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52)
152. 프리미어리그의 큰손(1)
지중해의 휴양지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하준은 다음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실콧듀베리가 잘해 주고 있다지만….”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더블을 달성했지만, 첼시는 아직까지 리빌딩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이적시장 동향을 살피는 중이었다.
“원하는 대로 사재끼지는 못하겠네.”
다가오는 시즌을 앞두고 구단이 책정한 이적 자금은 2억 4,000만 파운드. 한화로 약 3,879억 원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지난 시즌에 비해 79억 정도 더 늘어난 금액이었지만, 여러 포지션을 하준의 입맛대로 보강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수치였고,
“팀을 옮겨도 어린애들 데려다가 육성해야 하는 건 변함이 없구나.”
미쳐버린 이적시장 인플레이션은 빅클럽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유망주 위주의 이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준은 그리피스가 스카우트 팀과 협업하여 보내준 영입 추천 리스트를 훑고 있었는데.
“으음…. 미구엘 부스케츠…?”
리스트를 훑던 하준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오른쪽 윙어 미구엘 부스케츠였다.
“주력은 나무랄 데가 없긴 한데….”
준수한 주력에다가 스페인 선수답게 드리블과 패스 등의 발기술도 뛰어난 자원이었지만 하준은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플레이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제 위치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하준이 보기에 미구엘 부스케츠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선수 같았다.
“벤제마는 그를 확실한 득점 루트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현재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있는 카림 벤제마는 미구엘 부스케츠를 호날두나 비니시우스같이 골게터 혹은 크랙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경향이 보였으나, 하준이 보기에는 그 방식이 선수에게 전혀 맞지 않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구엘 부스케츠는 오프더볼 무브먼트가 뛰어난 편이 아닌 데다, 조금 더 후방에서 볼을 잡고 움직일 때 더 편안한 모습을 영상 내내 보이고 있었다.
“차라리 윙백으로 써먹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준수한 주력과 뛰어난 킥력, 게다가 스페인 선수 특유의 패스 능력까지 겸비한 미구엘을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하게 된다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매우 다양해질 수 있기에, 하준은 망설임 없이 스카우트 팀에 전화를 걸었다.
-네, 감독님.
“아아, 해리스. 영입 추천 리스트에 올라 있던 미구엘 부스케츠 말인데요.”
-부스케츠 말입니까?
“네. 레알 마드리드에 영입 제안을 넣을까 해서 말이죠. 프런트에 전달 좀 부탁할게요.”
-아, 네. 알겠습니다.
직접 프런트에 전달을 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스카우트 팀에서 올려 준 선수를 영입할 때마다 하준은 스카우트 팀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이는, 스카우트 팀의 사기 진작을 위한 행동이었는데.
“정성스레 올려 준 스카우팅 리포트를 훑어봤다는 표시지.”
헤드 코치가 아닌 매니저라면, 선수단뿐 아니라 구단의 직원들을 모두 장악하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 하준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미구엘의 영입 의사를 밝힌 하준의 다음 행동은 나머지 리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국제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띠리리링—.
-어, 웬일이냐. 신혼여행은 벌써 끝난게야?
심드렁한 투로 전화를 받는 투헬의 목소리에 하준은 슬며시 웃으며 답했다.
“웬일이긴요. 제가 전화 못 할 사람도 아니고.”
-연락이나 자주 하는 놈이 그러면 웃기지도 않지. 그래서 용건이 뭐냐.
“혁호 있잖아요. 계약 기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좀 싼 값에 업어올까 해서요. 어차피 이번 시즌부터는 주전으로 안 쓰실 것 같던데?”
-리를 영입하겠다고?
“네. 스쿼드 보강 겸해서요.”
이혁호에 대한 영입 의사를 들은 투헬은 잠시간 침묵했다. 분명, 하준의 말처럼 다가오는 이번 시즌부터는 이혁호를 주전으로 쓸 생각이 없던 투헬이었지만, 하준에게 보내자니 뭔가 찜찜했던 탓이다.
-글쎄. 내가 주전으로 쓸지 안 쓸지 어떻게 알고?
“에이, 스쿼드도 빵빵하신 분이. 이번에는 리그도 다르다구요?”
하준이 이혁호의 영입을 추진하게 된 것은 얼마 전 하준의 결혼식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하준에게 목표를 물었던 이혁호는 답을 듣자마자 하준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하준아, 나는 두 시즌 정도만 뛰고 은퇴할 생각이야. 뭐, 조금 더 길어지면 세 시즌 정도겠지.’
‘음…. 그래서?’
‘나 데리고 가라. 주전이 아니라도 좋아. 지도자 생활을 준비하려면 은퇴 전부터 뛰어난 감독의 일 처리를 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아.’
일찌감치 지도자 생활을 생각하고 있던 이혁호는 하준의 밑에서 뛰면서 배우기를 원했고, 하준은 하준 나름대로 이혁호라는 옵션을 추가할 수 있게 되니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제안이었다.
다만.
‘허가를 해 줘야 할 텐데.’
투헬의 용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뭐…. 네 말대로이긴 하다. 어차피 은퇴까지 얼마 남지 않은 리의 이적료는 많이 챙길 수도 없겠지.
“하하…. 감사해요.”
-3,712만 파운드. 그 밑으로는 안 돼.
투헬이 제시한 금액은 3,712만 파운드. 한화로 약 600억 원의 금액이었다.
“좋네요.”
33살에 전성기에서 내려온 이혁호를 영입하는데 600억이라는 금액은 조금 애매할 수 있었으나, 그가 쌓아온 커리어나 바이에른에서도 여전한 골 감각을 보여 준 것을 고려하면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는 것을 알았기에 하준 역시 크게 개의치 않았다.
‘거기다 혁호는 톱부터 2선 전 지역을 커버하니까.’
하준의 대답을 들은 투헬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자잘한 건 구단끼리 조금 손을 보는 거로 하고. 좀 자주 연락하고 그러지. 매번 필요할 때만 전화하고 말이야.
“하하…. 앞으로는 조금 더 자주 연락할게요.”
-입만 열면 거짓말이군. 이만 끊는다.
뚝—.
“아하하…. 삐졌네.”
* * *
[이혁호의 영입을 준비하는 첼시?] [이혁호, 프리미어리그 복귀 초읽기.] [이혁호의 복귀는 리버풀이 아닌 첼시?] [런던으로 향한 이혁호의 에이전트.] [다시 한번 친구를 지휘하게 된 김하준?] [권명호에 이어 이혁호. 김하준의 의중은?] [리빌딩을 천명한 첼시, 알 수 없는 이혁호의 영입.] [이혁호는 첼시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뛰게 되나?]-엥? 이혁호라고? 왜?
-첼시 리빌딩 한다며? 이혁호는 나이가 너무 많지 않나?
-와 ㅋㅋㅋㅋㅋㅋㅋ. 이혁호가 빨간 유니폼이 아니라 파란 유니폼을 입게 되네 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리버풀 환장하겠누 ㅋㅋㅋㅋㅋㅋㅋ. 이혁호 나간 뒤로 아직도 제대로 된 대체자 못 구한 상태인데 ㅋㅋㅋㅋㅋㅋㅋ.
-리버풀 15년 차 팬인데요. 이 영입은 그저 해프닝으로 끝났으면 좋겠네요.
-이혁호는 개인적으로 빨간 유니폼이 제일 잘 어울리는 듯.
-ㅇㅈ. 이혁호랑 파란색은 잘 안 어울림.
-아 진짜 김하준 너무하네. 부족하다는 지금 그 스쿼드로도 다른 팀들 뚜까 패면서 굳이?
-엌ㅋㅋㅋㅋ 콥들 부들거리는 소리 여기까지 들리누ㅋㅋㅋㅋㅋㅋ.
-이혁호가 뮌헨으로 이적한 뒤로 공격진이 약해지긴 했지 ㅋ.
-서울에선 권명호, 첼시에선 이혁호인가 ㅋㅋㅋㅋ. 김하준 친구 부려먹는 거에 맛들렸나본데? ㅋㅋㅋㅋ.
-그 시절 황금세대 일원이 선수로 같이 뛰는 게 아니더라도 같은 팀에 있는 거 왠지 뭉클한데.
-리빌딩은 리빌딩이지만 이혁호를 옵션으로 가져올 수 있으면 꼭 나쁜 딜은 아닌 듯. 최전방부터 2선 전지역을 다 볼 수 있는 자원인 데다 경험도 오져서 어린 선수들 멘토링도 괜찮을 것 같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이적 시장 미쳐 날뛴 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로만이 돈을 퍼다 줘도 즉전감으로 여럿 데려오기 힘들게 분명함. 아마 김하준은 이혁호 같은 경험 많은 선수 한두 명에 유망주 위주로 영입할 생각인가 본데?
첼시와 이혁호가 강하게 링크되자, 한국에서는 많은 팬들이 이혁호의 영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흐아아암. 쭌, 그래서 리는 오기로 한 거야?”
“구단끼리는 합의 끝났고, 내일 메디컬 테스트 결과 나오면 거의 끝났다고 봐야지.”
정작, 이적을 진행한 당사자인 하준과 첼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상대로 만날 때는 참 지긋지긋했는데, 우리 팀으로 온다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첼시에서 리버풀을 상대하던 현역 시절과 마인츠의 수석코치로 바이에른을 상대하던 기억을 떠올린 조르지뉴는 이혁호의 합류를 꽤나 반기는 눈치였다.
“그보다, 부탁한 건?”
하준의 말에 조르지뉴는 걱정 말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태블릿을 꺼내 들었다.
“우리 쭌이 행복한 허니문을 즐기고 있을 때, 나는 휴가 때도 유로 경기를 직관하면서 영상을 찍었지만 괜찮아. 쭌이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거든.”
“미안하다고 했잖아. 어쩔 수 없었다고…. 휴가 며칠 더 챙겨 줄게.”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생색을 내던 조르지뉴는 태블릿의 영상을 재생하며 말했다.
“그 말 꼭 지켜야 해. 아무튼, 네 말대로 독일 특급은 다르긴 다르더라.”
재생되는 영상 속에서는 독일 대표팀의 신성 크리스티안 알트의 플레이가 펼쳐지고 있었다.
“토니 크로스를 보는 것 같네.”
딱!
“내 말이 그거야, 쭌. 넓은 시야랑 패스, 볼 점유 능력을 보면 전성기 토니 크로스를 보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런데 이 미친놈은 고작 21살이라고. 말도 안 되는 괴물인 거지.”
21살의 나이에 독일 대표팀 주전을 꿰찬 플레이 메이커.
크리스티안 알트를 지칭하는 수식어 중 하나였다.
넓은 시야와 퀄리티 높은 패스 능력에 볼 점유 능력과 경기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나오는 포지셔닝. 하준이 찾던 이상적인 3선 자원이었다.
“알트를 영입할 수만 있다면 우정이를 활용할 방법도 무궁무진해질 거야.”
알트 개인의 능력치만 하더라도 영입할 가치가 충분했지만, 하준이 알트의 영입에 관심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임우정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임우정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3선까지 내려와 플레이하는 빈도가 잦았는데, 2선과 3선, 최전방까지 왕성하게 오가는 그의 활동량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구도를 깎아 먹는 일이었다.
“하긴. 이번 시즌에도 임을 그렇게 굴렸다간 부상을 달고 살아야 할지도 몰라.”
서울 시절부터 마인츠까지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인 임우정이었지만, 하준에게 더 다양한 롤을 부여받는 현재에도 그와 같은 활동량을 가져가게 되면 과부하가 걸릴 것이 자명했고, 이 때문에 하준은 알트의 영입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코치진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앞두고 임우정과 캐슬다인이 동시에 부상을 당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알트의 영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추정 몸값은?”
“유로 경기 이후에 프리미엄 붙은 것까지 고려해서 1억 517만 파운드 정도야.”
한화로 약 1,700억 원이 추정 몸값으로 붙었지만, 하준은 개의치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수 없네. 진행하는 거로 하자.”
“좋아. 프런트에 전달해 놓을게. 그보다, 이렇게 고생하고 왔는데 밥은 사 주는 거겠지?”
“그래그래. 다운타운으로 나가자.”
배고프다며 구시렁대는 조르지뉴를 데리고 런던 시내로 나간 하준은 식사를 위해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익숙한 두 인영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는데.
“조르지뉴.”
“응?”
“저거…. 우정이 맞지?”
하준이 눈짓으로 가리킨 방향을 본 조르지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임이네. 뭐, 문제라도 있어? 여자친구랑 같이 식사 중인 것 같은데? 너, 설마 선수들 연애도 통제하고 그런 건 아니잖아? 마인츠에서도 안 그랬으면서 갑자기 왜?”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는 조르지뉴를 보며 하준은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선수들 연애까지 통제할 필요는 없지.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아닌데?”
하준은 다시 임우정이 있는 테이블을 바라봤다.
“우정아, 아 해 봐. 아.”
“아…. 그, 여기 사람도 많고…. 보는 눈도 많은데….”
“아이, 참. 뭐 어때?”
여느 커플들처럼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것처럼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하준의 일그러진 표정은 좀처럼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르지뉴, 우정이 옆에 있는 여자. 너는 모르겠냐?”
“응? 임이 한국인이니까 여자친구도 한국인일 수 있는 거 아니ㅇ…. 잠깐? 저거 네 동생 아니야?”
그제야 하준의 표정이 썩어 들어간 이유를 알아챈 조르지뉴는 멋쩍게 웃으며 다른 레스토랑으로 가자는 말을 했지만, 하준은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 현지 누나. 여기는 감독님도 자주 오는 곳이어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아니, 감독이 연애도 못 하게 하는 거야? 오빠가 정말 그래?”
“그런 건 아닌데, 마주치면 좀….”
하준은 그의 동생에게 쩔쩔매고 있는 임우정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우정아. 어쩌다 저런 망아지 같은 애한테 코가 꿰서는….”
조르지뉴를 데리고 레스토랑을 나서는 하준은 속으로 생각했다.
우정아, 아마 넌 쟤한테서 못 벗어날 거야. 내가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