의심할 지경이었고, 제이의 능력치를 전부 파악한 다음에는 절대로 부상의 마수에 들어가지 않게 하겠다 다짐했었다.
‘나의 재능을 빼다 박았으면 몸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몸부터 만들어야 돼.’
하준의 생각을 알 리 없던 제이는 그저 제 아버지는 엄한 스타일인가보다 하고 개인 훈련을 받아들였던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자, 그럼.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몸부터 만들어야겠지?”
밝게 웃은 하준이 눈짓으로 임우정에게 신호를 주자, 임우정은 작게 한숨을 쉬며 휘슬을 꺼내 들었다.
“다들 러닝은 했을 테니, 셔틀런부터 시작하자.”
죽을상이 된 선수들의 얼굴을 본 임우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감독님이 지시하는 코스에서 셔틀런은….’
잠시간 현역 때의 기억을 떠올린 임우정은 쓴웃음을 지으며 선수들을 바라봤다.
어쩌겠는가?
하준의 밑에서 뛰려면 평균보다 배로 높은 체력이 완성되어야 하는 것을.
* * *
“주, 죽여줘….”
“아이고….”
“후욱…. 후욱….”
삐익!
“자, 10분간 휴식!”
임우정의 말이 떨어지자, 선수들은 전원 제자리에 눕듯이 쓰러졌고 제이라고 해서 딱히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미친…. 1군은 이런 훈련을 한다고…?’
유스에 있을 때는 유소년의 몸이 다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2군에 있을 때는 2군 감독의 스타일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하준이 지시하는 1군 방식의 체력 훈련을 경험하지 못했던 제이는 입에서 단내가 난다는 게 무엇인지 지금에서야 경험하고 있었다.
나름 하준에게서 개인 훈련을 받아왔던 제이는 다른 선수들도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여기며 고개를 돌렸지만.
“아아, 이제야 시즌 준비하는 느낌이네.”
“이게 힘들긴 한데, 시즌 전에 안 하면 안될 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단 말이지.”
이적생을 제외한 기존 선수들은 조금 힘든 정도밖에 안 된다는 듯 말을 하고 있었다.
“에이, 지난 시즌이나 그 전 시즌에 비하면 이 정도는 다들 괜찮잖아?”
“하긴, 그렇긴 해.”
“사람이라는 게 다 내성이 생긴단 말이지. 다들 효과를 봤으니, 불평하지 말자고.”
마치, 헬스장에 모인 진성 헬창같은 말을 내뱉는 동료 선수들을 보며 제이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이번에 합류한 몇몇의 선수들이 자신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들도 머지않아 저렇게 될 것이 분명했다.
‘미친…. 다들 제정신이 아닌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쩌면 저렇게 미쳤으니 리그를 호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제이는 눈을 감고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제이, 겨우 이 정도로 힘드나?”
눈을 감기가 무섭게 들려오는 제 아버지의 목소리에 제이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아뇨…. 그냥….”
“그냥?”
“……조금 힘들어요.”
“그래? 그렇군.”
질책할 것 같던 하준이 별 반응 없이 돌아서자, 제이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실망하셨겠지…?’
제이의 예상과는 달리,
‘아직까지 체력 훈련이 버거울 수도 있겠군…. 강도를 조절해야겠어.’
하준은 아직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제이의 몸 상태를 고려해서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0년 넘게 팀을 지휘한 경험이 선수들의 훈련 세션과 훈련 강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더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와…. 역시 감독님은….”
“아들도 다르지 않구나. 새삼, 느끼는 거지만 프로는 저게 프로가 아닐까?”
“제이도 안쓰럽네. 아버지이자 감독님인데 저렇게 무섭게 대하시니….”
“으으…. 나라면 못 버텼을 거야.”
하준의 생각을 제대로 읽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 작가의 말 –
정말 완결 아닙니다!! 다음 화부터 하준의 이야기는 다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