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68)
168. 부상 병동(2)
* * *
와아아아아!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첼시와의 맞대결을 앞둔 아스날 서포터즈는 벌써부터 승리를 가져간 듯이 즐거운 모습으로 힘찬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것은 서포터즈뿐만이 아니었는데.
“하하…. 박싱데이에 이렇게 좋은 먹잇감이 나타날 줄이야.”
파안대소를 터트리는 파브레가스를 본 수석코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 첼시는 그래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가 아닙니까?”
수석코치의 조심스러운 말에 파브레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첼시는 강한 상대지. 암, 강한 상대이고말고.”
“그런데 어찌….”
“그런데 말이야. 호랑이가 이빨만 빠진 게 아니라, 팔 한쪽도 성치 못하다면 어떻게 할 텐가?”
한 명 내지 두 명의 선수만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면 수석코치의 말이 백번이고 옳았겠지만 캐슬다인, 콘로이, 데 니프, 실콧듀베리, 카마라 다섯 명이 이탈한 이 상황에 파브레가스는 과한 경계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첼시에는 임도 있고, 리도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킴의 아이들 또한 부상 여파 없이 출전할 수 있는 상태인데요.”
“아아. 임. 그래, 발롱도르 포디움에 들 정도로 대단한 선수지. 그런데 말이야, 임은 굉장히 지능적인 선수야. 동료를 이용하고 상대를 속여내지.”
별안간 임우정의 칭찬을 늘어놓는 파브레가스의 모습에 수석코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경계할 필요가 없다며 큰소리치다가도 갑작스레 상대의 핵심 전력을 극찬하는 모습은 그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에는 충분했다.
“그렇지만.”
“네…?”
“임은 메시가 아니야. 임을 받쳐줄 퀄리티 높은 동료가 없는 지금이라면 우리 선수들로도 임을 통제하기엔 충분하다는 소리지. 아닌 말로, 마인츠에서보다 지금 활약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동료들의 퀄리티 차이지 않겠는가?”
파브레가스의 말만 들으면 일리가 있기는 했다.
다만.
파브레가스가 임우정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과 새로이 진화를 거듭한 사실을 몰랐을 뿐.
[안녕하십니까! 36/37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박싱데이 첫 경기, 아스날과 첼시의 경기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보내드립니다!] [박싱데이 경기답게, 많은 팬들이 관중석을 채운 모습인데요. 이번 경기 원정팀인 첼시는 굉장히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죠?] [맞습니다. 주축 선수 다섯 명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에, 그중 두 명은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아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텐데요. 과연, 첼시가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와아아아!
[아,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자, 양 팀 선발 라인업부터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먼저, 홈 팀 아스날의 라인업입니다!]아스날은 4-3-3 대형을 가지고 나왔는데.
최전방에는 레미 은동이,
커티스 코르보아와 안드레이 다 코스타가 양쪽 측면에 위치했고,
중원에는 루이지 가스파르와 미겔 아지즈를 마르셀로 플로레스가 뒤에서 받치는 역삼각 형태로 구성이 되었고,
레이 킹, 파비안 비얄바, 콰시 아미샤, 에밀로 올리베라로 구성된 백 포 라인 뒤에 골키퍼 장갑은 칼 헤인이 끼고 나온 모습이었다.
[아스날은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한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첼시를 잡기엔 지금이 적기다 싶은 거겠죠?] [그럴 겁니다. 프리미어리그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첼시를 잡아내기 위해서 파브레가스가 최대 전력을 아끼지 않은 모습인 것 같네요.] [다음은 원정팀 첼시의 라인업인데요!]첼시는 4-2-3-1 대형을 가지고 나왔다.
루이스 오스본이 최전방에 섰고,
이혁호, 임우정, 주드 순섭벨이 2선을 구성했으며,
중원에는 크리스티안 알트와 배리 펜톤이 위치했고,
레안드로 칼라피오리, 에반 카마라, 타일러 조지, 미구엘 부스케츠로 구성된 백 포 라인 뒤에 바비 한슨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왔다.
[다수의 부상자로 인해서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가 있는 첼시입니다만, 이 라인업도 쉽게 여길 수 없는 라인업임에는 분명합니다!] [맞습니다. 이제는 명실상부 월드 클래스라고 불려도 이상한 점이 하나도 없는 임이 버티고 있는 2선과 독일 중원의 현재이자 미래인 크리스티안 알트가 버티고 있는 3선은 여전히 막강해 보이네요.] [아스날 입장에서는 왼쪽 측면을 공략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스쿼드에서 공략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첼시의 오른쪽 측면과 오른쪽 스토퍼 위치이니까요.] [그렇죠. 상대적 약세로 평가받는 미구엘 부스케츠와 타일러 조지의 조합을 흔드는 것이 아스날의 필승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흐음…. 좋아 보이네.”
“응? 뭐가?”
“파브레가스 말이야.”
하준의 말에 고개를 돌린 조르지뉴는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고 있는 파브레가스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 대놓고 좋아하는데?”
“그럴 수밖에.”
지난 시즌.
파브레가스는 첼시 서포터즈와 첼시를 두고 망언을 한데다, 첼시를 만났다 하면 대패하기 일쑤였으니, 첼시를 잡을 수 있을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저 히죽거리는 면상을 보고 있으니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데.”
조르지뉴의 일갈에 하준은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버려 둬.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럴싸한 계획이 있는 거니까.”
“계획…?”
“쳐맞기 전까지는 말이지.”
하준의 말이 끝맺을 무렵.
삐이이익—!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 시작됩니다! 선축은 첼시가 가져갑니다!]툭-.
툭—!
타닷! 타다닷!
툭—!
툭!
타다닷!
경기 시작과 동시에 짧은 패스로 풀어나가기 시작했고, 아스날은 평소와는 다르게 굉장히 저돌적인 압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닷!
[아스날! 빠르게 압박하기 시작합니다!]코르보아와 가스파르가 알트에게서 볼을 빼내기 위해 압박을 가했지만.
툭! 휙—!
타닷! 투웅—! 타다닷!
[신기에 가까운 몸놀림! 크리스티안 알트! 두 명의 압박을 여유롭게 벗어납니다!] [저 선수! 대단합니다! 저렇게 부드럽게 압박을 벗어나는군요!]손쉽게 탈압박에 성공한 알트는 곧장 전방을 살폈다.
‘리.’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지 않으면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혁호를 본 알트는 망설임 없이 발을 휘둘렀고,
투우웅—!
이혁호를 향해 알트의 택배가 발송됐다.
[알트의 로빙패스!] [아! 빠릅니다!]타다다다닷!
[빠른 패스에 맞춰서 리도 빠른 스프린트를 보여줍니다!] [저 선수 스피드가 떨어진 것 아니었나요? 굉장히 빠른 속도를 보여줍니다!]“올리베라!”
아스날 수비진의 리더인 비얄바가 재빨리 올리베라의 위치를 조정하며 이혁호의 움직임을 통제하려 했지만,
촤앗! 툭! 투웅—!
[리! 볼을 한번 접고 그대로 중앙으로 넘겨줍니다!]이혁호의 선택은 전진이 아니라 동료에게 패스하는 것이었고,
촤앗!
[리의 패스를 임이 넘겨받습니다!]임우정이 볼을 넘겨받았다.
‘우정아, 이번만큼은 네 개인 능력이 필요해.’
‘제 능력이요?’
‘패턴과 유기성, 그리고 동료들과의 화합을 강조하는 내 입에서 나오기엔 참 그런 말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더 불리한 상황이니까. 그럴 때일수록, 사기에 가까운 선수의 위압감을 크게 심어 줄 필요가 있는 거거든.’
‘아….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찰나의 순간, 임우정이 짧은 회상을 마치고.
아스날에게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아! 임이 그대로 전진합니다! 아미샤와 플로레스가 동시에 달려드는데요!]투웅—. 타당—. 탓! 타다다닷!
“어엇!”
휘익—! 타다다닷!
[아! 임의 라 크로케타! 플로레스가 먼저 무너집니다!]“이익…!”
플로레스를 허문 임우정을 막기 위해 아미샤가 더 강하게 달라붙기 시작했지만.
터억—!
“익…. 미친!”
[아!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습니다! 아미샤! 임에게 밀려나고 마는데요!]그동안 세계를 호령하던 테크니션과는 다르게,
피지컬 부분에서도 부족함은커녕 차고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임우정에게 아미샤는 한 번의 상대도 되지 못한 채 나가떨어졌다.
[비얄바가 빠르게 커버하는데요!]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느낀 비얄바가 임우정의 앞으로 뛰어오며,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지만.
툭—. 탓! 휘익—! 타다다닷!
[마르세유 턴! 임의 마르세유 턴이 나옵니다! 비얄바를 유유히 지나쳐가는 임!]임우정의 전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친! 임을 막아! 뭐 하는 짓들이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인지한 파브레가스가 그라운드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선수들에게 그것이 들릴 리 만무.
씨익—.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
“응? 뭘?”
“우정이의 기술적인 부분을 말이야.”
분명, 지난 시즌에도 임우정은 압도적인 기량을 앞세우며 상대 진영을 궤멸시키는 플레이를 자주 보였지만, 사람들의 뇌리에는 이타적이고 지능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선수로 더 많이 각인 되어 있었다.
이는 첼시의 스쿼드가 좋은 것도 한몫했고, 임우정 본인이 동료들을 이용해 움직이는 장면을 많이 가져가는 것도 크게 작용했던 탓이다.
그리고 그러한 점이.
“대가를 치르게 되는 이유겠지.”
타다다닷!
[레이 킹! 빠른 속도로 임을 향해 달려옵니다! 아지즈도 황급히 수비라인까지 내려오고 있는데요!]파이널 서드에는 임우정뿐 아니라, 오스본과 순섭벨 또한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아스날 선수들의 시야에는 임우정의 움직임밖에 보이지 않았다.
까드득—.
‘제기랄…!’
경기를 보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선수들은 깨달은 것이다.
동료를 이용하는 임우정의 플레이는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무기 중에서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을.
타다다닷! 휘익—! 타다닷!
레이 킹을 제치는데 임우정은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았다.
“어억!”
그저, 한번 접는 것만으로 레이 킹을 무력화시킨 임우정은 여유롭게 페널티 박스로 진입했고,
“미친! 머저리 새끼들! 뭐 하는 거야!”
동료들에게 욕지거리를 뱉으며 튀어나오는 칼 헤인을 보며 씨익 웃었다.
오소소—.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돋은 칼 헤인은 직감했다.
‘X 됐다…!’
골키퍼로서의 직감이 틀리기를 최대한 염원하며 뛰어오는 칼 헤인은,
투웅—. 타당—. 탓! 타다다닷!
“X발…!”
임우정의 라 크로케타에 공간을 내주고 말았다.
[다시 한번 터진 라 크로케타! 임! 이제 빈 골문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투욱—!
촤르르르륵—!
패스하듯 찍어 찬 임우정의 슈팅이 골문을 향해 쏘아졌고,
철렁—!
경기가 시작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첼시의 선제 득점이 기록됐다.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임의 원더 골!] [미쳤습니다! 네 명 아니, 다섯 명을 제치고 득점에 성공합니다!] [왜 그가 발롱도르 포디움에 들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플레이였습니다! 단언컨대 맨체스터 시티의 라이트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경지에 이른 모습입니다!]“미친!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른 시간에 허용한 실점 장면을 본 파브레가스가 분개하며 물병을 집어 던졌고, 옆에 있던 수석코치가 인상을 굳힌 채로 입을 열었다.
“감독님, 임은 위험합니다. 지금이라도 임을 제어할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저 녀석이 기술이 좋긴 하지만 이 정도가 말이 되냐고!”
파브레가스의 말처럼.
지난 시즌 임우정은 다섯 명을 아무렇지 않게 제치고 골을 기록하는 일은 없었다.
보통 두세 명을 달고 들어가서 라인을 파괴한 후에 동료에게 볼을 넘겨주거나, 동료들과 유기적으로 자리를 옮기며 골을 기록했었을 뿐.
“큭큭, 저 녀석 열 받아 하는 모습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 안 그래, 쭌?”
조르지뉴의 말에 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네. 아무래도 우정이가 저런 플레이를 할 거라고 전혀 생각 못 한 모습인데.”
하준은 박싱데이 첫 경기 상대가 파브레가스인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선수 시절 그와는 다르게, 감독이 된 파브레가스는 상대 선수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좋지 않은 판단을 내리기 일쑤였다.
만약, 파브레가스가 아니라 부스케츠나 그레이엄 포터였다면.
‘내가 우정이를 이용해 무얼 할 생각인지 벌써 눈치채고도 남았을 테지.’
그렇게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무렵.
“그런데, 이제 임에게 집중 견제가 들어오게 생겼네.”
“원하는 대로 되고 있네.”
“음…. 네 생각을 대충 알고 있지만 우리는 예전의 그 스쿼드가 아닌데?”
조르지뉴의 걱정스러운 말에 하준은 진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정이를 막기에 혈안이 되면 될수록 오스본과 혁호의 쇄도를, 저들은 빠르게 파악할 수 없을 거야.”
하준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쳐맞기 전까지 세운 그럴싸한 계획은 압도적인 강함 앞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