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72)
172. 혹한기를 나는 법(3)
* * *
며칠 뒤.
똑똑—.
“네.”
“감독님, 말씀하신 손님 오셨습니다.”
손님이 찾아왔다는 말에 나는 말로 대답하는 것 대신 직접 감독실 문을 열어 손님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킴. 활약은 잘 지켜보고 있어요.”
“영광이네요. 이리로 앉으시죠. 차는 무엇으로 드시겠어요? 홍차? 커피?”
“커피로 하죠.”
감독실을 찾은 손님은 다름 아닌 데이비드 베컴.
잉글랜드를 주름잡던 스타는 20년이 넘게 지난 뒤에도 여전한 포스를 지니고 있었다.
‘늙어도 잘생긴 건 변하지 않는구나.’
그의 실력만큼이나 화제성이 높았던 그 잘생겼던 얼굴이 여전한 모습의 베컴을 보면서 나는 세상 참 혼자 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쁘실 텐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베컴의 앞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을 건네자, 베컴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별로 할 일도 없는 사람인데 바쁠 게 무어 있겠습니까? 그보다, 내 손자 녀석이 마음에 든 모양이죠?”
아.
본론으로 훅 치고 들어오시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알렉스 베컴의 플레이를 보고 꼭 영입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인지, 굉장한 실력을 갖췄더라고요.”
“허허…. 내 얼굴에 금칠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고 불리는 킴이 내 손자에게 굉장한 모습을 본 모양이네요. 이렇게 몸이 단 것을 보면 말이죠.”
“알렉스가 팀에 온다면 단기적으로 봤을 때도 이득이지만, 장기적으로 놓고 봤을 때도 정말 필요한 자원입니다. 그가 합류한다면 제가 그릴 향후 10년의 미래도 제대로 정립될 수 있겠죠.”
“나를 이리 부른 것을 보니, 마드리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딜을 준비한 모양이군요?”
베컴의 말에 나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이제 오퍼를 넣은 상황이지만,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지는 못해도, 큰 액수의 현금에 그들이 필요로 한 자원을 얹은 딜을 준비 중이니까요.”
“그 아이의 마음에 달린 일이겠습니다.”
“맞습니다. 게다가….”
“유소년 이적 조항 때문도 있겠죠.”
베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스의 나이는 현재 열일곱. 유소년 이적 금지조항에 걸리는 나이였기 때문에 베컴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뭐…. 알렉스의 경우는 원래 잉글랜드 국적이기도 했고, 보호자인 아드님의 사업이 잉글랜드에서도 벌어지고 있으니 가족 단위로 잉글랜드로 돌아오는 것도 무리 없을 것 같긴 했지만…. 확실한 게 좋으니까요.”
한때 바르샤에 한국인 3인방이 이적해 있으면서 터졌던 피파의 중징계를 피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보험을 여러 가지 들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들의 케이스와는 달리 알렉스의 케이스는 조금 다른 편이긴 하지만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우리 구단의 움직임은 피파에서 예의 주시하지 않을 리 없으니까.
“흐음…. 솔직히 말하면, 내 아들들은 축구에 그다지 재능이 있다고 말하긴 어려웠죠. 그 대신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알렉스에게는 내 축구 재능이 그대로 발현된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아들 녀석이 조언을 구해왔을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긴 했습니다만….”
잠시 말을 멈추는 베컴을 나는 천천히 기다렸다.
“이제 막 자리 잡아가는 아이가 이적으로 폼이 무너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론이었다.
베컴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기 때문에 내가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알렉스 베컴을 데려오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맞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알렉스를 품고 있기에 마드리드는 이제 너무 좁다고 생각합니다.”
“마드리드가 좁다?”
예전보다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고는 해도, 레알 마드리드는 여전히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메가 클럽 중 한 곳. 내 말에 베컴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훈련 시설과 구단의 규모 같은 물질적인 것을 폄하하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마드리드는 여전히 메가 클럽 중 한 곳이니까요.”
“흐음…. 그러면?”
“알렉스 베컴이라는 훌륭한 재목을 완벽한 선수로 만들어내기에 부족하다는 얘깁니다. 선수의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 선수를 지도하는 사람의 능력도 매우 중요한 것이 축구판 아니겠습니까?”
내 궤변에 가까운 말에도 베컴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비췄다.
어쭙잖은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면 개소리하지 말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어도 할 말이 없는 노릇이었지만, 선수로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보여준 모습들이 그것을 막아주는 모양이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선수 시절에는 단기 임팩트 부분으로만 봐도 호나우지뉴, 카카는 손쉽게 씹어 먹을 세 시즌을 보냈고, 남들보다 이르게 시작한 감독 커리어로도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이룩했으니.
내 말을 개소리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좀 그랬던 모양.
“훌륭한 지도자는 선수를 가리지 않는다고 그러던데.”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명장들이 좋은 선수를 마다하지는 않는 법이죠.”
“뭐…. 지금 바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군요. 생각을 더 해봐야 할 사안이니….”
“맞습니다. 충분히 심사숙고하실 일이죠.”
“다만, 내가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해서, 그 아이의 일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는 것이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 말을 하고 자리를 나선 베컴.
나는 홀로 남아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쉽지 않네.”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같은 자리의 다른 매물도 추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빛나는 재능을 본 마당에 다른 대체재가 눈에 찰 리 만무.
“어지간하면 좀 설득해주길 바라는데….”
** * *
[첼시, 레알 마드리드에 알렉스 베컴에 대한 영입 제의.] [1억 파운드 + 브라이언 가드너, 10대 선수에 역대급 딜을 제시하는 첼시.] [바이아웃 2억 파운드의 알렉스 베컴. 레알 마드리드는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카림 벤제마, ‘베컴은 우리의 소중한 선수. 베컴의 이적은 없다.’] [첼시의 클럽 하우스에서 목격된 데이비드 베컴? 알렉스 베컴의 이적 초읽기?] [펩 과르디올라, ‘베컴은 마드리드보다는 킴이 있는 첼시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킴, ‘이적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얘기할 수 없어.’] [새해 두 경기를 연승으로 이어가는 첼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베컴은 마드리드에서 더 성장해야 할 때.’] [리오넬 메시, ‘베컴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건 벤제마가 아닌 킴.’]레알 마드리드에 정식으로 첼시의 오퍼가 들어간 이후, 기사화가 진행되면서 잉글랜드와 스페인 양쪽에서 내내 화제가 되고 있었는데.
정작, 그 화제의 당사자인 알렉스 베컴은 별생각 없이 훈련을 마치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면허를 취득하지 않아 어머니가 훈련장에 픽업을 오기에 아무 생각 없이 주차장으로 걸어가던 알렉스 베컴은 반가운 얼굴을 보고는 웃음을 머금고 달려갔다.
“할아버지!”
“하하, 다친다 이놈아. 천천히, 천천히 와.”
“어쩐 일이세요? 지난번 크리스마스 때 오셨었으니까, 적어도 3월은 되어야 오시는 거 아녔어요?”
“우리 손자 보러 오는데 그깟 시기가 무슨 상관이겠냐.”
일반인들이야 반가운 해후를 나누고 있는 조손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겠지만,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벤제마는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까드득—.
“내가 절대 팔 수 없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첼시에서 알렉스 베컴을 노리기 시작하고, 심지어 데이비드 베컴이 첼시의 클럽 하우스에 들렸던 것을 고려했을 때, 베컴이 마드리드에 나타난 것은 절대로 손자를 보기 위한 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벤제마도 구단 수뇌부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명성에 걸맞은 선수를 데려오기 쉽지 않은 판에 부족하지만, 가드너라는 자원은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선수였기 때문에, 베컴을 보내는 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그렇게 벤제마가 부들거리며 분을 삭이고 있을 동안.
베컴 조손은 집으로 이동하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최근 활약은 잘 봤단다. 그래, 요즘 고민거리는 따로 없고?”
눈에서 꿀이 떨어질 듯한 시선으로 알렉스를 바라보는 베컴의 말에 알렉스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네. 경기도 제가 원하는 대로 잘 되고, 제가 마음먹은 플레이들이 다 펼쳐져서 고민은 딱히 없어요. 음…. 출전 시간이 조금 적다는 게 고민이라면 고민이랄까요?”
“하하, 그것참 다행이구나. 너는 잘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선수들은 마음먹은 대로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참 쉽지 않단다. 그리고…. 출전 시간은 네 몸이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아서 조절하고 있는 것일 테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고.”
“흐음…. 그런가요? 그런데,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해서 그게 좀 불만이에요.”
베컴의 말대로 마드리드에서는 성장이 덜 끝난 알렉스의 몸 상태를 고려해 출전 시간을 조절하고 있다보니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시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긴. 아직 덜 여문 피지컬로 챔피언스리그에 내보내기는 좀 꺼려졌겠지.’
하지만, 베컴이 보기에 알렉스의 몸은 성장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상태였고,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도 그리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킴은….’
만약, 첼시로 이적하게 된다면 그의 손자는 챔피언스리그 16강 무대부터 곧바로 투입될 수 있을 터.
“그랬구나. 그것 참 아쉬웠겠어. 그보다…. 라 리가는 어떠니?”
“음…. 글쎄요. 솔직히 재미없어요.”
“재미가 없어…?”
손자의 당돌한 말에 베컴은 헛웃음 짓다가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에도 라 리가는 상위 네 팀을 제외하고는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는 리그이기도 했고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는 그 상황이 더욱 심해져 프랑스 리그와도 비슷해진 상황이었으니.
“엘 클라시코 같은 경기에 간혹 출전하게 되면 정말 재밌는데, 제가 출전할 때는 보통 하위 팀이나 중위권 팀을 상대할 때가 많으니까요.”
이어진 알렉스의 말을 듣자 베컴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마드리드에서 알렉스에게 만들어주는 환경은 그의 호승심과 승부욕을 자극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허…. 세르히오 토레스가 있는 바르샤 정도가 되어야 이 녀석을 자극할 수 있겠구나.’
손자의 대답을 들은 베컴은 생각했다.
만약, 임우정이 있는 첼시로 간다면.
첼시 소속으로 알렉스 라이트가 있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한다면.
하준의 말마따나 하준의 존재가 알렉스의 성장에 크나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보내야 하는 건가?’
자신의 손자가 대단한 선수로 거듭날 재능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현재 신계의 문을 두드리며 발롱도르를 노리는 임우정에게 비비기에는 시기가 너무 이를 테니, 알렉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을 터.
“그러면 프리미어리그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넌지시 묻는 베컴의 질문에 알렉스는 큰 고민 없이 대답했다.
“음…. 중계를 볼 때는 좀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빅클럽 네 팀이 우승을 번갈아 하고 있지만, 하위 팀이라고 해서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알렉스의 대답에 베컴은 말을 덧붙였다.
“첼시라는 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음…. 강한 팀? 아! 그리고 재밌게 축구하는 팀인 것 같아요.”
“그렇구나. 그럼 그 팀에서 최근 너를 영입하려고 하는 건 알고 있니?”
베컴의 말에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어요. 그런데, 바이아웃 금액을 제시한 게 아니라서 구단 간 합의가 돼야 제가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직까지는 별생각 없어요.”
알렉스의 대답에 베컴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자신이 아이에게 조언해 첼시행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하준과 첼시는 더 공격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고, 협상의 승자는 결국 첼시가 될 것이리라.
“만약, 너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고 싶으냐?”
“음…. 사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저는 할아버지한테 전화로 조언을 구하려고 했는데…. 헤헤….”
아이의 티 없이 맑은 미소를 보며 베컴은 하준의 말을 떠올렸다.
‘선수의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 선수를 지도하는 사람의 능력도 매우 중요한 것이 축구판 아니겠습니까?’
잠시간 생각을 마친 베컴은 인자하게 웃으며 알렉스에게 말했다.
“나는 네가 첼시로 가는 것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