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63)
163. 신계(3)
* * *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면서 재개된 경기.
지난 시즌처럼 부스케츠가 라이트를 제대로 쓰지 못하길 바라고 있었지만.
“흐음….”
분위기가 변했다.
짧은 패스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고수하던 맨체스터 시티는 온데간데없고, 내 눈에 들어오는 맨체스터 시티의 모습은 보다 직선적이고 사이드를 향해 길게 패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타다닷! 탓!
[라비아에게서 볼을 받은 벨링엄이 압박을 벗어납니다!]투우웅—!
[벨링엄이 반대 사이드로 길게 벌려줍니다!]타다다다닷!
촤앗!
[벨링엄이 벌려준 볼을 포든이 부드럽게 받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실콧듀베리가 포든을 마크하지 못했는데요!]‘당했다.’
우리가 맨체스터 시티를 막기 위해 준비한 전술의 기본 전제조건은 그들의 평소 플레이 스타일대로 경기를 한다는 것에 있었다.
횡으로 넓게 벌려주는 패스보다 짧고 간결한 패스를 위주로 풀어나가는 그들의 특성을 고려해 라인을 높게 끌어 올려 압박을 가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된 상황.
타다다다닷!
[포든이 왼쪽 측면을 타고 전진하기 시작하는데요!]‘왼발잡이 포든이 중간에 커팅해서 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과르디올라 시절에도 왼쪽에서 뛰었을 때는 라인 끝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주로 보였던 포든이 이제 와서 왼쪽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올 리는 없다.
‘저들이 노리는 바는….’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이 든 나는 황급히 시야를 돌렸고,
타다닷! 타다다닷!
[매카티와 로저스가 포든 근처로 움직이며 볼을 받아줄 준비를 합니다!]‘트라이앵글.’
부스케츠가 의도한 바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와서 마음을 바꿨다는 거야?’
트라이앵글을 형성한 시티의 세 선수가 우리의 압박을 벗어날 확률은 90퍼센트 이상. 그리고 갑자기 늘어난 상대 선수들 때문에 한쪽 사이드로 몰린 우리 선수들의 형태에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라이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강팀을 상대로 종종 써먹었던 방법이자, 과르디올라를 상대로 승리를 따냈던 팀 중 많은 팀들이 사용하기도 했던 방법.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황급히 그라운드에 대고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카마라! 칼라피오리! 라이트를 막아! 라이트가 공간을 파고들지 못하게 해!”
툭!
타닷!
투욱—!
[삼자 패스 이후 볼을 잡은 매카티!]투우욱—!
[매카티가 오른쪽으로 스루패스를 시도합니다!]칼라피오리와 카마라가 라이트의 오프더볼 무브먼트를 막기에는 상당히 늦은 시점이었다.
타다다다다닷!
[엄청난 스프린트! 라이트! 순간 속도로 칼라피오리를 무력화시킵니다!]촤앗!
타다다닷! 타다다닷!
순간적으로 쇄도하는 라이트를 칼라피오리가 놓쳤고, 카마라가 라이트를 통제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휘익—! 타다다다닷!
볼을 잡은 라이트가 한 번 접고 들어가자 낙엽처럼 쓰러지는 모습을 보이며 공간을 허용하고 말았다.
[어느새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 라이트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도달합니다!]“에이잇!”
라이트의 슈팅을 저지하기 위해 한슨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와보지만,
툭—!
타다다닷!
[아아! 한슨, 허물어집니다!]자신의 반대 방향으로 볼을 쳐놓고 움직이는 라이트의 움직임에 한슨은 몸이 꼬이고 말았다.
그리고.
빈 골대만을 남겨둔 라이트는,
뻐엉—!
쐐애애애액—!
우리의 골문을 무자비하게 찢어 버렸다.
철렁—!
와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골입니다! 알렉스 라이트의 동점 골!] [이것으로 스코어는 1-1입니다! 경기 시작 후 2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1-1입니다! 오늘 경기 난타전을 기대해봐도 되겠는데요!]“미친….”
라이트가 보여준 플레이는 토레스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움직임.
동료들을 이용하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흔들어 놓는 토레스와는 다르게 자신에게 판이 깔리자마자 저에게 주어진 신체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물론, 라이트도 머리를 쓰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모습.
방금의 모습은 마치 부스케츠에게 자신은 이렇게 활용해야 한다고 시위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씨익—.
“쭌, 왜 그래?”
실점했는데도 웃고 있는 내 모습에 조르지뉴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냥. 재밌네.”
지난 시즌, 라이트와 토레스를 모두 꺾고 난 뒤에는 자극이 될 만한 경기가 없었던 차였는데.
‘좋아, 한 번 더 철저히 부숴줄게.’
부스케츠가 라이트의 올바른 활용법을 찾았다고 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토레스와는 달리 라이트 쪽이 오히려 틀어막고 말려 죽이기는 더 쉬웠으니까.
‘중원을 무너뜨리면 라이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한 때, 세계 최고의 중원이라 평가받던 크카모 라인이 보이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중앙 미드필더 3인방을 보며 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 * *
경기는 치열하게 흘러갔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는 이혁호와 로저스가 각각 한 골씩 더 뽑아내며 2-2로 전반전을 마쳤고, 후반전이 시작되고 나서도 치열한 중원 싸움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타다닷!
툭!
타다다닷! 타다다닷!
[펜톤의 압박에 볼을 뒤로 돌리는 라비아!]하준은 맨체스터 시티의 중원을 붕괴시키기 위해 조지와 실콧듀베리를 하프라인 넘어까지 끌어올려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고, 중원에만 다섯 명의 선수가 배치된 첼시의 압박에 맨체스터 시티는 쉽사리 전진 패스나 방향 전환을 위한 횡패스를 시도할 수 없었다.
한편.
“으음….”
하준의 반대편 피치 위에 서 있던 부스케츠는 침음성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라인을 저리 높게 올렸는데도 앞으로 찌를 빈틈이 없다니.’
현재 첼시의 최후방에는 칼라피오리와 카마라 단 둘뿐임에도 불구하고.
라비아를 비롯한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쉽사리 전진 패스나 롱패스를 구사할 수 없었다.
이번 경기에서 팀 공격의 방점을 찍을 라이트는 카마라에게 집중 마크당하고 있는 상태였고, 로저스나 포든은 팀의 볼 배급을 돕기 위해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가 있는 상황.
‘무턱대고 라인을 올린 것처럼 보이지만….’
빈틈이 없다.
부스케츠는 절로 미간을 찌푸렸다.
포지션 플레이가 유행하고 난 뒤로, 축구계는 20개 이상으로 나뉜 공간을 지배하는 전술을 발전시켜왔지만, 이 분야에서 정점은 언제나 스페인 감독이나 스페인 팀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스페인에서의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하준이 과르디올라나 시메오네 이상으로 이 방법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스페인에서부터는 선수 훈련보다 코치 수업을 더 많이 들었다고 하더니….’
부스케츠는 곧 고개를 내저으며 상념을 털어냈다.
하준이 어떤 능력을 지녔건, 지금은 첼시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였으니까.
그리고.
바로 그때.
타다다닷!
촤아앗—! 퉁! 타아앗!
[타일러 조지! 매카티에게 이어지는 패스를 차단하는 데 성공합니다!]투우욱—!
[조지가 오른쪽으로 벌려줍니다!]타다다닷!
조지가 오른쪽으로 넓게 벌려준 볼을 향해 펜톤이 달려가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맨체스터 시티의 대응은 한 템포 느리게 진행되었다.
촤앗!
타다다닷!
[펜톤! 무리 없이 볼을 받은 채로 전진합니다!]하준의 첼시가 전반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부스케츠의 맨체스터 시티 또한 상대가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을 이어갈 것이라 오판한 대가가 그라운드 위에 내려오고 있었다.
타다다닷! 투우욱—!
“이익…!”
[펜톤이 타렌시를 피해 중앙으로 볼을 넘깁니다!] [임에게 볼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선수가 움직이는데요!]임우정이 볼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 라비아와 하우드벨리스, 벨링엄이 달려들었지만.
휘익—! 툭!
타다다닷!
[아! 뒤꿈치로 볼의 방향을 바꿉니다!]타다다닷! 촤앗!
[중앙으로 들어오던 리에게 볼이 도달합니다!]많은 움직임도 아니었다.
그저 타이밍에 맞춰 뒤꿈치를 이용해 볼의 방향을 바꿔 뒤로 흘려주는 움직임.
그것으로 사각에 있던 이혁호에게 볼을 넘기고 유유히 왼쪽 하프 스페이스로 움직이는 임우정을 보며 부스케츠는 온몸에 털이 쭈뼛 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말도 안 되는….’
저런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저런 부류의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여태까지 축구사에 적지 않았다. 당장, 자신이 뛰었던 바르셀로나만 하더라도 호나우지뉴, 메시 등이 저런 플레이로 상대를 농락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현재 임우정이 보여주는 플레이는 단순히 노력만 가지고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재능.
그야말로, 어렸을 때부터 축구 신동 소리를 들으며 커 온 선수들이 실전에서 제가 원하는 타이밍에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인데.
‘저런 플레이가 한 시즌 만에 가능하다고…?’
부스케츠가 알기로는 임우정은 마인츠에서 뛸 때까지만 하더라도 저 정도의 플레이를 구사하는 선수가 결단코 아니었다.
물론, 마인츠 시절 마지막 시즌에는 처음 유럽 땅을 밟았을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가브리엘 제수스의 영향을 받아 테크닉적인 부분이 크게 향상된 것이라 생각할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무슨 짓을 벌인 거냐…. 킴.’
반대쪽 피치 위에서 입꼬리를 올린 채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하준의 모습을 본 부스케츠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가능할 리 없다.
제아무리 감독이 선수 시절 천재에 가까운 재능을 가졌다고 한들.
천재가 아닌 제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부여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임은….’
천재.
원래 재능이 충만한 선수였었고, 하준은 기량을 만개할 방법을 모르고 있던 제자에게 길을 알려 준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리.
“하…. 하하….”
부스케츠의 헛웃음이 끊길 즈음.
투욱—!
[리! 무리하지 않고 콘로이에게 볼을 연결합니다!]촤앗!
터엉!
[골문을 등진 채 볼을 지켜내는 콘로이!]중앙에서 볼을 지켜낸 콘로이는 시야에 들어오는 자신의 동료를 보고 지체 없이 오른발을 휘둘렀다.
툭—!
[콘로이가 하프 스페이스로 볼을 물립니다!]콘로이의 발을 떠난 볼이 향한 곳에는.
촤앗!
[임! 임이 볼을 받았습니다!]임우정이 있었다.
타다닷! 타닷!
[하프 스페이스를 따라 페널티 박스 쪽으로 접근하는 임!]임우정의 전진에 하우드벨리스와 클라크, 쿠메테오가 동시에 움직였지만.
툭—. 타닷! 탕!
휘익—!
“어엇!”
[임의 라 크로케타! 하우드벨리스가 무너집니다! 클라크와 쿠메테오가 남았는데요!]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둔 상황 속에서,
임우정은 하준의 개인 교습을 떠올렸다.
‘발목에 무리를 주는 움직임이긴 하지만…. 상대를 무력화시키기엔 또 이만한 게 없긴 해.’
부상 이후 그 기술을 쓰지 못하는 하준은 과거 자신의 영상을 보여주며 임우정에게 설명했고, 천천히 끊어서 어떤 식으로 동작을 이어가는지 설명했었다.
‘뭐, 네 피지컬도 피지컬이지만 네 발목도 예사는 아닌 것 같아서 어쩌다 한두 번이면 괜찮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서울 시절부터 피지컬과 더불어 발목 힘에 관해서는 찬사를 들어왔던 임우정이었기에.
하준은 자주 쓰지 않는 선에서 그 기술을 사용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말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앞을 막는 두 명의 수비수를 두고 임우정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툭—. 타드앗—. 탓!
데구르르—. 휘익!
타다닷!
[아! 임! 임이 환상적인 턴으로 남은 두 명의 수비수를 벗겨 냅니다!] [저 선수! 저런 동작을 하고도 발목에 무리가 없나요?] [예전에 첼시에서 킴이 보였던 동작하고 굉장히 유사한 터닝 동작입니다!]그렇게 골키퍼 하나만을 남기고 페널티 박스에 입성한 임우정을 맞이하는 것은 맨체스터 시티의 수문장 안드리 루닌.
“제기랄! 안 돼!”
루닌이 황급히 임우정을 향해 달려 나왔지만,
씨익—.
“안 될 건 또 뭐야?”
투우웅—!
촤르르르르륵—!
볼은 임우정의 발을 떠나 루닌의 가랑이 사이로 쏘아졌다.
철렁—!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수비진을 붕괴시킨 임이 침착하게 맨체스터 시티의 골문을 열어젖힙니다!] [엄청난 퍼포먼스! 지난 시즌부터 지금까지! 두 명만이 상주하던 신계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선수는 임입니다!]씨익—.
“이거…. 내 생각보다 훨씬 잘 크는걸?”
하준이 키운 괴물에서 이제는 굳게 닫힌 신계의 문을 두드리는 선수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