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65)
165. 리턴 투 파리(2)
* * *
코파 트로피 시상이 끝난 후.
시상식은 올해의 신인 감독상, 야신 트로피, 여성 발롱도르 등으로 이어졌고, 그 이후에는.
“오늘 이 자리에서 올해의 스트라이커 상을 시상할 수 있게 되어 굉장히 영광스럽네요.”
라이트와 토레스 이전 아니, 홀란드와 음바페 이전 메시와 함께 축구계를 양분하던 호날두가 올해의 스트라이커 상을 시상하기 위해 단상으로 올랐다.
‘이런 자리에서는 또 진중하네.’
몇 번 마주치지 않았지만 매번 장난기 넘치는 모습만 봐서인지, 호날두의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모습이 영 적응되지 않았다.
“다섯 명의 후보를 함께 만나보시죠.”
올해의 스트라이커 상 후보에 오른 이는 총 다섯.
정상기, 알렉스 라이트, 세르히오 토레스, 엘링 홀란드, 킬리안 음바페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신계를 양분하는 라이트와 토레스가 들어간 것은 당연했고,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후보들 중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정상기 역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흐음….’
홀란드와 음바페 역시 간신히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스탯을 쌓아 수상 경쟁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사실상 저 둘은 아닌 것 같고.’
실상 라이트와 토레스, 그리고 정상기의 삼파전으로 이어지는 수상 경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모두 쟁쟁한 후보들인데요. 과연 누가 이 상을 받게 될지 정말로 궁금하네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오른 토레스가 받을 수도 있겠지만 세 명의 선수 중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이는 정상기였기에, 나는 조심스레 정상기의 수상을 점칠 수 있었다.
‘게다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굵직굵직한 골들을 여럿 뽑아냈기도 했고.’
내가 키워낸 제자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스트라이커 부문에 있어서는 라이트와 토레스보다 더 나은 시즌을 보낸 정상기가 상을 타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2년 전에 한 번 수상하기도 했고.’
바로 전 시즌에는 라이트가 이 상을 가져갔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더 많은 골과 결정적인 퍼포먼스를 더 많이 보인 정상기가 이번에는 더 유리하지 않을까.
“후보들의 활약상을 모두 보고 난 직후인데요. 아, 진행팀에서 서둘러 발표하라고 하는군요. 하하, 이것 참…. 은퇴하고 나니 발언권도 없어지는 모양이네요?”
하하하하!
호날두의 능글맞은 너스레에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고, 자연스레 분위기를 환기한 호날두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큐시트에 적힌 수상자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수상자는….”
두구두구두구!
“축하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상기 정!”
와아아아!
‘역시.’
이번 시상식에서 올해의 스트라이커 상의 주인은 내 예상대로 정상기의 몫이었다.
짝짝짝짝짝!
박수갈채를 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간 정상기는 호날두와 짧게 포옹 후, 트로피를 한 손에 쥐고 마이크 앞에 섰다.
“음, 아아.”
짧은 마이크 테스트로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녀석의 모습을 보며 나는 괜스레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많이 컸네. 저 녀석.’
서울 시절,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저 정도까지 성장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6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녀석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스트라이커가 되어 이 자리에서 수상소감을 말하는 위치가 되어 있었다.
“우선, 이 상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신 많은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2년 전에 처음 이 상을 수상할 때만 하더라도 다시 이 상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는데, 다시 한번 이 상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네요.”
2년 만에 다시 상을 수상하는 자리였지만 녀석의 수상소감에는 그리 큰 변화가 없었다. 처음 상을 수상할 때처럼 처음 내뱉는 말은 영어도, 독일어도 아닌 한국어였으니까.
‘한국에선 또 난리가 나겠네.’
노리고 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국뽕으로 차 있는 녀석인지 알 수 없지만 녀석의 이러한 태도는 한국에 있는 축구팬들에게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
“그리고…. 이제는 영어로 하겠습니다. 그래야 많은 분들이 알아들을 수 있겠죠?”
하하하하!
짧은 너스레에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이 웃음을 지었고, 좌중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녀석은 다시 마이크에 입을 갖다대었다.
“제가 이 상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 그레이엄 포터 감독님과 유나이티드의 동료들, 그리고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를 비롯해 제 고국 한국에 있는 축구팬들에게 모두 감사를 표합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아마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을 수 없었을 거예요.”
차분히 말을 이어나가는 녀석은 마이크에서 입을 떼고는 좌중을 한번 훑은 뒤에 다시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제일 감사하는 분이 이 자리에 있습니다. 제가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뒤부터는 계속 적으로 만나고 있지만…. 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그리고, 어떻게 플레이해야 좋은 공격수가 될 수 있는지 알려준 첼시의 김하준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녀석의 말에 맞춰 카메라가 내 모습을 잡는 것이 느껴져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녀석….’
말 한마디였지만, 정상기가 전하고 싶은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정상기나 임우정에게 애착을 가지는 만큼, 녀석들 또한 내게 고마움을 비롯한 여러 애틋한 감정이 있을게 당연하겠지.
“그래서…. 먼 훗날. 제가 은퇴하기 전에는 김하준 감독님과 다시 한번 합을 맞추어 경기를 치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아마 실현되기 어렵겠지요. 제가 첼시로 갈 수도, 감독님이 유나이티드로 오실 수도 없을 테니까요.”
뭐, 녀석이 첼시로 오겠다는 의향이 있다면야 녀석을 사 오지 않을 이유가 없긴 하지만….
‘폼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유나이티드에서 우리에게 팔 리는 없고.’
녀석의 말처럼 실현되기 어려운 소망일 것이다.
“어쨌든. 이 상을 다시 한번 주신 만큼 저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년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기를 기원하며 저는 이만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짝짝짝짝짝!
녀석의 진중한 소감 발표가 끝난 이후.
“자, 다음으로는 발롱도르 올해의 감독상을 시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상은 펩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기술고문께서 도와주시겠습니다.”
이제는 바르셀로나의 기술고문이 된 과르디올라가 올해의 감독상 시상을 위해 단상으로 올랐다.
“안녕하세요, 과르디올라입니다. 그라운드에서 벗어나 있다 이 자리에 서게 되니 감회가 참 새롭군요.”
일선에서 벗어났지만 스트레스와 압박감에서 벗어난 영향인지 굉장히 혈색이 좋아 보이는 과르디올라의 모습.
“이번 시상식에도 쟁쟁한 후보들이 모여있는데요. 제가 조금만 더 뛰어났더라면 저도 이 상을 타기 위해 경쟁하고 있을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쉽네요.”
맨체스터 시티에서 경질당한 이후, 한 시즌 만에 은퇴 수순을 밟게 된 터라 짙은 아쉬움이 깔린 목소리에 나는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냉혹하네.’
선수들만큼이나 감독들의 세계도 참으로 치열하다.
애당초 축구판 자체가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퇴출되는 곳이니.
“거두절미하고 후보들부터 영상으로 보고 오시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올해의 감독상 후보 역시 다섯 명이었는데,
나를 비롯해 바이에른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과,
세비야를 이끄는 율리안 나겔스만,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고 유로 2036 우승을 따낸 사비 에르난데스,
유벤투스를 이끌고 있는 파울로 디발라까지.
쟁쟁한 후보들이 상 하나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뭐….’
유로 우승을 이끌어 낸 사비를 제외하면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내가 제일 유력하다 볼 수 있었지만, 국가 대표 메이저 대회가 있던 해에는 언제나 그 대회의 우승팀에게 상이 돌아가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나의 수상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으음….”
“준? 긴장돼요?”
걱정스런 눈길로 나를 쳐다보는 세실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상은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걸요.”
거짓말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만.
‘이번에는 욕심을 접어둬야 할지 모르겠네.’
너무 큰 변수가 경쟁자로 있었기 때문에 수상 가능성을 쉽사리 점칠 수가 없을 뿐.
“오…. 여러분들께 발표하기 전, 방금 제가 수상자의 이름을 확인했는데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네요. 저도 참 좋아하는 감독인데요.”
애매모호한 말을 내뱉은 과르디올라는 시간을 끌지 않고 마이크에 얼굴을 밀착했다.
“2036 발롱도르 올해의 감독상, 그 영예의 주인공은….”
두구두구두구—!
“축하합니다! 첼시의 하준 킴!”
와아아아아!
“어…?”
과르디올라의 입에서 호명된 것이 나의 이름임을 깨달았지만, 나는 멍청한 표정을 풀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경쟁 후보들 중에는 사비 에르난데스라는 엄청난 변수가 끼어 있어서 내심 포기하고 있던 차였는데, 내 이름이 불렸으니 쉽사리 실감이 나지 않는 상태였다.
“준! 뭐해요? 어서 올라가야죠?”
멍하니 있던 나를 정신 차리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세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세실 역시 대단히 기쁘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긴.’
2년 전에 올해의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후, 작년에는 프랑스 풋볼에서 주최하는 그 어떤 부문에서 수상을 한 적이 없었으니, 세실의 기쁨도 이상한 것은 아닐 터.
“아…. 다녀올게요, 세실.”
박수갈채를 받으며 단상에 오르자, 따스한 미소로 나를 반기는 과르디올라.
“짧은 시간에 벌써 정상에 오르다니. 킴, 자네는 선수뿐 아니라 감독으로도 엄청난 재능을 갖추고 있군.”
재능이라.
“글쎄요….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왼쪽 눈에 새겨진 통찰안도 재능이라고 한다면 엄청난 재능이 맞긴 했지만.
한 번의 수상으로 재능이 어떻다며 떠벌릴 수는 또 없는 노릇.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언제 한번 전술 얘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오! 그거 너무 좋지! 언제든지 편할 때 연락해. 자네와 함께하는 전술 얘기라면 일주일을 지내도 모자라겠군.”
어….
인사치레로 한 말이었는데 소문난 전술 변태는 이것을 확정된 약속으로 여기며 내 손에 트로피를 쥐어주고 자리를 떠났다.
‘유로 우승팀을 이끈 사비가 있는데도 내가 받을 줄이야.’
그만큼 지난 시즌 첼시가 세운 기록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일 테지.
마이크 바로 앞에 서서 좌중을 둘러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현역 시절 같이 뛰거나 적으로 만났던 이들부터, 마인츠 시절 함께한 선수들도 몇몇 보였다.
“음…. 아아. 우선, 영광스러운 이 상을 받게 해 주신 많은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과, 저를 도와주는 코치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겠죠.”
진심이었다.
그라운드에서 내 지시를 따르며 제 몫을 톡톡히 해주는 선수들과 최용환, 루카, 조르지뉴를 비롯한 첼시의 코치진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서 상을 받는 것은 내가 아니라 사비가 되었을 테니까.
“2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올해의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요. 불과 2년 만에 더 높은 단계에 있는 상을 수상할 수 있게 되어서 대단히 기쁩니다.”
2년 전에 받았던 올해의 신인 감독상에 비하면 한참이나 윗등급에 있는 상을 수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이 좋다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제 지시를 그라운드 위에서 완벽하게 이행하는 우리 선수들과, 저를 도와서 팀을 운영하는데 도움을 주는 우리 코치진들, 그리고 런던에 있는 블루스와 저 멀리 한국에 있는 팬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짝짝짝짝짝!
“이 상을 주신 이유는 앞으로도 더 발전하는 감독이 되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세계 최고의 감독이 되어 이끄는 팀을 세계 최강팀으로 올려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김하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구절절 길게 소감을 말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구태여 그러지 않았다.
상을 받아 기분이 좋긴 하지만, 이 상이 절대적인 것은 또 아니었으니까.
“킴, 정말로 첼시를 세계 최강의 팀으로 이끌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거야?”
단상에서 내려와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나를 잡고 물어오는 투헬.
나는 그런 투헬을 보며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안 될 건 또 뭐예요? 2년 만에 올해의 신인 감독에서 올해의 감독이 됐는데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