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8)
18. 투견과 지우개(4)
임우정이 투입되고 난 후, 경기의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아! 양 팀의 거친 몸싸움! 임우정이 괴물 같은 피지컬로 상대를 압도합니다!]“······무슨!”
프랑코를 경기에서 내보낸 최영록은 임우정의 말도 안 되는 피지컬에 당황하며 이를 악물었다. 피지컬이라면 자신도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 수준이라 자신하던 최영록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자신을 압도하는 임우정에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툭—!
[임우정이 공을 탈취합니다!]공을 빠르게 탈취한 임우정은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190cm의 거구가 내는 스피드라고는 믿을 수 없는 스피드에 상대는 물론, 동료 선수들 또한 혀를 내둘렀고.
투욱—!
[임우정의 전진 패스!]임우정의 전진 패스가 공간을 가르며 아딜손을 향해 날아갔다.
촤아앗!
[아딜손의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 공을 바로 앞에 잡아 놓습니다!]공을 받은 아딜손을 향해 하주영과 우재훈이 거칠게 달려들었다. 마치, 하프 타임 때 감독이 상대를 담그라고 지시한 것마냥 거친 움직임.
그러나.
툭—.
투웅. 타앗!
[아! 플립플랩! 현란한 발재간으로 사각으로 빠지는 아딜손!]우재훈의 공백으로 인해 남은 센터백은 신재현 하나. 나머지 측면 수비수는 권명호와 정창훈을 막기 위해 합류할 수 없는 상황에, 신재현은 이를 악물었다.
‘X발. 뭐 저리 성급하게 튀어 나간 거야!’
아딜손과 정상기라는 두 선수를 상대하게 된 신재현이 짜증 어린 표정으로 움직이던 순간.
촤르르르륵—!
“아악!”
삐이이익—!
[아! 백태클입니다! 비신사적인 반칙이에요! 우재훈의 백태클에 쓰러진 아딜손!] [고통스러워 합니다. 부디, 부상이 아니어야 할 텐데요.]개인기에 젖혀져서 화가 난 것인지, 아딜 손을 막아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 때문인지 우재훈은 급기야 아딜손에게 백태클을 날리고 말았다.
관중과 중계진은 주심이 카드를 꺼내 우재훈을 퇴장시키며 이 사태를 일단락 시킬 거라 생각했지만.
[아! 서울과 경남의 선수들이 충돌합니다!]거칠어진 경기 때문이었을까?
양 팀의 선수들이 부딪히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우재훈과 임우정이 있었다.
“X발! 제정신이야? 백태클이라니!”
“어디 선배한테 달려들어 이 새끼야!”
“선배? 선배 좋아하네, 너 나 본 적 있어?”
우락부락한 피지컬을 한 임우정이 누구 하나 분질러 놓을 것만 같은 표정으로 우재훈에게 달려들자, 움찔한 우재훈은 이를 숨기기 위해 큰소리쳤지만, 이내 돌아오는 임우정의 살벌한 말과 표정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고.
“야! 뭐해! 빨리 말려!”
서로를 죽일 듯이 부딪히던 양 팀 선수들이 일제히 둘을 말리기 위해 뛰어들며 그라운드 위는 삽시간에 그냥 개판이 되고 말았다.
[임우정과 우재훈의 충돌을 양 팀 선수들이 중재하고 있네요.] [저 선수, 오늘이 1군에 처음 데뷔하는 선수가 맞나요? 허허.]삐익!
양 팀 선수들이 중재하는 와중, 주심은 그들에게 달려와서 카드를 꺼냈다.
백태클을 한 당사자인 우재훈에게는 빨간색을.
[아, 다이렉트 레드카드입니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죠?] [맞습니다. 동업자 정신이 하나도 없는 반칙이었어요. 퇴장을 당해도 할 말 없는 반칙이었습니다.]그리고, 충돌의 주축이었던 임우정에게는.
“너도 경고다. 더 폭력적인 행위를 한다면 그다음엔 저놈처럼 될 거야.”
“아, 네.”
“오우, 젠장.”
옐로카드를 받은 임우정을 보며 볼러가 얼굴을 감싸 쥔 채 탄식을 내뱉었지만, 그와 반대로 하준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하준은 잠시였지만, 경남의 선수들이 임우정의 기세에 주눅 들었던 장면을 놓치지 않았었고, 그로 인해 불러올 파장을 예상한 듯 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저놈들도 파울을 자제할 수밖에 없겠지.’
경남에서 제일 거칠게 플레이하던 최영록마저 임우정에게 맥도 못 추는 수준이었는데, 그런 녀석의 성격까지 호전적이다?
이는 경남의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삐익!
[주심이 프리킥을 선언합니다. 페널티 박스 부근의 위치인데요?] [직접 프리킥을 노려볼 수 있을 만한 거리입니다. 서울에게는 다시 기회가 되었군요.]원래 서울의 프리킥을 담당하는 선수들은 프랑코, 아딜손, 권명호였다. 주로 킥을 맡는 프랑코가 그라운드 위에 없는 지금, 당연히 아딜손이 킥을 찰 준비를 하였으나.
“아딜손!”
아딜손은 벤치에서 자신을 부르는 하준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임우정 보고 차라고 해!”
소리를 지르며 손짓으로 임우정을 가리키는 하준의 모습을 본 아딜손이 고개를 끄덕이며 임우정을 불렀다.
“우정. 네가 차.”
“저요?”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하는 임우정의 모습에 아딜손은 턱짓으로 하준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감독님. 지시. 네가 차.”
“아아···. 네.”
잠시 당황하던 임우정은 이내 정신을 차린 뒤, 공 앞에 선 채 심호흡을 하며 프리킥을 준비했고, 이 모습을 보던 볼러가 하준에게 넌지시 물었다.
“보스. 임이 잘할 수 있을까요?”
볼러의 걱정 섞인 말에 하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볼러도 봤잖아요? 저 녀석 킥력.”
“그건 그렇지만···.”
실전에서는 프리킥을 해 본 적 없지 않습니까.
볼러는 뒷말을 삼켰다. 하준이 한번 마음을 먹으면 웬만해선 고쳐먹지 않는다는 것과 그의 고집이 만들어 낸 최상의 결과들을 옆에서 몇 달 동안이나 봐 왔기 때문에.
[아. 서울의 프리킥은 임우정이 준비하는군요.] [서울의 벤치에서 김하준 감독대행이 임우정에게 찰 것을 지시했나 보네요. 오늘, 여러모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펼치는 임우정이군요.]임우정은 공 앞에서 주심의 신호를 기다리며 속으로 되뇄다.
‘감독님은 날 믿는다고 했어. 그 믿음에 보답해야지.’
한때, 자신의 우상이자 자신이 축구를 시작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던 하준이 자신을 믿는다며 말해 주었다. 이 하나만으로도 임우정은 오늘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낼 동기부여가 되었고, 프리킥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삐익!
“후우···.”
주심의 신호가 떨어지자, 임우정은 뒤로 두세 발 떨어져 도움닫기를 시작했고.
타다닷!
뻐엉—!
임우정의 왼발등에 정확히 얹힌 공은 엄청난 파열음을 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쐐애애액—!
[임우정의 프리키이이익!]잘 감긴 임우정의 프리킥은 경남의 조진우 키퍼가 손 쓸 틈도 없이 골망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철렁—!
와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잘 감긴 프리킥이 골로 연결됩니다! 스코어는 2-0!]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는 임우정! 성공적인 데뷔전입니다!]골을 성공시킨 임우정을 향해 동료 선수들이 달려왔지만, 임우정은 그들을 뿌리치고 벤치를 향해 달렸다.
벤치를 향해 달려간 임우정은 하준을 향해 안겼고.
“감독니이이임!”
“그래그래. 잘했어 인마.”
[하하하. 임우정이 김하준 감독대행에게 달려가네요.] [마치 2002 월드컵을 떠올리게 하는 셀레브레이션입니다. 김하준 감독대행도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 *
임우정이 프리킥을 성공시키고 난 뒤, 경남은 우리에게 별다른 위협을 가하지 못했고.
삑! 삐익! 삐이이익—!
[2-0으로 서울 유나이티드가 CF 경남을 잡으며 경기 종료됩니다!]우리는 승점 3점을 추가하며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승리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즐거운 소식 하나가 우리를 반겼다.
“보스! 경기 유니온이 졌답니다!”
“아 그래요?”
“네! 경기 유니온이 경북 FC에게 3-0으로 패했답니다.”
이번 라운드 전까지 경기 유니온과 우리의 승점 차는 단 1점. 그런데, 경기 유니온이 경북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승점이 4점 차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요.”
어차피 자력으로 우승하기 위해서는 남은 5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턱밑까지 쫓아오던 경기 유니온이 미끄러졌다는 소식은 충분히 기쁜 소식이다.
“경기 유니온과의 경기가 언제였죠?”
“두 경기 뒤, 33라운드입니다. 보스.”
“그때가 우리가 우승을 결정짓는 날이겠네요. 그날은 축배를 따를 준비를 해야겠어요.”
경기 유니온의 구제민 감독이 들었다면 뒷목을 잡을 일이었지만, 뭐 어떤가?
그는 이 자리에 없고 승점 차이 또한 벌어진 것을.
‘우승은 가시권에 들었다. 조만간 우승컵을 당당히 들어 올릴 수 있겠군.’
기분 좋게 웃던 나는 고개를 돌려 그라운드를 바라봤는데, 믹스트 존에서 MOM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임우정의 모습이 보였다.
“데뷔전에 MOM이라. 기분이 째지겠는데?”
“하하. 그렇죠. 게다가 교체로 들어가서 MOM에 선정되었으니까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임우정은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임우정 선수, 오늘이 첫 1군 데뷔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었나요?”
“다 감독님 덕분입니다. 첫 1군 데뷔라 떨리던 제게, 감독님은 저를 믿는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를 믿는다고. 그 말 한마디가 오늘 저의 활약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험상궂은 모습으로 상대 선수들의 기선을 제압한 것도 김하준 감독대행 덕분인가요?”
“아···. 그건. 제가 원래 좀 험상궂게 생겨서요···.”
멀리서 얘기를 하고 있는 터라,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잘 인터뷰를 하고 있는 듯하여, 나는 뒤돌아 원정석에 남아 있는 서포터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내려오려면 꽤 시간이 들었을 텐데도 아직 남아 있네.’
저들을 위해서라도 기필코 우승컵을 따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보스. 인터뷰 요청입니다.”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나는 서포터들에게 손을 마저 흔들어 준 뒤, 인터뷰에 응했다.
“오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하하. 고맙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임우정 선수의 활약이 눈에 띄었는데, 어떻게 그 선수를 발굴하셨나요?”
기자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2군 훈련장에 방문했는데, 제가 원하던 유형의 선수가 있더군요. 그래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데려온 두 명의 선수 모두, 오늘 제 기대에 부응해서 기분이 좋군요.”
“그렇군요. 최근의 활약을 보고 여러 구단에서 김하준 감독대행을 데려가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혹시, 알고 계셨나요?”
“글쎄요. 처음 듣는 얘기네요. 저를 좋게 봐주셔서 그런 얘기가 도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죠.”
겸손을 떤다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금시초문인 일이었다. 핫하다고 해봐야 2부리그의 지도자를 데려가려고 혈안이 될 만큼 국내 리그의 사정이 나쁘지는 않을 테니까.
‘거기에, 나는 리그 경기만을 치렀으니까.’
2부리그는 리그와 FA컵 경기를, 1부리그의 강팀들은 리그와 FA컵, 그리고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병행한다.
리그 경기만을 치른 나를 1부리그의 강팀들이 눈여겨볼 만한 상황은 아닐 것이니, 아무래도 기자들의 찌라시거나 다른 구단의 팬들이 퍼뜨린 카더라의 일종일 것이다.
“겸손하시네요. 이제 다른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리그 2위로 서울 유나이티드를 추격하는 경기 유니온이 오늘 경기에서 패배했다는데요. 이로 인해서, 서울 유나이티드의 우승 확률이 더 올라간 것 같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우선, 우리 팀의 우승 확률이 더 높아진 점은 기분 좋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쉽네요.”
“아쉽다니요? 어떤 점이···?”
“리그 초반에 졸전만 치르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우승컵이 저와 구단의 손에 들려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아쉽습니다. 하하.”
진심이었다.
정인우 감독이 똥만 싸지르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구단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채, 축배를 터뜨리고 있었을 테니.
“그렇군요. 앞으로 남은 다섯 경기에도 행운이 깃들길 바라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기분 좋게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그라운드를 내려가려는 찰나.
띠리리링—!
벨 소리가 울려 확인해보니 전혀 처음 보는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음? 무슨 전화지?”
의아해하면서도 전화를 들어 통화 버튼을 누르자, 생소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혹시, 김하준 감독대행 번호 맞습니까?”
“네. 맞는데요?”
“안녕하세요. 대한 축구협회입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십니까?”
이거, 의외의 곳에서 전화가 왔는데?