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62)
162. 신계(2)
* * *
와아아아아!
[안녕하십니까! 36/37 시즌 프리미어리그 대망의 개막전! 1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대 첼시의 경기를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보내드립니다!]“많이도 왔네.”
내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최용환 코치가 슬쩍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엄살은. 작년에도 이랬다 아이가? 혹시 인터뷰 때랑 다르게 겁이라도 집어 먹은 건 아이제?”
“그럴 리가요. 그냥, 새삼 리그가 다시 시작됐구나 하는 정도죠.”
[많은 팬 여러분들이 리그 개막만을 기다리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함인지, 이번 1라운드에 지난 시즌 우승팀과 준우승팀의 맞대결이 성사되었는데요! 과연 오늘 승리는 누가 가져가게 될지…!] [아!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군요, 양 팀 선발 라인업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먼저, 홈 팀 맨체스터 시티의 라인업입니다!]부스케츠의 맨체스터 시티는 4-3-3 대형을 가지고 나왔는데.
최전방에는 모건 로저스가,
좌, 우측면에는 필 포든과 알렉스 라이트가 이름을 올렸고,
제임스 매카티와 주드 벨링엄을 로메오 라비아가 뒤에서 받치는 형태의 중원을 형성했고,
오스카 타렌시, 빌리 쿠메테오, 타일러 하우드벨리스, 주브릴 클라크로 구성된 백 포 라인 뒤에 안드리 루닌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온 형태였다.
‘지난 시즌이랑 별로 달라진 건 없군.’
주전의 보강 대신 로테이션 멤버 보강을 한 시티이다보니, 이번 선발 라인업으로 내세운 베스트 일레븐에는 변화가 없는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이랑 똑같이 나와뿟네?”
“네, 저희 예상이랑 같게도요.”
“흠…. 부스케츠가 라이트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터득한 건가?”
조르지뉴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건 봐야 알겠지.”
[지난 시즌과 변화를 찾을 수 없는 베스트 일레븐을 가지고 나온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부스케츠가 해법을 찾아낸 것일까요?] [글쎄요…. 그건 경기를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다음은 이에 맞서는 원정팀 첼시의 라인업입니다!]내가 이번 경기에 가지고 나온 대형은 부스케츠와 같은 4-3-3 이었다.
윈포드 콘로이가 최전방에 배치되었고,
좌, 우측면에는 이혁호와 임우정이,
중원은 스테판 데 니프와 배리 펜톤을 크리스티안 알트가 뒤에서 받치는 역삼각 형태로 구축했고,
레안드로 칼라피오리, 에반 카마라, 타일러 조지, 자인 실콧듀베리로 구성된 백 포라인 뒤에 바비 한슨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왔다.
[첼시 역시 4-3-3 대형을 가지고 나온 모습입니다. 지난 시즌과는 조금 다른 조합으로 가지고 나왔네요.] [커뮤니티 실드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리가 최전방이 아닌 왼쪽 측면으로 빠진 모습입니다. 거기다, 임이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네요.] [킴이 지난번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는 모양입니다.] [수비 라인에는 마르시오 디아스 대신에 타일러 조지가 선발로 나온 모습이네요. 조지가 출전했다는 것은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봐도 되겠죠?] [아마 그럴 겁니다. 수비의 안정을 추구했다면 조지 대신에 디아스를 선발로 기용했을 텐데요.]조지의 선발은 보통 백 쓰리를 구사할 때였지만, 이번 경기는 백 포 대형임에도 디아스를 대신해 조지를 선발로 두었는데 이는, 오늘 경기에서 수비 보다는 공격에 치중하겠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지.’
맨체스터 시티 같은 팀을 상대로 수비에 치중하기보다는 그들이 볼 점유를 하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해서 공격을 두드리는 게 더 나을 테니.
[모든 선수가 자리에 잡았습니다. 주심이 시간을 체크하고 휘슬을 무는데요.]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 시작됩니다! 선축은 첼시가 가져갑니다!]툭—!
툭!
타다닷!
툭-!
툭—!
[첼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공격의 활로를 모색합니다!] [맨체스터 시티! 볼을 빼앗기 위해 팀 단위 압박을 시작하는데요!]타다다다닷!
시티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을 향해 조직적인 압박을 가해오지만, 우리 선수들은 간격을 좁힌 채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거센 압박을 피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알트! 알트에게 볼이 갑니다!]투우웅—!
[알트의 전환 패스! 오른쪽 측면으로 길게 이어지는데요!]짧은 패스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알트의 발에서 이어지는 방향 전환 역시 곁들어져 시티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지를 던지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짧은 패스만 가지고는 녀석들에게 수를 읽히고 마니까.’
타다다다닷!
[실콧듀베리의 전진 속도에 맞춰서 정확하게 전달되는 볼!] [크리스티안 알트의 대단한 패스였습니다!]볼을 받은 실콧듀베리가 오른쪽 측면으로 달리기 시작하면서 임우정이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이 모습에 대응해 시티 수비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다다닷!
[타렌시가 실콧듀베리를 마크합니다!] [라비아와 쿠메테오가 동시에 임에게 붙는데요!] [이제는 임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거든요!]“예전보다 임을 더 경계하는 모습이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겠지.”
조르지뉴의 말처럼 시티 선수들은 임우정을 지난 시즌보다 더 경계했는데, 불과 한 시즌 만에 경계 대상 1순위로 올라선 임우정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겠지.
물론.
휙—! 타다다닷!
[실콧듀베리의 순간적인 방향 전환! 속도가 전혀 줄지 않은 채로 흔들며 타렌시를 벗겨냅니다!]투우욱—!
[이어지는 실콧듀베리의 스루패스!]타다다다닷!
경계를 철저히 한다고 해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
[순간적으로 임이 라비아와 쿠메테오를 피해 움직이는 데 성공합니다!]촤앗!
[부드럽게 볼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 임!]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임우정을 막기 위해 하우드벨리스나 클라크가 움직여야 했지만, 콘로이와 혁호의 움직임이 그들의 발을 묶기 시작했다.
‘콘로이.’
‘네, 감독님.’
‘너는 임우정, 이혁호와 같은 몸 안의 장기라고 생각해. 너희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해. 하나가 올라오면 하나가 옆으로 빠지고, 하나가 옆에서 치고 들어오면 하나가 수비를 끌어내는 느낌으로.’
포스트 플레이뿐만 아니라 타겟맨 역할에 묵직한 중거리 슈팅까지 가능한 콘로이를 프리 상태로 놔두는 것은 시티 입장에서 상당히 위험한 처사.
게다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고 있는 혁호의 움직임은 리버풀에서도 자주 보여줬었던 모습이기에 시티 수비진은 임우정 하나에만 몰두할 수 없었고,
타다닷! 타닷! 타다닷!
[임! 어느새 페널티 박스 부근까지 도달합니다!]위험 지역에 도달할 무렵이 되어 뒤늦게 수비들이 임우정을 향해 뛰어왔지만.
뻐엉—!
[왼발로 강하게 때립니다!]쐐애애애액—!
임우정의 왼발을 떠난 볼은 크게 휘어 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향했고, 안드리 루닌이 뒤늦게 몸을 날려 보았지만.
철렁—!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리그 1호 골을 기록하는 임!]씨익—.
임우정의 골을 막을 수 없었다.
“나이스으으으! 골이야! 골!”
제가 골을 넣은 것처럼 옆에서 포효하는 조르지뉴가 보였다.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더 좋네.’
실콧듀베리의 오버래핑을 위시한 이 패턴은 지난 시즌에도 종종 써먹긴 했었다.
다만.
‘퀄리티가 많이 좋아졌어.’
방금과 같은 골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미 플레이를 해줘야 할 미끼들이 있어야 했는데, 지난 시즌 같은 경우, 강팀을 상대로는 콘로이와 임우정이 번갈아 가며 미끼를 소화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적재적소에 패스를 뿌려 줄 수 있는 알트의 존재와, 혁호의 가세로 언제 어디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격진이 셋이나 만들어졌으니.
‘꽤나 머리 아플 거다. 부스케츠.’
* * *
“하아….”
실점 장면을 보며 부스케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분명 방금 첼시가 보여준 골 장면은 어느 팀이던지 구사할 수 있는 전술이었다. 아니, 전술의 영역이라고 보기에는 이미 많은 팀들이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문제는 그것을 수행하는 선수들의 퀄리티가 상당하다는 것에 있었다.
‘게다가….’
이들이 역습을 통한 공격을 주도하는 것도 아니다.
첼시는 시티의 압박을 패스와 움직임으로 벗어나며 점유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채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거기다, 볼을 점유하면서 빈틈이 생긴 곳으로 롱패스를 뿌릴 수 있는 크리스티안 알트의 존재는….
‘우리랑은 최악의 상성이군.’
시티에 있어서 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본디, 점유율을 높이는 팀의 천적은 빠른 카운터 어택을 구사하는 팀이지만, 첼시는 다른 의미로 천적이 되었다.
맨체스터 시티라는 팀의 장기나 다름없는 점유율을 빼앗아 가버리는 것도 모자라, 빠른 방향 전환.
거기에 더해 세 명의 공격진은 날카롭다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모습.
그중에서도 방점을 찍는 것은 바로 임우정의 존재.
‘임이 없었더라면.’
임우정이 없었더라면 시티 수비진이 이렇게까지 고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콘로이나 이혁호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을 봉쇄할 수 있는 전략이 시티에 다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임우정이 볼을 잡은 순간부터 시티 선수들은 그가 던지는 문제에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마는 것이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임우정은 최전방, 2선, 3선 어디에서 뛰어도 상대팀에게 풀 수 없는 문제를 던지는 골칫거리였고 이는, 이번 시즌에도 별로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경기에 끼치는 영향력이 마치….’
라이트와 같군.
저도 모르게 든 생각에 부스케츠는 고개를 저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경기에 끼치는 영향력이 신계 선수와 같다니.
부스케츠가 임우정의 실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마인츠에서 보여주던 모습, 역할과는 완전히 달라진 지금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저 정보가 부족한 줄로만 알았는데.’
지난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에 처음 입성한 선수라 정보가 부족하다 여겼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부스케츠는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 팀에 있는 것이니까.
“맙소사….”
들려오는 목소리에 부스케츠가 고개를 돌렸다.
입을 떡하니 벌리며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는 데 브라위너의 모습.
“마치…. 전성기 때의 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애써 부정하던 부스케츠의 귓가에 들린 데 브라위너의 말.
부스케츠는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 괴물이 똑같은 괴물을 키워냈단 말인가…?’
그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하준이 바르셀로나를 초토화 시키며 득점을 뿜어내던 모습을.
‘만약….’
만약, 하준이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오롯이 임우정에게 투자한 거라면?
자신보다 피지컬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임우정에게 모든 것을 전수하며 키워내고 있는 거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부스케츠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미친…!”
대책을 세워야 했다.
하준을 떠올리게 플레이한다는 것은 곧, 임우정 역시 상당히 영리하고 축구 지능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케빈, 대책을 세워야 해. 임 하나만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야.”
“네. 수비진에 더해 라비아까지 조금 더 후방으로….”
“아니. 그게 아니야.”
부스케츠가 고개를 저었다.
“임은 왼쪽의 리와 중앙의 콘로이, 때에 따라서는 실콧듀베리와 데 니프까지 이용할 거야. 임이 볼을 잡지 못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게 해야 해!”
부스케츠는 여태까지의 생각을 수정해야 했다.
하준의 짧은 감독 커리어 동안 키워낸 최고의 역작은 정상기라고 생각했었지만.
“진짜배기는 정이 아니라 임이었어.”
코치진과 대응 방안을 모의하는 한편.
부스케츠는 경기 재개를 위해 자리 잡고 있는 한 선수를 보게 되는데.
‘라이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알렉스 라이트의 모습이었다.
“결국….”
부스케츠는 플랜 B로 남겨둔 하나의 방법을 떠올렸다.
사용할 계획은 없었지만, 정말 만에 하나 궁지에 몰리게 된다면 사용하려 했던 그 방법을.
‘그래. 이 팀에는 메시가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나는 바르샤의 과르디올라도 아니지.’
부스케츠는 그제야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라이트를 활용해야지. 내 전술이 먼저가 아니다.’
이기기 위해서.
타이틀을 위해서.
결국, 타협을 거듭하며 스타일에 변화를 조금씩 가져가던 자신의 스승을 이해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