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59)
159. 풋볼 러브(1)
런던 히드로 공항.
촬영 장비를 가진 한 무리가 입국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세상에…. 첼시에서 우리 제안을 수락할 줄이야.”
“그러니까. 한국인 감독에 한국인 선수가 있다고는 해도 쉽사리 수락할 것 같지는 않았는데….”
일행의 정체는 한국의 축구 너튜브 ‘풋볼 러브’ 팀이었다. 진행을 맡은 최학영과 하용현이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내뱉으며 앞서 걷고, 뒤를 스탭들이 따르는 모양새였는데.
“며칠 뒤가 개막이라 수락해도 크리스마스가 끝나야 할 줄 알았는데.”
“김하준 감독님이 오케이 해서 된 거라잖아. 크, 역시 타지에서 같은 나라 사람 도와주시는구나.”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김하준 찬양에 나서는 최학영의 모습을 본 하용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학영은 하준이 선수로 뛸 적부터 그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하준이 서울의 감독을 맡았을 때는 서울 유나이티드 시즌권을 끊고 매 경기를 관람했을 정도.
“왜? 뭐?”
자신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하용현을 보며 최학영이 발끈했지만, 하용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뭐, 김하준 감독님이 우리라서 그렇게 신경 써준 게 아닐 수도 있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첼시야 워낙에, 이런 쪽으로 관대한 모습이었으니까. 지난 시즌 크리스마스 행사만 봐도 그렇고.”
“그건 그렇지만….”
대화를 나누는 둘은 몰랐겠지만, 실제로 하용현의 말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하준과 그라노브스카야는 첼시의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그들의 요청을 들어준 것이지, 한국의 정이라는 이유로 요청을 수락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나저나…. 스탬포드 브릿지나 코밤 훈련장으로 가는 게 아니고, 왜 런던 시내의 오피스로 오라고 하신 거지?”
경기장도, 훈련장도 아닌, 그렇다고 식당이나 카페도 아닌 오피스 건물로 향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던 하용현의 말에 최학영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 주소 거기잖아. 브랜드 ‘스완’의 사무실.”
“스완이라면…. 거기?”
“그래! 김하준 감독님의 부인이 운영하는 브랜드잖아.”
“그런데…. 넌 이거 어떻게 아는 거야?”
하용현의 질문에 최학영은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눈초리로 답했다.
“야. 이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김하준 감독님의 팬이라고 할 수 있지.”
“야…. 그건 팬이 아니라 스토커 수준 아니냐?”
짜게 식은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하용현의 말에도 최학영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에이, 무슨 소리. 나는 스완에서 시즌마다 나오는 옷을 직구로 산다고. 브랜드에 관심이 생기면 주소도 알 수 있는 거지.”
“글쎄….”
그렇게 둘은 투닥거리며 스완의 사무실로 향하는 동안 브이로그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려 걸으며 일요일 런던의 풍경을 담으며 입을 여는 둘.
“아. 일요일 오후다 보니 주말을 즐기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 많이 보이네요. 용현 씨는 런던에 와본 적 있나요?”
“네. 어렸을 때 잠깐 유학했었죠.”
“오…. 그래서 그런가. 아 맞아, 저희가 입국 심사받을 때, 용현 씨가 정말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심사관이랑 농담까지 주고받더라니까요?”
그렇게 카메라에 대고 얘기를 하며 걸어가던 둘은 곧 낯익은 인영을 볼 수 있었는데.
“어…? 잠깐만요. 저기에 걸어가는 사람 임우정 선수 아닌가요?”
“에이, 무슨 소리예요. 어? 진짜네요?”
그들의 눈에 포착된 것은 다름 아닌 임우정의 모습이었는데, 임우정의 옆에는 한 명의 여자가 같이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여성분과 함께 걷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임우정 선수도 데이트에 나선 모양이네요.”
“어…? 임우정 선수랑 같이 걷고 있는 여성분…. 김하준 감독님 여동생 아닌가요? 독일에서 자선 경기할 때 잡혔던 분인데?”
부상당하기 전 하준의 인기가 엄청났던 만큼, 김현지 또한 유명세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당시, 인터넷에는 세상 혼자 사는 남매라고 불릴 정도로 둘의 외모에 대한 칭찬이 엄청났었다.
물론, 하준이 추락하고 김현지 역시 런던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그 관심이 식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었지만.
“대화를 나눠 보는 건 어떨까요?”
“용현 씨, 선수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어요.”
“영상에 내보내지 않으면 되죠. 겸사겸사 사인도 받고요.”
“끄응….”
둘은 임우정이 사인을 위해 멈춰선 틈을 타 인파 속에 섞여들었고, 사인 행렬이 끝나갈 즈음 임우정에게 말을 걸었다.
“임우정 선수! 안녕하세요!”
“아아. 한국 분이시네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풋볼 러브라는 너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첼시의 도움을 받아 촬영하러 가는 길에 임우정 선수를 보게 되어서요. 사인 한 번만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아아. 물론이죠.”
팬 서비스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하준의 가르침을 받은 임우정은 미소를 띤 채로 최학영과 하용현에게 사인을 해 주었고, 하용현은 이때다 싶어 입을 열었다.
“혹시, 옆에 계신 아름다운 여성분은 여자친구이신가요?”
“아…. 네. 맞습니다. 여자친구는 일반인이라서요, 죄송하지만 영상에는….”
최학영과 하용현이 알겠다고 대답하려는 찰나.
“아니에요! 영상 꼭 업로드 해 주세요. 저랑 우정이랑 같이 있는 거 꼭이요!”
“누, 누나….”
“왜! 언제까지 숨길 셈이야? 너, 솔로인 척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그, 그건….”
임우정과 김현지의 말을 듣고 있던 하용현은 본능적으로 이 영상은 조회 수가 보장될 것이라 깨달았다.
‘김하준 감독님 여동생이니까…. 스완 사무실까지 안내해달라고 하면…?’
너미새인 하용현의 표정을 본 최학영은 그의 귀에 대며 말했다.
“야. 민폐야, 너 생각하고 있는 거 집어넣어.”
“씁….”
민폐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지, 하용현은 최학영의 말에 잠자코 따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 맞아, 두 분은 어디로 가고 계신 거예요? 스탬포드 브릿지?”
김현지가 대뜸 말을 걸어왔다.
“아아. 아닙니다. 첫 스케줄은 김하준 감독님이 스완 사무실로 초대해주셔서 그쪽에서 가던 길이었습니다.”
“스완? 세실의 사무실에 가시는구나! 저희가 안내해 드릴게요!”
김현지의 제안에 하용현은 속으로 웃음을 지었고, 최학영은 이래도 되나 하면서도 제안을 거절하지는 않아 뜻밖의 동행이 성사되었다.
* * *
“그러니까…. 현지 네가 이분들을 모시고 왔다고…?”
“그래. 우정이랑 나랑 걷고 있는데 이분들을 발견한 거야. 길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모시고 왔지.”
그게 아닌 것 같은데.
고개를 돌려 임우정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순수한 호의에서 나온 게 아니구만.’
임우정의 WAGS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으니, 이참에 너튜브로 임우정이 제 것이라고 공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 우정아 어쩌다 저런 거에 낚여가지고.’
재력과 실력, 스타성 같은 걸 제외한 순전히 외적인 걸로 따지면 사실, 현지가 임우정보다 훨씬 아까운 건 사실이었다. 빼어난 용모의 런던 명문대생.
다른 이들은 내가 임우정에게 동생을 보내기 싫어서 탐탁지 않아 하는 줄 알지만….
‘우정아 도망쳐!’
저 철딱서니 없는 것한테서 빨리 도망쳤어야지.
이젠 글렀어.
“흠흠.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 정말 팬이에요! 제가 감독님 선수 시절 레플리카는 다 가지고 있습니다. 사인도 부탁드릴 겸 이렇게 레플리카도….”
“학영 씨, 그건 좀 이따가….”
동료 진행자의 만류가 있지 않았더라면, 최학영이라는 인물은 레플리카를 꺼내 사인을 다 받을 때까지 말을 멈추지 않았으리라.
나는 아직 발매되지 않은 스완의 신상 의류를 꺼내 풋볼 러브 팀에게 하나씩 전달하며 말을 이었다.
“이곳으로 모신 것은 다름이 아니고, 먼 길 오신 여러분들께 선물이나 드릴까 해서였습니다. 겸사겸사 구경도 좀 해보시고 식사하러 가시죠.”
“아…. 이건? 발매되기 전 제품인가요?”
최학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고 계시네요? 이건 이번 가을 시즌에 발매할 제품입니다. 샘플링이 끝나서 초도 물량으로 들어온 거죠.”
“하하…. 사실, 제가 스완 제품은 발매할 때마다 구매하거든요.”
“네…? 스완은 한국에 들어가지 않는데…. 흠. 직구로 사셨나 보네요?”
“맞습니다! 옷이 너무 예뻐서요!”
호오.
이 사람한테는 몇 장 더 집어줘야겠는걸.
사실, 이 사람들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세실리아가 스완의 아시아 시장 진출을 얘기했던 것이 기억나 너튜브를 타고 인지도를 더 끌어올릴 계획으로 부른 것이지.
‘나 너무 속물인가?’
뭐, 아무렴 어떠랴?
저들도 우리를 통해 얻는 것이 있으니, 기브 앤 테이크라고 보면 될 터.
“자, 함께 구경해 보시죠. 아, 영상은 게시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업로드 해.
해 줘.
“감사합니다! 이것 참, 저희가 이렇게 막 찍어도 괜찮을지….”
이미 세실리아랑 얘기 끝났으니까 홍보되게 제품도 막 찍고 업로드 해 줘.
해 줘.
“그럼요. 스완의 대표도 오케이 한 사안이거든요.”
그렇게, 사무실 투어를 진행하며 마지막으로 CEO룸에 들어간 나와 촬영팀.
“어서 오세요!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스완이라는 브랜드를 오픈하고 영상매체에 인터뷰를 자주 한 덕일까.
세실리아는 카메라 앞에서도 전혀 불편한 기색 없이 그들을 맞이하며 짧은 인터뷰에 응했다.
“자. 그러면 대충 마무리되었으니, 식사하러 가시죠. 런던의 맛집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이들을 데리고 나는 런던의 레스토랑으로 데려가려 했다.
데려가려 했는데….
“아! 이럴 게 아니고, 저희 집에서 식사하시는 건 어떠세요?”
어?
세실리아?
그건 좀….
“하하, 정말인가요? 대표님의 요리를 저희가 맛볼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세상에! 이렇게 영광스러울 때가!”
아냐.
영광스러워 하지 마.
요리시키지 마. 멈춰.
“그럼요!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야겠네요. 집에서는 할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네? 그러면 요리는 누가…?”
“아아. 준이 꼭 요리해주고 싶다고 우겨서, 보통은 준이 도맡아 하고 있어요.”
“와아…. 감독님 정말 로맨티시스트시군요!”
아냐.
“하하…. 네, 뭐 그렇죠….”
세실리아의 요리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들의 마음을 돌려서 레스토랑으로 움직이기까지는.
“아. 그런데, 제가 예약을 해 둔 곳이 있어서 그리로 가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노쇼는 좀 그렇잖아요.”
“아아. 그렇군요. 그렇게 되면 아쉽지만, 감독님이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가는 편이….”
좋아. 잘 생각하셨어요.
우리 맛있는 거 먹자.
먼 길 날아와서 맛없는 거 먹는 거보다 맛있는 거 먹는 게 좋잖아?
“아! 그런 거면 나랑 우정이가 그 레스토랑으로 갈 게, 오빠. 어차피 우리 저녁 뭐 먹을지 안 정했거든. 세실리아 요리는 나도 먹어보고 싶은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아….
저 도움 안 되는 것.
“아냐. 너희는 둘이잖아? 예약을 여섯 명으로 해뒀다고.”
자. 이쯤 했으면 너도 물러서야지 현지야?
눈치가 있으면 말이지.
“아…. 그러면 어쩔 수 없겠네.”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돌릴 찰나, 하용현이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저희 둘을 뺀 스탭이 네 명이거든요. 그럼 딱 맞겠는데요?”
뭔 소리야. 너희까지 네 명이잖아.
“네? 분명 네 명이 오신다고….”
“아아. 먼저 오는 게 저희 넷이고, 이제 곧 도착할 사람이 두 명 더 있습니다. 스완 사무실로 오는 게 네 명이란 얘기였죠.”
아.
제발.
“해외에서 오신 분들이 영국 음식이 입에 잘 안 맞는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국 음식으로 준비할게요. 준이 하는 거 옆에서 보면서 배웠거든요!”
어?
그러지 마.
“음음. 오빠가 다른 건 몰라도 요리는 또 잘하지. 오빠한테 배웠으면 세실리아가 하는 한식도 꽤 입맛에 맞을 것 같아요. 아, 부럽다!”
무슨….
그리하여, 정확히 두 시간 뒤.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김치찌개와 삼겹살 구이를 비롯한 음식들을 앞에 두게 되었다.
“와아! 영국에 오자마자 한식을 먹을 수 있게 되다니,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요!”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드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이, 차린 게 없다뇨!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데요!”
그들만의 티키타카를 지켜보며 나는 눈을 감았다.
‘분명 한 입 먹자마자 벌어질 상황이 그려지는데….’
아니나 다를까.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광경은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하…하하! 정말 맛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먹어 본 적이 없어요!”
제대로 씹고 나서 그런 말 해.
“정말요? 맛이 없거나 그러지는….”
“에이, 정말 맛있어요! 그쵸 용현 씨?”
“그, 그럼요!”
사회생활 만렙의 포스를 보여주는 둘을 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저들이 저리 잘 먹으니 이제 저 음식은 내 입으로도 들어오겠지.
“준? 준도 어서 들어요. 음식 식으면 맛없잖아.”
아냐, 세실.
세실이 한 건 뜨거워도 별로야.
“아…. 그래야지.”
사랑의 힘으로 겨우 한입을 넘기고 나는 생각했다.
‘김현지…. 임우정….’
내일 훈련에서 임우정, 너는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